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원경이를 혼내다...--;

주방보조 2006. 4. 5. 16:16

우리 네째 원경이는
위의 세 녀석과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 있었습니다

숙제며 피아노며 공부며 준비물 챙기기등에 있어서 위 세녀석은 잔소리하고 잔소리하고 또 잔소리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소리를 지르고 몽둥이를 들어야...굼뜨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반해
원경이는 학교 갔다 오자마자 준비물 미리 챙기고 숙제하고 피아노 치고 그 다음에 나가서 놀았거든요.

그래서 내심 우리 원경이만은 우리 부부의 마음에 실망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가 많았지요.

...

그러나 작년부터 조금씩 
오라버니 '불량소년 김충신'을 닮아가는 중입니다.
자칭 '불량소녀'라고 자기판단을 할 정도이니 말 다했죠^^

물론 아직도 다섯중에서는 제일 낫습니다만...기대에 어그러졌다는 것에 대하여 속상함이 없지 않습니다.

...

요즘 그래서 이 네째 원경이에게도 잔소리가 조금씩 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피아노는 쳤니?
아니요~
왜 힘들어서 못치겠어?
아니요~
진실이보다 더 잘 치겠다고 했잖아?
예~
요즘처럼 쳐서야 어떻게 더 잘쳐?
그러게요~

시험공부는 한거니?
예~
그런데 점수가 이게 뭐야? 공부했는데 80점밖에 못맞아?
잘한 편이예요~
10명이나 백점을 맞았다며?
40점짜리도 있어요~
그건 네 오빠가 맨날 하는 소리잖아?

방이 이게 뭐니?
언니들이 어질러 놓은 거에요~
네가 치우면 안돼?
힘들어요~
당장 치워!
...예~에...

...

그러다가 지난 토요일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서 생일초대를 받았다고, 늦게 온다고...하였습니다.

오후 2시쯤 돌아온 원경에게 물었지요.
생일잔치는 잘 했느냐고
그랬더니
생일잔치에 가지 않고 수련회 때 발표할 합창연습을 하고 오는 길이라 하였습니다.

그럼 약속을 어겼단 말이냐?
예~
왜?
우리가 합창연습하는데 걔가 먼저 갔어요~.

제 생각에 그 아이가 별로 인기가 없는 아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물었지요.
그 애를 네 친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지?
예~

요즘들어 부쩍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 늘어났는데...
이제는 비인간적인 면모까지 갖춰가다니...이런 생각이 들면서 화가 치솟아 올랐습니다.
그동안처럼 물렁하게 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약속한 것은 손해가 나더라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았느냐?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거라. 잔치를 준비한 그 아이와 그 아이 엄마는 텅빈 상 앞에서 얼마나 속이 상하였겠느냐?
처음부터 약속에 응하지 말아야지, 약속을 해놓고 그런 식으로 변명하며 그냥 돌아왔느냐?
도대체 네가 올바른 판단력을 가진 녀석이냐? 엉!!!"

눈물이 쑥 빠지게 혼을내었습니다.
워낙 잘 우는 딸이기도 하지만...

...

녀석이 자기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올려놓았더군요.

 학교 끝나고 생일 파티에 초대되었습니다.그런데 수련회 장기자랑 연습 때문에 좀 기다리라고 했는데그 애가 먼저 6~7명을 데리고 가서 가지도 못했습니다.그래서 연습을 더 하고 떡볶이와 슬러시를 사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생일파티 못하고 왔다고 아빠에게 말씀드렸는데, 그때

아빠에게 많이 혼났습니다. 그래서 좀 울고...

그때부터 아빠와 얘기를 안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그 친구에 대해서 생각을 조금 해봤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정말 슬퍼할것 같았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


책을 좋아하는 딸^^

장보러 갈 때 가장 편하고 재미있는 딸...

성실하고, 정의롭고...용감하게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malmiama2006.04.05 17:44 신고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
    원경이는 착합니다.

    유민이 키울 때 참고하겠습니다.^^
    (유민이도 어서 빨리 블로그 만들어주고 싶당)

    답글
    • 청랑2006.04.05 20:47 신고

      유민이는 아빠 글솜씨를 닮을까? 아니면, 엄마 글솜씨를 닮을까? ^^

    • 주방보조2006.04.06 00:50

      유민이 블로그 기대가 됩니다^^

      내년쯤이면 그리 빠른 것도 아니겠지요...똑똑하니까...

