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돌아갈 수 없는

우열반의 추억...

주방보조 2008. 5. 5. 11:29

초등학교 6학년 5월에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온 후

성적은 급전직하 ...거의 바닥을 향하였습니다. 처음은 19등 마지막은 90여등...

 

뺑뺑이로 당첨된 학교는 동도중학교.

입학하자마자 우열반이 편성되어 있었습니다.

1반 2반, 9반 10반은 우등생 반...3,4,5,6,7,8반은 열등생반.

저는 1학년 5반 ...열반 ...당연한 결과

 (1학년 5반 봄소풍 동구능... 가운데는 정말 착했던 차문덕이란 친구, 오른쪽 친구는 기억이 안남)

 

이 해는 학기마다 우열반을 다시 편성했습니다. 참 잔혹한 시절이었지요.

저의 반에선 세명 정도가 우수반으로 2학기때 반을 옮겨 갔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초등학교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 돌반에서 1등을 달리던 저는^^

2학기때는

1학년 10반...우수반으로 영전되어 갔습니다.

 

다음해가 되자

저 위에서 우열반 편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내려왔는지 우열반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2학년6반이 되었는데

그러나 영어 수학은 이동수업으로 우열반을 갈라 놓았습니다.

1,2반, 9,10반...으로 이동해 가는 놈들은 우수반 그냥 남아 있는 놈들은 돌반...

저는 영어 수학 수업은 우수반으로 ...당당하게...^^

 (중2 충정로에서 ... 누나가 아사히 펜탁스 카메라를 친구에게 빌려와 찍어준 사진)

 

중3이 되면서 또 우열반의 규제는 풀려 1,2,9,10반은 우수반 3,4,5,6,7,8반은 돌반...

저는 3학년2반...우수반

1학년 때처럼 학기중에 반을 달리하는 잔혹함은 없었지만

1반과 우리 2반은 1년동안 전원 결석 하나없는 반으로 뽑혀 신문에 날 만큼 독하게 관리되었습니다.

 (이건 살던 집 앞...^^)

 

중학교 시절은 대부분 우수반에 있어서 ... 심리적 안정감이 넉넉했을 것이라 생각이 드시겠지만

월별고사마다 성적표를 게시하는 것, 조금만 성적이 떨어지면 본관과 분리되어 있는 화장실 뒤로 끌려가 고문에 가까운 매를 맞던 일, 우수반 안에서도 경기,서울,경복 갈 인사들과 저처럼 우수반과 열등반의 경계선에 있는 인간들과의 차별...휴

 

...

 

성동 고등학교에 기적적으로 입학을 하고^^

고등학교 첫 해 우열반이 전혀 없는 한 해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1학년 10반, 이재기 선생님, 부반장, 육상부, 투포환,  거의 꼴지, 지각대장, 부반장 사표, 반골. ...

 

(고1 소풍 가서...오른쪽 녀석은 서울대 농대를 나중에 갔는데 예쁘장했던 기억^^)

 

거의 꼴지... 운동선수들 빼고는 제 뒤에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밖에 없이 고1을 마치고

고2가 되었는데

이 해에는 다시 슬금슬금 우열반이 도입되어

오후에 국영수를 편성해 놓고 이동수업을 하였습니다. 불후의 명화 중 하나인 '말죽거리 잔혹사'에도 소개가 된 그런 이동수업이었지요.

시험 성적에 따라 두달에 한번씩 성적순으로 선별하여 문과는 1반 이과는 9,10반을 우수반으로 정해 놓고 이동수업을 하였습니다.

2학년4반 ...1반에서 공부 못하는 놈들 1/3이 우리반으로 오고 우리반의 공부 잘하는 놈들이 1반으로 가는 매일매일 계속되는 어색함과 우울함과의 조우...

너댓번 기회가 있었지만 저는 거의 꼴지...가, 2학년 동안에도 쭉 유지되고 있었으므로 꿈도 꾸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원두란 놈도 경수란 놈도  한번씩은 ... 우수반으로 이동수업을 하러 갔다 왔는데...저는 단 한번도 가보질 못했습니다.

 (2학년4반 교실...공부하는 척 폼을 잡았던 사진...그래서 사전도 책도 보기 좋게 딱 가운데가 펴 있죠)

 

고3이 되자

그 해엔 교장 선생님이 용기를 내셨는지

아예 처음부터 우열반을 갈라 놓았습니다.

