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잘 아는 분과 만나 대화 하는 중에
어머니의 글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니의 글씨가 참 훌륭했다고 기억하시고 계시다고...
제 어머니는 글씨체가 참 독특하셨습니다.
예쁘거나 단정하거나 균형잡혔다기보다는 힘있게 쭉쭉 뻗은 칼날같은...
강직하고 굽힐 줄 모르는 성품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분의 훌륭하다는 평에 대하여는 글쎄요...
어머니는 숙대를 나오시고 적지않은 기간동안 교직에 몸담으셨었습니다.
좌골신경마비로 쓰러지시고 교단을 떠나셔서 몇년후 몸을 겨우 회복시키셨을 때는 다시 교직으로 돌아가실 수 없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마비 후유증은 그 이후에도 어머니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오른 손...
제가 국민학교 1학년 때 세들어 살던 작은 단칸방, 부엌의 끓는 물을 들다가 그 오른 손에 힘이 빠지는 바람에 화상을 심하게 입었습니다.
새끼 손가락은 완전히 구부러졌고 그 옆의 손가락도 약간 휘어졌습니다.
가끔
아니, 자주였을 것입니다.
그 구부러진 새끼손가락을 펴시려고 애쓰시는 모습을 뵙곤 하였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못된 자식인 저는 꼭 한 마디를 던지곤 했습니다.
그렇게 편다고 펴지겠어요? 포기하세요.
...
작년인가 누님과 대화 중에
어머니께서 메국의 큰 병원에 가셔서 심장 치료를 하시고 덤으로 그 새끼손가락을 펼 수 있는지 의사에게 문의를 했고 정밀하게 검사를 다 한 후에
의사의 손가락을 펼 수 없다는 답을 들으시고
누님 말로
정말 엄마답지 않게 ...
눈물을 상당히 흘리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오늘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어머니의 그 연세에도 그 손가락때문에 우신 그 마음이 ... 느껴졌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회한...
...
죄스러운 마음이 밀물처럼 심장을 두둘기고
목구멍을 메꾸고
눈물을 밀어냅니다.
오늘따라 너무나 높고 맑고 푸르른 하늘입니다.
(10년전이니 2002년정도가 되겠군요. 그러니까 어머니 74세 때 쓰신 친필입니다.
예전 편지글은 창고어느 구석에 갇혀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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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글을 접하고 눈시울이 뜨거웠어요.
답글
멀리 계신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사모곡을 접하는 것처럼 가슴이 짠하더군요.
문득 10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났어요.
할아버지께서 훈장을 하셨다고 하는데 아버지께서도 필체가 좋으셨거든요.
결혼하고 언젠가 아버지께서 편지를 보내셨던 기억도 나네요.
객지에 있는 자식들에게 편지를 쓰셨던 아버지도 생각나구요.
어머님께서 너무 멀리 계시죠?
가까이 계시는 친정엄마를 생각하는 저와는 참 많이 다르시리라 생각되네요.
뵐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쯤? 생각하실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실거라는...
아이들은 어떤 의미로든 저희들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내리사랑이라는데 그것을 탓해서 뭣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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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보조2012.04.29 01:02
바른 소리 잘 하시고, 남자 교장등과 싸움도 마다 않으셨다 하시더군요. 형이 공산당이라고 당신 반 아이를 퇴학시키려는 것을 막아서시다가 공산주의자로 몰리기도 하셨던 경력도 가진 분입니다.
저는 유감스럽게도
병드시고 얼굴에 가득 기미가 끼인 '별볼일 없는 못난'엄마...로부터 인식이 시작됩니다. 제겐 한없이 따뜻한 분이셨지만 ... 전 철없이 창피해 했답니다....쩝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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