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돌아갈 수 없는

1974년...수학여행

주방보조 2007. 12. 4. 00:01

원경이의 경주 수학여행에 발맞추어^^

고2 가을에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추억을 되살려 봅니다.

 

왕십리에 자리잡은 성동고...

1학년때는 우열반이 없었고

2학년때에는 영어 수학만 우열반을 나누었고

3학년이 되자 아예반을 우열반으로 나누었던 그런 시절에 살았더랬습니다.

그 시절 내내 단 한번도...열반을 벗어나지 못했던...저는

그러니까 당연히 이 수학여행을 가던 2학년 가을에도 오후 영어와 수학시간마다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우수반 한번 가보겠다고 안 하던 공부하긴 자존심 상해 싫고...사실 살기도 싫었던 때였지요.

학교 바로 뒤 왕십리 판자촌 언덕배기 반지하방에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는데 지각을 밥먹듯하여 유명하였습니다.

우리집에서 내려오는 길이 교실에서 뻔히 보였는데...조회시간이면 뒷 자리 앉은 녀석들이 어슬렁거리며 내려오는 저를 선생님에게 고발하며 낄낄거리곤 하였지요. ^^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두발 검사가 있었고

조금이라도 머리를 길게 하여 가고싶어하던 아이들과는 상관없이 머리가 길었으므로

이마위로 고속도로가 나서 할 수없이 머리를 박박 깎아야만했던 아주 기분 나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학여행 기차를 타고 경주로 가는 도중...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릴 때 교회학교에서 배웠던 토기장이의 비유가 ... 확~ 깨달아졌다는 ...

 

 

사진을 현상하면서 털이 하나 끼어들어 제 잘난 얼굴을 망쳐 놓았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훅크를 단단히 채울만큼 단정했답니다. 머리를 밀린 것은 정말 제겐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지요... 

 

 

 당시엔 주먹 꽤나 쓰던 시절이었던 것이 아닌가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누구든 한방에 떨어뜨릴 수 있을 것같은 기세가 있었지요.

여기는 불국사 뒷 절간이 아닌가...싶습니다.

 

 

다 아시는 다보탑, 석가탑... 

 

안압지??? 

 

 분황사???

 

   첨성대...

 

 이곳은 석굴암 앞입니다.

석굴암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새벽부터 일출본다고 끌고 나와 안개때문에 일출도 못  보고...

약삭빠른 녀석들만 석굴암에 들어가 부처님을 알현하고 나와 잘난척 떠들어 대었었는데 그 녀석들 부처님 가피를 많이 입고 사는지 궁금^^...

 통도사...피곤이 극에 달해 아무 것도 의미없었던 ...그런 우중충한 기억만이 남아있네요 저 마음 구석쟁이에...

 

  • 바쿠스2007.12.04 00:49 신고

    석굴암 부처님의 자비가 수학여행길의 원필옹에게도 미쳤던 모양이군요.
    왜 살아야 하는지 깨달음을 주셨으니...

    히피들이나 했던 머리를 원필옹께선 빨리도 받아들이셨네요. ^^;

    저는 개인적으로 학급을 성적별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눈높이 교육이 제대로 되어서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학생들도 줄어들테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야훼를 맹신하는가? 하지 않는가? 로 사람을 나누는 야훼스런 잣대처럼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못마땅하긴 하지만...

    답글
    • 주방보조2007.12.04 13:25

      견강부회는 여전하시군요^^
      ...

      저는 학급을 성적별로 나누는 것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효율적인 면이 약간 있을 것이야 부인할 수 없겠지만...정서적인 면이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 김순옥2007.12.04 07:18 신고

    사진을 착실하게? 잘 찍으셨군요.
    끼니를 건너 뛰었다는 말씀이 증거하든 많이 마르셨군요.
    그리고 까맣고, 잘 생기셨습니다.
    서울특별시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모두가 멋있습니다.
    포즈도 다양합니다.

    미스테리는 그렇게 열반을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어떻게 신촌골 저희 동네 학교를 다니셨는지....

