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이라 12시40분 학교가 파한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충신이는 그 어떤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윤모라는 동급생이 선생님까지 욕하고 때리는 아이인데 그녀석 패거리 몇명이서 충신이와 대립하여 한달 내내 씩씩거리거나 울먹거리고 들어오기를 반복하였기 때문에 ... 별별 상상이 다 되었습니다. 우리 충신이에게는 제게 없는 기질이 있거든요. 겁이 좀 없고(아버지와 둘째 누나만 겁내지요^^)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요.
별수없이
3시간이나 지나자...이 마음 약한 아비는
원경이와 교신이를 데리고 3시반쯤 학교와 동네를 휘둘러 보았습니다.
충신이와 친한 다른 반 아이집에도 가보고 녀석들이 저 몰래 다녔었다는 지하게임방에 까지 가보았습니다.
몸이 좋지않아...더 이상 다니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교신이와 반신욕을 하면서
피를 철철 흘리는 충신, 온 몸에 멍이든 충신, 차가운 땅바닥에 철퍼덕 엎어져 구원을 요청하는 충신, 그런 생각을 다하였습니다...ㅠㅠ
5시30분쯤...
녀석이 나타난 소리가 들렸습니다.
긴장이 확 풀리면서 걱정이 사라지고 대신 승질이(의자왕목사님 버전의^^)올라왔습니다.
...
어떻게 된거야 물었더니 욕실문 밖에서 이런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학예회 준비 때문에 늦었습니다"
반신욕을 마치고 나가서 다시 물었더니, 얼굴색을 약간 진지하게 하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학예회 준비를 마치고 친구들과 3단지 밖에서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그사이 스스로 자기 방을 정말 깨끗하게 치워놓은 전무후무한 기막한^^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네시간동안이나 베드민턴을 치는 바보들이 없을 거라고 하며...그러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학예회 준비를 1시 좀 넘어 마치고 아이들이 배드민턴을 치자하여 박모라는 아이등등과 함께 넷이서 3시정도까지 배드민턴을 쳤고 박모라는 아이 집에 들어가 블루마블을 하다가 보니 시간이 늦었습니다"
더 캐물으면 더 나올 것같기도 하였습니다만...
점층법?을 쓰는 녀석의 간교함이 돋보여서 그만두었습니다.
...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은 네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리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예...
집에서 염려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도 잘못이고?
예...
게다가 진실을 감추고 속이려고 한 것도 틀림없지?
예...
...
음... 녀석이 머리를 굴리는데 저라고 머리를 못굴리겠습니까?
벌이다. 내일부터 토요일까지 모든 설겆이는 네 몫이다 용돈없이 ...알겠느냐?
네...
요즘 날도 춥고 몸도 부실하고 손에 물을 대는 것...싫은데 참 잘되었지요.^^
그러고 보면
그 아들에 그아버지...ㅋㅋㅋ
-
주방보조2005.12.16 15:45
어제 글이 다섯아이 키우기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한 ... 답변입니다^^
답글
화요일에 고생을 해서...수요일에 두둘겨패지 않고 똑똑해 졌다는...ㅋㅋㅋ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어제 글도 다섯아이 키우기라는...언더스텐?^^ -
실내에서 따뜻한 물에 고무장갑 끼고 하는 설거지는 일도 아니지요.
답글
찬 물에 맨 손으로 하게 하세요.
손 시렵겠지만 손톱 때는 싸악 빠지느니라..하시면서...ㅋㅋ -
부모 마음은 다 같은 법이지요.
답글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야 마음이 편하게 되는...
따지고보면 우리가 어려서 학교 다닐 때에는 그딴 것들 보고하지 않아도 되었었는데...
봄에는 오는 길에 냉이랑 달래랑...캐기도 하고
여름에는 냇가에서 물놀이도 하고
겨울에는 미끄럼을 타느라 늦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의 아이들은 방가후의 시간을 체크하고 있거든요.
얼마나 자유가 그리웠으면 나중에 혼날 각오를 하고서 그랬겠습니까? ㅎㅎㅎ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버지 앞에서 가슴 졸였을 충신이를 생각하니 짠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기의 소재를 알리고 행동하도록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설거지 면하게 되셨으니 축하드려야 하나요?
그런데 충신이가 설거지 하면 뒷일은 없나요?
말미암아님 해도 너무 하십니다. ㅋㅋㅋ -
아이들이 커 가는건 모두 비슷한가봐요.
답글
울 아들도 잘 써먹던 방법인데..ㅎㅎ
그리고 부모의 눈엔 아이들의 거짓말이 훠~~언히 뵈는데..
아이들은 모르고 속을줄 아나봐요.ㅎㅎ
설거지 잘 시키셨어요.
저도 가끔 써먹는 방법인데...
나중에 다시 해야하는 불편도 조금 있긴 하지만..
그래도 뭐~~ -
온갖 상상 다하시면서 마음 조리시고 기다리셨을 충신이 아버님의 마음이 절~절히 다가오누만요. 근데, 걱정하면서 하는 상상은 항상 최악이에요, 그죠? ㅋㅋㅋㅋ
답글
'피를 철철 흘리는... 차가운 바닥에 철퍼덕 엎어져 구원을 요청하는..' 하하하...
점층법을 쓰면서도 그래도 바른 대로 아뢰는 충신이... 착하단 생각밖엔 안듭니다.
얼마든지 속일 수도 있잖아요. 물론 아버지께서는 훠언히 다 꿰뚫고 계시겠지만...
