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
진실이가 학기말 고사 성적을 내놓았습니다.
자기 성적표를 부모에게 조차 잘 보여주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에 비하면
착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지만...
성적표 그 자체가 기쁨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지난번 정말 공부라는 것하고는 완전히 담쌓고 딴짓만 하며 쳤던 중간고사보다는 약간 성적이 올랐지만 그 양이 너무 미미하여
아내도 속상해 하고...저도 역시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그 결과가 뻔하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잔소리가 길어지자 진실이는 울고 '엄마는 너무 갈군다'라는 희안한 말을 했다가 저에게 꾸지람을 듣고...더 울고...
모두 불러 놓고
가장으로서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요약하면 대략 이런 말이었습니다.
"이번에 진실이의 성적은 매우 실망스럽지만 한편 희망적이기도 하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하루 아침에 그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 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중간고사 때 부쩍 떨어졌지만 이번에 조금이나마 향상되었다는 것은 그 방향성이 바뀌었다는 것이므로 희망적이다.
그러므로 엄마는 너무 속상해 하지 말고 진실이도 더욱 분발해서 내년에는 크게 향상하기 바란다...끝"
아내와 맏딸은 뒤풀이로 서로 꽤 긴 대화를 나누고
나머지 우리들은 ... 좀 눈치를 보며^^ 상황에 대비했지만 ... 착한 아내며 착한 딸이니 좋게 화해가 이루어졌습니다.
어쨌든 좋지 않은 성적으로 한층 초라해진 맏딸에게...저는 한껏 ...씩~ 웃어 주어 보내고...
...
어제...
둘째 딸 나실이가 학교에서 나눠주는 인쇄물을 쓱 내밀었습니다.
독후감 최우수상 명단이 학년별로 한명씩 적혀 있는데 거기 나실이의 이름이 맨 위에 올라있었고
다독상 명단에도 나실이의 이름이 올라있었습니다.
뭐 없어요?
엥?
최우수상 같은 거 받아오면 그래도 뭐 좀 해주셔야 하잖아요?
음...성탄절도 며칠 안남았는데 그냥 성탄절 선물로 대신하자 ...응?
성탄절 선물은 성탄절 선물이구요~
그럼 칼국수나 먹으러 갈까?
우이 씨~^^칼국수는 지겨운데...
...
오늘...
나실이 덕분에
탕수육하고 짜장 짬뽕 볶음밥등으로 저녁을 때우고
모두 배불러 죽겠다^^고 하며 포만감에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충신이가 한마디 하였습니다.
큰 누나는...가문의 위기이고
작은 누나는...가문의 영광이야~
모두 녀석의 그럴듯한 소리에 깔깔 거리는 중에도
저는 ...마음 여린 맏딸이 순간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래...충신이는 가문의 꼴뚜기지?
오랜만에 모두 즐겁게 웃었습니다. 짬뽕 속에 들어 있던 꼴뚜기들을 하나씩은 먹은 탓에 더욱...^^
...
우리 부부와 다섯아이가 모두 함께 이렇게 웃어본 것도 꽤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웃으며
어느새 아이들에 대한 모든 염려와 근심이 다 ...사라져 감을 느꼈습니다.
웃음이...우리를 하나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
-
당뇨라시더니 탕수육은 설마 안드셨겠지요?^^ 지나놓고 보니 그럴때 부모의 처신이 정말 난감해요. 원필님처럼 하기 힘들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들이 많으면 오히려 그게 가능하겠지요?
답글
전 둘밖에안 낳아서 할말 없읍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하나 더 낳으라고은근히 종용하는데 우리 딸 ...그럼 엄마가 다키워줄거야?하니 또 난감하구요.[지새끼 크면 나 줄것도 아니면서..]
행복이 묻어나는 이야기입니다. -
가족의 구성원이 많으면 그 안에서 산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답글
하지만 아이들은 때때로 비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부모가 어떻게 편견없이 평정을 이루어 가느냐에 관건은 있겠지요.
