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와 최민식이 열연한 넘버3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지요.
영화를 그리 좋아한다 할 수 없지만 영화제목이 특이해서 기억이 났던 모양입니다.
본명을 쓰다가 의자왕님을 편들어 드리느라 계백이라 아이디를 바꾸고 '썰"을 펼친 후에
그 다음부터 재미삼아 아이디를 바꾸며 변신을 하였습니다.
싸우던 일이 끝났으므로 흰옷을 입은 백일 사진을 올려놓고 '백의종군'
그다음엔 벌거벗고 고추까지 내놓은 돌사진을 올려놓고 '적신으로'
그리고 7살때 찍은 것으로 기억이 나는 오래된 세번째 사진을 올려놓고 문제의 '넘버3'
그런데 이 넘버3라는 닉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넘버1처럼 잘난 것도 아니고 넘버2처럼 정상을 노려 긴장하는 것도 아닌 여유가 있게 느껴지고...약간은 뒤로 물러가 눈치나 살피고 있는 인간들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자연히 저 자신의 모습에 뭔가 오버랩되는 듯한 감흥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말이지요.
...
아이들이 제 닉을 보고 물었습니다.
아빠가 왜 넘버3야? 넘버1이지!
흐흐흐...너희들이 뭘 모르는구나...우리집에선 엄마가 넘버1이고 교신이가 넘버2고 내가 넘버3야...
그럼 우리들은?
너희들은 넘버없어...그냥 나이순대로 진실이가 넘버4 나실이가 넘버5 충신이가 넘버6 원경이가 넘버7 하든 말든...
그런 법이 어디있어요...왜 막내 교신이가 넘버2인데에~~~
잘들어봐... 아빠가 엄마한테 꼼짝 못하는 거 알지?
예
엄마가 교신이만 꽁꽁 싸고 도는 것도 알지?
예
아빠가 교신이 좀 형하고 자게 하라고 해도 엄마가 말 안 듣잖아 그치?
예
그러니까 안방의 힘의 구도가 그렇게 된거야 ...엄마는 넘버1 교신이 넘버2 아빠 넘버3
...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있는 것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 장난처럼 매겨놓은 넘버가 실제로 숫자적 근거까지 갖추고 있더란 말입니다.
제 아내는 6남매중의 막내입니다...넘버1
교신이는 5남매중의 막내이고...넘버2
저는 2남매중의 막내...ㅋㅎㅎㅎ...넘버3
신기하죠?
...
작년 말부터 몸살에 기침 가래가 목도 퉁퉁 붓게 하고 머리도 아프게 하고 마음도 우울하게 하였었습니다.
게다가 송구영신예배 드리고 주일예배드리고 처가 식구들이 놀러온다하여 좀 긴장하고^^기다리느라 많이 지쳐버렸었지요. 결국 사정들이 많다고 오시지들 않았구요.ㅠㅠ
그런데
새해 첫날 아침부터 뭔가 나사가 풀린 듯이 빌빌 거리던 맏아들놈이 여러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거실 의자에 누워 쉬고 있는 동안 안방에서 막내 교신이와 일을 벌린 모양이었습니다.
안방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가슴을 후벼파는 호통소리가^^ 제 피곤한 육신을 일으켜 세웠고
마침 교신이가 칼 싸움 용으로 쓰던 알루미늄 빗자루대가 곁에 있어 집어들고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어 위풍당당하게 안방에 들어가 보니
아내가 제게 이놈들이 공놀이를 해서 경대앞의 화장품들이 쓰러지고 방안이 먼지 투성이가 되었다고 그래서 혼내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넘버1이 혼을 내고 있으니까 넘버3는 점잖케 넘버1의 꾸지람에 양념만 치고 물러났어야 하는데
이미 몇번 방안에서 공놀이를 하는 것을 두고 혼을 낸적이 있었고
아침부터 빌빌거리며 어리석은 짓을 도맡아 하던 맏아들놈의 꼴이 영 시덥잖았고
저의 몸 상태도 마음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손에든 알루미늄 막대기?로 충신이의 팔뚝은 세 대 펑펑, 넘버2인 교신이의 팔뚝은 1대를 툭~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대 맞고는 엄마품에 푹 파묻혀 흑흑 거리는 꼴이 얄미워서 엉덩이를 발로 한대 슬쩍 퍽~ 걷어차고 거실로 나왔지요.
일단...
집안이 온통 조용해지고...병들고 늙은^^ 몸을 거실 바닥에 뉘우고 ...진실아 보일러좀 세게 때라...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
아주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뿐입니다.
