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웃음이 우리를...^^

주방보조 2005. 12. 23. 00:17

그제 ...
진실이가 학기말 고사 성적을 내놓았습니다.
자기 성적표를 부모에게 조차 잘 보여주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에 비하면
착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지만...
성적표 그 자체가 기쁨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지난번 정말 공부라는 것하고는 완전히 담쌓고 딴짓만 하며 쳤던 중간고사보다는 약간 성적이 올랐지만 그 양이 너무 미미하여
아내도 속상해 하고...저도 역시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그 결과가 뻔하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잔소리가 길어지자 진실이는 울고 '엄마는 너무 갈군다'라는 희안한 말을 했다가 저에게 꾸지람을 듣고...더 울고...

모두 불러 놓고
가장으로서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요약하면 대략 이런 말이었습니다.

"이번에 진실이의 성적은 매우 실망스럽지만 한편 희망적이기도 하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하루 아침에 그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 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중간고사 때 부쩍 떨어졌지만 이번에 조금이나마 향상되었다는 것은 그 방향성이 바뀌었다는 것이므로 희망적이다.
그러므로 엄마는 너무 속상해 하지 말고 진실이도 더욱 분발해서 내년에는 크게 향상하기 바란다...끝"

아내와 맏딸은 뒤풀이로 서로 꽤 긴 대화를 나누고
나머지 우리들은 ... 좀 눈치를 보며^^ 상황에 대비했지만 ... 착한 아내며 착한 딸이니 좋게 화해가 이루어졌습니다.

어쨌든 좋지 않은 성적으로 한층 초라해진  맏딸에게...저는 한껏 ...씩~ 웃어 주어 보내고...

...

어제...
둘째 딸 나실이가 학교에서 나눠주는 인쇄물을 쓱 내밀었습니다.
독후감 최우수상 명단이 학년별로 한명씩 적혀 있는데 거기 나실이의 이름이 맨 위에 올라있었고
다독상 명단에도 나실이의 이름이 올라있었습니다.

뭐 없어요?
엥?
최우수상 같은 거 받아오면 그래도 뭐 좀 해주셔야 하잖아요?
음...성탄절도 며칠 안남았는데 그냥 성탄절 선물로 대신하자 ...응?
성탄절 선물은 성탄절 선물이구요~
그럼 칼국수나 먹으러 갈까?
우이 씨~^^칼국수는 지겨운데...

...

오늘...
나실이 덕분에
탕수육하고 짜장 짬뽕 볶음밥등으로 저녁을 때우고
모두 배불러 죽겠다^^고 하며 포만감에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충신이가 한마디 하였습니다.

큰 누나는...가문의 위기이고
작은 누나는...가문의 영광이야~

모두 녀석의 그럴듯한 소리에 깔깔 거리는 중에도
저는 ...마음 여린 맏딸이 순간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래...충신이는 가문의 꼴뚜기지?

오랜만에 모두 즐겁게 웃었습니다.
짬뽕 속에 들어 있던 꼴뚜기들을 하나씩은 먹은 탓에 더욱...^^

...

우리 부부와 다섯아이가 모두 함께 이렇게 웃어본 것도 꽤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웃으며
어느새 아이들에 대한 모든 염려와 근심이 다 ...사라져 감을 느꼈습니다.

웃음이...우리를 하나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 주방보조2005.12.23 00:20

    이 글은 어제 쓴 것이니까...아니 벌써 그저께 쓴 것이 되었네요^^...이틀을 거슬러 올라가시면 되겠습니다.

    답글
  • malmiama2005.12.23 08:11 신고

    그저께 짬뽕이지만 맛있어요.^^
    한 두 자녀로는 체험할 수 없는 행복입니다.

    자식은 최소 셋은 되얄 것 같아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23 12:45

      예, 저도 셋은 되어야..둘 정도로 체험할 수 없는 행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야그지요? ㅎㅎ

    • 쌍그아부이2005.12.25 06:34 신고

      으음....우째 자식 둘은 죄인된 심정이 자동적으로 드는....이런....

  • 왕언니2005.12.23 08:23 신고

    당뇨라시더니 탕수육은 설마 안드셨겠지요?^^ 지나놓고 보니 그럴때 부모의 처신이 정말 난감해요. 원필님처럼 하기 힘들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들이 많으면 오히려 그게 가능하겠지요?
    전 둘밖에안 낳아서 할말 없읍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하나 더 낳으라고은근히 종용하는데 우리 딸 ...그럼 엄마가 다키워줄거야?하니 또 난감하구요.[지새끼 크면 나 줄것도 아니면서..]
    행복이 묻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답글
    • 프로메데우스2005.12.23 11:16 신고

      의학적으로 치자면 당뇨에는 탕수육 뿐만 아니라 한국식 중국음식은 대부분 해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원필옹 께서 혹시 탕수육을 드셨더라도 가족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라는 점에서 음식의 해는 없었을 것 같네요.

