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큰소리 펑펑...그 결과^^

주방보조 2005. 12. 8. 00:34

맏아들 녀석은
생일 선물을 훌륭한 성적표로 드리겠다고 큰소리 펑펑 쳐대었었습니다.

작은 아들은
오래전에 약속한 대로
생일선물로 왕만두를 사주겠다고
태권도 다녀오자마자 돈달라고 하여 흐뭇하게 웃어주었는데...

뒤이어 들어온 맏아들 놈은
시쭈그리한^^ 표정으로 시험 결과를 털어놓았습니다.

으이구~~~~생일선물이 아니라...생일 폭탄입니다.ㅎㅎ

...

수학은 실수로 한두개 틀릴 뿐 거의 다 맞을 "자신"이 있고
국어는 선생님께서 '너는 국어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하셨으니 당근 "자신"이 있고
과학은 사촌형들이 물려준 과학잡지들을 화장실 갈 때마다 탐독했으니 "자신"이 있고
사회는 네 과목중 가장 "자신"이 있다 하였습니다.

...

놀 것 다 놀면서도
문제집 하나 혼자 풀고 ... 단 한번도 잘 모르겠다던가 이해가 안간다고 누구에게 묻는 일 한번 없이 "자신만만"하게 시험을 대비했습니다.

혹 녀석의 방을 들여다 보면
책상위에 건전지니 후레쉬니 깜빡이니 하는 온갖 잡것들이 널부러져 있었지만
자기는 그런 것 별로 개의치 않고 공부하고 있고 공부가 잘된다고 "자신만만" 하게 대답하곤 하였구요.

토요일마다
집에서 한자시험보는 것에 컴퓨터 하는 시간을 걸어 놓았더니...끙끙대면서 결국 12시 5분전에 다 외워내는 놀라운 능력?을 두 주 연속 드러내기도 했으므로
'시험공부도 그렇게 하면 되겠다'는 제 말에 "자신만만" 하게 "예~"하고 대답했던 놈입니다.

...

한달여 동안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시험에 적응시키려고 ...여러번 쪽지 시험을 치게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자기는 제일 잘한 녀석보다 한개나 두개만 더 틀렸다고 하고
학원 안다니면 안된다고 하여 자기랑 논쟁을 벌인 박모보다 잘봤고 태권도 고수인 윤모보다 잘봤으며 누구는 망신살스러운 점수를 받았다며 "자신만만"하게 킬킬 거리곤 해왔습니다.
게다가
윤모라는 라이벌 녀석의 부정행위를 고발하고,  그 녀석하고 아예 원수가 되어버렸지만..그까짓 놈 하면서 "자신만만"해 했었구요.ㅎㅎ

...

특히 요 며칠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막내랑 스타크하는 데나 열을 올리고 둘이 붙어 동생을 울리기나 하고 ... 걸핏하면 밖에 나가 바람을 쐰다면서 들락날락 하길래
너 시험인데 그렇게 차분히 앉아 공부하는 꼴을 못보겠으니 걱정이다...하니..."공부 다 했다"며 "자신만만"~~~

...

시험을 치기 하루 전에
80점은 "자신"있다고 하길래...참으로 실망스러운 점수이지만 그래도 혹 "겸손"해서 그러려니 생각하고(왜냐하면 그동안 녀석의 "자신만만"에 저 자신이 세뇌되었으므로^^)
90점 넘으면 스타크 한시간 늘려주고 거기서 1점 높아질 때마다 한시간씩 더 늘려주마...약속을 했습니다.

...

아침에
남의 것 보지말고...시험 잘봐라~하는 제게
예 알았어요 ...큰 소리로 대답하고 "자신만만"하게 학교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풀이 죽어 돌아온 것입니다.

몇점인데 그러느냐구요?...크하하^^..그것은 비밀입니다.
아들의 최소한의 인격을 존중해주어야 하므로...

...

