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 1011

따뜻한, 바람이 좀 많이 불던, 미세먼지가 약간 심했던 주일날 오후...

지난 주일 오후에 제가 잠간 자리를 비운 사이 집안에 폭탄이 터졌습니다. 우리 집엔 폭탄이 셋 있습니다. 하나는 아주 오래되어 낡아서 성능이 별로 시원찮아진 넘버1 폭탄입니다. 그래도 그 잠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제일 두려워 하는 폭탄이지요.^^ 다른 두개는 한참 생생하여 크기도 크고 화력도 대단한 그런 쥐바돼 폭탄들입니다. 그 중에 하난 갓 성인이 되어서 아직 제대로 터져 본적이 없는 것이고 나머지 폭탄이 현재로서는 제일 성능이 쫗습니다. 성능이 하도 좋아 조금만 건드려도 쾅@#$$ 터집니다. 바로 그것이 터진 것입니다. 아내와 새집에 들어와보니 제대로 크게 터진 것은 아니나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만큼은 되어보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이므로 밖으로 나갔던 ..

원경이의 승급식...

2.26. 나실이는 오전반차를 받았고 교신이는 개강까지 며칠 여유가 있어서 저와 셋이 원경이의 승급식에 참석했습니다. 딱딱한 군대문화...가 지배하는 신입들 58기 발대식?과 4학년으로 올라가는 57기 승급식이 다 끝나고 나니 여느 여대생들과 다름없는 활기차고 화기애애한 잔치가 되었습니다. 마침 그날이 이화여대(오후2시)와 연세대의 졸업식(오전10시)이 있는 날이라 가는 길마다 꽃다발 행상들이 즐비했지만 원경이는 절대 꽃다발 사오지 말라고 했고, 우리는 그 말씀에 순종하여 그냥 맨손으로 가서 손잡아 주고 말로만 축하를 전했습니다. 아마 넘버1님이 계셨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만, 그냥 사진 몇장 찍는 것으로 만족해 하였습니다. 친구들이 삼남매가 붕어빵같이 닮았다고 했다더군요. 그녀들은 이해가..

가벼운 사기?^^

교신이 졸업식 때 이야기입니다. 교신이가 학생회장으로서 대표로 졸업장을 받기 위해 앞에 앉아 있었고 각종 시상의 대상자들이 그 옆에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사진사 한 분이 교신이를 비롯한 아이들 사진을 찍길래 학교에서 졸업식 행사를 위해 고용한 사진사인가 생각했답니다. 그러더니 교신이에게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필요할지 모른다며 물어보길래 이상하다 생각은 하면서도 가르쳐 드렸고 아내는 그분의 전화를 받고 교신이가 원해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판단하여 만나서 1장에 2만원, 3장에 5만원하는 흥정에 동의하셨답니다. 게다가 당장 선불을 요구하여 3만원을 드렸고, 잔금을 보내주면 사진을 받기로 계약을 하였습니다. 졸업식이 끝난 후 식사자리에서 교신이가 엄마와 대화 중 그 사진사가 하신 일이 일종의 속임수였음..

교신 충신 졸업하다.

어제 2월6일 오전 11시 같은 날 같은 시에 두 아들의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식이 거행되었습니다. 분신술을 아직 배우질 못해서 아내와 제가 각각 한 놈씩 나누어 맡기로 하였습니다. 진실이는 직장의 일이 많아 도저히 시간을 내지 못했고 나실이는 오전반차라는 것을 내어 오후 1시까지 시간을 벌어두었습니다. 원경이는 놀라리 여대생이라 시간이 많습니다. 패를 나누어야 했습니다.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는 원경이를 엄마와 짝지워 교신이에게로 가게 하고 제가 나실이와 충신이에게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스맛폰으로 교통편을 알아본 나실이가 난색을 표했습니다. 거기 경기도 광주에서 직장까지 2시간이나 걸리므로 오후 1시까지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원경이가 기꺼이 수강신청을 망칠 위험성을 무릅쓰기로 하고 나실..

쇼핑의 새역사...

정시 3군데 중 한 곳은 예비번호가 많이 뒷자리이고, 이름도 낯선 두 곳에선 아직 정확한 연락이 없는 가운데 날이 정말 추워 밤샘알바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에 놀란 마눌님이 빨리 롱패딩이라도 사라고 카드를 던져 주는 바람에 우리 칠스트레일리아 역사에 길이 남을 쇼핑의 새역사가 기록되었습니다. 누구도 같이 가길 원하지 않고 홀로 쇼핑을 하겠다고 나선 교신이 저녁이 되어 백화점에서 산 바리바리 짐을 풀어 놓았습니다. 롱패딩 한벌, 청바지와 티 한세트, 그리고 트레이닝복 롱패딩 하나 사라고 보낸 사람 입장에선 이 정도 목록만해도 놀라운데 그 가격이 가히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만원이하 길거리매장에서 말고는 옷이라곤 사지 않는 아버지는 차치하고 10만원도 안 되는 세일하는 롱패딩을 벌벌 떨면서^^ 단체로..

