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토요일에 진실과 나실이 텦스 시험을 보았습니다.
아직 고1이고 중3이지만
영어공부는 뭔가 목표를 설정하고 그 성과를 수치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지 싶어
지난 여름에 이어 두번째 치게 한 시험입니다.
토플이나 토익이 있지만 그것들은 그 시험의 이익이 메국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고...
텦스는 서울대와 조선일보가 합작하여 행하는 것이라 적어도 그 이익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는 않을것이므로 선택하였습니다.
다른 시험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이 텦스는 1년에 여름과 겨울 두번 토요일 오후에 시험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주일 예배에 빠져가며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되니까요.
지난 여름엔
진실이가 나실이보다 자그만치 60점이나 앞섰었습니다.
500점은 안되었지만 제법 고1치곤 잘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습니다.
나실이는 1년 더 공부하면 될꺼야 격려를 아끼지 않았구요.
진실이는 여름 방학말미부터 학교축제에 참여하여 도서부장일을 한다는 핑계로 방과 후 한달반 정도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아서 학교성적도 형편없이 추락했고
나실이는 중3...2학기를 비교적 꾸준히 열심을 내어 학기말 시험에선 우리 모두를 웃게 만들어 주었었습니다.
...
아내의 핸폰에 점수가 찍힌 것을 전해 듣고
저는 우울감에 휩싸였습니다.
제가 좀 '한' 우울 하는 편^^이긴 하지만
동생이 언니를 추월했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을 요상하게 만드는 지 예전에 몰랐습니다.
동생 나실이가 성적이 뚝 떨어진 언니를 30점이나 따돌리고 앞서 버렸습니다.
"나는 난로 옆에 자리가 있었기 때문에 시험 뒷부분에서는 계속 잠이 왔다~~~그랬던 거이었던 것이었다아~~~~" 진실이는 얼굴이 약간 상기된 듯 하게 되어 변명을 하였지만
흥!!! 이 세상에 그런 변명을 들어줄 분은 하나님 한분 밖에 없다는 것을...누가 모릅니까?
변명하지 마라...심은대로 거둔다... 분발해라... 스스로 부끄러운 지 알아라...명석한 머리도 쓰지 않으면 둔해지는 것이다...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잔소리를 실컷했지요.
...
옛날 사람들이
형에게 '올인'하고 동생들을 외면한 것은
제사와 관련된 전통적 중책이 맏이에게 있기도 했고
궁핍한 삶에 여러 자식 다 돌보다가는 모두 다 망칠 것을 염려한 탓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또 한가지 제가 이번에 느낀 이 미묘한 우울감을 피하려는 의식도 한몫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큰 녀석이 작은 녀석에게 뒤지는 꼴을 본다는 것이 참 괴롭습니다.
큰놈 대신 왜 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인지...
왜 좀 더 신경 써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한지...
다섯아이의 리더 노릇하기가 얼마나 더 어려워 질 것인지...
작년에 농땡이를 칠 때 두둘겨 패지지 않은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그리고 뭐라 설명 못할 기묘한 거부감...
...
자기가 언니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고무되었는지
좀 잘난척 하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나실이에게 괜히 싫은 소리 몇마디를 했습니다.
교만떨지 말라...아직 멀었다...
그래놓고 나실이에게도 미안하고...쩝
...
가정의 질서를 위해서 확실히...형이 동생보다 나은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 형이란 작자들이 부모님의 이 마음을 어쩌면 그리도 몰라주는지...
-
학습능력 외적인 것도 포함한 종합 성적으로 따져 보시지요.^^
답글
삼형제 중 차남인 저는 형보다 수학능력이 떨어졌고
동생보다 체력이 못미쳤지만
창의력과 순발력에선 앞섰습니다.
울 집 유민이는 오빠들과의 경쟁에서 쨉이 안된다는 걸 알기에
일찌감치 자신감 결여상태가 될까봐...어제도 코 풀어 주면서
"흥..흥!..해봐! 옳지...그래..큰 오빠 작은 오빠는 유민이 나이 때 유민이처럼
시원하게 코 풀지 못했단다!"
얼마나 자신감이 넘쳐 보이던지..ㅋㅋ -
일 나셨네요.
답글
시간 지나면 동생이 형을 앞서는 모습 종종 접해야 하는데.
종합성적으로 따져 본다면 모를까
각각의 받은 달란트가 달라
그 면면이 다 형이 앞서지는 못하더란 것이지요.
ㅎㅎ
처음이라 지금 기분이실꺼고
곧 익숙해져 버릴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동생이 앞서는 면이 많다하여도
형의 권위만 확실히 세워 준다면 별 문제 없을 듯 하옵니다.
