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막내의 수능...

주방보조 2017. 11. 24. 18:46

수시로 6군데의 대학에 원서를 냈습니다.

붙을만한곳 2, 운이 좋아야 붙을 수 있는곳 4(자세한 학교이름은 교신이의 프라이버시때문에 생략^^)

서울에 3곳(s, h, k), 경기권에 1곳(h), 충청권에 2곳(k,h)

이미 그 중 4군데는 떨어졌고, 수능최저가 있는 두곳만이 남았는데, 기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포항에 지진이 나고 일주일 시험이 연기되자 교신이는 발광을 해대었습니다. 

시험공부를 더 해야 되서 힘들어 발광이 아니라 알바하여 돈을 벌고 그 돈 모아 베트남에 놀러갈 계획이 연기되었기 때문입니다.

난 넌 절대 보낼 수 없다. 미성년자인 너를 친구들과 그냥 그런 곳에 보낼 수는 없다. 

제가 제 돈으로 가겠다는데 막으시면 곤란하죠, 친구 아버지가 마일리지를 보태주시기로 했습니다. 전 가겠습니다.

저와의 이런 다툼이 수능 전에 벌어졌으니

이 막내 아들은 공부보다는 돈벌고 그 번 돈으로 자신에게 행복한 일을 하는 것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 상태임을 잘 보여주는 것이지요.

공부는 해서 뭐합니까?

군대나 갈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대학에 꼭 가야 합니까?

대학가게 된다면 1학년 하고 휴학할 겁니다. 음악을 실컷 해보고 싶습니다. 

고1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학교를 때려쳤을 것입니다. 

등등

이 놈의 범생이 출신 엄마 가슴을 후벼파는 어록은 끝이 없습니다.   

 

그때마다 속이 상해 분위기가 푹 가라앉는 아내에게 저는 한마디 거듭니다.

거보세요. 녀석 11살 때 몽둥이로 확 잡았어야 한다 했었잖아요.

 

그래도 아내는 사랑하는 막내를 위해 수능을 칠 뻔한 지난주에도 그리고 수능인 어제도 그 비싼 휴가를 내어 도시락을 새벽부터 쌌습니다. 

전복죽을 끓이고, 생강차를 만들고, 꼬리 곰탕을 우려내고,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하는 놈을 구슬려서 '김치볶음밥'이란 답을 얻고서는

김치를 다지고 고기를 볶고 야채를 더 하여 인터넷에 떠도는 레시피에 새우까지 첨가한 특제 김치볶음밥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는 저보고 데려다 주라고 은근히 압박을 하시고 (물론 저는 거절!!)... 1교시가 시작되자 저보고 당신도 기도하세요 하며 저를 핍박^^하였습니다. 이미 기도했으므로 그렇게는 안 합니다...하고는 별 수 없이 저도 속으로나마 기도했습니다. 

  

5시가 넘어서 돌아온 아들은 얼굴이 평안해 보였습니다. 

지금껏 본 모든 모의고사보다 어려웠다, 국어가 정말 어려웠고...대략 5등급은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자평을 하였습니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공부 안 한 놈이 제일 편하지...시간이 남아 돌잖아? 이건 제가 속으로 생각한 대답이고

겉으로는 수고했다고...5등급나오면 다행이라고 해 주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학원과외 안 시키고 다섯아이키우기...의 목표는 이렇게 하여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것이 좋은 일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이 아이들이 품고 갈 비밀이겠습니다만, 그 성공실패를 가름하기 전에 정말 힘든 일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길이라는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공감해주고 따라준 아이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

 

수능성적이 나오면 이제 3곳의 정시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수시때 충청도까지 내려갔으니, 정시때는 경상도나 전라도까지 내려갈 수도 있겠지요.

어디를 가든 녀석이 감사하며 공부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점심 저녁 모두 약속이 있다고 늦게 들어올 것을 예고 하고 나갔습니다. 

영어공부는 해야지 하는 제 말을 웃음으로 튕겨버리고

아마 입속으로 시간없거든요, 알바할거거든요...라고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면목이 좀 없으니 말을 하지 못할 뿐이지...

 

...

 

고3당시 교신이보다 더 막가던 충신이는 오늘 대학원 면접을 보았습니다. 

교신이의 미래도 ... 그래서 한가닥 기대를 가져 봅니다. 마음만 먹으면 못해낼 것이 없는 놈이니까 더욱...!! 

 

 

 

  • 들풀2017.11.24 21:46 신고

    와우 !!
    궁금했던 교신이의 수능소식이네요
    역쉬!!
    교신이다운 !

    엄마를 가장 기쁘게 해 드릴겁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7.11.25 17:29

      ^^... 고마운 말씀입니다. 그런 아들이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막내라는 것이 참 묘한 존재인듯 합니다. 사랑스러우면서도...불안불안한

  • 한재웅2017.11.25 07:20 신고

    본인이 필요하다 느끼면 무섭게 파고드는 교신이니까
    앞으로 변신이 기대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7.11.25 17:33

      네, 그 마음을 먹게 되는 계기가 조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편의점 밤샘알바를 구해서 한껏 의기양양해 하는 중입니다.
      대학 안 나와도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 싶습니다.

  • malmiama2017.11.25 08:41 신고

    수능이 드디어 끝났군요.
    학원,과외 없이 다섯아이 키우기..대단합니다. 대단.

    답글
    • 주방보조2017.11.25 17:40

      피날레를 11111등급들로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ㅎㅎ
      학원과외없이 고3까지...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착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돌아보면 나실이와 원경이는 사교육을 받았다면 상당히 효과가 있었을 것이고
      진실과 충신과 교신이는...돈만 버렸을 것이 틀림없다 생각됩니다.
      어쨌든 보이는 것에 손해를 보았으니 보이지 않는 이익이 있을 것을 기대할 따름입니다.

  • 김순옥2017.11.29 08:27 신고

    저는 조금 더 일찍 그 과정을 보냈었네요.
    막내인 교신이가 그동안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자기 위치를 굳건히 지켰던 것처럼
    앞으로 대학에 가서도 멋진 활약을 하리라 믿습니다.
    부모의 뜻대로 자녀들이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다니면 좋겠지만
    좋은 대학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한편은 아이들의 미래가 기대되기도 해요.
    충신이가 멋진 청년기를 보내는 것처럼 교신이도 그이상이 되라리 믿어요.
    아울러 충신이의 멋진 활약을 축하하며 기대해 봅니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는 한빛이가 방학에 두 번을 했는데
    이번 겨울방학도 점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다시 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집에서 5분거리라서 허락한건데 괜찮아보여요.
    그것으로 장학금에서 모자라는 학비를 보태서 내고 그 학기 용돈까지 해결하네요.
    대신 학기중에는 학교생활에 충실하라고 아르바이트를 말리고 있어요.


    답글
    • 주방보조2017.11.29 16:08

      돈벌어서 뭐할 건데...물었더니
      자기는 할일이 너무 많답니다. 뭘 모르니까 그렇겠지만 무슨 소망사항이 그리 많은지...
      피터팬신드럼 증세가 좀 있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한빛이는 이미 자립한셈이군요. 학비 용돈 스스로 해결하면서 공부하는 수준이면...최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