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정통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워킹을 가기 전에 영어공부를 하러 갈 것이냐, 돈을 벌러 갈 것이냐 둘 중에 하나를 분명히 하고 가야 한다고.
실제적으로 두 딸아이들 워킹을 준비하면서 잠시 고민했지만
구두쇠 아버지라는 저 자신의 정체감을 떠올리고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돈을 벌러 가야지 공부하러 갈 수는 없다.
떠나서 정착할 때까지 한달 정도는 내가 돈을 대 줄 것이다.
너희들은 번 돈으로 먼저 내가 지출한 모든 비용을 갚고 나서 나머지 돈으로 여행을 하든 공부를 하든 마음대로 하거라"
그리고는 요즘 녀석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꼼꼼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홍콩을 경유하여21시간이 걸린다는 비행기표값이 120만원, 신체검사비5만원, 비자발급 25만원, 비자발급대행 수수료7만원(이건 공짜로도 할 수 있었다는데 정보부족으로 나실이가 땅을 치며 후회한 일입니다)...벌써 둘이 합쳐 314만원이나 들었습니다.
앞으로 알바자리를 잡을 때까지 주거비와 교통비 식비 통신비 등을 약 300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으며 만일을 대비하여 300만원정도 더 들어갈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만약 총비용이 1000만원을 넘어가는데 거기서 빈둥거리며 할 일이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소환해 버릴 생각입니다.
진실이는 무한긍정모드이므로 이미 상상속에서 일본식당에 취직하여 돈을 벌고 있으며 아빠 돈을 석달정도에 값아버리고 그 뒤로는 그 돈을 어디에 쓸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계시고
나실이는 무한근심모드이므로 진실이언니가 속을 썩힐 것이 걱정이고, 취직을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며, 그래서 혹 아빠 돈을 갚지도 못한다면 큰일이라고 고민을 하고 계십니다.
지난 주일 호주 워킹을 작년에 다녀온 동네 선배언니를 모셔다가 특강도 들었습니다.
제가 전해 들은 일부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샤워는 15분 넘어가면 안 된다, 겨울에 상당히 추우니 전기담요가 필요하다, 여성용품이 엄청나게 비싸니 많이 사가라, 오후6시이후엔 밖에 못 다닌다, 교회에 가면 도움을 적지 않게 얻을 수 있다, 교회기숙사에 들어가면 엄청 싼데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멜버른이 깨끗하고 교통비도 공짜다, 시드니는 한국사람이 포화상태다, 한국인가게에 가면 시간당 10불 정도고 외국인 가게에 가면 16불 정도 받는다, 한국에서 워킹오는 사람들에 대한 호주인의 인식은 일을 성실하게 한다고 괜찮은 평가를 하고 있다. 등등...
지난주 이번주 내내 바쁘더니 비자신청을 하고, 7월 12일자 비행기표 예약을 하고, 그리고 신체검사를 받은 그저께 부터는 좀 조용해졌습니다. 비자받게 되면 시간에 맞춰 떠나면 되니까요.
아, 살 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알바자리를 얻는 것만큼 이것도 매우 중요한듯 고민이 많아 보였습니다.
시드니 지도를 펼쳐 놓고, 호주나라라는 싸이트등을 뒤적거리면서 찾고 있더군요. 시드니 남쪽 중간즈음의 동네인데 여자둘, 주당 180불, 쌀제공? 등등이 적혀 있는 광고를 보여주며 제게 묻더군요. 이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흠...^^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곳이 취직하기 좋은 곳인지, 교통은 괜찮은지, 180불이 개인당인지 둘이 합해서인지, 뜬금없는 쌀제공이란 것은 뭔지...너희들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스스로 결정해서 가라고 하였습니다. 고생이 되면 그것이 인생에 득이 될 것이고 편하면 당장 좋은 일일테니 너무 고민만 하지 말고 담대히 부딪치라고...
그리고 덤으로 교통비가 상당히 비싸다던데 교통비를 줄이려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라고 권했습니다. 10KM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많이 절약이 되지 않겠느냐고. 그 알량한 알바비 벌어서 교통비로 날리면 이 아버지 돈은 언제 갚을 수 있겠느냐고...^^ 물론 녀석들은 부정적인 눈빛으로 반응했습니다. 이상한 아버지니까...우리 신경 쓰지 말자...뭐 그런 분위기? ㅎㅎ
...