    답글
    • 주방보조2007.12.04 13:47

      미스테리입니다. 저도^^
      수학여행 이후 따끈한 아랫묵에 배깔고 업드려 공부했을 뿐인데 6개월 후부터 상위권이 되었죠. 돌반에선 1등이었고.
      저는 왜 살아야하는지 그때 깨달은 것과 매우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 전혀 자발적인 공부를 했거든요.
      기억에 수학여행 다녀온 이후론...한번도 어머니께서 저를 깨우시지 않았어요. 알아서 일어났으니까...ㅎㅎ

      근데...서울 학생 티가 납니까? 다 촌스런 녀석들 뿐이었는데요...

  • 봄빛2007.12.04 09:55 신고

    저희 중 2때 수학여행 코스를 쩜님이 고 2때 고대로 답습하셨네요.
    수학여행이라는 언어가 주는 서정이
    사람을 묘하게 추억 속으로 잡아 끌지요?
    밤새 잠 안자고 친구들 얼굴에 연탄 발라주다가
    석굴암 일출 본다고 새벽을 밟을 때, 졸면서 걷다가 자빠져 무릎이 깨진 기억이 삼삼~.
    오늘도 평안~!!

    답글
    • 주방보조2007.12.04 13:56

      거의 아침먹는 것이 고역일 정도로 무박3일이었던 것같아요.
      친구들 담 넘어가서 술 사오고...화투치고...춤추고...싸우고...잘 수가 없었죠.

      저기요...
      그때 걷다가 엎어져 무릎깨지는 여학생 본 것같아요. 자갈 길이었는데...단발머리에 진한 푸른색 원피스 교복...혹 영희님 아니었나 모르겠네요^^ㅎㅎ

    • 봄빛2007.12.05 20:00 신고

      푸흐흐흐흐~!!
      우리 그때 전체 체육복 입었었는디...
      저 말고 넘어져 무릎 팍 깨진 사람이 또 있었네요.

    • 주방보조2007.12.06 02:10

      그니까...그게 체육복이었군요^^ 안개가 끼고 어두워서 ...

  • coolwise2007.12.04 14:59 신고

    저도 그 무렵에 낙산사 수학여행에서(설악산 코스) 교복 입은 채로 사진찍은 기억이 납니다.
    아.. 우린 교련복으로 통일했던 것 같기도 ..

    요즘 경주에서는 '추억의 수학여행'이란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TV에 나오더군요.
    40-50대 동창생들이 단체여행을 가서는 교복을 빌려입고 사진을 찍는 이벤트입니다.
    어쩜 그리 똑같은 사진이 나오는지.. ㅎㅎ

    사실 유니폼 입은 단체사진은 찍었다는 사실 외에는 별로 의미가 없죠.
    나중에 보면 누가 누군지 내 얼굴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니까요..

    요즘 쩜님.. 옛날 사진 하나씩 내놓으시는 걸 보니.. 세월을 느끼시는가봅니다. 푸..ㅎㅎㅎ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7.12.04 23:24

      세월을 느끼기도 하고...
      옛 앨범이 너무 낡아 핑계삼아 조금씩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하는 것이죠.
      저 위 사진을 같이 찍었던 녀석들 중 겨우 한 놈만 이름이 기억날뿐입니다. 단짝이어서 꽤 오랫동안 교류를 나눈 탓이지요. 나머지는 성도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다 친했기에 같이 사진을 찍었을텐데 말이지요.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사진을 현상해 온놈이 사진값 내 놓으라고 윽박지르며 돌아다니던...장면 정도인데...그것도 어떤 놈이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기억도 낡고 소멸해갑니다. 날이 갈수록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 malmiama2007.12.04 16:13 신고

    오늘..형민이가 수학여행 가는 날이었습니다.
    수능 끝나고 가는 걸 보니...공부 우선인 학교인 것은 분명한데..
    좌우간,형민이는 가지 않았습니다.