    • 주방보조2005.12.23 12:54

      당뇨에도 불구하고 여섯이서 (마눌은 돼지고기 거의 안먹음^^)..달려붙어 탕수육 접시로 젓가락을 날립니다^^ 음...먹고나서 후회합니다만...^^

      요즘은 셋째 낳으면 혜택이 많다더군요^^
      키워줄테니 낳아! 해보시지요^^ 아마 너무 이뻐서 쭐쭐 빠느라 잘 맡기지도 않을 것입니다^^ ㅎㅎ

  • 김순옥2005.12.23 08:30 신고

    가족의 구성원이 많으면 그 안에서 산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때때로 비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부모가 어떻게 편견없이 평정을 이루어 가느냐에 관건은 있겠지요.
    충신이가 장남으로서 감히 누나들에게?지만 분위기를 화악! 바꾸는 것도 일품입니다.
    충신이를 통해서 중국음식에 대한 얘기를 읽었습니다만
    6학년 충신이의 넉넉함은 외아들로서는 절대로 갖추기 힘든 일이겠지요?

    '웃음이...우리를하나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멋집니다.
    말미암아님께서는 셋이어야...한다는 기준을 정하시는군요.
    아들만 둘로서는 절대로 체험할 수 있는 일? 더이상 토를 달 수 없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23 13:16

      다 각각 특징이 다르지만
      충신이는 좀 웃기는데 소질이 있습니다.
      김순옥님은 9남매셨으니 더 잘 아실 것입니다만.... 동일성 가운데 다양성, 이것이 형제들인 것같습니다. 많을 수록 좋은 이유가 거기 있지 않을까요?^^

  • 프로메데우스2005.12.23 11:12 신고

    개신인들이 늘 사랑타령을 하지만, 막상 자신이 지닌 신념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 평소

    하던 사랑타령은 온데 간데 없고 상태를 마귀취급 하려 드는 것과 비슷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에게 말할 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야' 라고 의연한 척 주장하

    지만, 막상 내 자녀의 성적표를 받아 보면 '부모의 행복은 자녀의 성적순'이 되곤 합니다.



    저 역시 늘 이중 잣대를 경계하며 살지만, 성적표를 받아보고 (내색은 하지 않으나) 희비

    는 역시 성적순이 되더군요. -_-;

    게다가 애비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놈은 시험기간에도 공들고 친구찾아 헤멥니다. -_-;

    답글
    • 주방보조2005.12.23 13:28

      아기일 때는 건강하고 활발한 것이 ...부모의 행복이고
      학생일 때는 공부잘하고 친구 잘 사귀는 것이...부모의 행복이고
      청년때는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얻는 것이...부모의 행복이고
      결혼후에는 부부화목하고 자녀번성하면...그것이 부모의 행복인 것 아닙니까?

      너무 이중잣대라고 자책하고 사시지 마십시오^^ 인지상정이니...

  • 프로메데우스2005.12.23 11:13 신고

    참 바쿠스에서 프로메데우스로 닉을 바꿔보았습니다. :)

    답글
    • 주방보조2005.12.23 13:43

      음...
      두글자로 줄이시면 더 좋을텐데요. 부르기도 좋고 쓰기도 좋고...

      '도마'도 괜찮아보이고^^ 뭐 님의 자유이십니다마는...

  • 봄빛2005.12.23 12:00 신고

    성적표가 주는 압박감은
    나이에 상관없이 엄습하는 공포라면 웃으시려나??
    그나마 이름답게 진실한 모습으로
    당당히 성적표를 내미는 딸래미가 기특하기만 합니다.
    순간만 넘기면 웃음일 삶을
    무난히 마무리 지으신 넘버 3님.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시길....

    답글
    • 주방보조2005.12.23 13:49

      당당히 내밀지는 못했구요^^ 무척 거북살스러운 자세로 고개를 푹 숙인채...그래도 일본어는 1등급이예요~ ...그러면서 내밀었지요.

