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시조 시인 ...김교신^^

주방보조 2010. 10. 19. 00:37

상장 최우수

5학년 1반 김교신

위 학생은 시조짓기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기에 이를 칭찬합니다.

2010.10. 동X초등학교 교장 김XX

 

교신이가 지난 주 금요일에 냉장고에 자석으로 턱 붙여 놓은 상장입니다.

 

학교 대표로는 뽑히지 못했지만 반에서는 제일 잘 썼다고 받은 것이라 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이리 말씀하셨다 녀석이 떠벌렸습니다.

"네 시조가 너무 훌륭해서 학교대표로는 못 뽑힌 듯 하구나. 누군가 도와 주었거나 베꼈거나 하지 않았다면, 내가 보기에도 5학년에게선 절대 나올 수 없을만한 그런 훌륭한 시조다. ㅎㅎㅎ"

 

베낀 것은 잘 모르겠고^^

우리집에서 녀석에게 누군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일단 말이 안 되는 것이

큰 누나는 일본에 가 있고 나머지 누나들과 형은 모조리 중간고사 기간이었으며.

저요? 전 그런 짓 안 하기로 너무 유명해서 아니고^^,

마눌요? 요즘 정신없이 바뻐서...

게다가

교신이 녀석 자신이 얼마나 자존심이 센지, 되도록이면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자세가 제법 단단한 녀석입니다. 막내인데도 말이죠.

지난번 전교부회장 출마할 때 연설문도 혼자서 작성하고 제겐 보여주지도 않았다는 것 아닙니까? 저같으면 '얼굴이 검다고 속조차 검겠습니까' 같은 멘트는 하지말라 말렸을텐데 말이죠.

그러니 그 시조는 녀석이 알아서 혼자 쓴 시조인 것이죠.

 

그래서 물었습니다.

혹 너 어디서 보고 베꼈니?

글쎄요, 종장의 한구절 정도는 명심보감이나 채근담같은 책에서 한 번 본 듯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보고 베낀 것도 아니고, 남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닌...김교신 시조시인^^님의 거의 독창적인 작품이란 것이지요.

결코 어린 아이가 쓸 수 없는 경지의...ㅎㅎㅎ

 

정말 궁금하여 그 시조 한 번 읊어봐라 여러번 졸랐습니다.

며칠을 뜸을 들이다가 어제 식구들 앞에서 '초장 앞 부분이 좀 정확지 않은데...'하며

눈을 감고 그 최우수상을 받은 시조를 외웠습니다.

학교대표는 못되었지만, 그건 너무 잘 써서 그런 것이라 치고^^

우리들은 잔뜩 기대를 하고 녀석의, 아니 5학년 1반 최우수 시조시인님의 시조 한수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가을 새벽<<

시끄럽던 모든 소리 새벽에 잠들었고

자다 깬 귀뚜라미 슬피 울다 잠이 들고

연못에 비췬 달빛도 해가 뜨니 잠이 든다.

 

...

 

저야...기대에 못 미쳐서...시비를 좀 걸었지요.

야~ 다 잠이 들었는데 귀뚜라미는 왜 또 잠이 드니?

그러니까요, 귀뚜라미가요 자다가 깨었잖아요. 그러니까 또 잠깐 울다가 자는 것이죠.

어 그래, 그렇구나, 핫핫핫

그래도 학교 대표가 될만큼 빼어난 시조는 아니지 싶다. 잠들었고 잠이들고 잠이든다...너무 반복이 많잖아...운운

 

그렇지만 마눌님은 자못 감동어린 목소리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글쎄 보세요 ... 달빛이 아침햇빛에 사라져가는 것을 달빛도 잠이든다고 표현했잖아요. 정말 멋진 표현력이예요. 너무 시조를 잘 써서 학교대표 뽑을 때 선생님들이 베꼈거나 누가 도와준 줄 아시고 빼신 것같아요. 호호. 교신아 너 너무 잘 썼다...운운

 

원경이와 나실이는 엄마의 기운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참 잘 썼다 칭찬을 더해 주었고

저도 싱거운 소리 하나 던져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우리 애들이 다 글은 잘 써...공부는 좀 딸리지만 말야...누굴 닮았겠니...나지...하하하~

 

...

 

전반 3분만에 공 한 번 못 만져 봤는데 6학년형으로 교체 당하고

그 좋아하던 학교 대표 축구부도 그만 두고,

에, 또 ...학교 대표 시조시인이 될 뻔 했는데...아쉽게 탈락하고...ㅎㅎ

자존심 짱인 우리 교신이 ... 마음의 상처를 달래 주기 위해  ...시조 한수 읊습니다.

