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에
아내가 티비홈쇼핑에서 보고 충동구매한 등산화 +운동화+등산용배낭...세트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제 것 한 세트, 아내 것 한 세트...
토요일 아침
아이들을 모두 학교로 보내고
우리는 등산화를 신고 등산배낭을 매고...아차산에서 용마산으로 둘만의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마침 충신이가 CA활동으로 등산반에 들어서...그날 용마산에 오른다 하여
우리는 혹 충신이를 산에서 만나면 무척 재미있겠다 생각하였습니다.
택시를 타고^^
아차산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바위를 타고 올라가 팔각정에 이르고 대성암쪽으로 길을 잡아 나아갔습니다.
지난 밤 실컷 잔 마눌님이나 2시간도 채 못 잔 저나...새 등산화를 신고^^둘 다 좋은 컨디션이었습니다.
대성암쪽 길은 처음 가보았는데 오른족 아래의 한강이 훨씬 가깝고 크게 잘보여 그동안 다니던 산 능선을 따라 가는 길보다 눈요기는 더 충실하였습니다.
게다가 좋았던 것은 산행에선 정말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신경 쓸 녀석들이 한 놈도 없었고...단 둘만의 등산이므로 제 배낭엔 디카와 물외엔 별로 든 것도 없이 가벼웠으며날도 좋고, 진달래들도 여기저기 꽤 우리의 눈길을 즐겁게 할만큼 피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진달래...정말 오랜만에 활짝 핀 진달래를 실컷 보고 만지고 노래했습니다. 아는 게 뭐 있겠습니까?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아는척 읊조리는 것 정도였지요. 그리고 왜 진달래를 보면서 소월은 그리도 슬픈 노래를 부른 것일까 의아함을 조금 품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도 좋은 진달래를...허긴 꽃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보는 사람 가슴에 숨어 있는 자기만의 특별한 감정이 문제이지...
그러나
용마산에 오르기 위하여 아차산을 내려가면서
제 오른쪽 무릎의 관절이 통증을 전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의 산행 때도 하산시 오른쪽 무릎관절이 너무 아파서 다리를 나중엔 질질 끌고 다녔던 악몽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신기한 것이 산을 오를 때는 모르겠다가 내리막만 되면 그 통증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 쪄릿~하는 통증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그 좋던 진달래 꽃도 더 이상 제 관심의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내 디뎌야할 곳의 지형과 통증을 피하기 위한 몸짓^^만이 제 관심의 전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제 안의 부(父)정은
맏아들 충신이를 용마산 정상에서 만나면 얼마나 반갑고 좋을까...생각하며 그 통증을 참고 용마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는 용마산 산신제 플랭카드가 노란 색으로 펄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충신이 또래의 아이들이 많았지만 거기 충신이는 없었습니다.
... 그리고 나서의 하산은인생역전을 실감하게 해 주었습니다. 마눌님...께선고통으로 자주 일그러지는 제 얼굴을 보고 한껏 젊은 미소를 지으시고ㅠㅠ마치길 앞잡이 송장메뚜기?처럼 한참을 앞서 가서 기다리다...제가 도착할 즈음이면 또 앞으로 사라지기를 여러번 하였습니다. 여보...기둘려~~...이야기나 좀 하면서 갑시다...헉헉~~호호...산에서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예요...휘리릭=3=3=3 언제나 제 팔에 매달려 좀 천천히 가자고 애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허허 ...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한 것이 12시 30분...겨우 3시간의 산행이었지만 거기 인생의 희노애락이 다 포괄되어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마눌과 단 둘의 산행하는 기쁨...희오른쪽 다리의 통증이 주는 분노...노충신이를 만나지 못한 슬픔...애다리아픈 남편을 놀려대는 즐거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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