갑자기 아내가 넘버1으로서의 위엄을 갖춘 채 안방에서 나와 누워있는 저를 흔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범띠답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야만족이냐...교신이가 얼마나 아파했는 줄 아느냐...뼈가 부러지면 어쩔려고 그러느냐...게다가 엉덩이를 발로 차는 것은 인격모독이다...태권도장에서 옷갈아입다 이런 부풀어 오른 것보고 혹 신고하면 아이들과 떨어지게 되는 것을 모르느냐...왜 말이 없느냐...충신이도 그렇고...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 못했었죠.^^
슬쩍 실눈을 뜨고... 넘버1을 바라보니 그 서슬이 퍼렇기도 하려니와^^...저는 이미 목이 부어 말도 잘 못하는 상태라서 괜히 붙어봤지 당장은 전혀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
오직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며...다 죽어가는 쉬어터진 목소리로..그래 알았어요...라고 말하고 등을 돌려 대었지요.
제 옆에 앉아서 티비를 보던 진실이는 엄마의 호통에 짤끔하였지만 모른 척 계속 티비를 보려다가 덤태기로 혼나고^^삐져 자기방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가고...
저는 넘버3의 비애를 ... 그 뒤로도 약 10분 간 계속된 마눌의 공격에 ... 만끽하며 잠을 청하였습니다.
넘버3가 넘버1 앞에서 넘버2를 때린 죄...ㅠㅠ
...
다혈질인 아내는 다음날 아침에 제게 자신의 지나쳤음을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였지만...또 토를 달았습니다. 그래도 운운~~~^^
넘버1의 권위를 잃지 않으려는 듯...
저는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아직은 목이 잠겨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 넘버1도 반성을 더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리고 넘버3가 할 수 있는 무기라야 이것만큼 효과 좋은 것도 없으므로...
...
사흘만에 우리집은 평화로 돌아왔습니다.
넘버1이 잘못했다고 했는데 넘버3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제 목소리도 아직은 약간 가래 끓는 소리가 나긴 하지만 넘버1이나 넘버2에게 아주 약간은 위협적으로 들릴 수 있을민큼 제법 소리가 카랑~!...하게 나고 말입니다.^^
교신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야! 넘버2!
너 아빠한테 엄마가 너 때렸다고 혼내는 거 들으니까 고소했지?
아니요...
거짓말 마 임마 ... 얼마나 고소했겠어~ 넘버2~
진짜예요 하나도 안 고소했어요. 나는 엄마랑 아빠랑 이혼할까봐 무서웠어요~~(눈물이 그렁그렁)
허거걱~~~
...
^^
-
'범띠 가시내'..라는 영화를 꼬맹이 때 봤습니다.(신성일,윤정희 주연)
답글
범띠 가시내를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이 절절 매는 내용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울집 마눌님도 호랑이 띠! 말미암아는 개띠.
유민이 왈 아빠는 개띠가 아니라 '강아지 띠'라 하던데..
그래서 저는...범 무서운 줄 모르고 사나 봅니다.ㅎㅎ
'범띠 가시내'...영화 결론은 남자에게 순종하게되어 결혼하게 되는...아마도..^^ -
-
저런~ 많이 아프셨군요.
답글
우리풍습이 위로가 되는것은 음력설까지 시간이 있으니 묵은해의 아픔을 빨랑 정리하세요.^^
1일도 주일이더니 설날도 29일 주일이네요.
바뀐것이 있다면 남편은 이곳을 다녀간다음일거고 장손인 조카와 함께^^ 설날을 맞이 하겠지요.
그리고 우리애덜은 1월말인지 2월초부터 개학입니다.
1월한달은~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분주한시간을 갖게 될거 같아요.
의견충돌로 인한 부딛김도 예상하고는 있는데 가능하면 사이좋게^^ 잘지내려고 해요...
점점~ 부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좋은 연인이고~
친구여야하고~
건강하셔요... -
ㅎㅎㅎ
답글
그런데 넘버1이신 교신이 어머니께서는 범띠 중에서도 밤에 나셨나요?
저희 큰언니 부부가 호랑이띠랍니다.
말이 없는 형부라서 성격이 원만하지 못한 언니는 늘 쨍쨍거리는 편이지만
실제로는 형부가 압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실세는 확실히 체격과는 무관하군요.
소리만 큰 광김 딸은 말없는 양띠에게 감히 이기려고 덤비지는 않는데...
그나저나 넘버3님 불쌍해서 어쩌지요?
하룻강아지처럼 호랑이님에게 짓눌리시다니...
그건 분명히 있거든요. 집안이 조용하려면 서열은 나름대로 정해져야 한다는...
저는 양띠아빠가 감싸는 한빛이게는 호랑이 노릇을 하는편이거든요.
그게요. 아무리 아빠가 감싸고 돌아도 엄마가 좋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교신이를 아무리 엄마가 감싸고 돌아도 아빠편이라고 믿으세요.
크리스마스에 이어서 신년까지...너무 전쟁과 평화가 자주 반복되는 건 아닌가요? ㅎㅎㅎ
호랑이 굴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으니
어쨌든 건강관리 잘 하시어 넘버1 자리로 등극하시는 날이 꼭 있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자 편에서 동정을 하게 되어 있거든요 ㅎㅎㅎ) -
아! 넘버 1의 위세가 그리 대단하군요.
