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갑자기 가을입니다.

주방보조 2021. 8. 15. 09:41

아직 매미소리 울창한데

갑자기 가을입니다.

여름이후 처음으로

현관문을 닫고 잠을 잤습니다. 

지난 여름을 지내며

독수리인 줄 알았던 다섯남매는

알고보니

뻐꾸기였습니다.

오목눈이 뱁새인 우리들은 

뻐꾸기들 먹이느라 눈코뜰새없이 시장과 주방을 번잡하게 오갑니다. 

뻐꾸기 한 마리는 지난 달에 날아갔고

다음주면 한 마리 더 날아갈 것이고

내년 초면 또 한 마리 날아갈 예정입니다.

그래도

두 마리가 남을 테니, 오목눈이 부부 뱁새는 내년에도 분주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자식이 옛날 그런 자식이 아닙니다.

새시대의 새 뻐꾸기들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과 함께

아빠 숫뱁새 왼쪽 무릎관절에 극심한 통증이 도래했습니다.

아비 역할이 끝나가니 하나씩 망가져 가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속으로는 외쳤습니다. 

주여...제게서 마지막 남은 한강 걷기의 즐거움을 앗아가지 마옵소서...

뻐꾸기들이 외칩니다.

아빠 병원가보세요. 

가을 바람이 시원하기 그지 없습니다. 

광복절입니다.

절뚝거리며 가을 바람을 맞으러 한강에 갑니다. 

같이 갈 놈 누구 없나 눈치를 봐도

거대한 뻐꾸기들은 모두 작은 뱁새 둥지에서 뒹굴거립니다.

아무도 가을 바람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다행히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지팡이 짚은 왼쪽 무릎관절의 고통이 점점 부드러워집니다. 

감사한 가을입니다. 

 

 

 

  • 들풀2021.08.16 19:55 신고

    오목눈이 뱁새 !
    덕분에 검색해 보았습니다 ^^

    그래도 두마리 새가 남아 있네요.
    뱁새가 좋아서^^

    무릎은 왜 또 그러실까요.
    병원 가보세요

    답글
    • 주방보조2021.08.17 19:19

      저흐도 옛날엔 어머니께 못된 뻐꾸기들이었기 때문에 우리집 뻐꾸기들에게 말했습니다. 네들 다 뻐꾸기어도 괜찮다고^^
      언젠가 네들도 뱁새가 될 날이 오리니...ㅎㅎ
      다 떠나보내면...그래도 뻐꾹거리면서 지지고 볶던 날이 사뭇 그리워지겠지요.ㅜㅜ

  • malmiama2021.08.17 07:16 신고

    효자 효녀..뻐꾸기 아닙니다. 날아가도 연결 되었잖아요.
    무릎..등등 관절이...부드러워지길 기도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21.08.17 19:23

      고맙습니다.
      왼쪽 무릎은 많이 부드러워졌는데 오른쪽에 힘을 주고 걸어선지 오른쪽 무릎이 쑤십니다.
      한강변 걷는 낙이 최고의 낙인데...조심조심하고 있습니다. 겸손히 기도하면서...살살 걷습니다. 믿음이 시원찮아서 달리려니 조금은 겁도 납니다.
      안 날아가면 걱정되고 날아가면 섭섭하고...뻐구기들 아비의 맘이 그렇습니다.ㅜㅜ

  • 김순옥2021.08.17 14:14 신고

    열대야가 누그러지더니 말복이 지나면서 제법 서늘해졌어요.
    날씨로는 살만하게 된거네요.
    사방을 둘러봐도 긍정적인 이야기는 별로 없어요.
    4살 손녀 지우가 제법 성장해서 대화가 되기 시작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잘 따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되네요.

    한번 독수리는 영원한 독수리로 남겠지요?
    뭉쳐야 할 때 잘 뭉치면 되는거죠.

    답글
    • 주방보조2021.08.17 19:28

      손녀 하나면 저흰 올킬입니다.^^
      자녀 결혼시켜 자손을 본 것으로만으로도 승리자이십니다!!!
      우리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 주변에 우리 아이들 친구들 중에도 상당수가 결혼하고 아이낳고 하는 이 기본적인 가정 시스템에서 멀리 떨어져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이 나라의 미래가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 많이 걱정됩니다.

  • 김충신2021.08.19 15:54 신고

    ... 병원 가보세요. 관절에 좋은 북한약이라도 구해다 드릴까요? ㅋㅋ
    뭐든 조기에 발견하고 얼른 돌봐야 한강걷기의 즐거움을 계속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뻐꾸기 한마리-

    답글
    • 주방보조2021.08.20 00:45

      괜찮아졌다. 조금 전 한강에서 2km를 달리고 왔다. 약으로 살 빼려 하지 말고 아침저녁으로 운동하고 밥양 줄이고 해서 빼거라. 걱정해줘서 고맙다.

    • malmiama2021.08.20 06:49 신고

      짝퉁 뻐꾸기 ..ㅋㅋ

    • 주방보조2021.08.21 05:27

      까마귀인척 하고 있네요^^ ㅎㅎ

  • 왕언니2021.08.24 23:57 신고

    날아갔다니 설마 소문도 없이 결혼을 한건 아니겠지요?^^
    저도 매일 만보씩 걷는데 왼쪽 발등과 무릎이 좀 아픕니다.
    뭐 8.15로 만 76년이나 써먹은 무릎이니 아플때도 됐지만 ...
    재통병원에 가서 연골주사도 맞고 ,이빨치료도 다시 시작하며
    이러다 얼른 죽지도 않으며 아이들 등골빼먹는건 아닐까?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

    답글
    • 주방보조2021.08.25 15:36

      뻐꾸기들이 날아가는 것을 저희는 '일단 독립'이라고 부릅니다. 충신이가 먼저 그리고 원경이가 두번째로...그리고 내년엔 교신이가 독립할 듯 합니다. 결혼하여 가정을 꾸려야 완전한 독립일텐데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중입니다.
      권사님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자녀들과 후배들에게 멋진 노년의 본을 보여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