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미련하면...벌을 받는다.^^

주방보조 2005. 12. 15. 07:22
 
   
청송의 손목사님에게 20개의 매실액?을 주문했었습니다.
제가 아는 정보는 1리터 한병에 만얼마를 한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1리터면 약 1kg이니까 20개라 해봐야 20kg정도이니...
지난번 김치원정 때 자전거 뒤에 실었던 김치의 무게에 조금 더한 정도이고 교신이의 무게에서 좀 빠진 정도니까
비록 날이 이리 매섭고 찰지라도
시내의 웬만한 곳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겠다는 고집대로 마음을 다졌습니다.^^
게다가 며칠전부터 몸살과 콧물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
까짓것 하는 담대함을 스스로에게 확인시켰습니다. 넌 용감하잖아~~~하며
오늘 아침에 너굴님이 비밀글^^로 시간과 장소를 알려 주셨습니다. 섬유회관 오후1시.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신고 (보통은 맨발에 슬리퍼인데 체면을 좀 차려야 하므로^^)
모자와 장갑 그리고 오리털 파카를 입고 저의 애마 알톤자전거에 올라 12시 35분에 섬유회관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오늘따라 체인이 유별나게 버벅거렸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1시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촉박했거든요.
잠실대교까지 가는 길은 순풍이라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잠실대교를 건너고 나자 바로 역풍이 되었고...
오리털 파카까지 입은 몸이라 바람의 저항때문에 도무지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같았습니다.

이때...겨우 제가 미련을 떨고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약속시간에 20분이나 넘어서 겨우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거든요...

...

너굴님과 손목사님과 명랑하고 예쁜, 목사님의 수양딸과 넷이서 즐거운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 자매님은 7급 행시공부를 하신다 하였고...손목사님은 사역의 당장 힘듦에도 불구하고 꿈꾸고 계신 비젼을 또박또박 말씀해 주셨습니다. 너굴님은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일 많이 하고 싶으시다 하시고...저는 그 와중에 교단과 교회들에 대하여 심통난 마음을 조금 떠들어 대었습니다.
아~역시...미련한...

식사는 끝나고...
청년의 때같았다면 예전에 그랬듯이 모두 붙잡고 집에 가자하여
어머니께 삼겹살 듬뿍넣은 김치찌게라도 끓여달라하고 밤새 이야기의 꽃을 피웠을텐데
세월이 채워놓은 갈고리들에 끌려 ... 헤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목사님의 차 뒤에서 주문했던 것에 추가로 하나 더주신 21개의 매실병들을  
자전거를 세우고 실으려고 하면서
드디어...저의 미련함을 확연하게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15개 한 상자가 30kg이고 그위에 여섯개들이 상자가 12kg...총 42kg???허거걱...
(병의 무게를 감안하지 않은...)
엄청난 무게를 버거워 하며 흔들리는 자전거를 잡는 내 손엔 긴장으로 땀이 흥건하고...
탔다가는 그냥 넘어지는 환란을 자초할 것같아서 다시 줄을 잡아 매고는
"위에 얹은 6개라도 택배로 보내드릴까요" 하시는 지혜로운 너굴님의 측은한 눈길을 피해...
왼손은 핸들을 잡고 오른 손으로는 매실상자를 잡고 허리춤을 그 상자로 밀착시킨 채...한 발자욱씩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래...천리길도 한걸음 부터니까...
그러나
아~ 미련하면 ...역시 벌을 받는거야...하는 생각을 속으로 계속 되뇌이며...
맛있게 얻어먹은 오리고기의 맛도 다 잊은 채...

...

어떻게 되었냐구요?

윗 상자의 여섯개는 지금 삼성역 1200원짜리 24번 보관함에 들어있구요

나머지 열다섯개는
조금만 언덕이지면 "미련한 주인님~~"하며 털컥 체인이 엇나가 멈춰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끙끙대며 끌고 올라가는 수고를 무릅쓰고
두번의 위기가 있었지만(내리막에서 한번 잠실대교에서 한번^^) ...
결국은 집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이
미련함을 깨닫고 나니...보관함에 넣어둘 지혜도 생각난 것 아니겠어요?

ㅋ...흠... 덕분에 조금 똘똘해 졌나봐요.

미련히면 벌을 받는다는 진리가 가르쳐준 ...지혜가 아닐까요? 하하

 

 

 

 

  • 바람소리2005.12.15 07:33 신고

    지금까지 읽은 글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음...하하하~^o^
    죄송합니다만...
    쫓아올 생각마시고, '바람소리님'~~비공개카테고리 만들 생각도 관두시고..흠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15 08:29

      피식^^...
      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리고
      '임시보관함'에 넣어둔 글때문에 마음이 께름하십니까?ㅎㅎ.
      교감게시판에 님의 의문에 답변을 해 놓았는데 읽으시지 않았나 봅니다.

    • 바람소리2005.12.15 09:26 신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임시보관함에 넣어둔 글이 깨름~하진 않지만 궁금하긴 하지요.
      제 닉으로 제목까지 붙여주셨으니 황송하기도 하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교감게시판의 글도 잘 읽었습니다.
      충분한 휴식으로 감기 잘 이겨내십시오.

