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14일간의 이야기...

주방보조 2021. 10. 18. 22:35

충신이가

J의 장례식에 나타났습니다.

몸상태가 안 좋아보여서 여러번 물었습니다. 너 괜찮으냐?

그동안 직장 가까운 데라는 핑계로 따로 나가 살고 있는지라

"넌 코로나가 따라 다닐 놈이니 백신 접종 완료하기 전엔 집에 나타나지 말라"고 거듭 명령했지만 

추석이라고 기어들어오고 옷가지 가지러 와서 인사한다고 기어들어오고 하여, 기특하단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그때마다 참 말 안 듣는 놈이라고 나무라 주었었습니다.  

철원으로 며칠 출장을 갔다가 돌어오자마자 J형의 죽음 소식을 듣고 너무 슬펐다고, 그래서 피곤하지만 장례식장에 온 것이라 그럴 것이라고 하며 녀석은 "괜찮아요"에 '아~'라는 고유감탄사를 앞에 붙여 약간은 짜증스럽게 대답 하였었습니다. 

웬걸...

이틀후, 화요일, 고열에 가래에 난리가 나서 검사해보니 코로나19 확진 판정...

암마...저...아퍼요...코로나19래요,,,엉엉...소망수양관으로 격리 들어간데요...엉엉

ㅋㅋㅋㅋ

왜 웃냐고요?

다들 아버지가 충신이에게 너무 하신다고 핀잔을 주었더랬거든요.

특히 마눌님...

모두 제 예언 적중에 겉으로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속으론 감탄하지 않았을까요?^^

 

하긴 그 상황에 '아빠 최고' 하며 저의 예지력을 칭송할 분위기가 아니긴 했습니다. 

모두 그때부터 맨붕상태가 동반되었으니까요. 

직장때문에 대전으로 옮겨간 원경이먄 화를 피했고

저와 아내 진실 나실 교신 모두 코구멍 고문을 받아야 했고, 떨리는 심정으로 다음날 심판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자기 차를 아버지가 한 번도 안 타셨다면서 집에 모셔 드리겠다고 하여 그 녀석 옆자리에 앉은 저는 감염가능성이 제일 높아서, 정말 요즘 노환인지 백신후유증인지 몸도 말이 안 되게 힘 든데 게다가 아들놈때문에 코로나에 걸려 저 '남극에 위리안치'까지 되면 이놈의 불효를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 하며, 맏아들 걱정에 한숨이 늘어지시는 마눌님 옆에서 함께 잠못이루고 아침 일찍 구청에 가서 코구멍 고문을 받은 뒤 집에 갇혀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모두 음성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접종완료자인 저와 아내와 교신이는 2주간 수동감시, 1차만 접종한 진실이와 나실이는 2주간 자가격리...이거 어기면 절대 안 되는 법이지요.

 

2주간이 참 길었습니다.

진실 나실은 둘이 문 밖에도 못 나가고 갇혀서 밥 해먹고 모든 일상을 다 해야 했습니다.

특히 원래 재택근무중이던 진실이보다 나실이가 대박이 났습니다.

회사에서 모니터와 전화기를 배달 받아 새집 거실 탁자 위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재택근무를 했으니까요.  

얼마나 시간이 안 가는지

수동감시 6일차인 지지난 주말 양재 시민의 숲에서 열린 친구 딸 결혼식에 갔다 온 것이 마치 작년의 일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충신이는 상태가 안 좋았는지 자가격리 대신 격리시설로 옮겼는데, 마침 그 곳이 소망수양관이라라 하여 "넌 철저히 회개해야 할 놈인 것을 하나님이 아시고 그리로 보낸 것"이라고 자기 엄마에게 시설이 불편하고 먹는 것도 부실하고 편의점도 없고 하며 우는 소리에 불평을 늘어 놓는 놈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정말 왜 자신이 대한민국의 확진자 33만명 중 하나가 되었는지 반성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아마 반성을 안 한 탓인지^^ 

아니면 거기 감독하는 이에게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화를 벌컥내며 따져대어서인지 몰라도

상태가 더 심각해졌다는 이유로 보라매 병원 음압실?로 옮겨갔습니다.

