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추석전후하여...

주방보조 2010. 9. 25. 10:43

월요일
진실이가 교환학생으로 가는 24일 금요일의 일본행을 위해 제일은행에 가서 엔화를 3만2천엔정도 바꾸고
송금의 편이를 위해 신한은행에 가서 통장을 개설하고 현금카드 두 장을 받았습니다.
진실이는 중학교 친구들의 송별회에다 대학교 친구의 송별회까지 끝내고 8시 넘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서류 한 장 미비된 것은 결국 우체국에 갔다가 기한 내로 도착하기 어렵다는 말에 그냥 가져가기로 하였구요.
사실 저녁에 외식이라도 해서 송별회를 해 줄 요량이었는데  진실이는 별 마음이 없는 듯 하여 그만 두었습니다.
 
화요일
드디어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맏아들은 친구 전화 받고 영화 보러 간다며 나갔고
마눌은 요즘 직장의 바쁜 일로 인하여, 그리고 친정에 갈 때 뭔가 해가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감에 사양을 하였으며, 그에 따라 엄마 혼자 두기 안 되어 막내에게 호위무사가 되라고 명하였습니다.
결국 저는 남은 세 딸을 데리고 막 비가 퍼붓기 시작하는 우리동네를 떠나 안산의 선생님 댁을 향하였습니다. 자양중학교에서 비가 쏟아졌는데 이마트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데까지 겨우 50미터...우산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바지가 무릎 아래는 다 젖어버렸습니다.
상록수역에 도착했을 때 안산은 전혀 비가 오지 않고 있었으며, 선생님은 문상을 하러 서울로 가시고 안 계셨고^^, 우리가 떠나려하던 두어시간 후 거기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막내 따님의 차를 타고 한양대역에서 전철을 탔지만 "폭우로 인하여 대공원역까지만 운행한다"는 희한한 소리만 거듭 들을 수 있었을 뿐입니다. 금정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탔으나 역시 마찬가지...한 정거장을 간 뒤 10여분씩 가산디지털역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7호선은 다행히 정상이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나무가 뽑히는 태풍을 직접 경험하더니 이번에는 온 세상을 삼킬듯이 퍼붓는 비를 경험하였습니다. 기상이변 탓이라 해야 하는 것인지...
모두 몸도 흠뻑 비에 젖고 마음도 피로로 푹 젖은 채 집에 겨우 도착하여 넷 모두 다 뻗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마눌이 해 놓은 생선전을 모두 다 집어 먹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수요일
추석...모두 피곤하여 늦게 일어났으며
아내 혼자 아들 둘을 데리고 바쁘게 시장을 다녀오고 여러가지 반찬들을 만들었습니다.  저와 딸 셋은 전날 고생한 것 핑계로 만드는 족족 집어먹기만 하였습니다.  
수요 저녁 예배를 마치고
식구들 모두 오랜만에 하나가 되어 외가집으로 향하였습니다.
다행히 하늘이 맑아지고 있었습니다.
저녁을 잘 먹고
마눌과 처가집 식구들은 나이롱 뽕^^을 하시고
우리 다섯 아이들은 작은 방에서 원카드니 도둑놈잡기니 하는 게임을 하였습니다.  저 혼자 베란다에서 하늘을 보니 어느새 구름 한 점이 없고, 밝고 환한 달과 그 곁의 목성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꼬드겨...달구경하러 밖으로 나갔고, 통닭을 한마리 시켜 놀이터에서 즐겁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날은 좀 추웠지만...정말 가을 맛이 물씬나는 추석 밤이었습니다.
우리가 다시 집으로 들어간 뒤에도 나이롱 뽕은 계속되어...12시30분 정도나 되어 겨우 끝났고(재미는 있어 보였습니다만^^...)
마눌과 진실과 교신은 이모네 차를 얻어 타고 가고...저와 나실 충신 원경은 1시에 전철을 타고 2시 10분전에야 건대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2시까지 연장운행되는 전철의 명절 특별 운행 덕을 보았습니다.
 
목요일
아침 일찍 메국의 어머니와 누나에게 전화로 추석인사를 하고(메국은 하루 늦으므로) 막내조카 녀석의 해피추석...하는 말을 못 알아듣다가 한참 후에 깨닫고 킬킬 웃었습니다. 

진실이 다음 날 갈 준비를 재 점검하였습니다.
 
점심때쯤 누나의 막내 딸인 주현이네 세 식구가 추석 인사차 광주에서 올라와 우리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유일한 방문객이지요^^  
겨우 8개월된 아기 아린이가 오랜 버스 여행에 지쳤는지 몸이 아프고 설사를 하고 울고 떼 쓰고하여 엄마아빠를 힘들게 하였습니다....그래서 가려는 것을 붙잡아 하루 밤 자고 가라 권하였습니다.
 
진실이의 내일 비행기가 아침 8시 출발이라 모두 일찍 잠을 재웠습니다. 새벽 첫 공항버스를 타야 빠듯하다 하였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에 다녀왔다는...그러나 전혀 공부한 것같지 않은...충신이가 10시에 들어와 11시까지 티비를 보다 자러 간 것이 제일 늦은 시간...
 
금요일
새벽한시쯤 잠간 눈을 붙이고 세시에 일어나 새집으로 가서 딸들을 깨우고 짐보따리를 들고 집에 와 모두를 위해 우동을 끓여 준비해 두고...4시30분 제일 먼저 건대입구역 공항버스 정거장으로 갔습니다. 4시54분 버스 위에 짐을 올려주고 진실이와 진실이를 보내러 같이 가는 나실이 원경이 그리고 마눌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으로 작별을 고하였습니다. 
마음이 헛헛하여 곧장 집에 들어가기도 그렇고 하여
한강으로 나갔습니다. 잠실대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그 달이 그 목성과 함께 저 서쪽에 밝게 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강 물 위에 그려 놓은 그 은색의 부서지는 찬란한 달빛들이라니...
 
아내와 원경이는 9시경에 돌아왔고 나실이는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으며 충신이는 12시가 다 될 때까지 잠들어 있다가 머리를 깎겠다며 돈을 받아 나갔고
조카 주현이는 점심을 우리에게 피자로 때우게 해 주었고 ...저녁즈음에 갔습니다.
 
그리고
진실이에게 두 번 전화가 왔습니다.
1. 낮12시쯤-아빠! 여기 후쿠오카이구요 지금 나가사키가는 버스를 타고 있어요. 헤헤헤 ;;; ---그래 잘 해라---
2. 오후6시쯤-아빠!!! 핸드폰이 안 돼요. 제발~유학생 핸드폰 회사에 전화해서 알아봐 주세요~~~;;; --- 난 모른다, 네가 알아봐라---
 
두번째 전화를 받고부터...왠지 암울한 기운이 머리 뒤로부터 소용돌이 치며 쭉 뻗어올라가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ㅎ 
 
그러나
정말 바쁘고 흥미진진한 한 주간이었습니다.
지난 태풍 때 10층 유리창이 떨어지면서 우리집 유리를 한 장 깨먹은 것을 알아내고 놀란 것까지 더하여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