  • 김순옥2005.12.15 08:33 신고

    자전거 타시는 게 힘드신 것 맞잖아요!

    용기가 지나치면 만용이라고 했던가요?
    공항 가는 길에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승용차가 흔들릴 정도였답니다.
    그 바람을 이기고 자전거로 다리를 건너는 일...다음부터는 삼가해 주시지요.
    미련하면 벌을 받는 것보다는 지혜를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겠어요?
    시행착오라는 게 아이들 키우는 일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나저나 감기 나으실 동안 외출은 삼가하시구요.
    보관된 매실은 든든한 장남이 찾아오도록 하시지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15 12:44

      그랬지요? 한강 서쪽에서 거슬려 오는 방향의 바람이 대단했지요.^^
      다행히 집으로 갈때는 그 바람이 뒤에서 저를 밀어주었지요^^
      어제
      수요예배 마치고 돌아오면서 오늘 그것 가질러 갈것이라고 했다가...혼났어요ㅠㅠ
      자전거 타고 갈거나고해서 그럴거라고 했다가요...
      그래도 제가 가야죠...충신이를 데리고^^

  • 들풀2005.12.15 09:18 신고

    우히히...
    근데 목숨 걸일 있을때 사용하게 몸 보신 잘 하셔야지요..
    내가 이판에 웃고 가는게 잘 하는 일일까???
    어쩐지 뒤 돌아 보이네...

    답글
    • 주방보조2005.12.15 12:57

      들풀님은 안그러실 것같아요.
      콜벤(미아님이 가르쳐 주시더군요)을 불러 타고 가시지...
      그래도 그날 제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는데요. 전철900(갈때)+택시5000(올때)-1200(보관료)=4700(원) ㅎㅎ 엄청나게 비싼 점심 얻어먹은 것 빼구요^^

  • malmiama2005.12.15 09:54 신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참 지켜봤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걱정은 안했어요.하나님께서 지켜 주실 줄 알았지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15 13:01

      그러니까 보관함을 생각해 낸 것이
      제가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그 기도하는 마음이...응답된 것이로군요.^^ 난생 처음 사용해 본 거예요...그 보관함.
      게다가 그날 그곳 보관함엔 딱 한곳만 열쇠가 꽃혀 있었어요...

      이래저래 기다리시게 하고, 한참 지켜보시게 하고...죄송합니다.

  • 아침이슬2005.12.15 10:19 신고

    ㅋㅋㅋ
    이건 다섯 아이 키우기가 아니라 생각키우기...이쯤 되어야 하는것 아닙니까?
    글구...
    무식하면 용감하다...가 건너 뛰면 벌 받는겁니까?
    암ㅂ튼..
    아침부터 웃고 갑니다.

    감기 빨리 나으셔요.
    샬롬~

    답글
    • 주방보조2005.12.15 13:06

      우하하...
      잘 살펴보세요
      교신이란 이름이 하나 나오잖아요? 그러니까...아이들 이름 하나만 나오면 카테고리는 다섯아이키우기가 됩니당^^
      무식한 것은 아니구요ㅠㅠ 20kg이 42kg으로 변한 것이 문제였다니까요...아이참~

      휴...그래도 벌벌떨며 흔들흔들 거리며 뭇사람들을 헤치며 걸어가던 그 순간들이...재미있었다 생각이 되니...또 그럴것 같아요.^^

  • 오또기2005.12.15 18:40 신고

    휴~~읽는 내내 아슬아슬

    제목을 참 잘 지으셨네요?ㅎㅎ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답글
  • 하얀파도2005.12.15 21:07 신고

    ㅋㅋㅋ.....
    갑자기 떠오르는 추억이 있네요...
    파도 어릴적에 시골에서 양조장에 술을 받으러 간적이 있었어요...
    큰통으로 한통요..
    시골길은 지금과 다르게 돌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쁜 조카가 자기도 데리고 가라는 거예요..
    그때가 중학교 일학년때였는데....
    조카를 띠로 업고 자전거에
    술통을 싣고 가는데 비틀 비틀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그날 사고를 쳤는데....
    조카의 발뒷끔치가 자전거 살에 부디치면서...
    살갖이 버꺼져 피가 맺혔더라고요...ㅋㅋ
    글을 읽으면서....
    파도처럼 사고쳤는지 알고...
    앗싸!하고 읽었는데...
    역시....지혜로우신 분이라.....
    사고는 안치셨군요..ㅋㅋ

    답글
    • 주방보조2005.12.15 22:38

      조금 전에 보관함에가서 이틀치 2400원을 더 내고...5집에 선물하고 돌아왔습니다. 한집은 두병을 드렸지요^^ 딸들 셋만 동원해서 그제 갔던 길을 반복해서 다녀왔습니다.
      석양이 가장 아름다을 때 한강다리를 건넜는데...맞은 편엔 달이 참 밝게 떠있더군요.

      프흐흐...
      앗싸하실 일이 하나 있었지요.
      세째딸 원경이가 자전거에서 넘어졌어요...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는 아빠랑 겨울에 자전거 안탄다고ㅠㅠ

      ...

