칠스트레일리아 1011

전두환의 죽음에 1980년 봄을 회상함.

1979년 10월 26일은 모든 것이 정지된 날이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독재자 비약적 경제발전을 이룬 지도자 박정희 그동안 학습되어 왔던 두가지 면을 가진 인물의 죽음과 함께 나라 전체는 비통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향한 기대가 공존하며 숨죽였었다. 당시 대학교2학년이었는데 학교는 나는 당연히 문을 닫았다. 그 이후 다시 학교문을 연 것인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문을 열었어도 아마 잠시였을 것이고 곧 다시 문을 닫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박정희세력의 무력을 두려워 했고 박정희는 대학생들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두려워 했었다. 그러니 학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요 대학교마다 탱크와 총을 든 군인들이 장악했다. 전철을 탈 때마다,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우리들은 가방을 검색당..

충신이오빠에게...

연말이라 책상 서랍 하나를 정리하다가 To. 충신이 오빠 From. 원경님 Happy Birthday~ ㅎ ㅎ ㅎ ㅎ ㅎ 이렇게 겉봉투에 쓰여 있는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연필로 쓴 편지라 11년 반이 지나서 여기저기 흐릿해져 있었지만 왕 큰 돋보기를 동원해서 읽어내려 갔습니다. 충신이는 이때 이 현자인 여동생의 말을 들었어야 했습니다. 그랬더라면 지금 충신이는 불평없이 좋은 직장을 잘 다니고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이때 현자인 원경이의 나이는 만 14살 2월생이라 중2였습니다. ㅎㅎ... >>충신이 오빠에게 좀 늦었지만 (편지로) 생일 축하해! 이제 진짜 17살이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지... 동생으로서 잔소리하기 뭣하지만여기에 쓸 건 쓸게. 우선 아빠한테 존경심을 가졌으면 좋겠어. 오빠는 아빠의 사랑을 잘..

어머니의 사진 한장...

어머니는 숙대를 다니셨다. 식품영양학과라 하셨다. 공강시간이면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다니셨고 전차를 타고 내릴 때면 연애편지가 수북히 쌓였었다는 농담도 하실만큼 즐거웠던 추억이 많으셨다. 교수들은 당시 소속학교에 별 구애를 받지 않고 강의를 다니셨었나 보다. 서을대교수가 와서 강의한 문화사는 오픈북으로 시험을 쳤는데 방심하시다 낭패를 보았었다고. 어떤 친구는 노트를 빌려가 놓고 시험이 끝나고서야 돌려주는 못된 경쟁력을 갖췄었고, 나중엔 그 친구가 교수가 되었더라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 있다. 아들들과 딸들의 집을 바꾸면서 이삿짐을 정리하는 가운데 직경 3센티도 안되는 정도의 작은 흑백사진 하나가 튀어나왔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이다. 전쟁의 참화를 겪어내던 시절이었으니 그 속사정은 모른다. 어려움과 ..

약혼30주년...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몇시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날은 좋았었다. 나는 푸른 빛이 나는 양복을 입었고 그녀는 옅은 분홍색 한복을 차려 입었었다. 큰처남이 제시했던 중국집 대신 둘이 함께 다니던 지하실 작은 개척교회 예배당을 택했다. 나의 어머니 매형 누나 조카들 그녀의 어머니 오빠들 언니들 조카들 그리고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온 친구들 몇으로 가득찬 예배당에서 조목사님이 예배를 인도했고 작은 처남이 사랑에 관한 노래를 특송으로 불러주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그 무엇도 두려워 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체면도, 형식도, 치장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14K 금반지를 예물로 서로 손가락에 끼워주고 그냥 사랑하니까 그것으로 족했다. 곧 미국으로 떠나실 어머니를 위한 우리들의 약혼식이었다. 기념 사진을 ..

나실이의 영작 시 한편.

Waving reeds bustle.A kestrel is on the feedHovering in the air.After harvests the last honey from chamomile,The bee hides.The wind blows-Spaces between a man and a womanGetting smaller.[Comment]가을의 풍경을 담았다.아버지와 한강을 산책 나가면서 눈에 담은 풍경 순서대로 담아서 굳이 제목을 보지 않아도 가을임을 유추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 나실이 대학시절 이미지즘을 나타내는 영시작문 숙제를 한다고 고민하길래 즉흥시 한편을 읊어 주었는데^^ 그것을 듣고 나실이가 영어로 번역하여 제출했습니다. 교수님이 크게 칭찬을 하셨다고... 원래 시는 사라지고..

마지막 축제...

