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결혼기념일과 어버이날...

주방보조 2018. 5. 9. 07:53

5.6

아내가

자기 형제들 카톡에

결혼기념일을 맞으며 자신의 29년간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자랑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카톡방에 참여하지 않는 저와 동갑인 큰오라버니가 그로인하여선지 다른 이유때문인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거기다 대고 또 자신이 얼마나 감사하며 사는지 자랑을 하였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이 철없는 막내 동생의 행복타령에 좀 시쿤둥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직접 통화를 한 큰 오리버니는 이 순진한 막내동생의 행복에 조미료를 듬뿍 뿌려주고 싶어졌나 봅니다.

주일날 오후 비쁜 자신을 대신하여 

결혼 1년차 된 자신의 아들부부를 우리에게 보냈습니다. 커다란 장미 꽃다발과 케잌을 들려서 말입니다. 

우리집 다섯아이 중 두 아들 정치하느라 웤샵을 간 한 놈과 아버지에게 1억을 벌어주겠다며 녹음실에 간 또 한놈을 뺀 나머지 세딸들은 

사촌오빠부부의 참여로 특별해진 부모의 29주년 결혼기념일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등촌샤브샤브칼국수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처조카부부를 보냈습니다.

며칠 몸살감기를 앓는 진실이를 뺀 나머지 넷이 한강산책을 하며

'내년부턴 결혼기념은 우리 둘이서만 할테니 신경꺼라' 폼나 한마디 하고...마무리.^^ 

아, 그리고 여전히 예쁘고 순진한 매력덩어리 아내에게 앞으론 절대로 자랑질하기 없기...신신당부를 하였습니다. 

  

 

 

 

 

5.7

문대통령이 내년부터나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하겠다 하셔서(제일 마음에 드는 공약입니다.^^)

올해는 마침 5.7일이 5,5일 대체공휴일이라 요양원에 계신 장모님께 미리 어버이날 인사를 가기로 하였습니다.

전날의 피곤도 있었으나

아침부터 쇠고기를 갈아 동그랑땡을 만들고 호박죽을 쑤고 

오후 두시나 되어 의정부로 출발했습니다.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 하여 걱정을 하였었는데 다행히 영양제를 맞고 기운을 차리신듯 

요양원 거실 티비를 보며 다른 때보다 더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보세요, 티비를 보시니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시잖아요. 치매가 온 노인들에게 티비는 필수적인 거예요. 그러니 늙은 내가 티비를 좀 많이 본다고 너무 나무라지 마시오'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알았어요. 그런데요 너무 많이 보시니까 그렇죠.'

그동안 티비를 많이 본다고 핍박을 여러번 받았던 터라 마치 면죄부를 손에 넣은 듯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장모님이 안 드시겠다고 한 호박죽을 딸들에게 갖다 주려 새집에 들어섰는데

커다란 박스에든 삼성 티비가 마루에 놓여 있었습니다.

"야 이건 뭐냐?"

"모르셔도 되요."

"그러지 말고 말해 뭐야~"

"ㅎㅎ...어버이날 선물이에요."

"잉?"

 

작년에 공기청정겸용가습기?를 선물하더니

올해는 티비를 골랐다고...원경이가 제안한 무선청소기와 나실이의 티비중에서 고민하다가. 

원경이는 거기에 예쁜 크리스탈 등? 하나를 추가하였습니다. 

 

기왕 티비를 살 것이면 더 큰 것을 사지 그랬느냐...하니

교신이가 저도 2만 5천원이나 보태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러시면 안 되죠...하고 받아쳤고

진실이와 나실이도 자기들도 이마트에서 들고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하고 웃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조금 전 장모님과 티비의 아름다운 조화?를 경험한 아내는 아이들이 티비를 선택한 것에 대하여 조금도 나무라지 않은 것과

오히려 제게 정말 큰 티비를 원하는 것이나고 하여 나를 놀래킨 일입니다. 저랑 30년 가까이 살면서 아직도 이렇게 저의 말을 고지곧대로만 들으시니. 일종의 반어법적 농담이예요...설명을 드려야 했다는 것 아닙니까.    

         

케잌을 앞에 놓고 모두 둘러모인 가운데 충신이에게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를 부르라 하였습니다. 마눌님이 충신이 넣을 때 제일 고생을 많이 하였으므로...충신이의 독창으로 시작하여 합창으로 완성된 이 노래는 제겐 드려야할 어머니 생각에 항상 울컥하게 만드는 노래입니다. 

그리고 결혼기념일에 이어 어버이날까지 이틀연속 케잌이라니...하며 케잌위의 딸기 반쪽을 입에 넣고 잠간 안방에 들어가 막 진실이가 설치한 티비를 구경갔다 나오니...이미 케잌은 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뭐 케잌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괜히 좀 섭섭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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