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마지막 축제...

주방보조 2018. 5. 18. 03:03

5.16일

이번이

원경이의 마지막 대학 축제라고

나실이와 저와 아내 셋이서 매년 하던대로 놀러갔습니다.

나실이는 오후반차를 내고 아내는 하루 휴가를 받았습니다. 

 

일기예보는 심각한 비가 내릴 것이라 했지만  집을 나설 때는 다행히 거의 비가 그친 상태라서 안심하고 출발했습니다.

가는 도중 아내의 카톡으로 나실이와 원경이를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12시5분경 역에 도착하여 지하철역을 벗어나려 마지막 첫 계단을 오르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습니다.

밖의 캄캄함이 주는 공포가 아래로 밀려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새벽 폭우...이와 비슷하였습니다)

막 폭우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1시간 동안 35밀리의 집중호우였답니다. 역부터 정문앞까지 가는 동안 겨우 5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운 좋게도? 그 엄청난 폭우가운데 놓여버린 것이었습니다. 

우산이 있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겨우 머리가 젖는 것을 막아주는 정도였습니다.

그런 상태로 정문 앞 인파 가운데 기다리고 있던 원경이를 만났고 좀 더 기다려 나실이도 함께히게 되었습니다. 

학교안을 살펴보니

이미 축제를 위해 설치해 놓은 주인 없는 가판대들은 텅 비었고 모두 물에 흥건히 젖어 있었습니다. 

우리의 축제참여라 해봐야 가판대에서 이것저것 사먹는 것이 전부였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실내에 임시방편으로 마련되었다는 먹거리 판매는 원경이가 비추하였습니다. 실내에선 불을 쓸 수 없어서 먹을만 한 것이 별로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마눌님이 반대.

결국 학교 지하4층의 어마어마한 고급^^음식점이 선택되었습니다. Dr. Robbin...이라는 

 

신발은 물로 흠뻑적셔져서 걸을 때마다 질퍽거리고 

온 몸이 다 축축한데 

음식점은 마침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빽빽하여 겨우겨우 자리를 잡았고 주문하고도 40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단호박안에 희멀건죽이 들어 있는 것, 짬뽕비슷하게 생긴 것, 거무티티한 피자한판, 그리고 하나는 영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사진을 올리면서 설익은 밥종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구동성 단호박희멀건죽이 제일 맛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원경이네 대학 축제엔 (나실이에게 삐져서 제가 한번 빠지고) 세번을 갔는데 그중 가장 잘 차려먹은 식사였습니다. 매번 가판대의 시시한 음료나 꼬치따위만 먹었었으니까요.

특별히 원경이에겐 폭우중 축제가 오히려 성찬이 되었습니다. 원경이도 그 비싼 식당은 처음이었다니까...

 

식사후 한참을 함께 조잘거리다가

식당이 텅 비어가는 2시20분쯤 그곳을 나와서 

고무신을 신고 올 것을 괜히 운동화를 신었어 라고 후회하며 저는 화장지로 푹 젖은 운동화의 물기를 한참 닦아내야만 했습니다. 

두 딸의 반대를 무시하고 계단을 올라 아래로 펼쳐진 전망을 둘러보고 천천히 정문쪽으로 내려오며 잠간동안이지만 원경이의 대학 마지막 축제의 하일라이트를 누렸습니다. 이미 비는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고 먼지 하나 없이 탁 트인 시야에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었습니다.

 

정문을 벗어나

원경이는 언니에게 커피쿠폰 하나 받아 공부하러 가고

나머지 우리 셋은 택시를 탈까 전철을 탈까 논쟁을 벌이다가

비싼 점심 먹고 택시까지 타면 안 된다는 구두쇠아버지의 압박이 2:1의 불리한 상황에도불구하고 승리하였습니다. 

 

왕복 1시간의 교통시간까지 합하여 겨우 3시간 30분의 여행이었는데

비를 맞아서인지 정말 피곤하였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각각 깊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축제 참석이 그러냐구요?

네, 그냥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축제조차 이토록 단순하게...^^   

 

 

 

 

 

 

 

 

 

 

 

 

 

 

 

 

 

 

 

 

 

 

 

 

 

 

 

 

 

 

 

 

 

 

 

 

   

  • malmiama2018.05.18 07:13 신고

    만족해서 행복하면 좋은게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8.05.18 07:43

      예전엔 축제파트너 구하는 일이 중요했었는데^^
      우리 딸은 그런 일이 없으니 큰 일입니다. 요즘 다 그런 것은 아닐텐데 말입니다.

  • 한재웅2018.05.18 09:44 신고

    따님의 대학축제에 가족이 참여하니 보기 좋네요.
    아들같으면 어림 없죠?

    답글
    • 주방보조2018.05.18 16:10

      아들 딸의 문제라기보다는...거리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아마 아들놈들이라면 오지마세요...였을 것은 확실합니다. ㅎㅎ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신이오빠에게...  (0) 2020.12.21
나실이의 영작 시 한편.  (0) 2018.05.20
결혼기념일과 어버이날...  (0) 2018.05.09
교신이 생일...^^  (0) 2018.05.01
보이스피싱...  (0) 2018.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