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오후에
제가 잠간 자리를 비운 사이
집안에 폭탄이 터졌습니다.
우리 집엔 폭탄이 셋 있습니다.
하나는 아주 오래되어 낡아서 성능이 별로 시원찮아진 넘버1 폭탄입니다.
그래도 그 잠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제일 두려워 하는 폭탄이지요.^^
다른 두개는 한참 생생하여 크기도 크고 화력도 대단한 그런 쥐바돼 폭탄들입니다.
그 중에 하난 갓 성인이 되어서 아직 제대로 터져 본적이 없는 것이고 나머지 폭탄이 현재로서는 제일 성능이 쫗습니다. 성능이 하도 좋아 조금만 건드려도 쾅@#$$ 터집니다.
바로 그것이 터진 것입니다.
아내와 새집에 들어와보니 제대로 크게 터진 것은 아니나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만큼은 되어보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이므로
밖으로 나갔던 큰 쥐바돼폭탄을 불러들이고 나머지 식구들을 테이블에 둘러 모았습니다.
하나씩 자기 입장을 말하게 하고 이번 폭발사건에 대한 의견을 교환 하게 했습니다.
여전히 열받아 씩씩거리거나 억울한 마음에 울거나 하는 일이 있었지만
대략의 스토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방에서 딸들이 미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댓글에 '한남'이라는 말이 들어간 문장을 읽게 되었습니다.
거실에 있던 큰 쥐바돼가 그 단어를 듣고 자신을 포함한 남자들에 대한 비하로 오해하고 벌컥 화를 낸 것입니다. 그리고 몇마디 폭탄을 펑 터뜨리고 집을 나가버렸고
딸들은 왜 폭탄이 터졌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황당해 했으며 이 만만치 않은 미녀3총사도 상당히 화가 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경우 왕은 정말 괴롭습니다. 모두를 모아놓은 그 짧은 시간에 모두를 납득하게 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못내리거나 어느쪽에 기울어진 결론을 내리게 되면 두고두고 집안에 전쟁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을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제게 하나님이 지혜를 주시고^^
교신이가 전직 회장으로서 토론의 달인답게 적절한 중재적 발언을 해 주어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짧고도 분명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앞으로 우리집에선 남녀에 대한 저속한 비하어 또는 은어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입에 올리지 않는다.
2.큰 쥐바돼는 폭탄을 터뜨린 것에 대해 사과한다.
...
가족회의가 끝나고
진실이가 정말 오랜만에 한강에 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선약이 있는 나실이와 교신이가 빠지고 나머지 다섯이 한강 나들이를 갔습니다. 워낙 꼼짝 안 하는 맏딸이 한 제안이라 기쁜 마음으로 동의하고 때루와에서 커피도 사주고 고고핫도그도 먹으며 한강 공원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아직 영춘화도 개나리도 피지 않았지만 봄은 이미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따뜻했지만 바람이 좀 세게 불었고 미세먼지가 좀 많았던 탓인지 저와 아내와 진실이는 그날부터 가벼운 감기기운에 시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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