일단 기대했던 생일선물이 생일 폭탄이 되어 제게 안긴 것에 대하여 많이 실망하고 조금 화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잔소리를 조금, 아주 조금 했습니다.
그정도 성적이면 거의 꼴지에 가깝겠구나...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큰소리 펑펑 치더니 꼴 좋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구부정하게 굽은 허리를 조금 펴더니 예의 그 굵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못한 것은 아니예요, 중간은 가요..."

퍼허허~~~^^

 

 

 

 

  • 아침이슬2005.12.08 00:43 신고

    ㅋㅋㅋ
    울 아들 이랑 어쩜 그래 똑 같을까요?
    절로 웃음이 나네요.

    평안한 밤 되셔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08 14:26

      저도
      절로 웃음이 나요^^
      그래도 며칠은 좀 들볶을 참입니다. 꼴좋다~~~하구요...

  • 김순옥2005.12.08 07:57 신고

    시험 문제가 많이 어려웠던 건 아닐까요? ㅎㅎㅎ
    하지만 자신감 그거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리구요,
    과학잡지 열심히 보고, 건전지등을 가지고 노는 게 바로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되는 거잖습니까?
    눈앞의 시험 공부를 위해서 열정을 쏟는 것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훨씬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충신이가 대견스럽고 훌륭하잖습니까?

    제가 위로를 해드리려고 그런다고 하실지는 모르지만
    저도 초등학교 성적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 년에 두 번 있는 시험에서 그리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더군요.
    하지만 스스로 하는 아이랑, 타의에 의해서 하는 것이랑은 다르다고 봅니다.

    이제 중학교에 가야 하니까 좀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
    기초를 튼튼하게 닦아 주는 게 중요한데 저도 집에서 묶어두고 있으면서도
    체계적인 교육이 잘 되지 않아 걱정이 됩니다.

    충신이의 든든함은 단지 공부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08 14:36

      문제집 사준 것 가져와 봐라...했죠.
      수학은 다 빼놓고 다른 것들은 거의 풀었더군요.
      수학은 왜 빼놓았니? 물었더니 우물쭈물 거리길래
      다른 것들은 읽고 번호만 고르면 되지만...수학은 풀어야되니까 귀찮아서 그랬지?
      예...그리구요 다 아는거라서...

      게을러 터진 놈...하고 ^^꿀밤 한대 먹여줬습니다.

      게으르면 아무 것도 안된다 했죠^^...제 양심에 좀 걸리적 거리는 것에도 불구하고^^...

  • malmiama2005.12.08 08:41 신고

    중간...이면 좋은 겁니다.아니 바닥이라도 절대점수가 바닥이 아니면 괜찮겠다 싶네요.
    자신감이 중요하지요...자신감. 학원도 안다니는 충신이 화이팅~!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친구 하는 말이
    6학년 짜리 딸아이가 90점을 받아도 밑바닥이고 시험문제를 보면
    어른도 잘 모를 고사성어가 나오는데...
    그렇게 하지않으면 아이들 수준구분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이사 갈 거랍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원다니는 아이도 힘들고 부모도 쪽팔리는 동네고..해서.

    근데...더 큰 문제는 아이가 늘 주눅들어 있다는 거라고 하더이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08 14:50

      충신이는 넉살이 좋습니다.
      애미나 저나 모두 내성적이고 지극히 비사교적인데
      이 녀석은 ...상대방이 매력을 못느껴서 그렇지...누구에게나 좀 싱겁게 덤빕?니다.

      꼼꼼함이 부족해서...문제지요^^

      우리때는 우열반이 있었지요.
      저는 열반이었는데...그 덕분에 주눅이 안들어서리...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 들풀2005.12.08 08:43 신고

    자신만만..
    하하...조금씩 인생의 비밀을 알아 가겠지요
    아..이렇게 자신만만하면 안 되겠구나 머 이런식으로..

