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104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14일간의 이야기...

충신이가 J의 장례식에 나타났습니다. 몸상태가 안 좋아보여서 여러번 물었습니다. 너 괜찮으냐? 그동안 직장 가까운 데라는 핑계로 따로 나가 살고 있는지라 "넌 코로나가 따라 다닐 놈이니 백신 접종 완료하기 전엔 집에 나타나지 말라"고 거듭 명령했지만 추석이라고 기어들어오고 옷가지 가지러 와서 인사한다고 기어들어오고 하여, 기특하단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그때마다 참 말 안 듣는 놈이라고 나무라 주었었습니다. 철원으로 며칠 출장을 갔다가 돌어오자마자 J형의 죽음 소식을 듣고 너무 슬펐다고, 그래서 피곤하지만 장례식장에 온 것이라 그럴 것이라고 하며 녀석은 "괜찮아요"에 '아~'라는 고유감탄사를 앞에 붙여 약간은 짜증스럽게 대답 하였었습니다. 웬걸... 이틀후, 화요일, 고열에 가래에 난리가 나서 검사해보니 ..

쩜쩜쩜/잡문 2021.10.18

오은영 박사 전쟁

우리집에 오은영박사에 대한 논쟁이 벌어져서 전쟁이 되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그녀의 일이 선하고 감동적인 것과 10분에 9만원이라는 상담료와 고가의 명품으로 치장한다는 소문 사이의 괴리감에 대하여 기성세대인 우리 부부와 MZ세대인 딸들 간의 의견차가 발단이 되었습니다. 상담이 단 1회로 끝나긴 어렵다고 보고 한 시간에 54만원의 상담료를 지불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니 부당하다는 것이 늙은이들의 주장이었고 실력있고 유명해진 사람이 그 정도 받고 그렇게 사는 것은 다반사인데 뭘 그러느냐는 것이 젊은아이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이 논쟁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젊은이들은 그녀가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의 비판이 너무 비이성적으로 지나치다고 하는 데 이르렀고 우리는 젊은이들의 판단이 매우 냉소..

쩜쩜쩜/잡문 2021.08.31

갑자기 가을입니다.

아직 매미소리 울창한데 갑자기 가을입니다. 여름이후 처음으로 현관문을 닫고 잠을 잤습니다. 지난 여름을 지내며 독수리인 줄 알았던 다섯남매는 알고보니 뻐꾸기였습니다. 오목눈이 뱁새인 우리들은 뻐꾸기들 먹이느라 눈코뜰새없이 시장과 주방을 번잡하게 오갑니다. 뻐꾸기 한 마리는 지난 달에 날아갔고 다음주면 한 마리 더 날아갈 것이고 내년 초면 또 한 마리 날아갈 예정입니다. 그래도 두 마리가 남을 테니, 오목눈이 부부 뱁새는 내년에도 분주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자식이 옛날 그런 자식이 아닙니다. 새시대의 새 뻐꾸기들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과 함께 아빠 숫뱁새 왼쪽 무릎관절에 극심한 통증이 도래했습니다. 아비 역할이 끝나가니 하나씩 망가져 가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속으로는 외쳤습니다. 주여...제게서 마..

쩜쩜쩜/잡문 2021.08.15

문득 다시 겸손에 대하여...

아침에 원경이와 이번에 임명된 25살짜리 청와대 1급 비서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비 생각에 너무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듯 보이는 세째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누구나 자기 가치를 스스로 높이 생각하는 사람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수 많은 잔소리 중 하나로 들었을테지만 저는 그 말을 해 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기독교인은 겸손해야 한다고 항상 배웁니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겨야 한다고 하고 종이 되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딸에게 자기 자신을 존귀하게 생각하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제대를 앞두고 꽤 여러번 자소서를 작성하고 원서를 냈으나 번번이 거절 당한 딸이 혹시나 만 25살짜리 동갑내기 1급비서관에게 주눅이라도 들어버릴까봐 자신감을 가..

쩜쩜쩜/잡문 2021.06.22

아스트라 제네카 코비드 19 백신 1차 접종...

아제백신을 맞는 것에 대하여 많은 염려가 나돌았으나 저 개인의 생각에 그와 같은 염려는 쓸데없는 것이라 여겨졌고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여 첫날(6월 7일 오전 10시)로 예약을 하였습니다. 사실 예약을 하고 나서 가족들에게 알렸더니 아이들의 꽤나 강력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좀 기다렸다가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는 것이 낫지 않느냐, 그러니 예약 취소하시라 운운... 아직은 아이들에게 끌려다닐만큼 늙지 않았으므로, 단칼에 끊어냈습니다. 나 죽으면 보상금 나눠 가져라고 말했습니다. 똑같이! 60세 이상 접종 첫날 그러니까 6월 7일 어제 굿모닝의원이라는 곳에 오전 10시 예약이었으므로 한강에서 걷기 운동을 하다가 아내를 운동기구들 틈에 남겨 놓고 저 홀로 9시 40분쯤 병원에 들..

쩜쩜쩜/잡문 2021.06.08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상...

