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오후
태풍과 함께 우여곡절?을 겪은 교신이의 도전은 끝이 났습니다.
모두 궁금해 하며 기다리는데
오후 1시쯤 되어 교신이가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약간은 상기된 채...
우리들의 호기심을 풀어 주려는 듯 녀석은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연설할 때 심장이 터져서 죽는 줄 알았다...
가마솥(얼굴)이 검다고 쌀(마음)조차 검겠느냐는 말에 아이들이 웃었다는데 자기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다들 프린트된 종이를 가지고 연설했는데 자기만 꼬깃꼬깃한 연필로 쓴 종이를 펴서 읽었다...
그리고 그 중 약간의 내용은 생략해 버렸다...(그래서 네 연설이 그렇게 짧았구나...하는 마눌님의 한숨 섞인 지방방송이 곁들여졌고^^)
그런데 알아보니 1반(자기반),2반,3반,7반...은 자기가 표를 제일 많이 얻었다고 해서 당선될 것같기도 하다...
요즘은 아이들도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전자투표를 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누가 몇표를 얻었는지 그리고 자세히 살피면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까지 다 알 수 있답니다. 비밀이 약간 누설될 수 있는 약점이 있는 투표방식인 셈이지요.
자기반은 32명인데 자기에게 25명이 표를 주었으며 1명은 기권을 하였고 6명이 다른 후보를 찍었다고...
우리는 녀석의 당선될 것같다는 말에 약간의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교만할까봐^^) 그래도 6학년들이 누구를 지지했느냐도 알 수 없고 다른 반에서 몰표라도 나오면 떨어질 수도 있으니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월요일에 학교가 보고 혹 떨어졌어도 기죽지 말라고, 그리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였습니다. 지난번 수학시험의 형편없는 점수를 읊어대고, 만약 떨어지면 그 수학점수때문인줄 알라고...을러대면서 말이죠.
녀석은 그 수학점수 이야기만 나오면 조용한 풀죽은 상태가 되거든요^^
그런데...
점심을 먹고 조금 있다가
아내가 안방에서 전화통화를 하더니 ... 담임선생님의 전화였다며 ... 교신이가 전교부회장이 되었다고 알려주셨다는 겁니다.
우리들 모두는 "와~" 함성을 질렀지요.
누나들은 자기들이 만들어 준 포스터때문에 붙은 거라고 공치사를 했고
충신이는 자기가 떨어질 거 같다고 하니 붙은 것이라며 흐흐거렸으며
저는 저의 그 아바타식 발꼬락 기살려주기가 직빵으로 먹혀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교신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그것이 어린아이의 치기라 할지라도)용기를 크게 내었고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저도 속으로는 '우리 교신이 참 잘했다...'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후의 햇볕이 얼마나 따가운지...그래도 녀석을 좀 식혀?주어야 할 것같아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갔습니다. 뭔가 기분전환을 해야 마음도 가라앉고 안정된 마음으로 공부도 할 것 아닌가 생각해서요.
뚝섬 유원지에서 잠실대교를 지나 이번 태풍으로 뿌리채 뽑힌 아카시나무들이 즐비한 자전거도로를 달려 광진교를 건너 돌아 잠실철교를 건너 다시 집으로 ... 광진교에선 다리위 화장실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볼일도 좀 보고^^ㅎㅎㅎ
일요일
교신이는 약속대로 한턱을 내었습니다. 그 비싼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온 식구에게 돌렸지요. 18900원이나 들었답니다. 물론 다른 교회로 가 버린 충신이 녀석은 못 먹었지만...
아이들이 나간 틈에 어른들은 모여서 좀 걱정을 하였습니다.
학급회장을 하여도 할일이 많았는데 전교부회장이니 학부모에게 도와달라는 일이 얼마나 더 많아질까...게다가 내년엔 전교회장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등등
저는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하여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학생의 일은 학생이 알아서 하면 되고 학부모의 일과 연관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 세상물정 잘 모르는 태도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저는 교신이의 선거가 교신이의 스스로의 선택이었으며 자기 힘으로 해 낸 것...딱 그것으로 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비되는 저의 태도가 단호하니...일단은 그렇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 중 할 수 없는 일뿐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것도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월요일
학교에서 돌아온 교신이는 선거 결과를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약 500여표중에
5학년 부회장 후보가 6명이었는데 자기가 160표, 2등한 친구가 120표 나머지 넷은 100표 미만...자기와 여자1명이 5학년부회장
6학년은 후보가 3명이었는데 1등한 누나가 200표가 좀 넘었고 나머지 두 형들은 150표정도...여자회장과 남자 부회장 둘...이렇게 임원들이 결정되었다고.
압도적이지는 못했네?
후보가 많았잖아요.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그래...
그래도 1등인데요?
뭐니뭐니 해도 공부가 제일이야
알았어요 열심히 할께요
말만 하지말고
네~에~
...
그래서 오늘 정식으로 전교부회장이 된 우리 교신이...열심히 수학공부를 했다는...^^
그리고 수요일에 당선소감발표가 있다며 또 작문을 시작했구요...
-
지금! 올려주신 글 읽으며...
답글
제 만면에 미소도 아닌 오토로 벌려진 입으로 웃고 있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 진짜로 가슴 졸였다는~
믿어 달라는~ ^^*
교신씨께 어떤 한 여인이 무진장 좋아하더라 전해 주십시오.
여자아이들에겐 그다지 인기가 없다 했던가요???
아들과 그 아버님께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그 가족을 만드신 하늘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그 아들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 ^^* -
그런 이야기가 묻혀 있었네요.
답글
교신이에게 축하와 격려와 화이팅을 보냅니다.
진실이의 내성적인 성품이 업그레이드 되어 교신이가 진가를 발하는군요.
다다익선의 좋은 선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저도 더불어서 기쁩니다.
넘버1님께 특별한 애정을 받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아빠의 좋은 자전거 친구가 되어 주고
모범생이 할 수 있는 많은 본보기를 보여 주어 막내의 사랑이 전해져 옵니다.
예전과 달라서 학부모가 신경을 쓸 부분이 적어졌다고는 하나 확실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한빛이 6학년 때 전교부회장 권유를 받았는데 본인도 엄마도 시들했습니다.
아빠는 회장출마를 원했지만 무엇보다도 아이가 별로고 저도 은근히 신경쓰는 게 싫었구요.
그보다는 아이의 역랼이 부족했던 게 제일 큰 이유일 겁니다.
일단 교신이는 독립적인 부분이 강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학생이라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160표를 얻었으니 인지도도 꽤 있고 온 가족의 환호 또한 그렇구요.
아이들이야 특별하게 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도 하잖아요.
교신이의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됩니다.
문을 여시자마자 즐거운 소식을 전해 주셔서 감사하고 기쁩니다.
슬픔은 반으로, 기쁨은 배가 된다는 말 있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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