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매미소리 울창한데
갑자기 가을입니다.
여름이후 처음으로
현관문을 닫고 잠을 잤습니다.
지난 여름을 지내며
독수리인 줄 알았던 다섯남매는
알고보니
뻐꾸기였습니다.
오목눈이 뱁새인 우리들은
뻐꾸기들 먹이느라 눈코뜰새없이 시장과 주방을 번잡하게 오갑니다.
뻐꾸기 한 마리는 지난 달에 날아갔고
다음주면 한 마리 더 날아갈 것이고
내년 초면 또 한 마리 날아갈 예정입니다.
그래도
두 마리가 남을 테니, 오목눈이 부부 뱁새는 내년에도 분주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자식이 옛날 그런 자식이 아닙니다.
새시대의 새 뻐꾸기들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과 함께
아빠 숫뱁새 왼쪽 무릎관절에 극심한 통증이 도래했습니다.
아비 역할이 끝나가니 하나씩 망가져 가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속으로는 외쳤습니다.
주여...제게서 마지막 남은 한강 걷기의 즐거움을 앗아가지 마옵소서...
뻐꾸기들이 외칩니다.
아빠 병원가보세요.
가을 바람이 시원하기 그지 없습니다.
광복절입니다.
절뚝거리며 가을 바람을 맞으러 한강에 갑니다.
같이 갈 놈 누구 없나 눈치를 봐도
거대한 뻐꾸기들은 모두 작은 뱁새 둥지에서 뒹굴거립니다.
아무도 가을 바람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다행히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지팡이 짚은 왼쪽 무릎관절의 고통이 점점 부드러워집니다.
감사한 가을입니다.
-
오목눈이 뱁새 !
답글
덕분에 검색해 보았습니다 ^^
그래도 두마리 새가 남아 있네요.
뱁새가 좋아서^^
무릎은 왜 또 그러실까요.
병원 가보세요 -
-
열대야가 누그러지더니 말복이 지나면서 제법 서늘해졌어요.
답글
날씨로는 살만하게 된거네요.
사방을 둘러봐도 긍정적인 이야기는 별로 없어요.
4살 손녀 지우가 제법 성장해서 대화가 되기 시작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잘 따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되네요.
한번 독수리는 영원한 독수리로 남겠지요?
뭉쳐야 할 때 잘 뭉치면 되는거죠. -
... 병원 가보세요. 관절에 좋은 북한약이라도 구해다 드릴까요? ㅋㅋ
답글
뭐든 조기에 발견하고 얼른 돌봐야 한강걷기의 즐거움을 계속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뻐꾸기 한마리- -
날아갔다니 설마 소문도 없이 결혼을 한건 아니겠지요?^^
답글
저도 매일 만보씩 걷는데 왼쪽 발등과 무릎이 좀 아픕니다.
뭐 8.15로 만 76년이나 써먹은 무릎이니 아플때도 됐지만 ...
재통병원에 가서 연골주사도 맞고 ,이빨치료도 다시 시작하며
이러다 얼른 죽지도 않으며 아이들 등골빼먹는건 아닐까?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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