      정말 아이들 성적표를 받으면 ...희비가 그것으로 결정되니까...그 거 극복하려면 며칠은 지나야 되어요^^

      영희님도 행복한 성탄 맞으세요... 좋은 학점도 받으시구요^^

  • 잔느2005.12.23 14:08 신고

    아이가 셋은 되어봐야 아는 기쁨이라고 하시는데..
    왜 제 가슴이 철렁하죠? ㅋㅋㅋ
    아우.. 꼭 셋을 낳아야 하는건가 싶어서 말이예요!!
    저 정말 아이 많은건 부러운데요.
    낳고 키우는거 정말 자신없거든요. ㅜㅜ

    답글
    • 주방보조2005.12.23 14:18

      음...
      세째는요. 첫째하고 둘째가 키우는거예요^^
      네째는 둘째하고 세째가 키우고...
      다섯째는 세째하고 네째가 키우고...

      그러니까
      첫째와 둘째 키우는 것이 제일 힘들지요.

      그리고
      제가 주변을 살펴본 결과
      가장 힘들게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딱 하나만 낳아서 잘기르자고 하는 분들이세요.

      하나만 키우기가 제일 힘들고...효과도 적고...그런 것같아요. 모두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요...적어도 제 주변분들 보면 그렇습니다.

      들째는 일단 빨리 낳으시고...
      세째도 계획을 세우세요^^

    • malmiama2005.12.23 15:18 신고

      셋째를 첫째와 둘째가 키우려면 적어도 둘 중 한 명은 딸이어야 할겁니다.
      아니면 늦동이를 낳으면 됩니다.(엄마 아빠가 즐거이 감당할만한 나이 때)
      어쨌거나 저쨌거나 일단 둘은 낳고 생각합시다..여러분!

      그리고,잔느님...무슨 가슴 철렁입니까..(배나오게스리^^)

  • 프로메데우스2005.12.23 14:44 신고

    닉의 글자수가 많아 불편하신 모양이지요? '도마' 보다는 '여호수아'가 좋겠네요.

    '여호수아'는 원필옹께서 불편하실 테니, 짧게 로마식으로 '예수' 가 딱 이군요.

    괜찮을 까요? :)

    답글
    • 주방보조2005.12.23 18:34

      예수... 그 이름은 정말 좋은 이름이지요.

      그래서 예수님 당시도 나사렛 예수가 아닌 수많은 예수가 있었구요...

      그러니까 님은 실제적으론 밬예수...가 되시겠군요?^^

  • 바람꽃2005.12.23 16:06 신고

    프로메테우스님.
    다른것은 몰라도 하나님을 욕되게 하거나 예배를 방해하면 벌받습니다.
    교인과 예배당에 대해서는 자유입니다마는.삼가하시지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23 18:37

      저도 몇번 님과 같은 경고를 하였었지요.

      님의 말씀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프로메데우스2005.12.23 20:35 신고

      하나님이란 공중누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므로 님께서 생각하시는 ‘벌’에 관하여

      깊은 생각이 들지 못합니다. 또한, 하나님이나 예수 그리고 목사의 사유재산에

      해당한 교회에 관하여서는 사실 큰 관심 없습니다. 언젠가 기독교 멸절의 때가

      되면 그들의 공허함을 측은하게 생각하고 돌봐야 하는 대상은 야훼나 예수가

      아닌 교인들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참고로, ‘여호수아’ (예수)란 필명에 대하여 거부감 느끼실 것 까지는 없습니다.

      어쩌면 님께서 만들어놓은 '우상'이기에 제가 예수라는 필명을 쓴다고

      하시니 거부감을 지니시는 것은 아닌지요?

      PS: 님께서 진심으로 제 죄(!)로 인한 벌을 받을까 염려하시는 점 충분히 이해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따뜻한 마음만은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 한재웅2005.12.23 16:13 신고

    오랫만에 원필님 집을 방문하니 '바쿠스'님께서 활약(?)하고 계시군요.
    닉네임을 바꾸니 어색하지만 좌우간 반갑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23 18:40

      바쿠스님 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습니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방문하셨는데
      오랜만이라 저도 반가웠습니다.^^ 맨 나오는 소리는 여전하시지만 말입니다^^

      그동안 많이 바쁘셨습니까?

  • 소리2005.12.23 18:43 신고

    정말 있는 그대로 성적표 내미는 진실이가 너무 기특하네요.
    속은 상하셨지만 그래도 격려를 아끼시지 않으셨던 원필님도 너무 멋있으시구요. ^^
    짬뽕에다 짜장면 파티 하시면서 대가족이 둘러 앉아 한바탕 웃으신 광경도
    너무 정겹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24 08:23

      항상 그렇게 살지는 못하지만
      가끔 행복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언제나 웃으며 살 수 있다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