가래때문에 목소리가 다 쉬어꼬부라져서는...신소포화도가 낮고 어쩌고 엑스레이를 찍고 어쩌고 하면서 

거기서도 시끄러워 잠을 못잔다나 어쩐다나 ... 자기 엄마와 통화, 저에게는 잔소리만 들을테니 안 하고^^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지난주 토요일 자가격리 중인 두 딸이 마지막 코구멍 검사를 하러 가는 때

충신이는 보라매 병원에서 자기 거처로 돌아갔습니다. 음성판정, 항체형성, 가래완치...자유.

어쩌면 보라매에선 제대로 반성을 했을지도...^^

 

나실이는 분노했습니다. ㅋ

왜 코로나 원흉 저 녀석은 토요일부터 자유이고, 저 녀석때문에 피해를 보는 우리는 내일 검사결과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냐고...

어쩌면 나실이도 반성할 것이 있었지 않나?  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ㅎㅎ 

 

장례식 상주들도 충신이 때문에 모두 코구멍 고문에 2주간 수동감시...민폐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모두 다 무탈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

 

 

 

 

  • malmiama2021.10.19 17:02 신고

    민폐였지만 감사하네요 정말.
    충신이는 항체가 생겼으니까 백신 안맞아도 되나요?
    B형 간염은 그런 항체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
    평생 면역이거든요. 저는
    그걸 알고 공짜인 간염백신을 안 맞았었지요. 녹십자 근무 할 때.

    답글
    • 주방보조2021.10.19 17:31

      2차접종을 해야 일종의 사회활동의 '자격증'같은 것이 나오니까 이달 말쯤 맞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백신완료자와 미완료자 사이에 차별이 무섭습니다. 진짜 두 딸은 2주일동안 집밖을 못 나갔습니다.

  • 시골마을 주민2021.10.20 00:04 신고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21.10.20 06:59

      ㅎㅎ...통제받고 갇혀 산다는 것이 큰 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순옥2021.10.20 13:10 신고

    따지고보면 비상사태의 과정을 글로 쓰신거네요.
    모두가 무사히 잘 넘기셨으니까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지요.
    처음 코로나 발병때만 하더라도 많이 심각했으니까요.
    아파트에 환자가 발생하면 마치 큰 일이 벌어진 것처럼 요란스럽고,
    그 집 근처는 접근하는 것도 제한받고는 했으니까요.

    특히 충신이가 정신적으로도 한 고비를 넘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야말로 자유를 잃는 다는 것은 삶에서 많은 것을 빼앗긴 느낌일거예요.
    그사이에 미국의 가족들이 들락거리면서 격리 기간도 거치고 여러 번 검사과정도 있었어요.
    저는 집 옆에 보건소가 있어서 지나는 길에 여러 차례 검사를 했어요.

    답글
    • 주방보조2021.10.21 07:25

      저의 코구멍 검사 안 받고 코로나 지내보내기라는 목표가 충신이 때문에 실패 하였습니다. 한강 운동나가는 것외엔 집에주로 있기 때문에 코로나와 상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충신이는 거의 완쾌가 되었지만...어디서 전염되었는지를 모른다고 합니다. 워낙 돌아다니는 범위가 넓으니...
      코로나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같아서 내년도 벌써 걱정이 됩니다.

  • 들풀2021.10.22 10:28 신고

    아이쿠..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얼마나 그 자유로움이 그리우셨을지요..
    가족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마무리되신걸
    축하드립니다

    답글
    • 주방보조2021.10.23 07:07

      자유...^^ 정말 2주간이 불편했습니다.
      불편한 만큼 너무 길게 느껴졌구요.
      5천만중에서 33만명...0.66%
      사실 확율이 매우 낮은 편인데...그것을 못피하고 걸리다니 우리 충신이도 참 대단한 놈입니다.^^

  • 왕언니2021.10.29 23:33 신고

    식구가 많으면, 특히 젊은 활동인구?가 많으면 아무래도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우리교회도 애들이 많은집들이 몇몇 환자가 생겨서 난리법석인것을
    글로 옮긴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늙었지만 아이들이 떨어져 살아 접촉이 드물고
    다행이 식구중 아무도 검사해야하는 상황은 아직 없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힘드셨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21.10.31 09:08

      엇그제 코로나아들이 2차접종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두 주간동안 집 근처엔 얼씬도 말라하였습니다. 지난주 아내 생일 때도 오겠다는 것을 호통을 쳐서 못오게 했습니다.^^ 활동적인 녀석일수록 나이든 부모에겐 공포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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