2021년 들어 아내와 함께 성경읽기를 시작했습니다. 매달 한번씩 신약성경 전부 읽기 지금이 4월이니 4번째 신약성경을 통독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은 고린도전서까지 읽을 것입니다. 함께 성경을 읽는 일이 아내의 은퇴와 더불어 가능해졌으니 32년?동안 함께 성경을 읽지 않았다는 방증이 되는 것이고 이것은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매달 신약을 1독하면서 2월 중순 어느날 우리들의 대화는 아이들의 성경읽기에 대한 염려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성경을 읽지 않으니 걱정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며칠을 이일로 산책때마다 이야기 하다가 "상"을 주기로 하고 3월 한달 신약성경일기에 동참시키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홍보에 나섰습니다. "3월 한달 동안 너희 다섯 중..

쩜쩜쩜/잡문 2021.04.20

달이와 별이 은하수들과의 이별(넘버1)

달이와 별이 은하수들과의 이별 달이와 별이를 만난 건 퇴직이 결정되고 연차를 쓰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있었던 10월 어느 날이었다. 추석 전부터 비싸던 채소값이 몇주간 지속되어 시금치를 못 사먹다가 시금치 대신 가격이 좀 내린 부추를 쿠팡에서 주문했다. 냉장고에서 이삼일 있다가 꺼내서 씻으려고 비닐을 벗기는 순간 툭 하고 달팽이 한마리가 떨어졌다. 다른 벌레들처럼 물에 씻겨 내려가겠지 하고 씽크대에 방치 후 씻고 있었다. 그런데 달팽이가 씽크대 상단으로 기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어찌할 줄 몰라 뚜껑 있는 작은 통 하나에 넣고 숨구멍을 내어 주었다. 그 사이에 도마 위에 올려 놓은 부추 더미 사이로 더 작은 귀여운 달팽이가 올라와 있었다. 아이고 내가 무지막지하게 칼질했으면 어쩔 뻔 했어 하며 통..

쩜쩜쩜/잡문 2021.03.27

이별...

어제 아내와 함께 여전히 왕성하게 알을 낳고 활동하는 달이와 한달 전부터 꼼짝하지 않고 있는 별이와 둘로부터 4차례에 걸쳐 태어난 400여마리(교신이가 세어보았다는^^)은하수 무리들과 아직 부화 하지 않은 알들과 헤어질 준비를 하였습니다. 교신이가 토요일 시간이 조금 나니까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 달팽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하여 이별을 하루 연장한 것입니다. 아내와 진실이는 마지막 밤을 잘 지내라고 흙도 갈아주고 상추잎도 새로 넣어주고 물도 뿌려주었습니다. 아내를 필두로 온 가족들이 녀석들과 정이 많이 들었지만 특히 진실이는 달팽이들의 츤데레 엄마노릇을 열심히 하였지요, 투덜거리면서도 알뜰하게...보살피는 엄마. 달이 별이 둘만으로도 크고 작은 플라스틱 통을 네 개나 차지하는 그 번식력을 감당할 수 없..

쩜쩜쩜/잡문 2021.03.27

능내역 가는 길...작년 가을의 추억

나실이가 선물한 코닥 일회용 카메라를 어제서야 현상소에 맡기고 사진을 파일로 받았습니다. 반년쯤 전 혼자 전기자전거 부릉이를 타고 능내역을 가며 찍은 사진들이 반가웠습니다. 같이 다니던 아이들은 다 떠나고 혼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재미도 없고 떨떠름 하기만 했는데 그래도 잠시 쉬는 곳마다 사진 한장씩 찍어 대는 즐거움이 그 외로움을 반감시켜 준 기억이 새롭습니다. 뚝섬유원지에서 구리시를 지나 남양주시를 지나 팔당댐을 지나 도착한 곳이 폐기차역인 능내역입니다. 왕복 4시간쯤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댓글 12 malmiama2021.03.07 07:58 신고 주님과 동행~♡구리시를 거치셨군요.. 답글 수정/삭제 주방보조2021.03.08 11:13 네, 그쪽길로가려면 강남쪽 강북쪽 두 길이 있는데 저..

쩜쩜쩜/잡문 2021.03.07

달리기...7

아내와 함께 1km를 뛰었습니다. 몇번 500m를 뛰어 주곤 했는데, 어제 아침에 그녀의 컨디션이 좋은 것을 빌미로 느린 구령소리에 달달한격려를 더하여 함께 달렸습니다. 그동안 뛰었던 500m 지점을 지나면서 그녀의 숨소리가 사뭇 거칠어졌지만 그것을 지나 쉬지 않고 달려 결승점에 도달하고야 말았습니다. 여고시절 800m를 뛰었던 경험을 넘어서서 60살, 둘째 딸을 낳은 기념일 아침에 아내의 인생에 새로운 기록이 탄생한 것입니다. 천천히 뛰었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재지는 않았는데, 아마 7분30초쯤 되지 않았을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힘이 하나도 안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1km 지점 돌 계단 보호 난간?에 기대에 서서 한참을 숨을 고르며 말없이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보았습니다. 힘들어 조금 ..

쩜쩜쩜/잡문 202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