답글
진즉 부여 받은 넘버 1의 호칭을 이제껏 휘두를 줄 몰랐는데
덕분에 모든 걸 알아버렸음.
우리집 넘버 4 지둘려라!!
넘버3 도 못되고 와 넘버 4냐구요?
지가 넘버 1
큰아들 넘버 2
작은 아들 넘버3
그리고 늙은 아들(?) 넘버 4.
근데 말에요~
그 번호 메겨 봤자 넘버1 말을 잴 안듣고 지멋대로 행동하는 넘버4
그라고 쏟아지는 질타를 님처럼 두눈 질끈 감고
니 떠들어라, 나 듣는다... 요런 식으로 버티는데
그럴때는 아무래도 메겨준 순서에 문제가 있는듯 싶은데
넘버3의 비애를 안고 사시는 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
프로메데우스2006.01.06 18:35 신고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있는 것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답글
>이 장난처럼 매겨놓은 넘버가 실제로 숫자적 근거까지 갖추고 있더란 말입니다.
김필님께서 근거라고 말하는 성경이야기도 꼭 넘버이야기와 비슷하죠.
김필옹의 집안 이야기를 들으니 "전쟁과 평화"라는 책의 제목이 생각나는군요.
* 넘버1 님께 가끔은 창세기나 고린도 전서를 일독하길 권해 주심이.....
바울이 이야기 했다고 하면 김필님이 직접이야기 하는것보다 효과는 더 좋을 듯..
:) -
교신이가 사춘기가 빨리 왔으면 바라시는 마음이 더 재미있는걸요..ㅋㅋ
답글
오늘 자녀를 결혼 시키신 어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어요....
보통 파도 또래는 아직도 묵을때로 묵을 시댁이야기로...
수다를 떠는데....
어른들의 수다는 좀다르더라고요..
아들을 결혼시켜 내보내면서....
섭섭함을 이겨내야 하는것과.....
시어머니 역할이 참 어렵다는것을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의 머리가 자라면 자랄수록 힘든것처럼...
어른역할하기가 정말 어렵나 봐요..
ㅋㅋㅋ......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슨생각했는지 아세요???
우리 이쁜아들 결혼해서 어떻게 내보내지.........ㅋㅋㅋ
어른들이...........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엿보고 미소로 하루를 마무리 해야할것 같네요...
감기랑 친하지마세요.. -
저는 하루에 비타민 C를 [500mg] 두알이상 구준히 먹어서 요즘 감기와 안 친합니다.
답글
효과 있어요. 당장 드셔보셔요. 그리고 젊어집니다. [실제로 제나이 보는 사람 없습니다.ㅎㅎ]
시골에 살던 아버지가 서울 아들네 집으로 왔습니다. 함께 살자고 해서..
그런데 와보니 그집에는 서열이 이미 있었습니다.
손자가 1번 ,며느리가 2번 ,그리고 아들이 3번,강아지가 4번 ,식모가 5번
그리고 할마버지가 6번이었습니다. 한 두어달 살아보니 너무나 서글프고 자존심이 상해 못견디겠더래요. 그래서 어느날 편지를 써놓고 시골로 내려가갑니다.
아들이 돌아와 보니...
3번아 잘있거라 6번은 간다...^^
원필님은 7식구중에 3번이니 꽤 높습니다.^^ 긍지를 가지세요. -
고생 많으십니다.. 하하하...
답글
근데 요즘 아이들은 이미 알고있는 모양이군요..
요즘 시대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가 아니라는 걸..
드라마 탓이겠지만.. '~ 무서웠어요'란 반응이 참 흥미롭습니다. ㅎㅎ -
-
수고 많으셨네요. ㅋㅋㅋㅋ
답글
편찮으신데 괜히 구박 아닌 구박 받으신듯 하여 제 마음이 다 짠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원필님은 정말 순정파세요. 지고지순한 순정파..
논리정연하시고 설득력 있는 글을 읽노라면 날카롭고 지적인 모습을 생각하게 되지만
부인과의 에피소드를 읽노라면 너무 너무 부드러우신 분의 이미지가 떠오르거든요.
부인께서 참 행복하시겠어요. 이렇게 사랑이 많고 이해가 많은 부군을 모시고 계셔서 말이죠.
원필님, 홧팅!^^* -
ㅎㅎ
답글
재밌네요...
사무실에서 앉아있는 지금,
터져나오는 웃음! 참느라 고통스럽군요..ㅋ
그 아버지에 그 아들입니다..
아주 행복하다고 블로그에 도배하시죠? 행복!행복!행복 하고 말입니다..
ㅋㅋ
오랜만에 왔어요..이해하시죠?
하나님께서 원필님의 가정을 눈동자와 같이 보호하시고,
세상의 많은 가정들속에서 복의근원되는 귀한 가정으로 이끌어 가시기를 축복합니다...샬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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