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어머니...떠나가시다.

주방보조 2006. 5. 4. 01:05

메국에서 10년만에 오셔서
딱...
한달간...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계셨습니다.

황사가 가장 심한 날 청계천 나들이를 다녀와서 걱정 또 걱정했으나
괜찮으셔서 안도했었는데
며칠후 이를 딱딱이실 정도로  열이나 아프시자
메국에 돌아가야겠다고 하셔서 제 가슴을 덜컥 놀라게 하셨더랬습니다.

해열제와 항생제로 이틀을 버티다가...
갑자기 오래전에 누님이 어머니의 발에 있는 티눈을 뜯어 감염이되어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양말을 억지로 벗기고...오른쪽 둘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만큼 벌겋게 부어있는 것을 발견하고...병원에 억지로 끌고 가서 비보험으로^^십수만원이 드는 치료를 하셨다는 

한가지 흠 외에는...별 탈없이...
아니
너무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다 떠나셨습니다.

...

오전 10시 비행기라
7시에 잠이 덜 깬 충신 교신을 비롯한 아이들 모두 모아놓고...잠시 어머니의 등뒤에서 기도하자 하고 기도하는데
목이 갑자기 메어와...딱 세마디만 하고 기도를 마쳤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잘지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어머니를 살펴주세요...

주현이네의 차가 왔을 때
제 아내는 눈이 벌게지도록 행길 가에서 울어 전송하였고
아이들은 내년에 다시 오시기를...그리고 4월대신 5월에 오시기를 소리질러 약속하며 전송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동안
주현이에게 설악산과 영덕과 안동을 거쳐 여행을 하게 해 준 일에 대해 특별히 고마워 하셨고
당신의 손자들 다섯이 모두 착하고 건강함에 대해
교신이를 마침내 안아보고 녀석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었음에 보람을 찾으셨습니다.

...

저에게 혼날까봐 발가락의 상처를 숨겼다는 귀여운 어머니...
부활절 맛본 우리 교회 성찬식 포도주가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며 한잔 더 드시고 싶어 하셨던 어머니...
야야 괜찮다라는 말 한마디로....저의 일하지마세요라는 말들을 모두 패퇴시켰던 어머니...
네 차도 잘달리더구나 하시며 저의 12년된 엑센트를 타시고 여의도를 다녀오시며 파안대소하시던 어머니...
충신이의 지렁이를 닮은 글씨에 놀라고 교신이의 거침없이 쏟아지는 수다에 놀라신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홀로 집에 돌아온 저는 한동안 몸살을 앓았습니다.

...

벌써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 Pia2006.05.04 01:29 신고

    ㅠ.ㅠ

    답글
    • 주방보조2006.05.04 12:17

      ㅋㅋㅋ...엄마 보구 잡으시죠?...ㅋㅋㅋ

      젊으신 님이 한번 다녀가세요^^ 울지 마시고...^^

  • malmiama2006.05.04 08:39 신고

    *^^* 애쓰셨어요.

    답글
    • 주방보조2006.05.04 12:19

      집에 계시는 동안엔 온통 집안일을 다 하셨구요
      멀리 모시고 가는 일은 조카가 알아서 모시고 다녔으니
      저는 이중으로 편했지요^^

      눈물이 날가봐...뒤를 못돌아보셨다고 ..전화하셨던 것을 보면...어머니께서 애 많이 쓰신 것이죠. 전 남자답게 잘 참았거든요^^

  • 김순옥2006.05.04 08:52 신고

    글속에 끊이지 않는 눈물이 그대로 담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전염을 시킵니다.
    군 위문방송에서 어머니라 부르는 많은 장병들이 하나같인 눈가에 눈물이 흐르는...
    물론 그 많은 청년들에게는 만감이 교차할 것입니다.
    왜? 라는 말을 가끔 하게 됩니다.
    10년만에 힘들게 아드님 가족들과의 시간을 단 한 달에 묻어두고 다시 가셨으니...
    여력이 되신다면 어머니보다는 아드님이 왕래하시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가족사진속에 가족의 화목함이랑 행복 그리고 아쉬움...그 모든 것들이 담겨 있네요.
    뒤의 낯선 여자분은 조카님이신 것 같은데 서구적인 미인이시군요.
    가족은 다른 사람이 보면 역시...라며 고개를 끄덕이게끔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떠나신 어머님께서도 한동안 그리움으로 보내시지 않을까요?
    요즘은 비교적 전화요금이 저렴해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빕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5.04 12:25

      저는 잔소리만 해댔습니다.
      많이 잡수시지 마라, 청소하지 마라, 설겆이 하지 마라, (발가락 아픈지 모르고) 왜 안걸으시냐. (발가락 탈난것 보고)왜 말안했느냐, 거기는 가지마라...등등...

      마눌이 그러더군요.
      "어머님 계신 동안 당신 모습이 무척 안정되 보였다"고

      ...