    생일폭탄이라니..중간인데 폭탄이 됩니까.
    참 욕심이 많으신건지 없으신건지 오늘은 몹시 헷갈리네요..끙

    답글
    • 주방보조2005.12.08 14:54

      저...다른 욕심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자식들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욕심이 솟구칩니다.
      안그래야 되는데...생각하면서도...

  • 하얀파도2005.12.08 09:32 신고

    2학기 중간고사를 보고 돌아 오던 딸래미가..
    아주 심각하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엄마....
    내친구 아무개 있잖아....
    응...
    그친구가 오늘 시험 망쳤다고 죽고 싶다고....
    같이 죽자는걸 싫다고...
    난 죽을 정도의 점수는 아니라고 집으로 왔어..
    나 잘했지....그래 잘했다..
    시험 못봤다고 죽으면 어쩌니???

    아랫층 아줌마에게 딸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즘 애들은 시험 못보면 죽을 생각을 하나보라고...
    생각하는게 참 한심하다는 이야기를요.......ㅋㅋㅋ
    그런데...
    딸아이의 성적표를 받던날...
    그때 죽고 싶은 뇬이....
    딸아이 친구뇬이 아니라...
    딸뇬인걸 알았답니다..
    3점차로 이기고 있다가 9회 말에....만루 홈런을 맞았죠.........ㅋㅋㅋ

    기다려 보세요.....그리고 믿어 보세요...
    "그래도 그렇게 못한 것은 아니예요, 중간은 가요..."라잖아요.....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5.12.08 14:57

      ㅋㅋㅋ...
      예...기다려야지요.
      그래도 초등학교를 이렇게 마무리한 것에 대하여...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지조를 꺾고 돈을 투자할 것도 아니면서...

  • 잔느2005.12.08 09:38 신고

    요즘 아이들 공부가 정말 장난이 아닌 모양이예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딸아이를 둔 친구가 며칠전 아이 시험을 앞두고 고민 엄청 하더군요.
    요즘 아이들은 죄다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학교 시험에서 과목당 서너 개 틀리고 하는게 별로 잘 하는게 아니랍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그런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틀려도 아주 공부 못하는 아이가 되고 만다구요.
    아이들 성적이 비슷 비슷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죠.
    그러니 공부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의 성적차가 그다지 큰게 아니라서
    더 스트레스라는 겁니다. ㅡㅡ;;;
    그런 얘기 들으니 남일 같지 않고
    학군 같은거랑은 상관없이
    늘상 늦게 끝나는 남편 때문에 남편 직장 근처로 오느라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는 저는
    아이가 학교 입학하기 전에 이 곳을 떠나고 싶습니다.
    요즘도 학군 따지며 이 곳으로 이사오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데
    우리 남편 그새 물들었는지
    학군도 좋고 살기도 좋다며
    이 동네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야욕에 불타고 있습니다. ㅡㅡ;;;
    언제는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자더니.. ㅡㅡ;;

    답글
  • 잔느2005.12.08 09:40 신고

    그나저나 나실이 무릎 베고 누워서 짓는 그 흡족한 웃음에
    여러 영감님들께서.. ^^;;; (죄송합니당)
    부러움에 배아파 쓰러지시겠습니다.... ㅋㅋㅋㅋ

    답글
    • 주방보조2005.12.08 15:01

      청랑정의 나이든 젊은 아빠목사님때문에...제그림보고 배아플 녕감님은 없을 것입니다.
      ...

      강남에 친구들 몇 있는데...아이들 조기유학을 많이 보내더군요.
      그 지역의 분위기라는 거 무시 못하지요.
      떠나든 승부를 보든...부부단합하여 하세요^6^

  • 바쿠스2005.12.08 14:44 신고

    글쓰기는 꾸준 하시군요..
    야훼신한테 김원필 집사님 어디 계신지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하더이다.
    그래서 하는수 없이 '구글신'한테 물어봤더니 이렇게 알려줘서 들려봤습니다.

    잘 지내시겠죠?

    답글
    • 주방보조2005.12.08 15:07

      예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정말...
      님도 잘 지냈셨지요?

