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세상에 대하여

노무현 추모...

주방보조 2009. 5. 23. 11:50

 그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심장이 털썩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백성된 자 치고 그렇지 않은 자가 누가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 말라"는 전도서의 말씀이 순간 깨달아지는 듯 했습니다.

아직 실족사인지 자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금의 정황상 그의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주는 의미가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합니다.

 

5공청문회를 눈빠지게 지켜보았고

3당합당의 현장을 지금도 뚜렸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기 의로운 노무현이 있었습니다.

 

이나라의 백성들이 그에게 대통령이라는 중책을 맡겼을 때

아마 그에 대한 의로움의 기억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고

그도 그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저는 하늘이 노무현대통령을 통하여 우리의 시대가 구태를 벗고 새로움을 시작하라 허락하는 의미로 나름 해석하였었습니다. 

 

그리고 5년의 파란만장한 임기가 끝나고

그는 보수세력에 다시 정권을 내어주었으나

고향으로 돌아가 자기의 인생을 걸고 '의로운 운동'을 계속하기로 작정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물러나고 1년도 되지 않아서

친구, 형, 아내, 딸...로 이어지는 비리들이...그의 심장을 도려내고 있는 중...그는 죽었습니다.

실족사이든 아니든...

 

...

 

차라리 그가 좀 덜 의로웠더라면 좋았으리라 ... 생각합니다.

적당히 더러운 이들도 끌어안고 함께 뭉개며 장기전을 도모하는 이였더라면 ...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의로우면

그 지나친 자기의 의가 그 자신을 가만히 버려두지 않는 법입니다.  

인간은 "나"로만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언제나 "우리"가 되어 존재합니다.

나는 깨끗해도 우리는 모두 함께 그렇게 되기 힘듭니다.

나는 청렴결백하여도 우리 중 친구가, 우리 중 형이, 우리 중 아내가, 우리 중 딸이...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나"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의한 이가 되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노무현이 바로 그랬을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작금의 일로 인한 그의 심정은 '죽고 싶다'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죽음만이 모든 의와 불의를 한꺼번에 덮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의로운데, 아니 끝까지 의를 외치며 살고 싶은데...결국은 의롭지 못한 나를 본다는 것.

그것이 실족사든 자살이든, 이미 그의 마음은 이즈음...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음에 틀림없었을 것입니다.

 

...

 

어떤 이는 이 죽음을 노무현답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차라리 수욕을 당하고서라도

인간의 의로움이란 것에 대하여, 그 한계에 대하여 고뇌하고...우리와 다음 세대에 큰 가르침을 주는 이로 남았으면 어땠을까...생각합니다.

...

 

노무현...

그는 얼마나 가슴 속에 할 말이 많았을까요. 

 

그의 죽음에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비록 하나님을 믿지 않은 것같지만

정녕 그에게도 하나님의 은총이 있기를...빕니다.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 말며 지나치게 지혜자도 되지 말라 어찌하여 스스로 패망케 하겠느냐"(전도서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