      어머니는 저의 역사지요...어린 시절의 모든 고난을 떠맡으셨던 고난의 역사...

      그럼에도 불구하고...불효자라서...해드릴 것이 별로 생각나지도 않았습니다.

      ...

      고맙습니다.

  • 소리2006.05.04 14:40 신고

    아이참......... 아침부터 울게 만드시고...
    어머님과 함께 하신 시간이 너무 너무 좋으셨던 것 같아서 제가 다 기쁩니다..
    근데 진짜 감동이에요... 흑흑..

    답글
    • 주방보조2006.05.04 20:15

      소리천사님이 멀리 떨어져 계시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으셔서 그럴꺼예요...

      울지마세여~~~^^

  • 김나지움2006.05.04 16:10 신고

    갑자기 커서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에 잠겨보았습니다.
    아버지! 사실은 안슬프다고 하면서 슬프셨죠?
    음... 나중에 벌써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어른이 되는 생각을 하니까 슬퍼지는군요
    워낙 세상은 그렇다지만 너무 매정한것같군요


    ps.아버지 요즘 이런노래 들어서인지 뭐랄까....감성적이게??분위기 탄다고 나 할까??
    농담이에요;

    답글
    • 주방보조2006.05.04 20:19

      둘째딸아...그런 생각 벌써부터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넌 그냥 시험이나 잘 쳐서 아비를 기쁘게 해주면 된단다...^^ 나는 그 기쁨으로 매정한 세상 훈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나의 좋아하는 노래들은 ... 좋아서 좋아하는 그런 것이니 어쩔 수가 없구나...분위기 타지 말거라...정신차리거라^^

    • Pia2006.05.05 05:51 신고

      ↑ 김나지움님...울 아버지도 옛날에 저더러 이렇게 말씀하셨더랬어요. ㅋ~

      아버지들은 다 똑같은가 봐요.
      그래서, 아버지라는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ㅋ~

    • 주방보조2006.05.05 20:28

      피식^^...

  • 한재웅2006.05.04 19:59 신고

    '어머니'라는 말은 언제나 목을 메게하는군요.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2년이 넘었는데도 지금까지 어머니 꿈을 자주 꿉니다.
    비몽사몽간에 바로 옆에 계신듯 착각을 하지요.

    꿈에서 깨면 언제나 가슴이 에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5.04 20:25

      벌써 2년이 넘었군요...
      꿈에 자주 뵈오면...그것도 좋은 일이지요.

      저도...한달간 꿈꾼 것...같습니다.

  • 이요조2006.05.06 09:09 신고

    ㅡ.- .........그런 일이 있었군요. 뒤늦게 봐서 죄송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5.06 12:48

      영덕은 이요조님 글보고 ...조카에게 이야기를 잘 해주었고
      어머니는 그곳에서 꿈에도 그리던 어린 시잘의 그 대게를 맛보셨답니다.
      10년전같았으면 생각도 못했을텐데...오히려 건강해 지셔서 ... 조카에게 반드시 모시고 가라하였거든요. 그 곳이 어린시절 추억이 있는 곳이라는데 ... 가보신 소감이 전혀 알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는...

  • 원이2006.05.07 02:38 신고

    무지하게 반가운 한 가지는...
    제 차도 엑센트인데 12년 되었거덩요. ㅎㅎㅎ
    주위 사람들은 저만 보면 '차좀 바꾸라'고 구박이 늘어지는데,
    남편은 뛴 거리를 보더니 앞으로 5년은 더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곳에 올 때 친구 집에 차를 맡겨 놓고 왔는데,
    그 친구 왈, 엿 바꿔 먹을 수도 있으니, 기대는 하지 말라고...ㅎㅎㅎ

    만남이란 것이 서로에게 커다란 힘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만남은 거의 축복이지요.
    두 분을 비롯한 온 가족에게 커다란 축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답글
    • 주방보조2006.05.07 07:09

      음^^ 저두 반갑네요^^
      저희 차는 아직도 4만킬로를 약간 넘었을 뿐입니다. 앞으로 10년은 족히 더 탈 수 있겠지 생각합니다^^

      새벽에도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는데...
      못난 아들 ... 보고나니 더 걱정되셔서 그러신 것이나 아닌지...걱정입니다.

      근데 이리 서로 걱정만 하는 것은 복이 못되겠지요?^^

  • 봄빛2006.05.07 21:41 신고

    메국으로 돌아가셨구나..
    많이 허전하시겠어요.
    그리운 마음 그리운 대로 마음껏 그리워 하세요.

    답글
    • 김원필2006.05.08 13:30 신고

      어머니나 저나..전화로는 씩씩합니다. 건강하고 별탈없고 잘지낸다...

      구리고 서로 상대방의 말을 믿지 않지요^^ㅎㅎ

      요즘은 좀 번거로운 일이 있어서...그리울 틈이 좀체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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