샬롬!! -
일반적으로 큰아이는 부모들의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일방적인 과보호로 키우기 때문에
답글
소심한 편이고 작은아이들은 그와는 반대로 씩씩한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부모의 관심이 덜가는 작은아이가 성격도 좋고 가르치지 않아도
어깨넘어로 배워가기도 하구요.
생각해보면 한얼이는 7살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서울의 이모집을 다녔었고
이미 9살때부터는 혼자서 전국을 버스로, 기차로 다녔었거든요.
하지만 막내 한빛이는 아직도 주체적으로 혼자 움직여본 적이 없답니다.
둘째보다는 막내로 키운 영향일겁니다.
아마 진실이가 다섯아이의 맏딸이라서 많이 다를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학구열이라는 게 상승세를 타게 되면 탄력이 붙게 되잖아요. 성취감에서 오는...
맏이에 대한 생각은 저도 같답니다.
저희 시댁을 보더라도 아주버님으로부터 그런 것을 많이 느끼거든요.
과거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현재의 삶에서 오는 좌절같은 것...
반대로 친정오빠가 자리를 잘 잡고 살아가니까 참 편안해 보이거든요.
아마 진실이는 진실이대로 충신이는 충신이대로 맏이로서 느끼는 것과 행동에
보이지 않는 무게가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누구나 다 잘하면 좋지만 부족한 부분을 누군가가 채워가는 것도 좋겠지요.
진실이에게 화이팅을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학원, 과외없이 잘하는 아이들에게도 축하를 보내드립니다. -
저희 집은 다섯살 아래 동생이 '생활면'에서 오빠를 한참 앞섭니다.
답글
거의 동생이 오빠를 챙겨주는 수준이지요.
그러니 제가 오빠한테 하던 잔소리를 이젠 동생이 합니다.
"자기 물건좀 치우지?" " 준비물 챙겼어?" ㅎㅎㅎ
오빠는 이걸 은근히 좋아하고~ 즐기고~ 이용하고~ 는게 보이고...끌끌~ -
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답글
다른 집은 어떤지 도저히 알 수 없으니 이 글을 읽고 저는 저희 삼남매의 경우를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제가 초등 일학년 때 일학년 대표로 학교 웅변 대회를 나갔었거든요. 그리고 저희 언니는 사 학년 대표로 나왔었구요. 일등은 제가 했더랬습니다.
자라면서도 어떤 대외적인 면으로 저는 언니나 동생을 많이 앞질렀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한번도 우쭐해했던 적이 없었어요. 그 이유가, 언니와 동생이 저보다 훨씬 더 뛰어난 부분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다 우등생들) 부모님이 실력을 가지고 저희들에게 꾸중을 하신 적이 없으셔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건 니가 받은 달란트고 언니나 동생은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달란트를 가지고 있다. 누가 더 낫고 뒤쳐지고가 없다.. 그런 식으루요. 제가 언니 보다 더 뛰어난 부분에 대해서도 부모님은 어색해 하시지 않았던 것 같아요. 또한 언니 역시도 언제나 한결 같은 사랑으로 동생들을 돌아 보았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언니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걸 느낍니다.
