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재량 휴업일이 하루 덧 붙은 교신의 처지는 좀 썰렁 그 자체였습니다.
지지난주에 남자 회장으로 뽑혀 간부 수련회에 갔다가 감기에 걸려 돌아와
감기를 온 가족에게 전파한 죄로 눈치밥을 먹는 처지였고...그로인해...지난주 토요일의 코스모스행에도 빠지고 주일 저녁 딸랑 외가집에 간 것 말고는 월요일의 안산행에도 배제되고 말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직 이유는...넌 몸이 약해서 병이 날지도 모르기 때문...
태권도 2품이고^^ 3학년 학교 대표로 달리기 대회에 나가 80미터 결승에서 당당히 4위를 한 날렵한 교신이에게는 좀 가슴 아픈 추석연휴였습니다.
그래서...뿌요뿌요만 하고 있는 녀석에게 점심 먹고 코스모스 보러 갈까? 넌지시 물었더니...시쿤둥 '알았어요' 라고 대답만 하더군요.
그래서 점심 먹고도...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 시간을 미루기도 한 것이구요.
그랬더니...3시반쯤 녀석이 뿌루퉁한 표정으로 ...안가요? 하고 묻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답하던 그 시쿤둥한 표정과는 달리 무척이나 가고 싶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4시...물 한병만 준비하고 ...이인용 자전거 엄마의 자리에 교신이를 태우고
토요일에 다녀온 그 길을 달려 구리 한강 공원을 향해 달렸습니다. 뭐...녀석의 표정이 급^^환해진 것은 말 할 것도 없지요^^
가면서 지난번보다 몇가지 더 생각한 것이 있었는데
인터넷의 지도가 참 부실하다는 것과 ...도저히 그냥 버스타고 내려서 걸어가기에는 무리인 곳이란 생각이었습니다.
워커힐 언덕을 내려 구리시로 접어들어 횡단보도를 건너는 곳에서 ...저보다 약간 젊은? 여자분을 만났는데 우리가 가는 그곳으로 가는 길을 묻더군요. 거기서 자전거로만 7-8분을 달려야 가는 곳인데 말이죠.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는데...아마 30분은 걸어야 했을 것입니다. 제가 길을 잘 알려드렸지만...
어쨌든...
우리는 구리 시민공원에 도착해서... 천천히 그 곳을 다 둘러 보았습니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동쪽 끝으로는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는 듯 했고...서쪽 끝은 서울로 이어지지 못하고 빙 돌아나오는 자전거도로로 되어 있었습니다. 서울의 광진도서관 앞에서 끊긴 자전거 도로와 만약 길을 잇는다면 ...1,2키로미터 정도면 충분할텐데...
...
이곳 저곳에서 사진을 찍고 구경도 하다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어
마지막으로
대형 태극기 사진을 찍기 위해 한 참을 기다렸으나 ... 축 늘어진 깃발은 거의 움직임이 없었고...
기다리다 결국...아차산을 넘어가는 석양을 찍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번째 가 보니...거리도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동네서 살곶이 다리까지 가는 거리와 비슷하겠다는 감이 왔습니다.
...
맛있는 것 사달라...는 교신이의 부탁이 있었지만 ...그곳엔 쉴 나무 그늘도 천막도 없고...맛있는 것을 사 줄만한 데도 없었습니다.
다만 입구 주차장 앞쪽에 수많은 천막들이 장차 있을 코스모스 축제와 광개토대왕 축제때...온갖 상인들이 장사할 준비로 바뻐 보였을 뿐입니다.
...
그래도 긴 연휴기간에
겨우 일기 쓸 것이 생겼다고 교신이는 좋아하고 ... 집에 돌아오는 내내 즐거워 했습니다.
언젠간...녀석의 기억 속에 회색으로만 남을 희미한 추억이 되겠지만 ... 이 아비는 즐거워 하는 녀석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때문에 ... 눈 아래 피곤이 통통하게 다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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