원경이에게 보내는 위문편지...?^^

사랑하는 원경^^ 난 편지 보내는 것에 반대했다. 겨우 열흘 훈련받는데 장교후보생이 까까머리 신병아가들처럼 편지 타령이냐고... 그런데, 미안하다. 날이 추워지고 눈도 제법 내리니 고된 훈련에 잠시 누리는 너의 즐거움을 강탈한 것 같아서 말이다. 요즘 2만보로 걷기를 늘이고 매일 허덕이며 그 양을 채우고 있다. 약 5천보쯤이 오랫동안 1만5천보 걷던 습관 때문에 모자라곤 한다. 보름째 새벽 한강 길을 홀로 걷고 있는 이유지. 옛 육갑문 자양 나들목을 지나 한강에 접어들면 아침과 오후에 피톤치드 많이 나온다는 숲길로 간다. 밤이니 산소나 피톤치드 대신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오겠지만, 그까짓 거 거기 서서 나뭇가지사이로 보이는 별들을 감상하는 맛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다만 두 가지가 아쉽다. 하나는 오른..

막내아들의 랩...

작년 12월 25일 오후 늦게 신촌 어느 작은 공연장에서 백여명이 관람?하는 가운데 여섯팀이 경연을 벌였답니다. 1등을 억울하게 뺐겨서 상금 20만원이 날아갔다는 막내의 주장이 있었지만 저로서는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웃고말았습니다. 아내가 동영상을 보냈다는데 계절학기 시험을 보느라 열어보지 못하고 오늘 아침에야 보았습니다. 랩에 대하여 문외한인 제 눈엔 제법 잘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실제로 전체적으로는 거친 언어들이 등장한다는데 이 편집된 너무 빨라 90%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을 "부모님용 동영상"에는 그런 말이 없답니다. 잘했다 엄마 아빠 맨붕 오지 않게 잘 했다. 넌 욕하지 멀고 랩해라 ... 할 말이 그것이 전부 입니다. 정시로 강원도에 있는 대학들을 지원하면서 한마디 덧붙여 주었습니다. 그래..

다섯아이 무술년 새해 동정...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요? 실제적인 것 두가지를 꼽는다면 다 큰 자녀들에겐 결혼 덜 큰 자녀들에겐 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옛날 같으면 중매쟁이를 통해 나이가 찼다 싶으면 강제로 혼인하게 만들면 되었을 터이고 훈장에게 회초리 한보따리 싸서 보내 공부 안하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놓고서라도 공부하게 하면 되었을 일인데 우리의 현대라는 시대는 아이들이 알아서 하지 않으면, 부모란 그저 돈이나 조금 보태주는 껍데기일 뿐이니 ... 편하다면 편한 것이겠으나 욕심에 차지 않음과 시기를 놓치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인한 안타까움으로 속은 날로 타오르고, 현실은 막막하고...그렇습니다.^^ 게다가 한 해가 지난만큼 그만큼 근심은 가중되어 한숨이 깊어지니 새해라는 미명하에 그 한..

환갑잔치^^

자정이 넘자마자 아버지 환갑을 제일 먼저 축하해준 충신이가 아침 출근길에 북한 대학원대학에 합격 소식을 전해줌으로 행복한 환갑잔치는 시작되었습니다. 나실이에 이어 밤새 삼성동의 어느 미니스톱을 지키다가 학교로 직접 갔던 교신이가 10시 좀 넘어 축하를 전해 주었고 원경이는 자기는 8시조금 넘어 페북에 축하를 전했으니 교신이보다 먼저라고 치고 들어왔습니다. 그 전날도 수당 없는 야근을 하느라 밤12시에 집에 들어온 진실이에겐 아침에 축하를 듣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ㅎㅎ 아버지의 환갑날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회사로 학교로 달려가고 휴가를 낸 아내와 학교에서 곧 돌아온 교신이와 저만 남았는데 아무래도 환갑이니 거한 점심을 먹기로 하였었고 담임 선생님이 사주신 점심으로 족하다는 밤샘알바로 졸려하는 교신이..

막내의 수능...

수시로 6군데의 대학에 원서를 냈습니다. 붙을만한곳 2, 운이 좋아야 붙을 수 있는곳 4(자세한 학교이름은 교신이의 프라이버시때문에 생략^^) 서울에 3곳(s, h, k), 경기권에 1곳(h), 충청권에 2곳(k,h) 이미 그 중 4군데는 떨어졌고, 수능최저가 있는 두곳만이 남았는데, 기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포항에 지진이 나고 일주일 시험이 연기되자 교신이는 발광을 해대었습니다. 시험공부를 더 해야 되서 힘들어 발광이 아니라 알바하여 돈을 벌고 그 돈 모아 베트남에 놀러갈 계획이 연기되었기 때문입니다. 난 넌 절대 보낼 수 없다. 미성년자인 너를 친구들과 그냥 그런 곳에 보낼 수는 없다. 제가 제 돈으로 가겠다는데 막으시면 곤란하죠, 친구 아버지가 마일리지를 보태주시기로 했습니다. 전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