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어머니 오시다!^^

주방보조 2006. 4. 8. 02:31

1988년 메국으로 가신 어머니는 몇번 한국에 나오셨습니다.

1989년 메국 가신지 1년이 좀 안되어 저희 결혼식 때문에 나오셨고
1996년 원경이가 태어난 해에 원경이를 포함한 아이들 보시겠다고 나오셨고
이번에 10년만에 한번도 본적이 없는 막내 교신이를 안아 보셔야 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나오셨습니다.

1928년 생이시니
올해로 79세가 되셨고
그동안 LA에서 사시다가 작년에 아틀란타로 이사하신 후 건강이 부쩍 좋아지셨다는 주장을 하고 계십니다.
아틀란타 집 주변에 침엽수림이 우거진 탓일 것이라고 저는 맞장구를 쳐 드리고 있는 중이구요.

...

주현이와 주현이 친구의 차로 인천공항에 가서
두어시간을 기다리고
처음 어머니를 만났을 때
10년 전보다 오히려 더 건강해진 모습에 감사했고 ...
10년동안 확 낡아버린 아들의 몰골에 눈물을 보이시는 어머니 앞에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었습니다.
사나이 나이 50에 무슨 눈물...하면서 솟아나는 눈물을 꾹 찍어 누르고 그저 메말랐지만 오랫동안 저를 살핌에 익숙했던 그 손을 붙잡고 말씀에 귀를 기울일 뿐 이었습니다.

...

메국의 누님은
너무 잘 모신다고 티비만 보게 하고 기름진 것 많이 드시게 하면 안된다 하고
설겆이도 하시게 하고 청소도 하시게 하고 하루 30분 이상 산보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줄줄이 주문 사항을 늘어 놓으셨지만
저의 집에 오신 어머니는 알아서^^설겆이도 하시고 청소도 하시고
오늘도
아무리 그만 두시라고 말려도 ... 원경이 안경을 찾아주겠다는 일념으로 피아노가 있는 방을 샅샅이 치우고 쓸고 닦고 계시는 중입니다.
아마 누님이 이 사실을 알면 어머니는 여전히 딸보다 아들을 위한다고 투덜대겠지요.^^

...

좋아하는 티비 프로는
봄의 왈츠?와 너 어느별에서 왔니?라는 드라마라는데
메국에서 돈내고 인터넷으로 시청을 하고 게셨다고 하더군요.^^
서동요도 다 보셨다 하시고...

...

아이들 모두 처음 보듯 생경한 할머니를 좋아하여 함께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감사하고...특히 원경이가 곁에 자겠다고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새 이부자리에서 게기는 모습이 고맙기 그지 없었습니다.  
아침에 가보니 할머니의 머리있어야 할 장소에 원경이 엉덩이가 가 있어 잘 주무셨다고 하하 웃으시는 어머니의 말씀에도 대략 짐작이 가는 상황이었지만 말입니다.

사실
아이들이 할머니 싫다고 하고 어색해 하면 어쩌나 걱정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거든요.
공부는 좀 못해도...좋은 인간성을 가지고 커가는 것이리라...뿌듯하기도 하구요.

...

수요일 저녁에
우리 일곱식구 모두 10년만의 세배를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만수무강 하시기를...
그래서 매년 한번씩 나오실 수 있어 ... 얼굴 뵙는 것이 이런 행사가 되지 않도록...빌며...

...

아직 누구처럼...무릎을 베고 누워 투덜거려 보지는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다리가 너무 야위어 보여서 말이죠^^

 

 

 

 

  • 원이2006.04.08 05:54 신고

    앗! 제 엄마랑 동갑이시네요.
    아무리 글을 젊잖게 쓰셨어도,
    엄마 품에서 마냥 좋아하시는 원필님의 미소가 뚝뚝 흐릅니다.

    10년만에 뵙는데도, 더 건강해 보이신다니... 정말 아틀란타가 좋긴 좋은가 보군요.
    그람, 그 빈자리... 제가 메꾸러 떨치고 다녀오겠습니다.
    그 동안 실컷 효도하시고, 어리광 부리시고,
    또 두 분이 앉으셔서 지난 추억 더듬으시면서
    원필님도 10년은 어려지시길...
    그럼 이만 총총.

    답글
    • 주방보조2006.04.09 00:31

      두분이 동갑이시죠^^ 용띠...
      여자 팔자가 센 띠라고 하시고
      실제로 이사할 일있을 때마다 비가 내려서 자신의 띠탓을 하시곤 하셨지요.
      이번에도 날이 흐리고 비가 조금 왔지요. 아틀란타에서 떠나실 때도 비가 내렸다더군요.
      오늘 청계천 구경하시는 날...지독한 황사가 온통 가득하고^^

      아틀란타...잘 다녀오시길^^

  • 청랑2006.04.08 06:20 신고

    좋으시겠네~^^

    답글
  • 들풀2006.04.08 07:55 신고

    그러시구나....
    참 좋으시겠다..모두들.