어제는 나실이와 저녁 장을 보았습니다.
학교에서 발표준비가 있다고 늦게 건대역에 도착한다하여 10시쯤 함께 이마트에서 만나 먹거리, 생필품등을 샀습니다.
장을 볼 때는 나실이가 제일 편하게 해 줍니다. 저는 절대로 물건을 못 나르게 하고 자기가 다 하거든요. 힘도 쎄고^^
그리고 딸들 집에 들러 매운 족발을 밤간식으로 넷이 함께 할 때
나실이가 뭔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는 KFC가 뭔지 아세요?
그거 닭파는데 아니냐?
그거 말구요, 워킹이나 어학연수 가는 사람들 이야기예요.
뭔데?
남자는 필리핀에 가서 어학연수했다 하면 모두 필리핀 여자들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구요
그리구?
여자는 호주에 어학연수나 워킹을 가면 남자들이랑 그렇고 그렇게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KFC는 뭔데?
그렇게 되는데 일본여자는 2주 걸리고 중국여자는 1주 걸리고 한국여자는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된다고 한국여자는 KFC라고 한데요.
그런 이야기가 있느냐?
예
그래서 걱정이구?
조금은요.
너희들만 바르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너무 겁먹지 마라.
...
우리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된 정말 극소수의 수재들과 돈을 많이 버는 준재벌급은 넘어가는 집 자제들만 누리던 것이 유학이나 해외여행이었습니다.
공부를 못해도^^...돈이 별로 없어도...해외에 나가서 세상을 넓게 보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은 정말 복받은 세대입니다.
저는 참 이 아이들이 부럽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 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될 시간들을 ... 타락과 방종으로 소비하고 만다면...이건 복을 저주로 돌려버리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될 것입니다.
필리핀이나 호주와 관련된 그런 루머들이
50일 후에 1년간 먼 여행을 떠나는 우리 딸 아이들에게 경계가 되고 경계가 되고 경계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작년여름 광화문까지 걷고 나서, 나실,주방보조,진실)
-
용기있는 딸과 부.모입니다. ...집안이 좀 허전하겠습니다만.^^
답글
충신이에...진실이와 나실이도~~~아니,
다섯 아이 모두를 떠올리며 중보기도 하겠습니다. -
일단 쓰던 글이 날아갓네요.
답글
큰언니 딸이 1년 정도 머물다 4월에 돌아왔어요.
나이가 30을 훌쩍 넘어 떠난다고 언니의 지청구를 감당하면서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게 당연한 것이겠지요.
자매가 떠나는 게 장단점이 될 것 같아요.
안심과 의지가 되겠지만 폭넓은 관계형성에 약간의 제약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언어소통을 위해서는 가능한 우리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게 최고일거구요.
조카도 힘들게 일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자격증도 땄다고 해요.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건 만만치 않다고도 하구요.
하지만 어디서든 얼마나 성실,노력으로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리라 믿어요.
물론 잘할 수 있을거구요.
두 아이들이 떠나면 제일 허전하실분은 역시 아버님이시겠네요.
저도 항상 응원 보낼게요. -
-
반듯하게 자란 따님들이라서 어딜 내놔도 걱정은 없읍니다만,,
답글
딸들이,고생할것 깊은속마음 아파하는 주방보조님이 더 걱정인것 같은데요..^^ -
자전거 타고다닌다고 하면... 아버님께서 사주시는 건가요???
답글
시기적으로 첫 한 달에 들어갈 것 같은데...^^*
어느 지역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제 경험으로는 대중교통이 한국처럼 그리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자가용 없는 집이 없어 그럴까요~
버스시간 기다리느니 걷는다 하고 두 시간 가까운 거리를 주로 걷곤 했습니다.
주변분들이 시간을 낭비하는 거라고 그러지 말라고들 하시던데,
그 낭비되는 시간을 저는 휴식처럼 여겼었네요.
차비를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뜸한 버스 시간떼를 맞추는 게 답답하고 귀찮아서라고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복잡한 서울과는 다르게 집집이 정원이 있는 한적한 마을길과
빵빵거리는 차없는 조용한 거리를 걷는 것이 좋았서였습니다.
