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구곡폭포로 가다...2

주방보조 2004. 8. 24. 02:09

지프 앞자리엔 운전하는 작은 처남과 제가 앉고

가운데 자리는 아내와 두 덩치 큰 딸이 차지하고

맨 뒷자리엔 충신이와 원경이 그리고 교신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강은 그동안의 비로 볼만하게 기세 등등했고...

날은 구름이 끼어 흐렸습니다.

 

몸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조심조심...앉아 있는데

맨 뒷자리에서 충신이 녀석이 자리를 좀 바꾸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이녀석의 자기 몸 챙기기엔 좀 못마땅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스쿠일렌 비타민 쥬스 과일등등 몸에 좋다는 것은 뭐든지 먹어댑니다. 시키지 않아도^^)

아버지 노릇이라는 것이 뭔지 ...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맨 뒷자리에 원경이와 교신이를 양쪽에 거느리고 쭈구리고 앉아 있으니까...좋지 않던 몸상태가 조금 편해졌다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하나님의 은혜로 받아들였죠.

 

...

 

1학년때 그곳에 가본 적이 있는 진실이는 거기서 자전거 타고 올라갔던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주차비 2천원과 입장료 총 8천원을 지불하고...산책을 시작했습니다.

 

...

 

22년이나 지났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산책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이드인 작은 처남이 오른쪽 화장실이 있고 [문배마을]이라는 팻말이 있는  길로 우회전해 올라갔습니다.

 

하시는 말씀인즉슨...

"가벼운 산책의 연장"정도라고..."그냥 구곡폭포까지 올라가는 것은 너무 지나치게 가벼우니 문배마을 언덕까지 가볍게 산책하고  거기서 김밥먹고 내려와서 폭포구경하면 된다"고

 

우리 일곱식구야 뭐 아는 것이 있나요...맨날 한강변에서만 놀던 촌뜨기들인데요...그냥 그러려니...약간 산책길이 연장되는 것이거니 하며 ...쭐랑 쭐랑 따라 갔습니다.

 

지그재그로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꺽어져도 꺽어져도 끝은 나지 않고

다리는 마음보다 반보 늦게 떨어지고...체면에 힘들다는 표는 못하겠고...^^

 

...

 

다리 긴 검은 거미들이 가끔 우리들의 시선을 끌었고...

마치 몇번 정화하여 더 이상 깨끗할 수 없을정도로 맑은 공기가 참 좋았습니다.

 

문닫은 언덕점포 식탁에서 김밥을 먹고 ...작은 처남은 아이들에게 보물찾기를 하게 해 주었습니다.

나실이 4장 충신이 두장 나머지는 한장씩 얻었는데...보물의 내용은 아이스크림 번데기 기념품등이었습니다. ^^

 

...

 

꺽어져도 꺽어져도끝이 나지 않는...산책로?를 내려와 우회전하여 구곡폭포 아래서 진을 치고 캠코더도 찍고 사진도 찍고 물장난도 치고...

 

내려오다 아이스크림과 번데기와 껌도 사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원경이 때문에 나실이가 넘어져 역도선수같은 오른쪽 다리에 상채기가 꽤 생겼고

 

벌때문에 원경이가 소리 높이 비명을 지르며 울고불고 하는 일이 생겼고

 

캠코더와 디카때문에 충신이가 삐져서 ... 두둘겨 맞기 일보직전까지 간 일이 있었습니다만

 

오랜만에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야~ 충신아 아빠가 출출하다 우동이나 하나 끓여라.

 

싫어요!

 

허걱!!!

 

...

 

야~ 엄마가 끓인 우동이다~

 

야  김충신 너는 먹지마! 먹을 자격이 없잖아~

 

쾅!!!(방문닫는 소리) 이잉~ 이잉~(충신이 흐느껴 우는 소리)...여행 끝^&*...

 

문배마을언덕

 

 

 

 

 

  • 주방보조2004.08.24 02:31

    자전거타는 근육과 등산하는 근육이 다른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늙어가니까

    공기의 종류...물맛의 디양함 ...그리고 근육의 차이점까지 감별할 수 있게 됩니다.

    ...

    젊었을 때는 전혀 의식하지도 않았던 것들이...허허

    답글
  • 초록피아노2004.08.24 04:49 신고

    ㅎㅎㅎ.
    한강변의 촌뜨기들...원필님의 표현이 너무 정답습니다.

    우동은요...엄마손이 가야 맛이 나지요. 충신이 너무 기죽이신 것 같아요...에궁...
    이뿐 충신이...문 쾅 닫고 들어가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꼭 어릴 때 저 보는 것 같아서...ㅎㅎㅎ

    님의 꼬리말 마지막 줄...젊었을 때는 전혀 의식하지도 않았던 것들이...허허 ...요것이 말이지요....앞으로 가져올 파장이 클 것 같은 위험의식을 느낍니다요...

