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993

충신이오빠에게...

연말이라 책상 서랍 하나를 정리하다가 To. 충신이 오빠 From. 원경님 Happy Birthday~ ㅎ ㅎ ㅎ ㅎ ㅎ 이렇게 겉봉투에 쓰여 있는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연필로 쓴 편지라 11년 반이 지나서 여기저기 흐릿해져 있었지만 왕 큰 돋보기를 동원해서 읽어내려 갔습니다. 충신이는 이때 이 현자인 여동생의 말을 들었어야 했습니다. 그랬더라면 지금 충신이는 불평없이 좋은 직장을 잘 다니고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이때 현자인 원경이의 나이는 만 14살 2월생이라 중2였습니다. ㅎㅎ... >>충신이 오빠에게 좀 늦었지만 (편지로) 생일 축하해! 이제 진짜 17살이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지... 동생으로서 잔소리하기 뭣하지만여기에 쓸 건 쓸게. 우선 아빠한테 존경심을 가졌으면 좋겠어. 오빠는 아빠의 사랑을 잘..

나실이의 영작 시 한편.

Waving reeds bustle.A kestrel is on the feedHovering in the air.After harvests the last honey from chamomile,The bee hides.The wind blows-Spaces between a man and a womanGetting smaller.[Comment]가을의 풍경을 담았다.아버지와 한강을 산책 나가면서 눈에 담은 풍경 순서대로 담아서 굳이 제목을 보지 않아도 가을임을 유추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 나실이 대학시절 이미지즘을 나타내는 영시작문 숙제를 한다고 고민하길래 즉흥시 한편을 읊어 주었는데^^ 그것을 듣고 나실이가 영어로 번역하여 제출했습니다. 교수님이 크게 칭찬을 하셨다고... 원래 시는 사라지고..

마지막 축제...

5.16일 이번이 원경이의 마지막 대학 축제라고 나실이와 저와 아내 셋이서 매년 하던대로 놀러갔습니다. 나실이는 오후반차를 내고 아내는 하루 휴가를 받았습니다. 일기예보는 심각한 비가 내릴 것이라 했지만 집을 나설 때는 다행히 거의 비가 그친 상태라서 안심하고 출발했습니다. 가는 도중 아내의 카톡으로 나실이와 원경이를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12시5분경 역에 도착하여 지하철역을 벗어나려 마지막 첫 계단을 오르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습니다. 밖의 캄캄함이 주는 공포가 아래로 밀려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새벽 폭우...이와 비슷하였습니다) 막 폭우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1시간 동안 35밀리의 집중호우였답니다. 역부터 정문앞까지 가는 동안 겨우 5분도 안 ..

결혼기념일과 어버이날...

5.6 아내가 자기 형제들 카톡에 결혼기념일을 맞으며 자신의 29년간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자랑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카톡방에 참여하지 않는 저와 동갑인 큰오라버니가 그로인하여선지 다른 이유때문인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거기다 대고 또 자신이 얼마나 감사하며 사는지 자랑을 하였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이 철없는 막내 동생의 행복타령에 좀 시쿤둥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직접 통화를 한 큰 오리버니는 이 순진한 막내동생의 행복에 조미료를 듬뿍 뿌려주고 싶어졌나 봅니다. 주일날 오후 비쁜 자신을 대신하여 결혼 1년차 된 자신의 아들부부를 우리에게 보냈습니다. 커다란 장미 꽃다발과 케잌을 들려서 말입니다. 우리집 다섯아이 중 두 아들 정치하느라 웤샵을 간 한 놈과 아버지에게 1억을 벌어주겠다며 녹음실에 간..

교신이 생일...^^

4.28은 교신이 생일입니다. 특별히 넘버2께서 19년전의 추억을 글로 남기셨습니다. 얼마나 감동적인지 이 팔푼이 남편은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다섯째 아이 그것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구도 넘을 수 없을만큼, 숨겨져 있지만 강고한 진급 불능이란 사형선고의 장벽 앞에서 불굴의 의지로, 아니 아니 엄청나게 두려움에 떨면서...돌파해버린 생명에 대한 사랑... 그것을 알기에... ... "어릴 때 보던 똘똘이 그림책 기억하시지요. 오늘은 교신이 생일입니다. 교신이를 낳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처럼 오늘도 평화롭고 눈부신 날이었습니다. 교신이를 안고 상계동 주공아파트 단지를 들어서서 1103 동 경비실로 가는 작은 보도를 걸으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나는 세상이 온통 우리를 축복해주는 것같이 느껴지던 그 느낌이 아직..

보이스피싱...

