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실이 집이지요?
네
나실이가 사고가 났어요
네에? 어느 병원이지요?
놀라지 마시구요, 지금 병원 가기전에 나실이가 아빠를 찾고 있어요.
(나실이! 아빠다 전화받으라~)
아빠아~엉엉
무슨 일이야? 어디를 다친거야?
그게 아니구 사실은~엉엉
왜?
내가 뭔지도 모르고 친구에게 보증을 서줬어~엉엉
그래서?
그 친구가 도망을 갔구 내가 대신 끌려왔어, 여기 조폭 아저씨들이 엉엉~돈을 갚으래 엉엉
얼만데? 말 해봐.
오천만원이야~엉엉 오늘 안 갚으면 죽여버린데~
(야! 우리가 언제 죽인다고 했어 이년아~)
알았다.
엉엉 아빠 돈 있어?
그런 돈이 지금 당장 어디 있겠느냐.
(전화 뚝)
12시이니 점심시간이고 식사 하러 나오다가 끌려갔겠구나.
5천만원을 어떻게 구하나...
친구 좋아하더니 기어코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나실이가 얼마나 겁이 많은데 참으로 큰일이로고.
보증같은 건 그토록 서면 안된다고 했건만, 아비 말을 듣질 않으니.
도망간 친구는 영어슬기인가? 남양주친구인가?
전화가 끊긴 후 약 3초 사이에 제 머리 속에는 별별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전화를 끊어버린 것은 그 경상도 사투리 비슷한 중년 남자놈이겠고
다시 전화오기 전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벌벌 떨리는 손으로 나실이의 핸드폰에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네
나실이냐? 아빤데
무슨 일이세요?
너 뭐 하고 있느냐? 헉! 별일 없느냐?
왜요?
네가 보증섰다가 조폭에게 끌려가 울며 전화하다 전화가 끊겨서...
호호, 제가 그럴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우는 소리가 딱 너였거든...
우리 사무실 여직원들 모두 똑같은 일이 있나봐요.
그렇구나.
호호호호
너희 팀장님에게 회사차원에서 알아보시라고 해라, 집 전화번호가 털린 거잖아...어이구
놀라셨어요?
지금 심장이 말도 아니야, 난 네가 전화 안 받으면 미친듯이 돈 구하고 있을 거야.
호호호 저 전화 잘 안 받는데
그러게 말이다.
...
그들의 전화를 받았을 때
저는 울며 말하는 아가씨가 나실이가 아니라고 눈꼽 만큼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화가 끊어지지 않고 나를 조금 더 몰아붙였더라면 저는 그들이 하라는대로 하였을 것입니다.
차분하게 제가 건 전화를 받는 진짜 나실이가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속았다는 것과 내가 이 정도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했을까 분노가 치솟습니다.
심장이 총맞은 것 같습니다.
...
추가...
두 시간 후
진실이네 집이지요? 진실이가 사고를 당했어요.
경상도 사투리같은 어투의 여자가 전화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전화기를 없애버려야겟습니다.
-
-
-
제주변에도 그런전화 받은사람 있는데 그순간 머리속이 하얗게 변해서 진실여부를 판단할 겨를도 없다고 하더군요.
답글
저는 얼마전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으니
'재웅아 나야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전화한거야'
하길래 제가 '누구?'하니 '나야 내목소리도 몰라?'
'모르겠는데'하니 뚝 끊어버리더군요.
요것도 보이스피싱 시도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의외로 똑똑하신 분들이 순진한 면이 있기도 해요.
답글
객관적으로는 분명히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저한테 그런 전화가 왔다면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예전에 시골 새언니가 그런 전화를 받고 소동을 피운 적이 있어요.
아마도 은행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달려갔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을 거에요.
전화를 끊지 말고 행동 개시를 원하는 타이밍에 오빠가 들어왔고,
신고를 했고, 경찰까지 와서 내가 아들이다...라고 하면서 일단락이 되었다고 해요.
아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기 정신이 아니었다고 했어요.
저도 아주 오래전에 조선족 목소리의 남자로부터 남편의 은행연체여부를 들먹이면서
조사를 해줄거냐고 묻길래 그때만 해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애매했어요.
일단 됐다고 끊고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무슨 말이냐고 하더군요.
해프닝이긴 해도 그 순간의 당혹스러움이 전해지고 또한 다행인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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