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고3, 첫 모의고사

주방보조 2007. 4. 7. 02:54

모의고사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전과목 모두 작년 2학년 2학기 모의고사에 비하면 약간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사실^^만족할만한 성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흠... 만족이 뭡니까...휴...ㅠㅠ

지난 겨울방학중에
진실이는 방학을 모두 포기하였었습니다.
고3을 앞둔 시기에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하실 분이 있으시겠습니다만
방학 내내 학교에서 하는 보충수업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4주간동안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일이 미꾸라지같은 진실이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보충수업의 대부분을 수학에 집중하였었지요. 가장 싫어하고 부담스러운...수학^^

고3이 되어 치룬 첫 모의고사라서인지 진실이는 확실히 그전보다 더 소심하게 걱정을 하며 풀이 죽어하였습니다.
같은 날 모의고사를 본 고2 나실이가 외국어 맨 뒤문제 10개를 밀려서 썼다며 인상을 팍팍 쓰는 서슬에 밀려버렸습니다만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성적의 진보가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하였습니다. 이런 모습엔 왠지 가슴이 아파옵니다. 녀석이 어쩌면 아비의 이 습성을 잘 알고 좀 더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갰습니다만...

그러나
겨우 방학동안 보충수업 4주 들은 것가지고
고2, 1학기까지 속으로^^ 빤질거리며 딴짓을 한 그 부족량을 어찌 보충할 수 있겠습니까? 

고2 2학기접어들면서 적어도 딴짓은 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지난 학기말 시험 성적은 언어와 외국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만  수학이 많이 모자랐습니다...그래서 방학내내 부족한 수학을 보충하느라 애를 썼고... 결국 소홀했던 언어에서 약간의 하락이, 수학에서 아주 미미한 상승이 점수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지난 2학기 중간에 치룬 모의고사에 비하면 모두 상승한 점수이지만 말입니다.

...

성적표를 제게 들이밀며 ... 실망하실 거라고, 시험이 너무 어렵게 나와서 그렇다고...그래도 작년 모의고사보다는 향상된 점수라고 하였고.
저는 일단 돋보기를 끼고 성적표를 일견한 후 한숨을 푹 쉰 다음...애썼다 라고 한마디 해 주었습니다.

과탐에선 자기는 화학과 생물을 선택했는데, 화학과 생물은 성적이 형편없고 오히려 물리와 지학의 성적이 잘나왔다며 선택을 바꿀까 생각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수학도 이과지만 수2대신 수1으로 바꾸는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은근히 저의 동의를 구하였구요.

제 머리는 그럴 때 아주 정확하게 해야할 말을 뽑아 냅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힘...아닐까요?^^

"공부하는 학생에게 두가지 금기가 있다면 그것은 포기와 변덕이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도 참 멋있는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ㅎㅎ

이어지는 다음과 같은 말들을 진실이는 들어야 했습니다.
"수학이 잘 안 된다고 포기해 버리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수학을 포기해버리면 아무리 잘해도 2류다. 수학은 우리에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주는 기초학문이고 이 수학을 잘하면 다른 과목의 공부도 모두 잘하게 된다. 게다가 포기는 미래의 기회를 박탈하는 암초다. 너는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수능치는 날까지 수학을 해라.
그리고 일단 선택을 했으면 그것에 전심전력해라. 지금 성적이 좀 좋게 나왔다고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게 나온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성적이 나쁜 것도 공부를 안 해서 나쁜 것이 아닐 수 있고 말이다. 지조를 지켜라. 변덕은 절대로 좋은 전략이 아니다. 변덕은 다른 변덕을 부르고 또 다른 변덕을 낳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오직  힘을 소진시키는 것 뿐이다. 운운"

...

구체적인 성적이 궁금하십니까?
저도 확 까발겨 버리고 싶지만 ...진실이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참습니다^^

다음날 저녁에
아내가 아는 분과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근소근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을 통화하고
아내는
"이번에 수능은 등급으로만 점수를 표시하므로, 높은 점수로 낮은 등급 얻는 과목은 버리고 낮은 점수로 높은 등급을 얻는 과목을 택하여야 한답니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학원에선 그렇게 학부모들에게 강의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포기와 변덕을 가르치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저는 아내에게 ... 그것은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제 의견을 조심스럽게 개진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 둘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위로하였습니다.
"그래도 외국어는 제법 자리가 잡혔고, 언어도 가능성이 많으니...수학만 잘하면 돼"
"끄덕끄덕"
"작년보다 조금은 성적이 올랐잖아요?"
"끄덕끄덕"
"사교육 없이 혼자 공부해서  저 정도면 잘한거요"
"끄덕끄덕"

...

^^

 

 

 

 

 

  • 알 수 없는 사용자2007.04.09 20:42 신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대학이 정보전쟁이더군요.
    포기와 변덕으로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수학이 어렵다는 아이들은 결국 수학때문에 고전을 하더라구요.
    수1으로 바꾸는 것도 전략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실이가 왜 문과라고 생각했을까요?
    정민이가 쓰던 문제집을 버리기가 아까와서 모아두었는데
    보내드려도 될까요?

    진실이가 가고 싶어하는 과가 수1으로 갈 수 있다면
    그렇게 바꿔줘도 좋을 것 같네요.
    이런 것은 쩜님과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진실맘님과 이야기해야할 듯...^^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07.04.09 23:33

      진실맘은 심장이 약해서...절대 안됩니다^^

      진실이가 가려는 과는 생명공학쪽이라는데 ... 수1로 바꾸면 목표도 바꿔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어쨌든 우리 진실이는 실험 첫번째이니까^^시행착오도 좀 있겠지요. 그래도 전적으로 녀석의 노력에 맡겨볼 것입니다.
      그런데
      대학가는 길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든 녀석이 누구인지...참 밉습니다.^^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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