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이었습니다.
바로 전날 교신이와 청계천을 걸었지만 여전히 걸어야할 빚이 많은데
마침 원경이가 논술대회에 참여한다며 한양대학교부속고등학교에 간다하여 같이 자전거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처음엔 걸어가자하였으나^^ 원경이의 완곡한 거절에 이은 자전거 타협안에 제가 동의한 것이지요.
토요일이라 자전거길이 꽤나 붐볍습니다.
꼬마들은 위험천만...두번이나 아슬아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틀거리는 녀석 하나를 겨우 피했고, 홱 돌아서는 자전거 에 식급^^...
천진난만과 무법주행 ... 자전거 타는 아이들의 이 이중성에 대하여는 어른들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요.
한강을 벗어나서 중량천으로 그리고 청계천으로 접어드는 길에서는 간만에 기분좋은 라이딩을 세째딸과 함께 했습니다.
지도로만 익혀둔 길을 따라 찾아 갔는데
굽이굽이 오르락내리락...한양대부속고등학교 뒷쪽길이 마치 6,70년대 골목길을 구경하는 듯, 서울이 아닌 시골읍내길인듯...하였습니다.
3개에 천원하는 빵을 착하게 생긴 주인이 굽는 것을 보았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사 먹자^^ 좋아요^^...ㅎㅎ
2시부터 논술대회가 시작되는데, 한시간이나 일찍 도착하여
자전거는 학교안에 세워두고 동네를 학교 앞 큰 길을 따라 한바퀴 휘 돌다 파리바케트에서 거금 3천800원어치나 빵을 사주었습니다. 점심대신으로...
...
그리고 원경이는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저는 4시까지 2시간 반이나 참 재미없는 홀로 걷기에 돌입했습니다. 그럴려고 작정한 일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도 그 와중에 재미를 찾으려고...추억살리기에 들어갔습니다.
일명 왕십리 옛날 살던 집 찾아보기...프로젝트^^...
그 집 바로 아래에 모교인 성동고등학교가 있었는데, 여전히 학교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만...우리가 공부하던 교실 건물은 다 헐리고 운동장의 일부가 되어 버렸고 아랫쪽 중학교 건물 자리?에는 스포츠센터와 복합적으로 지어진 학교건물이, 그리고 꽤 높았던 계단 위 도서관과 체육관이 있던 자리에 학교건물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입구도 아랫쪽으로 바뀌었구요.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습니다. 추억이 뭉그러져버렸다고나 할까...쩝~
예전엔 지금은 사라진 학교건물을 끼고 올라가는 언덕길이 있었고 ...뒷자리 앉은 친구놈들이 교실창에서 '어슬렁거리며 내려오는 아주 약간 늦은'^^ 저를 내다 보면서 '선생님, 원필이 지금 오고 있어요' 이르고, 몽둥이를 든 이용길 선생님이 여전히 존심때문에 어슬렁거리는 제게 매서운 눈초리를 날리셨던 추억이 아직도 섬뜩한데 ...말입니다.
그 언덕배기의 옛집을 찾아 오르는데 아주 낡은 그 학교 담벼락을 칸칸이 나누어 벽화를 그리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30여년만에 제가 찾아오는 줄 어떻게 알았는지^^
유일하게 남은 단 하나 변치 않은 그 학교 담장을 단장하고 있었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친구들이야 전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겠지만...ㅎㅎㅎ
고2때 한동안 살았던 그 집즈음에 막상 올라가니 저의 옛집에 이어져 있어야할 곳엔 도로교통회관4거리로 빠지는 거대한 길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저의 살던 집은 사라진 것이지요. 중학교시절 살던 만리동 집도 큰 길에 삼켜져 사라졌었는데...
좀 허탈한 기분이 들었지만, 언뜻 학교담벼락을 따라 올라오던 중간에 보았던 무당집 하나 ...혹 그 집이 예전 우리 길가 방 맞은 편에 있던 그 무당이 옮긴 집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말입니다. 거의 매일 징을 쳐대던...그래서 할 수 없이 학교에 가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척 놀아야 했던 시절도 기억이 났습니다.
...
거기서 큰 길을 따라 다시 돌아 원경이 논술대회하는 학교 앞으로 갔지만 여전히 시간이 남아서 청계천으로 터벅터벅...물반 고기반 놀고 있는 것을 한참을 앉아 보고 있다가...시간에 맞춰 원경이를 맞으러 갔습니다.
학교 앞에서 작은 공같은 던킨 도넛이 든 투명 플라스틱통과 카프리썬을 들고는 ... 너무 좋아하며 "던킨 도넛을 줄지는 몰랐어요^^"하는 녀석과 함께
유감스럽지만 천원에 세개하는 빵집이 있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하여 청계천 중량천 한강 우리집...즐거운 자전거여행을 하였습니다.
...
"봉사는 즐겁게 해야 하는가, 아니면 힘들어도 해야 하는가?"로 정리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800자내외로 쓰라 했는데...920자 정도를 썼다며 자기는 상받긴 글렀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래도 내용이 좋으면 그리 문제가 안 될 거라고 했지만
나실이는 '120자나 넘어서 절대 안될 것'이라고 대못을 탕탕 박아 대었습니다.
그래서 그랬죠.
"야, 그래도 발표나기 직전까지 상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즐거운게 낫지 않겠니?"