  • 청랑2006.04.05 20:48 신고

    흠, 아빠가 좀 문제가 있군요....ㅎㅎㅎ
    애들이 자기 사정을 술술 풀어내어놓을 수 있도록 봄바람 같은 아빠가 되시길.....
    쉽지 않지요. 저도..... ;;

    답글
    • 주방보조2006.04.06 00:55

      저 요즘 사실 ...
      능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자식이지만...그 내부에 결코 접근할 수 없는 경계가 있다는 것...
      하나님께서 당신만의 영역으로 확보해 놓으신 것같다...생각합니다만...

      근데
      봄바람이 얼마나 변덕스럽다구요^^
      전 시러여~

  • 쌍그아부이2006.04.06 02:11 신고

    전 시러여~
    애예요? 발음 법칙에 맞춰서 쓰세욧.
    근디 발음 법칙이 맞긴 하남유?

    답글
    • 주방보조2006.04.06 18:58

      전 봄바람이 정말 싫어요.
      발음 법칙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애가 되고 싶을 때만...멋대로 쓸께요^^

      오늘 조카가 낳은 손녀를 보았는데
      정말 애가 되고 싶었어요^^ 너무 이쁘고...이뻐요...^^

  • 김순옥2006.04.06 18:35 신고

    원경이가 글을 쓴 경위가 그렇게 되었었군요.
    셋째 딸이 예쁘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요? (음...저는 예외가 되겠습니다만)
    생일 잔치가 가지 못한 원경이의 마음은 더 아팠을 것입니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기에 신뢰에 대한 개념이 조금 떨어졌겠지요.

    그리고 원경이가 조금씩 변하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바야흐로 사춘기가 되어 가는 것이지요.
    제가 요즘 한빛이랑 옥신각신을 많이 합니다.
    그것보다는 저 혼자서 열 받는 일이 많습니다.
    한얼이가 그랬던 길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그래서 꿈도 비슷합니다.
    한얼이의 지난 일기장을 보면서 흉을 보았던 한빛이가 요즘 결코 다를 바 없어집니다.
    특히 한자 시험을 앞두고 더더욱 스트레스가 됩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너는 왜 6학년이 되어도 달라지는 건 고사하고
    모든 게 퇴보하느냐고 닥달을 하기도 합니다.
    도로아미타불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저는 이래저래 슬프기도 합니다.
    이거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길이거든요.

    셋째 딸이 눈물 많은 것은 저랑 같군요.
    조금 서툴더라도 조금 여유를 갖고 바라봐 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이론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아니 자주 한계를 느끼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밖으로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내 품으로 들어와 안기도록
    편안하게 해 줘야 하는데 그게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요?

    원경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젯밤에 사교육에 관한 프로그램을 잠깐 보았는데
    제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어떤 길을 가 달라고, 잘 하라고 하는 말을 할
    자격이 없는 부모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혹시 나중에 부모를 원망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강남이 아니고도 강북에서도 온고지신?을 섬기는 엄마로서...

    답글
    • 주방보조2006.04.06 19:05

      사춘기이겠지 하면서도
      설마 사춘길리야...합니다.^^

      근데
      그 우리 아이들의 사춘기들이 이 어줍잖은 아비의 눈에는 모조리 부정적인 것으로만 보이니 문제지요.
      사실 아이들이 독립해 나가려는 성장의 몸부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리 세상을 살아버린 어른의 선 경험의 잣대로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미래를 미리 재단하고...평가하고...근심하는 꼴이라 생각은 합니다.

      오늘도 느릿느릿 움직이는 짱뚱어 같은 충신과 원경을 보면서...^^ 꾹 참았답니다^^

      ...

      한빛이 정도 되어도 닥달을 당하는군요^^

      위로가 좀 됩니다^^

  • 봄빛2006.04.06 22:23 신고

    에이~!
    이제 초년병 아빠도 아니시면서..
    사춘기 시절의 이유있는 반항이구먼요.

    무조건 혼내기 보다는
    원경이 입장에서 충분한 해명도 좀 들어 주시지....

    답글
    • 주방보조2006.04.07 00:35

      해명을 들었답니다.
      그리고 두가지 약속을 받아내었죠.
      하나는 다시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 아이에게 가서 확실하게 사과할 것...

      아이들의 변화 앞에선...언제나 초년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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