    "왜 안가니?"
    "가봐야 술먹고 담배피고..3박4일 그러는 거 보기 싫어서요"
    "몇 명 가니?" ............. "이십 여 명 가요"
    "십여 명이 안가는데..담임이 뭐라하지 않니?"
    "..네...좀 더 빠지라고 하던데요!"

    엄마..김장을 열심히 도운 아들입니다.
    요즘..집에서도 모범생인데요...갑자기 철이 들었나 봅니다.

    사는 이유를 알았는지...지금부터 더 공부하면 더 잘할 것도 같은데 말이죠.^^

    답글
    • 주방보조2007.12.04 23:41

      우리 진실이는 내일 롯데월드 놀러간다 합니다. 다음주에 가기로 한 것인데 발표가 앞당겨져서 놀러가는 것도 앞당겼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매일 오전수업만 하고 수능결과 발표난 뒤에는 학교에 안 가도 된다고 하네요.
      진실이는 아직 사는 이유를 깨닫지 못한 것같아요.
      잠 많이 자고, 놀러가고, 동생들과 수다떨고...^^

      그래서 아주 만날 때마다 강조하죠. 너 어떻게 하든 올해 대학가라...제발^^

  • 원이2007.12.04 21:32 신고

    기차를 타고 경주로 가던 도중.... 크게 깨달았다는 얘기,
    더 듣고 싶어요.
    남이 들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주아주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었던 그 어떤 순간이 어떤 순간이었는지,
    궁금해요~~~...^^

    (배경 음악, 넘넘 좋네요~ 우리 조직엔 언제 들어오실건가요? 혹시 '때'를 고르는 중??)

    답글
    • 주방보조2007.12.05 00:36

      기차가 중간 역에서 다시 철컹하고 출발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어요. 번쩍하는...^^
      설명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순간적 수긍, 그 동안 집착하며 스스로 괴롭히던 환경의 열악함같은 것을 다 떠나 삶의 주권자인 하나님께 대한 전적 신뢰...
      토기는 토기장이의 뜻대로 빗어내는 것이고...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고 ...내게 살아야할 이유는 그분의 나를 향한 뜻에 달린 것이다...요강이 되든 화분이 되든...뭐 그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떠올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신기하게도...6학년때부터 시작되어 쌓여 온 갈등이 순식간에 훅 하고 날라갔지요.
      강력한 약효는 6개월 정도는 지속되지 않았나 싶구요...지속적인 효과는 지금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 싶어요^^

      ...

      배경음악 좋지요?^^ 요즘 가사를 인쇄해서 배우는 중인데...너무 어려워서 마눌과 아이들에게 소화가 안된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지요.

      저는 삼각산파를 유지해야하는 넘버3라서...다른 조직에 몸담았다가는 뼈도 못추릴 것입니다.
      우리파 두목은 정말 무섭거든요^^

    • 원이2007.12.05 23:02 신고

      아하~!!
      나 자신의 모습, 환경, 삶, 세상...에 대한 전적인 수용, 납득, 받아들임의 순간이었군요.
      동시에 조물주의 주권에 대한 전적인 인정이기도 하구요.
      ㅎㅎ 다른 사람의 언어로 다시 말하면 또 다른 말이 되어 버리지요?ㅎㅎㅎ
      우리 조직에 들어오시면 제가 행님으로 모실텐데...
      왜냐면, 저는 그런 번쩍! 하는 순간이 40에야 있었으므로...^^

    • 주방보조2007.12.06 02:15

      조인스에도 같은 글을 올려놓았더니 어떤이가 묻데요.
      그때 득도하신 뒤 지금의 근황이 어떠냐고...
      그래서 지금의 근황을 간단하게 이야기했죠. 다섯아이랑 잘 지내고 있다고...
      원이님은 뭐라고 대답하시겠어요. 40에 득도하시고...지금의 근황이 어떠냐고 누가 묻는다면...

  • Pia2007.12.05 05:06 신고

    흑백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 까맣네요. ㅋ

    답글
    • 주방보조2007.12.05 14:26

      제 얼굴이 희다면...너무 이상할 것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토기장이께서 좀 오래 구우셔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