5.16일 이번이 원경이의 마지막 대학 축제라고 나실이와 저와 아내 셋이서 매년 하던대로 놀러갔습니다. 나실이는 오후반차를 내고 아내는 하루 휴가를 받았습니다. 일기예보는 심각한 비가 내릴 것이라 했지만 집을 나설 때는 다행히 거의 비가 그친 상태라서 안심하고 출발했습니다. 가는 도중 아내의 카톡으로 나실이와 원경이를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12시5분경 역에 도착하여 지하철역을 벗어나려 마지막 첫 계단을 오르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습니다. 밖의 캄캄함이 주는 공포가 아래로 밀려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새벽 폭우...이와 비슷하였습니다) 막 폭우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1시간 동안 35밀리의 집중호우였답니다. 역부터 정문앞까지 가는 동안 겨우 5분도 안 ..

결혼기념일과 어버이날...

5.6 아내가 자기 형제들 카톡에 결혼기념일을 맞으며 자신의 29년간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자랑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카톡방에 참여하지 않는 저와 동갑인 큰오라버니가 그로인하여선지 다른 이유때문인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거기다 대고 또 자신이 얼마나 감사하며 사는지 자랑을 하였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이 철없는 막내 동생의 행복타령에 좀 시쿤둥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직접 통화를 한 큰 오리버니는 이 순진한 막내동생의 행복에 조미료를 듬뿍 뿌려주고 싶어졌나 봅니다. 주일날 오후 비쁜 자신을 대신하여 결혼 1년차 된 자신의 아들부부를 우리에게 보냈습니다. 커다란 장미 꽃다발과 케잌을 들려서 말입니다. 우리집 다섯아이 중 두 아들 정치하느라 웤샵을 간 한 놈과 아버지에게 1억을 벌어주겠다며 녹음실에 간..

교신이 생일...^^

4.28은 교신이 생일입니다. 특별히 넘버2께서 19년전의 추억을 글로 남기셨습니다. 얼마나 감동적인지 이 팔푼이 남편은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다섯째 아이 그것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구도 넘을 수 없을만큼, 숨겨져 있지만 강고한 진급 불능이란 사형선고의 장벽 앞에서 불굴의 의지로, 아니 아니 엄청나게 두려움에 떨면서...돌파해버린 생명에 대한 사랑... 그것을 알기에... ... "어릴 때 보던 똘똘이 그림책 기억하시지요. 오늘은 교신이 생일입니다. 교신이를 낳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처럼 오늘도 평화롭고 눈부신 날이었습니다. 교신이를 안고 상계동 주공아파트 단지를 들어서서 1103 동 경비실로 가는 작은 보도를 걸으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나는 세상이 온통 우리를 축복해주는 것같이 느껴지던 그 느낌이 아직..

보이스피싱...

나실이 집이지요? 네 나실이가 사고가 났어요 네에? 어느 병원이지요? 놀라지 마시구요, 지금 병원 가기전에 나실이가 아빠를 찾고 있어요. (나실이! 아빠다 전화받으라~) 아빠아~엉엉 무슨 일이야? 어디를 다친거야? 그게 아니구 사실은~엉엉 왜? 내가 뭔지도 모르고 친구에게 보증을 서줬어~엉엉 그래서? 그 친구가 도망을 갔구 내가 대신 끌려왔어, 여기 조폭 아저씨들이 엉엉~돈을 갚으래 엉엉 얼만데? 말 해봐. 오천만원이야~엉엉 오늘 안 갚으면 죽여버린데~ (야! 우리가 언제 죽인다고 했어 이년아~) 알았다. 엉엉 아빠 돈 있어? 그런 돈이 지금 당장 어디 있겠느냐. (전화 뚝) 12시이니 점심시간이고 식사 하러 나오다가 끌려갔겠구나. 5천만원을 어떻게 구하나... 친구 좋아하더니 기어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교토...

지난주 오랜기간의 기다림과 한동안의 다이어트를 끝내고 진실과 나실 둘이서 일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기모노를 입어볼 요량으로 한 다이어트는 그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입어보지도 못하여 결실을 맺지 못하였으나 사실 별로 다이어트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입어보지 못한 것이 오히려 더 나았다^^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생각합니다. 너무 욕심을 낸 빠듯한 일정때문에 그리고 짖굿은 날씨 탓에 약간은 힘든 여행이었던듯 합니다. 일본에 돈 퍼주는 일을 한다 마뜩치 아니했지만, 제주도보다 싸다는 말로 그리고 친절하고 깨끗하다는 말로 마지막으로 요즘같은 시대에 그런 말씀은 적절치 않다는 말로 제 말을 단칼에 무시해버렸었습니다. 여행이 어땠니 물으니 정말 좋았어요 라고 하면서도 비가 내려서 그리고 꽃이 많이 져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