      ...

      칼럼시절 폴님이 찾으시던데 ...구글로 찾아보세요.^^

  • 소리2005.12.09 07:05 신고

    그래도 자신감으로 뭉쳐 있는 아드님 모습, 든든하고 사나이 대장부 같은게
    보기 좋습니다 그려..^^
    화이팅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09 12:39

      그 자신감이 뭔가 있어서 나오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게을러 터진 넘이 자신감만 있으면...망하는 것이지요^^

      오늘 아침에는 그래도 격려를 해줄 밖에 없었습니다.
      며칠 스트레스를 주었더니...풀죽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거든요.
      근데 문제는...
      조금만 부드러워지면...금방 방방뜬다는...현실^^...후...

  • 김순옥2005.12.09 07:07 신고

    말만 좋은 한빛이 일기를 하나 공개할게요.

    '12월 6일 화요일, 맑음, 제목:막바지 공부'
    이제 방학식까지 24일이 남았다. 이제 5학년 공부도 막바지에 들어섰다.
    모든 과목들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시험도 끝나고 거의 막바지니 놀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애들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놀기에 바쁘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일이다. 공부는 언제 어디서나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여야 한다.
    나도 시험이 끝나고 난 뒤로는 공부를 소홀히 하고, 노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제 5일 뒤면은 형이 미국에 가기 때문에 우리 엄마도 지금은 바쁘고 분주한지라
    나에게 공부를 시키지 못하고 계신다.
    사실 공부는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하는 것이 공부하는 비결이다.
    시험이 끝나더라도 공부는 열심히 하여야 한다.
    이제 6학년 공부를 미리 예습해 두어야 하는 시기이다.
    나도 여태까지 못하였던 공부를 내일부터 열심히 하여야겠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일기를 남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쓰는 게 역력하지요?
    그리고 말만 아니 글만 앞서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 내일이 지금 며칠째 지나고 있으니까요.
    어제도 아주 열심히 놀았고 일기, 독후감 글씨도 아주 날아가는 중입니다.
    엄마가 정신이 없으면 아이도 정신이 함께 없는 것도 사실이구요.
    아이들은 시시때때로 변하면서 커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도 누구에게나 나름대로 장단점은 있겠지요.
    충신이가 분명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많이 갖고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답글
    • 청랑2005.12.09 07:56 신고

      우와~
      한빛이 대단하네요~
      뭔가 일을 내긴 낼 듯합니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 기대를 해봐야 할 듯....
      아자아자~

    • 주방보조2005.12.09 12:44

      말만 좋다니요.
      글이란 것이 모두 머리에서 생각하는 것인데요
      실행하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하고...생각이 없는 사람하고는 전혀 다르지요.
      다만 아이들이니까...아이의 성질에 맞춰서 어느정도 감독이 필요한가를 결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깨닫습니다. 아무리 착실해도...그냥 방임하면 삶이 평탄하므로 그렇겠지만...별 수 없이 나태해지는 것같더군요.

      ...

      청랑목사님 말씀대로...한빛이는 정말 한 빛 할거예요^^

  • shlee2005.12.10 09:49 신고

    어쩌면 우리 민석이와 이리도 비슷할까요?
    이번에 부모님께 뭔가를 보여 준다고 하더니~
    막상 시험결과가 나오니
    풀 죽은 목소리로~~
    엄마 죄송해요~~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데~
    어이 할꼬 ~~~

    답글
    • 주방보조2005.12.10 10:16

      민석이와 충신이가 같은 학년이군요^^

      충신이는 오늘부터(며칠갈지 모르지만)...이비에스라디오 7시20분 이지잉글리쉬 들으라 깨웠습니다. 저만 안보면 드러눕고 제가 보면 비스듬히 일어앉고...그랬지요.
      이런 자세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어쩝니까...눈 부라리기라도 해야...제 마음이 편한걸^^ㅎㅎ

      민석이도 그렇다니...위로가 쪼매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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