    (하긴 요즘 녕감님들께서 뭔일 때문인지 조용하시니까...그냥 넘어가실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ㅎㅎㅎ)

    답글
  • 김순옥2004.08.24 07:08 신고

    드디어 온 가족 출동 거기다가 응원군까지...
    재미있는 시간 보내셨군요.
    그래도 밤에 걷기 운동을 하는 탓인지 전에는 힘들게 올랐던 흔들바위를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르던걸요.

    가족끼리는 함께 시간을 만드는 것으로도 행복하고
    더군다나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은 더하지요.
    님께서는 항상 자녀분들과 일심동체?가 되셨으니
    엄마와 함께 하는 자리가 더 빛이 났을거라 생각됩니다.

    저와 같은 시간에 재미난 시간 갖으셨으니 더 기쁩니다.

    항상 넘치는 사랑으로 충만하시길 빕니다.

    답글
  • 이요조2004.08.24 08:05 신고

    진실이 나실이 충신이 교신이 원경이...?
    걔들이 좋아하니 제가 그지없이 기쁘군요.

    글을 읽으며...저희도 오남매, 문득 돌아가신 저희 아버님 생각이......

    답글
  • 빈하늘2004.08.24 11:31 신고


    가족끼리 가서의 보물찾기..애들이 참 설레라 했겠네요 ^^

    정신없는 하루 보내고 오셨겠어요.
    마지막에
    야 김충신 너는 먹지마! 먹을 자격이 없잖아~
    이렇게 말하면 당근 충신이가 삐지지요...오...풋.

    충신아 너도 많이많이 먹어..아빠 의식하지 말구...
    저도 어릴적 충신이 같은 기억이 있는데 절대로 안 잊혀짐 ^^

    답글
  • 주방보조2004.08.24 19:09

    초록피아노님...

    우리집 우동은 인스턴트 우동이랍니다^^라면종류죠.

    우동 다 먹고^^ 방에 들어가서(아직 문 안열어주며 버티지는 못한답니다) 눈이 뻘개진 채 엎어져 있는 놈의 간지럼을 태우며 ... 놀려대었답니다.

    야 너 고추달린 놈 맞냐? ㅋㅋㅋ

    ...

    제발 자가 운 거 알리지말아달라는 ... 부탁을 받고....끝냈죠^^

    답글
  • 주방보조2004.08.24 19:17

    김순옥님...

    우리 아이들이 그토록 보고싶어한 바다도 보고 오셨지요?

    음...
    흔들바위 보다도 더 힘들었던 것같아요...문배마을 언덕배기^^
    아직까지도 종아리 넓적다리 모두 건들기만 해도 아파요.

    저희도 작년에 흔들바위까지 모두 다 갔다 왔는데 멀쩡했거든요.

    답글
  • 주방보조2004.08.24 19:27

    이요조님...

    시장이 반찬...이것이 우리 아이들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나중에 커서 그 실상을 파악하게 되면...억울해 하지나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님도 오남매셨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4.08.24 19:32

    빈하늘님...

    충신이가 방문을 닫아걸고 ... 뭔가 쿵쾅거리면 사실 겁이 덜컥 났습니다.

    사춘기구나 하구요.
    막 대들면 ...저 자신이 잘 절제해서 다룰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
    혹 엄하게 하여 잘못 비뚤어 지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요.

    아직은 아닌 것같아요^^

    다행이지요?

    답글
  • 碧山안승기2004.08.24 23:07 신고

    구곡폭포와 가족이 아름답군요~!
    주안에서 늘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샬롬~!

    답글
  • annpark2004.08.24 23:20 신고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많은 곳을 다녀 주세요.

    나중에 그 모든 것이 아이들에겐 엄청나게 큰 추억으로 올거예요.

    전 그런 기억이 전혀 없거든요. 가족끼리 무엇을 한다는 건 꿈도 못 꿔 봤어
    요.

    마음에 남는 추억이라곤 올케언니가 시집온지 얼마 안되서 청담대교(그 때는
    청담대교가 없었지만) 밑에 식구들과 놀러갔던거랑 식구들과 외식 한 번 한
    게 그렇게 기억이나더라구요. ^.^~~~

    답글
  • 주방보조2004.08.25 01:15

    벽상안슬기님...
    예쁘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님도 주안에서 항상 즐거우시기를 빕니다.^^


    annpark님

    저도 어렸을 때 부모님과 오나족이 함께 만들어 낸 추억이란 게 별로 없습니다.
    1970년 창경원에 한번 간 적이 있었지요^^ 딱한번이요. 그땐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지요. 요즘에 비하면 말입니다.

    음...그래도 너무 자주 좋은 곳에 다녔다면 추억의 농도가 옅어지겠지요.
    그래서 적당히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