진실이의 맏이됨은 감히 나실이가 따라올 수 없을 거에요. 그런데 이 글을 읽으니 또 정 명훈, 정경화... 의 어머님이신 이 원숙 여사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들 중 큰 아이가 작은 아이 보다 성적이 더 좋지 않게 나온 걸 유연히 교사 면담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집으로 성적표를 보낼때에는 그 성적을 바꾸어 달라고 간청했다지요. 큰 아이 성적은 놔 두고 작은 아이의 성적을 좀 낮추어 달라 부탁했다는 얘기를 티비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기록상으로는 원래의 높은 성적을 그대로 두었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지는 성적은 조금 수정을 했겠지요. 성적은 성적일 뿐인데, 그 객관적인 평가로 인해 큰 아이가 자존감을 상실하거나 작은 아이가 필요 이상의 교만을 가지게 될 까봐, 형제간의 우애를 생각해서 더 그렇게 해 주십사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원필님의 뒤숭숭한 마음은 이해하겠지만서두요... 그래도 너무 상심치 마셨으면...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삼남매가 다 우등생 아니었어요. 언니랑 동생은 고등학교때 까지 공부를 진짜 잘했거든요(대학 들어가서도 그렇구요). 저도 중학교 때 까지는 정말 공부를 잘했어요. 근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저는 사춘기가 본격화 되면서 (별난 둘째 ^^) 중간 정도 밖에 못했더랬습니다. 공부 잘하던 아이가 중간 으로 떨어진 걸 보시고 부모님이 상심 많이 하시겠다 내심 걱정을 했었더랬는데, 아무 말씀 안하셨더랬어요. 저도 사실은 놀랐었죠. 시험 기간 중에도 아빠께서 잠시 불러 내셔서 신발 사 주셨던 기억이 나거든요. 공부해야 하는데요.. 라는 말씀을 드려도 그래도 나오라고 하셨어요. 상당히 제게 큰 심적인 안정감을 다시 심어 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아.. 아빠는 내 성적 보다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구나.. 내가 나 이기 때문에 아빠는 사랑하시는구나..성적이 아빠에게는 그리 중요한게 아니구나..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성적이 떨어졌었지만 대학 들어가서는 또 줄곧 우등이었습니다. ^^
자녀들을 향하신 지극하신 사랑...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래두요, 지금의 모습이 다는 아니라 생각해요. 특히나 한국 같이 성적이 행복 순이 되는 환경속에서 학업에 전력 질주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되면 아빠로써 정말 걱정이 앞서시겠지만, 그래두요, 저는 진실이가 어떻게 아빠를 놀래켜 드릴지 자못 기대됩니다. 지금의 모습이 미래의 모습일 수는 없고, 지금의 성적이 미래의 성적이지는 않다고 믿거든요.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비밀댓글]
-
글쎄요..
답글
아마 공부는 동생이 좀 더 앞서 갔어도
모르긴 몰라도 '형 만한 아우 없다'는 옛말 실감하실 때가 오실 겁니다.
우리집 4남매만 봐도
한때는 부모님 속 꽤나 썩여 드렸던 맏이인 제 언니만 보더라도
지금 부모님께서 가장 많이 의지하시고
동생인 제가 보기에도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역시..
맏이의 힘을 발휘 하더라구요.
저 역시 제 동생들보다는
제가 쬐금 더 부모님께 효도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성적과는 상관없이
또 다른 것으로 부모 마음을 뿌듯하게 해드리는
진실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
ㅎㅎ 이리저리 미안하셨네요..ㅋㅋ
답글
모두를 동일하게 사랑하여 신경쓰주는 부모의 배려를 지넘들이 어찌 알까요?
암튼 애들이 공부를 잘해서 좋으시겠어요^___^ -
알 수 없는 사용자2006.01.24 20:49 신고
그럼요!!!
답글
맏이가 잘 돼야죠.
그런데 다 커봐야 알더라구요.
친정어머니 표현으로 전 한가닥^^ 할줄 알았고 동생은 늘
제 그늘 밑이었다고 하더라구요.ㅋㅋ
지금요? 완죤히 반대입니다.^^
울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위로가 되었던 말씀은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며..." 랍니다. -
그래도 나는 진실이가 좋네요... 얼마나 여유 있어요... 여유는 아무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답글
아마도 동생들은 다 그 여유 덕을 조금씩 보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는 더 크게 보게 될 겁니다.
진실이 홧팅~!!! -
어쨌거나 큰놈이 자신감을 잃으면 어려워집니다. 본인이 충분히 식겁?했을테니까
답글
너무 궁지에 몰아넣지는 마시고 무엇보다 동생이 언니의 자존심을 깎지 않도록 단도리를 하심이.. 대개 동생이 언니오빠덕을 보는 관계로 성적이 더 좋을수 있습니다. 아니 거의 그렇습니다.
우리 시댁도 친정도 ... 그러나 맏이가 긍지를 잃기 시작하면 나중에 아주 힘들어지더라구요.
심하면 위계질서도 무너지고.... 위로 많이 해주시고 다음엔 잘할수있으리라고 용기를 주세요. -
너무 부담 느끼지 않게 놓아두심이 어떠실른지..
답글
아무리 그래도 한살 위 언니는 동생에게 영원한 우상이거든요.
성적 좀 나오는 거 여부와 상관없이.. 형제간에 자연스레 형성되어 있는..
하므로.. 가만 놓아두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 애들 보면.. 꼬마가 한참 위의 언니한테 가끔 영어를 가르쳐줄 때가 있는데..
그걸 서로 선의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자존심이 상하느냐 마느냐는.. 성적보다는 우애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필님의 성격을 닮았다면.. 필경 우애는 빈틈없이 단단할 테고요.. -
저는 운이 좋은거죠. 거의 찍다시피 했으니까요. ^^ 언니는 약간 게으른 면이 있어서그런것이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고치는 것이 문제이겠지만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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