 

>>가을 아침<<

허전한 나의 마음 그누가 알아주랴

부시시 눈 비비고 힘없이 일어서자

폐부를 찌르는구나 삼겹살 굽는 냄새...

 

ㅎㅎㅎ...어쨌든 오늘 아침

냉장고에 붙은 상장도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 주인과 함께

삼겹살 굽는 냄새를 맡았을 것입니다.

마음이 허전할 땐, 삼겹살 구워 먹는 것이 효과 만점이라고 믿는 시조시인의 괴퍅한 아버지 덕에...^^ 

 

돼지고기 안 먹는 마눌님이야 아침부터 웬 삼겹살이야...인상을 찌푸리셨겠지만 말입니다.

 

 

 

 

 

 

 

  • 김순옥2010.10.26 21:53 신고

    서정이 가득 담긴 산문시, 그림으로 말하면 그야말로 수채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라는 것 아시나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그동안 감춰두신 거네요.
    교신이의 시조가 너무 뛰어나서...라는 선생님 말씀 인정합니다.
    물론 아버지의 답가도 훌륭하시구요. 그러니 부전자전 맞는거지요.

    진실이가 유학을 갔군요.
    맏이의 진출에 축하를 보냅니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신 부모님도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잘해 낼 거예요.
    단기 유학생 보험을 가입하면 큰 액수가 아니어도 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그랬군요.
    긴 기간이 아니라면 별 걱정이 있으려구요. 그리고 비교적 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있구요.
    나실이가 많이 허전하겠군요. 친구같은 자매들이잖아요.
    나실이는 정말 엄마 얼굴보다 작을 만큼 날씬해졌나 봐요.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외출에도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데 오래지 않아 다시 일을 할 것 같아요.






    답글
    • 주방보조2010.10.27 12:55

      걷기가 밀려서 한강을새벽에 혼자 걸었는데...낚시군도 연인들도 아무도 없더군요^^ 추워서, 저도 얼어죽는줄 알았습니다.ㅎㅎ

      교신이 시조는 나이에비해선 잘지은 것같아요. 잡기에 강한 녀석이라...그렇거니 한답니다.
      진실이는 한학기 교환학생으로 나가사키의 가스이여대로 갔지요. 한달이 조금 넘었네요. 기숙사비 정도 더 내는 것인데...엔화가 비싸서 예상보다는 비용이 조금 더 나가고 있습니다. 나실이는 전혀 날씬해 지지 않았구요.ㅎㅎ

      직장을 그만 두신 것은 글을 읽고 알았는데...또 계획이 있으시군요. 좋은 일입니다.!!

  • 리닙니다2010.10.26 22:46 신고


    가을 밤 ^^*

    가슴에 품음직한 이웃집 사랑소리
    빈가슴 품어안은 따뜻한 노래되어
    가을밤 잠못드는 이 다독여 재우누나~









    답글
    • 리닙니다2010.10.26 23:01 신고

      ㅎㅎㅎ 안 그런척 하시려지만, ^^*
      말릴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아비의 아들 자랑이 가득한 글로 비춰짐이~
      마치 시조 '가을 새벽(김교신)'의 잠들기 전 연못을 가득 채운 달빛을 연상케 합니다.
      시가 있는 한 폭의 담채화 같은 글을 그리셨군요. ㅋㅋㅋ

      설사 순수창작이 아니라 하여도...
      명심보감이나 채근담을 읽고 흘려버리지 않고 가슴에 둘 정도의 소년이라면... ^^*

      여튼 제 보기엔 시조시인의 아버님께서서 그 정황을 설명해 주셨듯이
      절대 김교신 군의 창작본이라 믿어집니다.
      정형시라는 틀이 제한하지 못하는 생각의 흐름으로 써내려간 5학년 1반 대표시!!!

    • 주방보조2010.10.27 13:01

      린님이 진짜 시인이시군요!!^^ 멋진 시조입니다.

      그런데 솔직히...자랑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런 저런 글 써 놓으면...나중에 아이들 많이 커서 좋은 추억꺼리가 될 것이라 생각하여 올리는 이야기들이거든요.
      전...좀 우울질이 강한 편이라서 자랑같은 것 잘 못합니다. ㅎㅎㅎ

      제가 린님의 칭찬을 막내에게 전해주겠습니다. 잘난척 할까 좀 걱정이 되지만 말입니다.

  • malmiama2010.11.04 18:56 신고

    교신이는...능력도 능력이지만, 자신감과 도전 정신도 만만찮군요.
    두루 성취감도 크리라~~^^

    자식이 성취감 크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겁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실력있는 그리스도인 되기를!!!

    답글
    • 주방보조2010.11.05 09:12

      잔머리에 특출날까 걱정입니다. 막내라 그런지 제 눈엔 다 부족해 보이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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