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비용을 수시로 전공의들에게 강요하는 교수가 있어요. 이름은 ○○○입니다…." 지난주 본지에 접수된 제보다. 이 제보자는 자신을 지방 국립대 병원 전공의의 가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의 A교수가 1주일에도 수차례씩 자기의 성매매 비용을 전공의들에게 대신 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A교수를 접대하느라 쓴 술값과 성매매 비용만 수백만원에 이른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제보자가 지목한 병원을 찾았다. A교수가 지도하는 전공의는 모두 10명이 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다른 전공의에게 가보라"거나 "처음 듣는 소리"라며 발뺌했다. 다음날 새벽 한 취재원이 A교수에 얽힌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 ▲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전공의들이 A교수를 겁내는 것은 작년에 일어난 비슷한 사건 때문이었다. A교수와 같은 과의 B교수는 수시로 전공의들을 두들겨팼다. 참다못한 전공의들이 그의 행실을 고발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폭력이 욕설로 바뀌었을 뿐 B교수는 여전히 당시 전공의들을 지도하고 있다. B교수가 '주동자'로 지목한 전공의들만 '왕따' 신세가 됐다. 이런 상황 때문에 A교수의 이상(異常)행동에도 '덮어 버리자'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마 오늘도 갔을 거예요"라는 말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A교수가 자신이 담당하는 전공의 몇 명을 데리고 '성매매 회식'을 하러 단골 단란주점에 갔을 거란 말이었다. 그는 "내가 모시지만 정말 추잡하다. 솔직히 이렇게 한다고 그 사람이 바뀔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A교수'를 몹시 무서워했다. 한적한 곳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그는 내부 조명도 끄게 했다.
A교수는 병원에 부임한 뒤 수술 후 전공의들과 호프집에서 어울렸다. 술값을 전공의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어색했지만 몇만원 정도의 맥주 값 정도는 전공의들도 이해할 수 있었다.
1년 뒤 A교수의 본색이 드러났다. 생선회로 저녁 식사를 한 뒤 유흥가의 단란주점을 찾았다. 3∼4명의 전공의들과 함께 여자를 불러 양주를 마신 뒤 1시간쯤 지나면 혼자 '2차'를 나갔다. 저녁 식사부터 술값, 2차 비용까지 모든 계산은 A교수가 지목한 전공의가 부담했다. 병원을 '전시(戰時)의 군대'라고 믿는 상황에서 누구도 '노(NO)'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A교수는 회식비를 낼 전공의를 그때마다 지목했다. 때문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전공의들끼리 나눠 낼 필요도 없었다. 1주일에 세 번 수술하면 '성매매 회식'을 했고 그때마다 전공의 한명이 내는 돈이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A교수에게 배속되는 두 달 동안 전공의 한 사람이 많게는 6∼7번 회식 비용을 지불했다. 250만∼30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해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상당한 부담이었다.
더욱 굴욕적인 경험도 있었다. A교수는 환자들에게 한 대에 20만원씩 하는 주사를 놓고 한 달에 300만∼5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겨 왔다. 수금(收金)은 전공의들의 몫이었다. 필요하다기에 주사를 맞기는 했지만 원무과에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영수증도 없어 환자들도 당황했다. 더 자괴감을 느낀 건 전공의들이었다. 그들은 가운을 입은 채 "수표와 카드는 안 되고 현금만 된다"고 되뇌며 돈을 걷어왔다.
A교수의 행태는 날로 심해졌다. 작년 학회 때 지방의 호텔에 묵어야 했을 때는 전공의를 시켜 자신의 방에 성매매 여성을 보내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성매매 여성을 광고하는 속칭 '찌라시'를 찾기도 어려워 힘들다고 하자 대신 안마 시술소를 가는 것으로 갈음했다는 것이다.
A교수는 "찔러 볼 테면 찔러 보라"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취재원은 "A교수가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일 만큼 실력이 있다"며 "여차하면 뜰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병원에 정을 붙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전공의들은 체념 상태다. "이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다들 꾹 참고 말을 안 하는데 개중 누군가가 가족에게 말을 한 것 같아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신원이 드러날까 안절부절못하던 취재원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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