충신이가 장남으로서 감히 누나들에게?지만 분위기를 화악! 바꾸는 것도 일품입니다.
충신이를 통해서 중국음식에 대한 얘기를 읽었습니다만
6학년 충신이의 넉넉함은 외아들로서는 절대로 갖추기 힘든 일이겠지요?
'웃음이...우리를하나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멋집니다.
말미암아님께서는 셋이어야...한다는 기준을 정하시는군요.
아들만 둘로서는 절대로 체험할 수 있는 일? 더이상 토를 달 수 없습니다. -
프로메데우스2005.12.23 11:12 신고
개신인들이 늘 사랑타령을 하지만, 막상 자신이 지닌 신념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 평소
답글
하던 사랑타령은 온데 간데 없고 상태를 마귀취급 하려 드는 것과 비슷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에게 말할 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야' 라고 의연한 척 주장하
지만, 막상 내 자녀의 성적표를 받아 보면 '부모의 행복은 자녀의 성적순'이 되곤 합니다.
저 역시 늘 이중 잣대를 경계하며 살지만, 성적표를 받아보고 (내색은 하지 않으나) 희비
는 역시 성적순이 되더군요. -_-;
게다가 애비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놈은 시험기간에도 공들고 친구찾아 헤멥니다. -_-; -
-
성적표가 주는 압박감은
답글
나이에 상관없이 엄습하는 공포라면 웃으시려나??
그나마 이름답게 진실한 모습으로
당당히 성적표를 내미는 딸래미가 기특하기만 합니다.
순간만 넘기면 웃음일 삶을
무난히 마무리 지으신 넘버 3님.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시길.... -
아이가 셋은 되어봐야 아는 기쁨이라고 하시는데..
답글
왜 제 가슴이 철렁하죠? ㅋㅋㅋ
아우.. 꼭 셋을 낳아야 하는건가 싶어서 말이예요!!
저 정말 아이 많은건 부러운데요.
낳고 키우는거 정말 자신없거든요. ㅜㅜ -
프로메데우스2005.12.23 14:44 신고
닉의 글자수가 많아 불편하신 모양이지요? '도마' 보다는 '여호수아'가 좋겠네요.
답글
'여호수아'는 원필옹께서 불편하실 테니, 짧게 로마식으로 '예수' 가 딱 이군요.
괜찮을 까요? :) -
프로메테우스님.
답글
다른것은 몰라도 하나님을 욕되게 하거나 예배를 방해하면 벌받습니다.
교인과 예배당에 대해서는 자유입니다마는.삼가하시지요.-
프로메데우스2005.12.23 20:35 신고
하나님이란 공중누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므로 님께서 생각하시는 ‘벌’에 관하여
깊은 생각이 들지 못합니다. 또한, 하나님이나 예수 그리고 목사의 사유재산에
해당한 교회에 관하여서는 사실 큰 관심 없습니다. 언젠가 기독교 멸절의 때가
되면 그들의 공허함을 측은하게 생각하고 돌봐야 하는 대상은 야훼나 예수가
아닌 교인들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참고로, ‘여호수아’ (예수)란 필명에 대하여 거부감 느끼실 것 까지는 없습니다.
어쩌면 님께서 만들어놓은 '우상'이기에 제가 예수라는 필명을 쓴다고
하시니 거부감을 지니시는 것은 아닌지요?
PS: 님께서 진심으로 제 죄(!)로 인한 벌을 받을까 염려하시는 점 충분히 이해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따뜻한 마음만은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
-
정말 있는 그대로 성적표 내미는 진실이가 너무 기특하네요.
답글
속은 상하셨지만 그래도 격려를 아끼시지 않으셨던 원필님도 너무 멋있으시구요. ^^
짬뽕에다 짜장면 파티 하시면서 대가족이 둘러 앉아 한바탕 웃으신 광경도
너무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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