      사고안친 것은 ... 말미암아님의 기도하는 마음때문이었어요...ㅠㅠ

  • 소리2005.12.16 05:08 신고

    아이고라... 참나.. 그러지 마시고 자중자애하시라 간곡히 부탁을 드렸건만
    어째 또 이리 사고를 치십니까 그래...
    얼마나 힘드셨어요... 읽는 저도 다 힘이 듭니다요 그려..
    시상에 시상에... 아무리 생각해도 시상에.. 그 말 밖에 나오는 게 없슴다.
    운동겸 자전거 타시는 건 증말 멋지고 좋은 일이지만 그 추위에, 게다가 몸살 감기가 찾아올 징조를 보이던 그 육체를 이끌고 매실주 20kg 더하기 병무게, 합이 46kg를 싣고 자전거 운행을
    하시려 했다니요오!!! 원필님의 육체는 성령께서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 임을 잊지 마시고
    다시 한번 자중자애하실 것을 간청하오나이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16 12:12

      몸살감기중이었다니까요...
      하두 꾀죄죄하여 소미산 목사님이 아니 "사진하고~?"하시더니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으셨답니다^^ ㅋㅋㅋ 사진을 잘나온 것만 올리다보니...그랬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런 핑계로라도 자꾸 움직여야 되요. 이번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랬지만^^...

      고마우신 말씀처럼 ..무리하진 않을께요^^

  • 청랑2005.12.16 06:45 신고

    미련하면 벌받는다가 아니라, 미련하면 손발을 포함하여 몸이 고생한다가 맞습니다. 미련하다고 누가 벌 줍니까? 자기 몸이 고생할 뿐이지.... ㅎㅎㅎ
    원경이는 또 왜 데불고 가셔서리..... 둘만으로도 충분하셨을 텐데..... ㅉㅉ ㅎㅎ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5.12.16 12:19

      애기아빠목사님께서 젤로 고소하신 것같습니다^^
      낭낭한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쟁쟁하니 들리는 듯^^...그러다 은진이 깨요~~

      어젠 원경이가 막판에 충신이 하고 바꾸자고 하더라구요. 충신이는 이것저것 벌이 많아서 할일이 많아 데리고 갈 수가 없는 형편인데...언제나 가기 싫어하는 녀석이 사고를 치더군요^^
      한강다리를 건너서 잠실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눈이 얼어서 얼음판이 있었는데 브레이크를 잡고 그 위로 지나다가 미끄덩#$%$%...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고 약간의 찰과상만...^^

      그런데요...항암치료하시는 친구 아버님 댁에 두병을 갖다 드렸는데 아버님이 만원짜리 한장씩 쥐어주자...얼어붙은 딸들의 얼굴들이 밝은 태양이 되었어요...ㅎㅎㅎㅎ

  • Pia2005.12.16 08:11 신고

    흠~ 이 집 폰트는 괜찮군...새로운 폰트가 생겨나면서 녕감님과 젊은이들의 경계가 더 확연해지는 기분이 들지 않으세요?

    삼성역 24번 보관함이라....

    그런데, 벌이 뭡니까?

    (아휴~ 요즘 내가 왜 이러지? 블로그에 영 적응을 못하겠넹~)

    답글
    • 주방보조2005.12.16 12:26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이젠 피아님이라고 불드릴께요^^

      폰트를 금방 바꿔줘서...고마워요^^

      벌이요?...섬유회관 주차장에사 삼성역입구까지...흔들리는 자전거를 진땀나게 붙들고 후둘거리며 한발한발 떼어놓던 일과...보관함에 넣어놓고 나머지를 끌고 올대 고생하던 일...그리고 어제 2400원이나 보관함 비용을 더 물어야 했던일...이 벌이죠^^

  • 들풀2005.12.16 10:40 신고

    흠..오늘도 묵상이 없군..
    지각생 한뜸 놓고 감

    답글
    • 주방보조2005.12.16 12:28

      오늘은 묵상없음!
      이걸 어디다가 걸어놔야 들풀님께 한소리를 안듣게 될까요?

  • 잔느2005.12.16 14:00 신고

    아혀... 고생하신거 생각하면 웃으면 안되는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가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그 무거운걸 자전거에 싣고 조마조마하셨으걸 생각하면
    안타까움도 있지만 재밌는걸 어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도 요즘 변비땜시 고생인데
    매실액이 변비에 끝내준다면서요?
    저도 그거 좀 살 수 있을까요???
    마트에 파는것들은 믿을 수 가 없어서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16 15:51

      너무 웃지 마세요...주름생겨요^^

      ...

      목사님 연락처는 잔느님 교감게시판에 적어놓을께요.

  • 토깽양2006.01.05 17:17 신고

    저기요...
    그때 엄청나게 힘들었는데요?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어요~ㅠㅠ

    답글
    • 주방보조2006.01.05 17:31

      원경아 너 넘어지는 거 보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요즘은 자전거 타잔 소리 안하니...좋지?
      근데 아빠는 운동이 모자라서 큰일이구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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