나실이 집이지요? 네 나실이가 사고가 났어요 네에? 어느 병원이지요? 놀라지 마시구요, 지금 병원 가기전에 나실이가 아빠를 찾고 있어요. (나실이! 아빠다 전화받으라~) 아빠아~엉엉 무슨 일이야? 어디를 다친거야? 그게 아니구 사실은~엉엉 왜? 내가 뭔지도 모르고 친구에게 보증을 서줬어~엉엉 그래서? 그 친구가 도망을 갔구 내가 대신 끌려왔어, 여기 조폭 아저씨들이 엉엉~돈을 갚으래 엉엉 얼만데? 말 해봐. 오천만원이야~엉엉 오늘 안 갚으면 죽여버린데~ (야! 우리가 언제 죽인다고 했어 이년아~) 알았다. 엉엉 아빠 돈 있어? 그런 돈이 지금 당장 어디 있겠느냐. (전화 뚝) 12시이니 점심시간이고 식사 하러 나오다가 끌려갔겠구나. 5천만원을 어떻게 구하나... 친구 좋아하더니 기어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교토...

지난주 오랜기간의 기다림과 한동안의 다이어트를 끝내고 진실과 나실 둘이서 일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기모노를 입어볼 요량으로 한 다이어트는 그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입어보지도 못하여 결실을 맺지 못하였으나 사실 별로 다이어트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입어보지 못한 것이 오히려 더 나았다^^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생각합니다. 너무 욕심을 낸 빠듯한 일정때문에 그리고 짖굿은 날씨 탓에 약간은 힘든 여행이었던듯 합니다. 일본에 돈 퍼주는 일을 한다 마뜩치 아니했지만, 제주도보다 싸다는 말로 그리고 친절하고 깨끗하다는 말로 마지막으로 요즘같은 시대에 그런 말씀은 적절치 않다는 말로 제 말을 단칼에 무시해버렸었습니다. 여행이 어땠니 물으니 정말 좋았어요 라고 하면서도 비가 내려서 그리고 꽃이 많이 져서 ..

따뜻한, 바람이 좀 많이 불던, 미세먼지가 약간 심했던 주일날 오후...

지난 주일 오후에 제가 잠간 자리를 비운 사이 집안에 폭탄이 터졌습니다. 우리 집엔 폭탄이 셋 있습니다. 하나는 아주 오래되어 낡아서 성능이 별로 시원찮아진 넘버1 폭탄입니다. 그래도 그 잠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제일 두려워 하는 폭탄이지요.^^ 다른 두개는 한참 생생하여 크기도 크고 화력도 대단한 그런 쥐바돼 폭탄들입니다. 그 중에 하난 갓 성인이 되어서 아직 제대로 터져 본적이 없는 것이고 나머지 폭탄이 현재로서는 제일 성능이 쫗습니다. 성능이 하도 좋아 조금만 건드려도 쾅@#$$ 터집니다. 바로 그것이 터진 것입니다. 아내와 새집에 들어와보니 제대로 크게 터진 것은 아니나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만큼은 되어보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이므로 밖으로 나갔던 ..

원경이의 승급식...

2.26. 나실이는 오전반차를 받았고 교신이는 개강까지 며칠 여유가 있어서 저와 셋이 원경이의 승급식에 참석했습니다. 딱딱한 군대문화...가 지배하는 신입들 58기 발대식?과 4학년으로 올라가는 57기 승급식이 다 끝나고 나니 여느 여대생들과 다름없는 활기차고 화기애애한 잔치가 되었습니다. 마침 그날이 이화여대(오후2시)와 연세대의 졸업식(오전10시)이 있는 날이라 가는 길마다 꽃다발 행상들이 즐비했지만 원경이는 절대 꽃다발 사오지 말라고 했고, 우리는 그 말씀에 순종하여 그냥 맨손으로 가서 손잡아 주고 말로만 축하를 전했습니다. 아마 넘버1님이 계셨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만, 그냥 사진 몇장 찍는 것으로 만족해 하였습니다. 친구들이 삼남매가 붕어빵같이 닮았다고 했다더군요. 그녀들은 이해가..

가벼운 사기?^^

교신이 졸업식 때 이야기입니다. 교신이가 학생회장으로서 대표로 졸업장을 받기 위해 앞에 앉아 있었고 각종 시상의 대상자들이 그 옆에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사진사 한 분이 교신이를 비롯한 아이들 사진을 찍길래 학교에서 졸업식 행사를 위해 고용한 사진사인가 생각했답니다. 그러더니 교신이에게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필요할지 모른다며 물어보길래 이상하다 생각은 하면서도 가르쳐 드렸고 아내는 그분의 전화를 받고 교신이가 원해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판단하여 만나서 1장에 2만원, 3장에 5만원하는 흥정에 동의하셨답니다. 게다가 당장 선불을 요구하여 3만원을 드렸고, 잔금을 보내주면 사진을 받기로 계약을 하였습니다. 졸업식이 끝난 후 식사자리에서 교신이가 엄마와 대화 중 그 사진사가 하신 일이 일종의 속임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