...
정들었던 학교는 완전히 달라지고
살 던 곳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메말라 더럽기만 했던 청계천은 물반 고기반이 되고
빡빡머리 고집장이 지각대장은 반백의,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항상...변하고 바뀌고 달라지는 것이 이 세상이지요.
제게 주어진 세월이 멈출 때까지 몇 정거장이나 남았을까요?
저도 800자짜리 논술을 써 볼까요? '인생은 즐기며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힘들어도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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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이가 하나하나 자기 몫을 챙겨가고 있군요.
답글
대기만성의 선례를 보여주는 교육철학에 부응하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대견스럽습니다.
물론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고 그 아이들의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기쁨이 되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와 함께 걷고, 자전거를 타고...그런 것들이 부럽습니다.
산천은 유구하다는 말이 옛말이 되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발전한다는 명목하에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이야 오죽하려구요.
온고지신 통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늘 헷갈리는 일이니까요.
좋다고, 나쁘다고....단언하기는 힘들기도 하구요.
문제는 나이가 들어 갈수록 지나간 일들은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는 것일 거예요.
과거의 힘들고 우울했던 것들이 미학이 된다고나 할까요?
마치 돌아가신 분들과의 좋았던 것들이 더 그리워지는 것처럼...
이제 두 달 남았네요.
각종 행사들과 분주한 11월이 될 것 같습니다.-
주방보조2010.11.01 19:06
원경이 담임선생님이 국어담당이신데 그 논술대회에 전교에서 참여하는 사람이 적었나 봅니다. 그래서 자격은 부족하지만 참여를 권하셨던 듯...합니다.
옛것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모교는 추억의 즐거움보다는 인생무상의 씁쓸함을 ... 전해주었답니다.^^
마침 동창녀석 전화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자신도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하더군요.
뭔가 바꿀 때...과거말살이 아니라 과거와 화친한 변화가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젊음을 그저 낭비해버려...추억꺼리가 참 없다는 생각도 저를 추리하게 만듭니다 . 가을을 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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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들를때마다 닫혀 있어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 궁금+걱정 했더랬습니다.
답글
몇 주전에 보내주신 책을 달팽이님 통해 받았답니다.
아침 일찍 저희 집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두고 가셨어요.
산타클로스한테 선물 받은 느낌? ^^ 감사드립니다.
얼굴 한 번 못뵈었지만 챙김을 받는 이 느낌이란? ㅎㅎ 몸둘 바 모를 정도로 감사하면서 한편 ..
저는 해드린게 없어 죄송한 느낌..
결혼식에도 몰래 오시고
미혜님의 씨디 전해 주시려 회사에도 몰래 오시고
이번에 책도 몰래 와서 주고 가신거 같던데요? 너굴집사님 말씀에 의하면..ㅎㅎ
음.. 혹시.. 산타클로스병 아니신지.. 헤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는.. 음.. 끝까지 읽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일거라는 생각때문에?
며칠 전부터 아이 자는 틈에 마음 먹고 읽고 있는데요.
처음 몇장은 그동안 이렇게 저렇게 얻은 지식도 있어서 휘리릭 읽다가
성경이 어떻게 필사되고 쓰여졌나에 대한 역사적인 부분에서 꽤 흥미가 생겼습니다.
저도 모르게 깊이.. 빨려들어가며 읽고 있는 느낌?
돌아오셔서 반갑네요.. 그런데 저 또한 왠지 블로그에 글을 올릴 여유가 생기질 않네요.
아이가 잘 틈을 이용해도 되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허탈한 느낌?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감사하면서도..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아이들이 나이를 꼽고 제 나이를 꼽고
앞으로 먹어갈 나이를 자꾸만 꼽아가면서..
자꾸만 허탈한 마음이 드는건 왜일까요? ㅎㅎ
고수께서 알려주세요..-
주방보조2010.11.01 19:15
글쓰기 쉬는 짓은 가끔 있는 일인걸요^^
제가 좀 대인기피증이 잇다는 것은 아시지요? 산타병이 아니라 정신병입니다.^^ㅎㅎ
흥미를 가지고 읽으신다니 참 고마운 일입니다. 꼭 필요한 내용들이라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건 그렇고
제가 아는 것은 거의 없지만
둘째 아이를 낳고 우울증이 찾아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자기개발도, 일도, 공부도, 마지막 남은 젊음도^^...앞으로 아이가 유치원에라도 다닐 5년간은 다 미루어야 하니까요.
그래도 아기 눈 들여다 보면 ... 그리고 손짓 발짓을 바라보면 ... 너무 행복하지 않습니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니
천하보다 귀한, 그것도 자기 목숨보다 귀한 아기를 얻은 기쁨...그것을 활용해야겠지요.
전...그랬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남자지만...
감사하시고...힘내세요. 육아일기도 쓰시고, 사진도 많이 찍어 두시고...
나중에 남는 것은...사진뿐이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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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들어와 조용히 글만보고 가곤했는데 언젠가부터 블로그가 닫혀있어서 많이 궁금했습니다
답글
오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왔는데...ㅎ
대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깜짝놀람과 반가움이...ㅎ
앞으로도 자주 조용히 들르겠습니다...ㅎ
늘 건강하시고 샬롬하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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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보조2010.11.07 01:41
10월19일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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