그렇게 솔직히 고할 수 있는 것도 원필님의 멋진 가정 교육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충신아, 아부지 편찮으시단다. 좀 쉬시게 해 드려라.
이젠 좀 쉬소서~~~ -
그래서들 핸드폰을 사주나봐요. 어릴때는 왜 집에서 걱정하실줄 알면서도 연락없이 한번즘은
답글
막나가고? 싶어지는지...ㅎㅎ 어떤 코미디처럼 아침에 가출했다 저녁에 들어오는....ㅎㅎ
줘 패는것보다 벌 설거지가 훨 낫겠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그런때 등짝 한번 두둘겨 패주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왜 나는 그런 신사적인 체벌?을 생각해내지 못했는지...
빤히 드려다 보이는 거짓말 하고 혼날가봐 방치우고 설거지 하는 충신이가 아주 귀엽습니다. -
ㅎㅎㅎ 재밌네요..
답글
뭐가 그리 바쁜지 자주 뵙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늘 강건하시고 행복한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
제가 블러그 친구님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샬롬! 예수님께서 행복만땅 주실겁니다....ㅎㅎ -
설거지.....쳇..
답글
너무 심했습니다.
방청소도 했는데....ㅎ
파도딸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4월달인가....
집에서 내려다 보니.
놀이터에서 친구랑 교복을 벗어 던지고 놀고 있더라고요...
30분이 지나도...
한시간이 지나도 집으로 안오는 거예요..
내려가서 데리고 오려고 가까이 가니까...
늦게 엄마를 본 딸이 한손엔 책가방을 다른 손엔 교복을 웅켜쥐고 도망치는 거예요..
달리기는 얼마나 빠르던지...
아이들 키우는것....
아이들이 커갈수록..
정말 머리싸움이더라고요....ㅋㅋ-
주방보조2005.12.17 00:01
머리싸움 맞습니다.
어설프게 건들면 당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머리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있는지 읽게 되면 집니다.
제가 살펴보건대
많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한계를 들킨 상태로 아이들에게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아직은
제 아이들이 다른 집 아이들 보다 심히 어리석어서 아비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들켰다"...이것이 맏딸의 고백이고 보면...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
부부단합공...이 아니면 청소년 아이들의 막무가내공을 절대 막지 못합니다.
...
하여튼 가끔 제가 이렇게 잘난척을 한다니까요...용서하세요...
-
-
알 수 없는 사용자2005.12.17 03:55 신고
'윤모라는 동급생이 선생님까지 욕하고 때리는 아이인데...'
답글
허...
몇달전 학원을 그만 둔 중2 사내아이가 있었는데
쉬는시간 밖에 나와 담배 하나 내어 물다가
그 녀석이 선배로 보이는 아이들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걸 보고
정말 기가 막혔던 기억이 납니다.
회유책도 써 보고 상담도 하고 매도 들어 보았지만 끝내 녀석은
얼마가지 않아 학원을 그만 두었지요...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님의 잘 지도해 달라는 말씀에 그리하지 못하고 녀석을 떠나 보냄이
정말 죄스러웠었죠...
설거지.
적절한 벌이네요...^^-
주방보조2005.12.17 08:11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를 꽤 오래했습니다. 오래전 이지만 하두 이사를 많이 다녀서 교회도 많이 옮겼지만 제 역할은 중고등부 교사였었습니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후반까지 약 10년정도였어요.
어느 교회를 가나 그넘의 선배라는 것들이 문제였죠. 교회 주변을 맴돌면서 아이들에게 이상한 전통을 강요하고...
영등포의 모 교회에선 예배시간에 계단에서 담배 피워 꽁초들이 너절하게 떨어져 있게 하고, 신고식으로 옥상의 십자가 철탑에 오르게 하여 추락사고를 일으키고...여름 수련회때면 따라와서 화장실 뒤에아이들 모아놓고 패고 등등...
그래서 학생회를 없애자...선배들 참여를 금지시키자...교사들의 수를 더 늘이자...ㅎㅎ등등의 분연한 건의를 목사님께 드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풍향선생님의 따뜻함을 되새기는 날...이 오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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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비의 그 아들이라.......
답글
자녀들을 키우다보면 홍역처럼 앓는 과정들이 있죠?
한때 오락실에 빠져서 그 자금 조달을 위하여
부모 지갑에 손을 대던 아들넘.
날이면 날마다 동네 오락실을 찾아 헤메던 숨통 터지던 시간.
동언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아이는 터널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하던 시절이었지요.
시간 지나보니 남는건 웃음입니다.
자라는 과정에 겪는 홍역 같은 거였는데
겪는 순간은 와 그리 목이 탔는지.
부모가 너무 고단수로 자녀를 대하면
아이들의 대처능력도 고단수가 될 것인디.....
평안하세요.
눈이 와도 너무 많이 옵니다.-
주방보조2005.12.17 13:23
선생님의 힘도 부모님의 힘도 목사님의 힘도 미치지 못하는 열정이...있는 때가 있지 싶습니다.
누님도 한 때 그랬고 고모를 하나도 안닮은 저의 맏딸도 그랬습니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냥 속상하다였지 그 알토란같은 삼년을 까먹다 시피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승질이 올라옵니다.^^
좀 더 세월이 지나면 웃음으로 바뀔까요?
허긴
얼마전에 메국의 누님과 통화를 하면서...하소연을 했더니...그때 누가 말린다고 말을 듣니?하며 깔깔거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아이들이 아직은 저를 무서워하니...좀 여유가 잇습니다만 좀 더 크면...어떨지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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