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네시 경에
그동안 다른 녀석들과 운동 다녀올 때마다
흐느껴 울던 막내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신이를 제 자전거 뒤꽁무니에 태우고
운동부족인 큰 딸 둘은 강제로 따라오라 명령을 내렸고(제안은 거절할 수도 있지만 명령은 거역하면 죽음임^^)
원경이는 자발적으로 따라나섰습니다.
충신에게는 선택의 여지를 주었습니다.
어제 온몸을 새까맣게 태우고 와서 ...교신이와 냉전중에 있었거든요. 형에게 항상 엉기고...엉길때마다 접촉부위가 아파서 녀석은 엉엉울다시피하며 호소하는 상태요^^
"문잠그고 갈 것인데...힘들면 따라오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아빠 생각엔 4시간정도를 혼자 삘삘 돌아다니는 것보다 같이 가면 좋겠다. 우리는 일단 잠실대교 다리밑으로 간다"
이녀석...말하기를
"예 저는 여기서 롤러블레이드 타겠어요. 친구들도 누구누구있고...물도 마시는데 알고요"
충신이를 떨궈놓고
가락공판장에서 빵하고 과자 음료수등등을 사고
잠실대교 다리밑을 지나 새로 뚫린 워커힐방향의 자전거도로를 신나게 달리는데
아쉽게도 얼마 가지 않아 터미널 조금 못미쳐 그 도로는 공사중이었습니다.
...
다시 돌이켜 계획을 바꿔 화요일에 원경이와 함께 개발한 청담동 지하철 7호선 동굴앞 벤취로 가려고...잠실대교 자전거도로로 올라서려는 순간
새까만 충신이란 놈이 허겁지겁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아빠"하며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물 좀 주세요"..."친구들도 없구요"..."갈데도 없구요"..."헥헥"...
그렇찮아도 염려가 되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시간을 딱 맞춰 와주었는지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환영해 주었죠^^
"참 잘왔다. 하나님이 너를 인도해 주신 것같다. 30초만 어긋났어도 만날 수 없었을텐데..."
...
오랜만에 다섯아이 모두를 데리고(충신이는 힘들면 제 자전거 뒤를 잡고 굴러왔습니다)
잠실대교를 건너 강남의 자전거도로를 달려 청담동 들어가는 동굴 앞 벤취 맨 안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중간쯤에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고 맨 바깥쪽에 젊은 이 둘이 앉아 있었을 뿐...안쪽은 텅 비어있었거든요.
과자도 먹고 빵도 먹고 암바사도 마시고...모자란 물은 삼익 아파트 단지 지하상가에 가서 사오고...한강을 휘~ 바라보며... 머리위의 고추잠자리 떼에 감탄하며 ...벤취에 길게 누워 잠도 잠간 자며...놀았습니다.
...
그러다가
이 다섯 녀석들이 오고가는 7호선 지하철에 대고 손을 흔들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짐짓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주면서 말렸습니다.
동굴에서 나오는 지하철에 탄 사람들은 나오는 순간 강을 보려는 생각뿐이므로 너희들을 절대로 보지 못한다.
저 앞에서 달려오는 열차를 탄 사람들은 동굴로 들어가기전까지 강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만 하기 때문에 너희들을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너희들이 손을 흔들어 대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보고싶은 것만 보느니라...
그러니 손흔들지 마라...^^
...
그런데 말입니다.
이 다섯 아이들이 손 흔드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그 표정과 몸짓까지 어느정도 볼 수 있었는데요
얼굴에 활짝 미소가 퍼지고 같이 우리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 화답을 해주었습니다.
다름아닌 마주오는 7호선 열차의 운전기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매번 한결같이...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즐거운 표정으로 손을 마주 흔들어 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 ...
그것을 확인하고부터는 더욱 신이 나서...모자를 흔들고 두손을 흔들고..다음 열차가 올 때를 기다리며 행복해 했습니다.
...
그 기사님들은 '시골에서 올라온 아이들인가'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때 기차길에 서서 손을 흔들어 주며 화답하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분들이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그순간...우리와 그들이 서로 행복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
한번만 더 ...를 외치는 녀석들을 ...말리고 말려서
다시 잠실대교를 건너
집에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
한참 쓰다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답글
그렇게 되면 김새고 쓸 맛이 사라져 버리지요.
암튼 그림이 아름답다는 말씀이었는데...
주위 환경보다 아빠와의 단란함이 더 돋보이는...
항상 엄마의 빈자리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요.
우스운 얘기가 있답니다.
구일역 부근에 언니가 사는 데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가 얼마나 요란스럽고
공항 이사가기전 머리 위로 비행기가 수없이 날아다녔드랬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좋은 학습장이라고 했답니다.
'떴다 떴다 비행기도 ...'
기찻길역 오막살이 대신 아파트도 생각나도...
이제 이번주도 종반전을 햐해 갑니다.
항상 아름다운 삶의 진가를 보여주시는 님께 감탄을 올리면서... -
우리 아이들 ...
답글
그것을 확인하고부터는 더욱 신이 나서...모자를 흔들고 두손을 흔들고..다음 열차가 올 때를 기다리며 행복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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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어릴때가 회상이 됩니다.
우리는 농촌에서 살았기때문에..
기차는 없었고..
어쩌다 지나가는 버스에..
매번 그리도..
손을 흔들어댔는디.......
우리막내는 학교버스기사님께..
[내가 커서 국가대표축구선수가 되어 아저씨를 찾을텡게 버스태워주세요]..
하고 졸라서 타고다니기도 했다는디....... -
주방보조2004.08.14 01:24
의자왕님...
답글
피스메이커님...
황태자님...
조금 전에
마눌님까지 대동하고 일곱식구 모두 이마트 쇼핑을 다녀왔습니다.
막내 교신이 잠옷하나 사고
먹거리들 조금 사서...박스에 넣어 차에 싣고 와서
튀김과 인절미와 과자는 킬킬 거리며 왁자하게 다 먹고
호박넣고 부친 것만 제몫으로 달랑 남아있습니다.
잘 살려고...무던 애를 씁니다^^
넉넉하진 않지만...또한 부족하지 않아서 감사하구요...
사실 잘 안되는 것도 많답니다.
그런 것은...슬쩍 잊어버리고...그래도 기억해 두면 지나온 역사를 뭔가 재미있었다 증거해줄 것들만 ...적어 놓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말씀...이지요^^
...
^^ -
초록피아노2004.08.14 02:34 신고
아...원필님...진짜 이해가 안 되시는 거예요? 제가 너무 말을 흐리멍덩하게 한 모양이네요...에궁...죄송해요.
답글
그러니까...그 유전자 머시기...뛰어나고 머시기... 이렇게 사람을 방방 띄어 놓으니까 그것이 악담이지요. 이렇게 소심한 제 가심을 흔들어 놓으시면, 마음약한 저는 또 제가 진짜 뛰어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줄 안다니까요. 그러시면 안 되지요. ㅎㅎㅎ...
아무래도 원필님이 저 위에 당신을 대신해서 이 허접한 생명을 시험하는게 분명하다는....그래서 원필님 멀리할까부다 라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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