 

문과가 하나 줄어 세 반이 되었고 이과는 하나 늘어 일곱 반이 되었습니다...문과는 3반이 우수반, 이과는 9반 10반이 우수반.

저는 당근 3학년 1반 ...돌반...

담임이셨던 이재룡선생님 3월초 학부모 모인 자리에서 '우리반은 돌반입니다. 여기서 대학 제대로 갈 놈은 한 놈도 없습니다' 하셨고...

다녀오신 어머니 그 말씀을 전하시면서 떨떠름하셨던 표정...잊혀지지 않습니다.^^

 

 (목련꽃 뒤로 우리 3-1반 교실이 있었죠. 가방이 이렇게 새 것이라니 ...저도 놀랐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던 해...

중1 이후 유일하게 성적이 올랐던 해...

돌반에서 1등을 하며 우수반 아이들을 무시하려고 무던히도 애쓰던...그런 해...

 

...

 

그리고 마지막

우열반이 있던 ...곳

너무나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곳...대성학원...

대학별로 반을 꾸리고 그 중에 엘리트반이라는 우수반을 만들어 운영했지요.

서울대반은 5개의 엘리트반이 있었고

저는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다시 우수반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엘리트2반...

 

 (대입원서를 내려고 찍은 사진이니...재수하는 동안에도 머리가 단정했다는^^)

...

 

중학교부터 고등학교4학년^^까지

단 한번 고1때만 우열반이 없는 해였습니다.

 

우열반이 있던 6년동안 2년반동안은 돌 반...3년반동안은 우수 반...

돌아보면 그립지만

솔직히 참 불행했던 시절이었습니다.

 

...

 

이 정부가

우열반을 편성한다하나...쩝...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이런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 malmiama2008.05.05 12:19 신고

    그 때 그시절...잔혹한 건 요즘이 더한 것 같습니다. 매만 없지.

    중 1때 첫시험 치루고 반에서 11등..이후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중3땐,중간정도 유지.
    뺑뺑이로 고교에 들어가서 첫시험...59명 중 57등.

    성적이 떨어지면 담임의 부모상담이 이루어졌지만 저는 그런적이 없어요.
    워낙 바닥에서 시작해서...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거든요.ㅋㅋ

    추억의 글과 사진 감미롭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8.05.05 13:49

      사교육이
      그때보다 너무 심해졌지요.

      누구 탓을 하기 전에...공교육을 담당한 선생님들이 좀 더 열심과 용기를 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앞으로 학원강사들이 학교 보충수업을 장악한다는 끔찍한 이야기도 들리는 마당이니...한숨만 쉬어질 따름입니다. 그건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니까요.

  • 왕언니2008.05.05 19:38 신고

    영화 감독들 눈에 띄는곳을 돌아다녔으면 픽업되었을것 같은 얼굴입니다. 제가 동년배였다면 가슴두근두근거리며 잠못 이뤘을것 같네요.^^ 원조 얼짱 요리왕님!

    답글
    • 주방보조2008.05.05 22:27

      흑백사진이 결점을 많이 가려주는 편이죠...
      아쉽게도^^ 아무도 저를 좋아해주는 이 없었답니다.
      어쩌면...중학교 때는 고입, 고등학교때는 대입이 가로 막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우수반 때는 우등생들 때문에
      돌반 때는 우수반 때문에...열등감만 꽁꽁 뭉쳐 있었지요.

      항상 이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2008.05.06 03:25 신고

    숀코너리가 겹처집니다..
    정말이지 30년만 늦게 나셨더라면 이국적 외모를 가진 원조 얼짱이신데~ ^^

    답글
    • 주방보조2008.05.06 07:26

      오랜만에...피식^^...하고

      에또...중학교때는 율브린느? 닮았다는 소리를 좀 들었었죠^^ㅋㅋㅋ
      숀코너리가 되기엔 너무 다리가 짧잖아요? ㅎㅎ

  • 청랑2008.05.06 09:22 신고

    에효~
    저는 3년 동안 설대반이라고 아예 합숙훈련을 당했죠... 그건 완전히 당한 거였습니다. 고 2때부터 시 쓴다고 돌기 시작해 가지고, 고 3 때는 그림 그린다고 그 합숙소를 빠져나와 화실로 ... 오전 수업만 하고 빠져나오는 그 쾌감.... ^^
    몇 달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점수가 점점 떨어지더군요. 당연한 결과였지만....
    그래서 학교에서 불호령...
    다시 합숙소로....
    보기좋게 설대 낙방하고, 얼른 총신대 원서 사가지고 내려갔다가 두 주 동안 엄청 혼났지요. 재수비용 대줄 테니 재수해 보라고... 저도 엄청 고집 부려서 총신대로 진학해 버렸습니다.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
    원필옹의 솔직화법에 덩달아서...

