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환갑잔치^^

주방보조 2017. 12. 7. 16:19

자정이 넘자마자

아버지 환갑을 제일 먼저 축하해준 충신이가 

아침 출근길에 북한 대학원대학에 합격 소식을 전해줌으로 행복한 환갑잔치는 시작되었습니다. 

나실이에 이어 밤새 삼성동의 어느 미니스톱을 지키다가 학교로 직접 갔던 교신이가 10시 좀 넘어 축하를 전해 주었고

원경이는 자기는 8시조금 넘어 페북에 축하를 전했으니 교신이보다 먼저라고 치고 들어왔습니다. 

그 전날도 수당 없는 야근을 하느라 밤12시에 집에 들어온 진실이에겐 아침에 축하를 듣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ㅎㅎ

 

아버지의 환갑날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회사로 학교로 달려가고

휴가를 낸 아내와 학교에서 곧 돌아온 교신이와 저만 남았는데

아무래도 환갑이니 거한 점심을 먹기로 하였었고

담임 선생님이 사주신 점심으로 족하다는 밤샘알바로 졸려하는 교신이를 떼어버리고

아내와 둘이서 함포비빔밥 집에 가서 9천원짜리 갈비탕을 거하게 사 먹었습니다. 이어서 거한^^ 쇼핑을 하기로 했지만

아내의 요즘 몸상태가 좋지 않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이 되면서

교신이는 낮 내내 잠을 자며 자기 방에서 대기상태였고

충신이가 얼굴 가득 예비대학원생다운 행복한 기운을 듬뿍 머금고 나타났습니다.(7시) 

나실이와 원경이가 함께 케익을 사들고 가벼운 진눈깨비길을 걸어 들어왔고(7시30분)

진실이가 맨 나중에 검정롱패딩^^에 휘감긴 채 등장했습니다.(8시 20분) 

 

환갑노인이 직접끓여낸^^ 미역국을 주제로 저녁을 먹고 간단하게 예배도 드리고 

평소같은 케익파티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래도 평생 한 번인 환갑이니 특별한 것이 없을 수가 없는지라, 다섯아이들에게 오래 전부터 받고 싶다고 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전기자전거...

제가 금액도 정해 주었습니다. 진실 나실 15만원씩 충신 13만원 원경 5만원 교신 2만원...계 50만원

인터넷에 나오는 제일 싼 중국산 전기자전거값에 맞춘 것입니다. 

그런데

교신이 때문에 현금이나 현물로 받지 못하고 원경이가 달력 뒷면에 급조한 증정권으로 받았습니다. 

알바를 시작한 교신이가 자기는 아버지 환갑에 겨우 2만원을 할 수는 없다고 천명하고 17일 월급을 받으면 그때 10만원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 막내놈이 우리 칠스트레일리아에 기록되는 역사의 무서움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 같습니다.^^

나실이도 이미 50만원짜리는 너무 빈약해보인다고 자기 할당금을 올리겠다고 한 상태이고

나머지 맏딸이나 맏아들이나 세째딸도 형평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이들이라...ㅎㅎ... 

제가 받은 증정권의 금액이 얼마로 늘어날지 기대가 자못됩니다.

아내에게선 개역개정 성경전서를 한권 환갑선물로 받았습니다.

 

새 검정고무신, 통닭 세마리, 그리고 팔뚝맞기 주사위놀이...저의 환갑잔치에 곁들여진 양념들이었습니다. 

 

원경이 기숙사 가는 길 건대역까지 바래다 주고(10시)

집에 돌아와

평생 한번뿐일 이 화려한 환갑잔치때문에 걷지 못한 나머지 6천보를 걸을까 말까 망설이다

그 소중한 환갑이 끝나버렸습니다.

그만...자정이 넘고 말았습니다.

 

 

 

 

 

 

 

 

      

 

 

 

 

 

 

 

  • 들풀2017.12.07 18:26 신고

    하하
    그야말로 아름답고 멋진잔치!
    교신이가 기특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7.12.08 03:07

      저의 외할머니 환갑은 정말 성대했습니다. 전국의 가까운 친인척은 다 모이고 외삼촌 동료들도 가득...제 어린 눈엔 어마어마했지요.
      저의 어머니 세대 환갑은 연회장에서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 몇을 초청하여 그 전세대에 비하면 상당히 조촐해졌고
      우리 세대는 환갑의 의미가 사라진 세대답게 ... 다들 조용히 지내는 것같습니다.^^
      ㅎㅎ...성공한 친구들은 좀 남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malmiama2017.12.07 19:54 신고

    좋습니다 좋아요~~ 아주^^
    저는 내년에 제가 거하게 한턱 내기로 했습니다.
    올해 제 생일에 모인 두 예비 며느리 앞에서 약속했지요.
    내가 태어났기에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되어 기쁘다는 이유를 들어가면서..ㅎㅎ

    답글
    • 주방보조2017.12.08 03:12

      두 예비며느리라니...부럽습니다.^^
      저도 두 예비사위...이렇게 저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딸들이 다른 건 아버지를 많이 안 닮고 연애못하는 것만 꼭 닮았습니다.

  • 김순옥2017.12.08 09:31 신고

    멋지네요!
    요즘은 작은 행사가 대세라고 해요.
    부모님의 관심과 애정을 잘 받고 실천해가는
    독수리남매들의 헤아릴줄아는 모습들도 기특하구요.
    저희는 지난 회갑에 그야말로 단출했었어요.
    한빛이마저 군대에 가있었어요.

    지금처럼 행복하게 칠순,팔순...오래오래 함께하시길 축복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7.12.08 18:55

      감사합니다.
      오래오래는 힘들것같고...사는 날 동안은 가족들과 사이좋게 함께 어울리고 싶습니다.
      ㅎㅎ...아이들이 배반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 주방보조2017.12.08 18:57

      보내주신 귤은 감사하게 잘 먹겠습니다. 원경이에게 점심대접을 꼭 하라 했는데...기말 시험끝나고 든지 녀석이 연락하면 거절치 마시길...^^ [비밀댓글]

    • 김순옥2017.12.11 08:42 신고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이 보내드리고 싶었습니다만 ㅎㅎ
      원경이가 가까이 있어도 저도 연락하지 못하네요.
      뭘하는지 정해진 일이 아니면 놓치게 돼요.
      삶이 갈수록 여유롭지 못하고 허둥지둥 사는 것 같아요.

      날씨가 많이 추워요. 온 가족이 감기 조심하시길요.

      [비밀댓글]

  • 한재웅2017.12.12 13:33 신고

    그렇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환갑잔치는 마을 잔치였고
    아버지 때는 칠순이 마을잔치는 아니더라도 일가친척이 다모여 잔치했는데 저희때는 환갑은 차치하더라도 칠순 팔순이 되어도 직계가족만 모인 잔치가 될겁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7.12.12 19:45

      네, 우리 아이들을 보면 삼촌이나 이모는 일년에 한 두번 보고 사촌들은 1년에 한번도 제대로 못보는 ..겨우 결혼식이나 가볼까요. 남들만도 못한 관계가 되어가는 듯 보입니다. 핵가족에서 이젠 1인가족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ㅎㅎ...혹 운좋게 칠순을 맞았을 때 우리집은 다섯아이라도 다 모일 수나 있을런지...^^

  • 이요조2017.12.27 18:18 신고

    오!이런!
    칠스테리아의 대통령,환갑이셨군요.
    뒤늦게 축하드립니다.
    아직인지만 알았는데 ㅡ
    건강하시고 칠스테리아 잘 이끌어 나가시길 ㅡ
    아참!칠스테리아는 공화국입니까?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