    답글
  • 봄빛2006.04.08 10:44 신고

    좋아하시는 기운이 물처럼 뚝뚝 흐릅니다.
    무릎 베고 누워 보세요.
    어머니 다리가 아무리 가물어도
    아들의 머리쯤은 거뜬히 받칠 수 있으십니다.
    어머니의 일생은 아들의 지친 머리를 받쳐 주고자 하는 일념으로 살아오셨으니까요.
    요번 부활절은 기쁨이 두 배이시겠어요.
    건너다 본 행복이 아름다워
    입가에 미소 듬뿍 짓고 갑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4.09 00:38

      한번 해 볼께요^^
      오늘은 둘째 외손녀의 오피스텔에서 주무시고
      내일부터는 맏외손녀의 집에서 주무시게 되니...다음주 토요일이나 한번 해 볼 수 있겠군요^^

      머리감고...^^

  • malmiama2006.04.08 15:02 신고

    부럽습니다.^^

    안하고 못하고 왜하겠느냐...고 늘 주장했었던 '부럽다'는 표현외에 달리 없네요.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6.04.09 00:41

      흐흐...

      제게도 님이 부러워 할만한 것이 아직 있군요^^ 부러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순옥2006.04.08 20:22 신고

    오랜만에 3대가 모여서 즐거운 시간 만들고 계시겠네요.
    독수리5형제들 할머니 사랑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도 보이는듯합니다.
    할머니께서 손주들이 손주들에게는 할머니가 부모 자식 이상의 사랑이었던
    옛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핵가족이 되어서도 그렇고 여러가지 이유로 3대가 모여 사는 집이 드물게
    되어 요즘 아이들의 정서에도 영향이 있다는 생각들어요.
    하긴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이 모여 살기에는 불편한 점들도 많구요.

    오랜만에 뵙게 된 어머님이 건강하시다니 다행이시군요.
    그 연세에 비행기 타고 왕래하시는 일이 쉽지 않으시겠지요.
    더 즐거운 시간들로 채워지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더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빕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4.09 00:44

      따져보니 한달이라 해봐야 우리와 함게 하는 날은 며칠 안남은 것같습니다.
      시차적응하시느라 내내 주무시기를 많이 하셨구요...
      어제부터는 이미 외손녀들에게 뺐겼구요...
      그리고나면 겨우 보름 남는데...그것도 모두 우리 몫이 아닐테니까요.

      곁에 모시고 싶지만...형편이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아쉬울 뿐입니다.

      ...

      감사합니다.

  • 소리2006.04.09 05:17 신고

    정말 너무 부럽습니다..^^
    오십 중반에 너무 일찍 하늘나라로 가신 저희 엄마가 문득 생각납니다.
    나이 드신 엄마의 모습도 한번 상상해 보면서 손주들을 얼마나 귀히 여기셨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해 보게 되고... 원필님 글을 읽으니 별 생각이 다 납니다. 하하..

    어머님 계시는 동안 정말 좋은 시간 많이 보내시길 빌어요.
    다섯 아이들도 정말 너무 이쁘고 착합니다들..
    은혜의 주일 보내시길 빕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4.09 18:15

      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저만 좋아해서요...
      살아계셨으면 두 손녀들 너무 이뻐하셨을텐데요...

      ...

      저의 어머니는 주일 예배 마치시고 두 외손녀에게 끌려 가셨습니다.
      주말이나 오신다고...

  • 하얀파도2006.04.13 17:01 신고

    어머니란 단어가 왜 이리 어색하게 느껴지는거죠????ㅋㅋ
    엄마란 단어에 너무나 익숙해서 그런가 봅니다..
    어머니란 단어 접어 버리고......
    엄마! 하고 부르면서 어리광좀 부려보세요.......ㅎㅎㅎ
    파도 생각 난김에 친정에 전화해야겠어요...
    쑥 개떡 먹고 싶다고요...
    해마다 해주시면서...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르신다는 말씀을 하시던 엄마...
    어쩌면 오늘도 쑥개떡을 만들기 위해 쑥을 뜯어 모으고 계신줄도 몰라요...
    그런 마음이 부모 맘일것인데.....
    왜케 갈수록 못된 딸의 모습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4.13 19:37

      자주 찾아뵈세요^^
      살아계실 때...그리고 가까이 계실 때...
      ...

      저는 ...근심만 안겨드리는 아들이라
      어리광부릴 면목도 없는 그런 처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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