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따뜻한, 바람이 좀 많이 불던, 미세먼지가 약간 심했던 주일날 오후...

주방보조 2018. 3. 14. 00:43

지난 주일 오후에 

제가 잠간 자리를 비운 사이

집안에 폭탄이 터졌습니다. 

 

우리 집엔 폭탄이 셋 있습니다.

하나는 아주 오래되어 낡아서 성능이 별로 시원찮아진 넘버1 폭탄입니다. 

그래도 그 잠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제일 두려워 하는 폭탄이지요.^^ 

다른 두개는 한참 생생하여 크기도 크고 화력도 대단한 그런 쥐바돼 폭탄들입니다. 

그 중에 하난 갓 성인이 되어서 아직 제대로 터져 본적이 없는 것이고 나머지 폭탄이 현재로서는 제일 성능이 쫗습니다.  성능이 하도 좋아 조금만 건드려도 쾅@#$$ 터집니다. 

바로 그것이 터진 것입니다. 

 

아내와 새집에 들어와보니 제대로 크게 터진 것은 아니나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만큼은 되어보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이므로

밖으로 나갔던 큰 쥐바돼폭탄을 불러들이고 나머지 식구들을 테이블에 둘러 모았습니다. 

 

하나씩 자기 입장을 말하게 하고 이번 폭발사건에 대한 의견을 교환 하게 했습니다.

여전히 열받아 씩씩거리거나 억울한 마음에 울거나 하는 일이 있었지만 

대략의 스토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방에서 딸들이 미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댓글에 '한남'이라는 말이 들어간 문장을 읽게 되었습니다.

거실에 있던 큰 쥐바돼가 그 단어를 듣고 자신을 포함한 남자들에 대한 비하로 오해하고 벌컥 화를 낸 것입니다. 그리고 몇마디 폭탄을 펑 터뜨리고 집을 나가버렸고

딸들은 왜 폭탄이 터졌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황당해 했으며 이 만만치 않은 미녀3총사도 상당히 화가 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경우 왕은 정말 괴롭습니다. 모두를 모아놓은 그 짧은 시간에 모두를 납득하게 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못내리거나 어느쪽에 기울어진 결론을 내리게 되면 두고두고 집안에 전쟁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을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제게 하나님이 지혜를 주시고^^ 

교신이가 전직 회장으로서 토론의 달인답게 적절한 중재적 발언을 해 주어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짧고도 분명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앞으로 우리집에선 남녀에 대한 저속한 비하어 또는 은어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입에 올리지 않는다.

2.큰 쥐바돼는 폭탄을 터뜨린 것에 대해 사과한다.      

 

...

 

가족회의가 끝나고 

진실이가 정말 오랜만에 한강에 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선약이 있는 나실이와 교신이가 빠지고 나머지 다섯이 한강 나들이를 갔습니다. 워낙 꼼짝 안 하는 맏딸이 한 제안이라 기쁜 마음으로 동의하고 때루와에서 커피도 사주고 고고핫도그도 먹으며 한강 공원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아직 영춘화도 개나리도 피지 않았지만 봄은 이미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따뜻했지만 바람이 좀 세게 불었고 미세먼지가 좀 많았던 탓인지 저와 아내와 진실이는 그날부터 가벼운 감기기운에 시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 김순옥2018.03.14 08:22 신고

    민주주의를 가장 잘 실천하는 가족이 확실해요.
    어떤 의미로든 대화와 토론이 살아있다는 것은 발전을 의미하니까요.
    폭탄의 효과는 때때로 큰 부작용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제3자들이 바라볼 때는 짜릿함도 있으니까요 ㅎㅎ

    가끔안 한 둘 빠지기도 하지만 인증샷들이 오래오래 가족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부모님에 대한 사랑으로 회자되리라 믿어요.

    답글
    • 주방보조2018.03.14 23:00

      아들들이 엄마를 닮아서 다혈질이 좀 있습니다. 딸들은 저를 닮아 좀 느긋한 편이구요.
      아이들이 나이가 들수록 그 닮은 성향이 다름이 뚜렷해지는 것같습니다.
      요즘은 남녀문제로 이번 다툼이 작년에 한번있었고 그 두번째입니다.

  • 한재웅2018.03.14 08:51 신고

    왕으로 자처하시는 김선생님을 보니 넘버3가 아니라넘버 0 이군요^^

    답글
    • 주방보조2018.03.14 23:04

      ㅎㅎ...국회의장급왕에 불과합니다. 화평케 하는 일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권력을 휘둘러 일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져 가고
      눈치보면서 중재를 하는 것이지요.

  • malmiama2018.03.16 07:11 신고

    그래도 끝이 좋네요.
    한강변..그리고 가족...좋은 주일 오후였겠습니다.
    진실로 인해..^^

    답글
    • 주방보조2018.03.16 16:53

      ㅎㅎ...네, 끝이 좋았습니다.
      형제가 서로 반목하는 것보다 속상한 일이 없으니까요.
      나실이가 충신이 사과를 받아주기전 5초정도 침묵했는데... 제 속에선 아드레날린이 펑펑 솟고 있었습니다.ㅜㅜ

  • 들풀2018.03.16 09:27 신고

    세상에나
    폭탄을 잘 모르시나봐요 ^^
    그저 의견대립 정도인거 같구만!
    그리고 한강변 산책과 스트레칭.
    건강한 가족이라
    보기만해도 즐겁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8.03.16 16:56

      아니예요. 칠스트레일리아가 남북으로 두동강 날뻔했다니까요...

      그리고 저 스트레칭...제겐 찢어지는 아픔을 참고 하는 거랍니다. 왼쪽어깨 오십견때문에...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이스피싱...  (0) 2018.04.24
교토...  (0) 2018.04.11
원경이의 승급식...  (0) 2018.03.05
가벼운 사기?^^  (0) 2018.02.18
교신 충신 졸업하다.  (0) 2018.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