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앞자리엔 운전하는 작은 처남과 제가 앉고
가운데 자리는 아내와 두 덩치 큰 딸이 차지하고
맨 뒷자리엔 충신이와 원경이 그리고 교신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강은 그동안의 비로 볼만하게 기세 등등했고...
날은 구름이 끼어 흐렸습니다.
몸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조심조심...앉아 있는데
맨 뒷자리에서 충신이 녀석이 자리를 좀 바꾸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이녀석의 자기 몸 챙기기엔 좀 못마땅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스쿠일렌 비타민 쥬스 과일등등 몸에 좋다는 것은 뭐든지 먹어댑니다. 시키지 않아도^^)
아버지 노릇이라는 것이 뭔지 ...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맨 뒷자리에 원경이와 교신이를 양쪽에 거느리고 쭈구리고 앉아 있으니까...좋지 않던 몸상태가 조금 편해졌다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하나님의 은혜로 받아들였죠.
...
1학년때 그곳에 가본 적이 있는 진실이는 거기서 자전거 타고 올라갔던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주차비 2천원과 입장료 총 8천원을 지불하고...산책을 시작했습니다.
...
22년이나 지났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산책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이드인 작은 처남이 오른쪽 화장실이 있고 [문배마을]이라는 팻말이 있는 길로 우회전해 올라갔습니다.
하시는 말씀인즉슨...
"가벼운 산책의 연장"정도라고..."그냥 구곡폭포까지 올라가는 것은 너무 지나치게 가벼우니 문배마을 언덕까지 가볍게 산책하고 거기서 김밥먹고 내려와서 폭포구경하면 된다"고
우리 일곱식구야 뭐 아는 것이 있나요...맨날 한강변에서만 놀던 촌뜨기들인데요...그냥 그러려니...약간 산책길이 연장되는 것이거니 하며 ...쭐랑 쭐랑 따라 갔습니다.
지그재그로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꺽어져도 꺽어져도 끝은 나지 않고
다리는 마음보다 반보 늦게 떨어지고...체면에 힘들다는 표는 못하겠고...^^
...
다리 긴 검은 거미들이 가끔 우리들의 시선을 끌었고...
마치 몇번 정화하여 더 이상 깨끗할 수 없을정도로 맑은 공기가 참 좋았습니다.
문닫은 언덕점포 식탁에서 김밥을 먹고 ...작은 처남은 아이들에게 보물찾기를 하게 해 주었습니다.
나실이 4장 충신이 두장 나머지는 한장씩 얻었는데...보물의 내용은 아이스크림 번데기 기념품등이었습니다. ^^
...
꺽어져도 꺽어져도끝이 나지 않는...산책로?를 내려와 우회전하여 구곡폭포 아래서 진을 치고 캠코더도 찍고 사진도 찍고 물장난도 치고...
내려오다 아이스크림과 번데기와 껌도 사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원경이 때문에 나실이가 넘어져 역도선수같은 오른쪽 다리에 상채기가 꽤 생겼고
벌때문에 원경이가 소리 높이 비명을 지르며 울고불고 하는 일이 생겼고
캠코더와 디카때문에 충신이가 삐져서 ... 두둘겨 맞기 일보직전까지 간 일이 있었습니다만
오랜만에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야~ 충신아 아빠가 출출하다 우동이나 하나 끓여라.
싫어요!
허걱!!!
...
야~ 엄마가 끓인 우동이다~
야 김충신 너는 먹지마! 먹을 자격이 없잖아~
쾅!!!(방문닫는 소리) 이잉~ 이잉~(충신이 흐느껴 우는 소리)...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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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피아노2004.08.24 04:49 신고
ㅎㅎㅎ.
답글
한강변의 촌뜨기들...원필님의 표현이 너무 정답습니다.
우동은요...엄마손이 가야 맛이 나지요. 충신이 너무 기죽이신 것 같아요...에궁...
이뿐 충신이...문 쾅 닫고 들어가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꼭 어릴 때 저 보는 것 같아서...ㅎㅎㅎ
님의 꼬리말 마지막 줄...젊었을 때는 전혀 의식하지도 않았던 것들이...허허 ...요것이 말이지요....앞으로 가져올 파장이 클 것 같은 위험의식을 느낍니다요...
(하긴 요즘 녕감님들께서 뭔일 때문인지 조용하시니까...그냥 넘어가실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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