장거리를 갈 때는 주로 지하철 같은 기차라고 부르는 걸 타고 다녔는데,
내리는 곳 방송을 바로 듣기 위해서 신경 곤두세우던 기억도 나네요.
무엇보다 시드니에 수상 택시(배)가 관광이나 레저용이 아니라 일반적 교통수단이라는 게 특별하고 재미있었구요.
그리고 한적한 마을 거리와 공원을 좋아햇지만,
조용하다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더군요.
그다지 늦지 않은 시간, 근린공원에서 적잖이 흉악한 사고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제가 무식해서 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민족이 어우러져 한 공간을 공유하며 부대끼고 있어 좋은 경험이 될것입니다.
그런데 호주라는 나라, 점잖은 척 해도 상당히 야만적이어서 하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제법 까붑니다.
아버님 말씀대로 내적 경계가 무척 중요하지만,
외적 생활면에서도 이에 못지않게 두려움 아닌 경계와 사려깊은 주의는 꼭 필요하겠습니다.
저야 뭐 업무상 파견으로 잠깐 4개월 동안 다녀온 건데...
1년이라고요... 그곳 겨울에 가는군요.
처음에 도착하는 한국인들은 "이정도 날씨야 살기좋은 가을날씨지" 하다가
살면 살수록 뼈를 에인다고들 하더군요.
난방시설이 전혀 안돼있으니 침대마다 전기요와 난로는 기본이었습니다.
꼼꼼히 잘 준비해서 잘다녀 오세요. -
흠.. 제 남편도 대학 2학년땐가 휴학하고 호주에서 2년 정도 공부하고 들어왔습니다.
답글
하루 24시간을 쪼개어 일본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공부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먹을것도 제대로 못먹고
거의 삼시세끼 호주 달러로 1달러 정도 밖에 안하던 무진장 싸고 큰 빵을 먹었다더군요. (당시 호주달러가 700원도 안되던 시절?)
아무튼 고생은 엄청 했지만 남편은 그곳에서 배우고 느낀바가 컸고 그곳에서 정착하고 싶었지만
결국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포기하고 들어왔습니다.
아르바이트 하는 걸로 집세내고 먹고 사는 것은 충분히 되는데 학비가 감당이 안되어서요.
첫 학기만 부모님이 학비를 내주시고 그 다음부턴 부모님도 힘드셔서 학비를 못보내주셨던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혼자 감당하려고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돌아와서도 어떻게 하면 다시 호주로 갈까 궁리를 하던 남편인데
지금은 아예 그 곳으로 이민 가는 꿈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게 좋았나봐요.
남편 말로도 공부하기엔 멜번이 훨씬 좋다고 하네요.
시드니로 가는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전에 호주 유학 준비하던 사촌아가씨한테 얘기하는걸 들었습니다.
진실이와 나실이 ..
그곳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좋은 경험 즐거운 경험 많이 하고
무사귀환 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Pts2011.06.10 13:38 신고
우와 부럽습니다ㅠ전 내년초에갈까 생각중인데요 겁도만쿠 해서 아직도 고민중입니다 ㅠ 글을읽고 많은걸 배우고가용 ㅎㅎ두분 저랑나이가비슷해보이네용 ㅎㅎ 넘 멋있구 부럽습니당 ^,^
답글 -
12011.06.18 01:26 신고
어머나 !!!!!!!!!!!!!!!!!!!!!!!!!!!!!!!!!!!!!!!!!!!!!!!!!!!!!!!!!!!!!!!!!!!!!!!!!!!!!!!!!!!!!!!!! 전나 딸들이 개성이있게 얼굴이 발달되었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답글
서양남자도 도망가겠음 걱정마셈 -
아이들 떠나보내기 연습이신가요?^^ 진실이는 한차례 예방주사를 맞아서 점점 자신감이 생기는듯합니다.
답글
자매가 같이 가니 무엇보다 든든하겠군요. 보내는 부모도 떠나는 자매도 다 대단합니다.
10년 후의 칠스트레일리아는 오스트레일리아에 별장 하나 갖게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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