    답글
    • 주방보조2008.05.06 11:10

      드라마틱합니다^^
      그래도 목사님은 엄청 고집을 부릴 수 있으셨군요.
      당시만해도 그런 것 잘 통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부모님께서 그래도 많이 온유하신분?ㅎㅎ

      요즘은 특목고라는 곳이 ...그렇죠. 들어가면서부터 3년동안 설대반처럼 사육하는...
      그리고 더하여 ... 일반학교 근처 학원들이 역시 그렇고...

  • 김순옥2008.05.06 10:15 신고

    저희때도 잠시 우열반이 있었는데 열반의 느낌은 좀 달랐겠지요.
    중1때는 교무실 옆 벽에 50등까지던가? 시험 후에 벽보가 있었다는 기억도 있네요.
    저야 뭐 촌넘 묻어가는 편이었으니...

    어쨌든 좋은 학교에 가셨으니 해피엔딩이 아닐까요?
    조카중에 실컷 놀다가 결국은 편입으로 올인한 녀석이 있는데
    저는 그놈이 난놈이라고 합니다.
    죽어라 공부만 하던 아이중에 몇 제외하고는 그래도 나은 녀석들이나 갈 수 있는 대학이니...
    성격좋고, 친구 많고 그럴듯한 여자친구랑 캠퍼스커플로 잘 나가고...ㅎㅎㅎ

    한빛이 학교는 수학, 영어 이동수업을 하는데 50대50이라서 별로 다를 것도 없어 보이더군요.
    그보다는 특목고가 갈수록 늘어가는 마당에 순수한 인문고등학교가 열등생들의
    전당이 되는 건 아닐까 싶네요.
    변별력이라는 게 사람 잡는 일이지만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게 편하다고 할 수 있을지...
    아주 가끔은 슬퍼집니다. 어떤 의미로든 약자? 속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거든요.

    답글
    • 주방보조2008.05.06 11:19

      우리 충신이하고 원경이는 같은 중학교를 다니는데...아직은 우열반을 나누지 않은 듯 합니다.
      영어와 수학 이동수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는데
      전교조 교사분들의 입김이 센지...말만 돌고 올해는 아직 실행이 안되고 있습니다.
      작년엔 영어 수학을 세 종류 반으로 편성했었는데 ... 돌반에 가본 충신이 왈...애들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고...자기 보기에도...ㅎㅎ
      원경이는 중간고사 이후 '저는 중간반에 들 것같아요'...좀 낙심한듯 말하는 중입니다.

      한빛이는 특목고를 목표로 공부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요?

      저 학교 다니던 시절엔 명문고등학교가 존재했었는데 ... 학교내의 우열반뿐 아니라 학교 외의 그런 서열도 정서에 별로 좋지 않았다는...기억입니다.

  • 소리2008.05.06 14:33 신고

    왕님, 우와~~~ 징~~짜 잘 생기셨네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셨겠습니다요!

    교육이 아니라 고문이겠습니다. 인생이 어짜피 선택과 거절의 연속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고의 적으로 선택되어지고 버려지는 환경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자아 존중감을 완전히 말살해 버리는 거네요. 어째 공부만이 전부인 나라로 점점 더 굳혀져 가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8.05.06 20:30

      교육만큼 신분유지나 상승을 도모할만한 블루오션?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요.
      문제는
      그것에 올인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정도 학교도 그리고 사설학원들도 모두 '인간'이 아닌 공부기계로 아이들을 몰아가니까요.
      공부는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선 가족간의 서로 나눔을...뭐 이런 개략적인 원칙도 없고 여유도 없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사교육, 해외연수...등으로 지불되는 국가 비용이 엄청나구요.
      자녀를 키우는 가정도 경제적으로도 숨쉴 여유가 없을 정도...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망한다면
      첫째는 지역 감정으로 나뉘어진 것이 파생한 분열과 대립이고
      둘째는 지나친 사교육으로 멍든 교육현실이 아닐까...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