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돌아갈 수 없는

친구가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주방보조 2012. 11. 15. 15:34

국민학교^^저학년때

얼굴이 하얗고 얌전한 친구 전홍수가 참 좋았습니다.

그 친구는 절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가장 뿌듯했던 기억이 녀석 대신 나서서 싸워주었던 일이었던 것을 보면

엥간히 내성적이던 제가 진짜 좋아했던 친구였던 것 같습니다. 기억이라곤 얼굴이 희다는 것과 별로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 주택가의 집에 돼지를 키우고 있었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림그리기에서 대상을 받은 조관희나 커다란 저택의 주인집 아들인 이규식은 같은 울타리안에서 살았다는 추억이 남아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관희의 누나가 제누나와 같은 학년이었고, 규식이의 여동생은 어린이미녀대회?^^에서 입상을 하였었지요.

 

국민학교 고학년때는

하기 싫어 죽겠는 공부에 대한 압박과 이사로 인한 전학때문에 기억할만한 친구가 없습니다. 장난을 함께 치던 친구들은 많았는데 쉬는 시간과 하교길에서의 짧은 접촉이었으므로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나 봅니다. 서울로 올라오기전 같이 씨름부에서 씨름을 하던 우직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름을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이 씨름연습을 하는 중, 5월 초 서울로 떠나기 위해 학교를 떠나며 손을 흔든 것이 마지막이였습니다. 6학년 늦봄에 만난 서울 아이들은 친구랄 것도 없는 끔찍한 아이들이었습니다. ㅎㅎ

 

중학교시절은

오로지 유기수라는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철도고로 진학을 하였고 몇년전 아이러브스쿨에서 연락처를 알고 엄청나게 퉁퉁해진 녀석을 만났었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는 데 제가 변변치 못하여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중학교 당시에는 멋있는 녀석이었습니다. 작은 고추...같은 당당함이 있어서 좋았었지요.

 

고등학교 친구들은 꽤 많았지요.

먼저 같은 학교로 진학한 중학교 동창들이 거의 좋은 친구들이 되어주었습니다.

권흥식, 김희상은 중학교1학년때 같은 반이어서 이미 알고 있었고, 조연수는 그 둘의 절친이어서 더불어 알게되었습니다.

그중 문과인 흥식이가 고3때 저와 같은 반이 되어 상당히 가까웠지요.

거기에 고2,고3때 같은 반이 되었던 나경수와 이원두도 좋은 친구였습니다. 섬세한 경수는 망우동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불퉁이 원두는 통하는 것이 많아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친구들 집에 가면 어머니들이 제게 참 잘 해 주셨는데 그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조진국도 빼놓릉 수 없지요. 이름 그대로 진국인 친구였습니다.

 

재수 시절엔 그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사람 사귀기를 포기 했었으므로, 친구가 없었습니다. 물론 다른 교실에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북적 거렸지만 아스팔트만 보고 오가며, 같은 동네 경수와만 대성학원과 사설 독서실을 오갔습니다. 녀석과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라면을 사 먹으러 가서 홍수환의 카라스키야전을 본 것이 기억납니다.

 

대학에 들어가니

재수시절 같은 반 출신이 우리과에 저 포함 4명이고 다른 반인데 알게 된 3수생이 1명이었습니다. 이중 가장 친해진 것이 거제도 선주아들^^ 전진후입니다. 첫 대학축제 때 둘이 춘천으로 놀러 가서 비만 맞고 돌아온 것이 기억나고, 녀석의 입이 짧아 신기했고, 서로 군에 입대하는 시기가 달라서 헤어졌습니다.

 

회사시절엔 이한업이 좋은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에게 당구도 배우고, 술도 배우고...ㅎㅎ 그래도 돈 쓰는 법은 배우지 않았습니다. 얼마전 페이스북에서 만났는데 젊을 때 돈을 잘 쓰더니 나이들어 돈을 잘 버는 듯 ...좋아 보였습니다. 워낙 친구를 많이 사귀는 지라, 저를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구요.

 

그리고

결혼전까지^^...

중 고등학교 대성학원까지 동창인 조연수와 김희상 권흥식

고등학교 대성학원 대학교까지 동창인 전홍석

고등학교 대성학원 같은 그룹회사까지 동창인 나경수

여기에 고등학교 동창인 유재흥 안진우까지 7-8명이 자주 모여 우정을 나누었었습니다.

 

...

 

세월이 흐르고...흘렀지요   

다섯아이를 키우며 ...인터넷과 자전거를 즐기며...사는 동안...흐흐흐...

 

어떤 친구들은 저를 잊었을 것이고, 혹은 실망하였다 하고, 어떤 이는 미워하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던 한 친구는 이미 천국에 갔고

1년에 한번 고구마를 보내주는 친구...하나가 남았습니다. 그놈의 보라색 고구마...건강에는 좋다는데 맛은 영 좋지 않아서 지금도 마지막 까지 찜통에 남아 있지요. 

 

...

 

그립기는 하지만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장례식들에서 어떤 친구들을 몇 번 만났었는데...세월의 더깨가 '재미없는 사이'로 만들어 버려서인지, 정말 재미없었거든요.^^

 

아직은

우리집 다섯아이가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아이들 다 독립시켜 떠나 보내면, 정말 그리움과 더불어 만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따라 별빛이 유난히 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