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김치의 제왕??

주방보조 2005. 12. 2. 01:49

1.김치 원정대
장모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큰처남댁네에서 1년 묵은 김치와 새로 담은 김치를 보내왔는데 나누어 놓았으니 가져가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우리집 식구들이 많고 마눌빼고는 모두 김치찌개의 매니아들이므로, 김치는 다다익선...
분량은 15킬로 정도로 두통...
저전거를 타고 다녀오기로 하고
요즘 힘좀 쓰는 충신이를 대동하여 물통하나 달랑 준비하여
청담동으로 향했습니다. 비온 뒤라 공기좋고 기분 좋고 ...
출발하여 잠실대교를 건너 한번도 쉬지 않고 청담동 토끼굴 앞 전망대까지  직행하였습니다.
거기서 물한 모금 먹고
충신이와 약간의 인생을 논하고^^(처음엔 무척 먼 거리 같았는데 오늘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그래서 답하기를 인생이 다 그런거야~하는 식의 대담...^^) 장모님 집에 안착했습니다.

2.세개의 탑
장모님...배를 깍아주시면서 저의 건강이 안좋은 일에 대하여 염려하시고...당신의 딸을 위해 현미로 만든 냉동 가래떡 뭉치까지 꺼내어 주셨습니다.
김치통 두개를 받아 자전거에 싣는데...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뚜껑을 완벽하게 고정시키는 김치통이 아니라 커다란 플라스틱통으로 뚜껑을 그냥 끼우는 것인데...게다가 오래되어서 약간 헐거워진 상태였고...일단 줄로 묶어 가는 중에 ...국물이 흘러내린다는 충신이의 벼락같은 소리에 청담공원? 벤취에 앉아 어찌하면 국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는가를 연구하였습니다. 바로 옆에서는 작은 포크레인을 동원한 공사가 진행중이었고...
이미 흘러버린 김치국물로 흥건한 비닐을 버리고 ....
제 자전거 안장을 감싸고 있던 비닐봉지를 풀어 잘 끼웠고, 다시 자전거 뒤에 단단히 묶은 뒤 토끼굴을 지나 청담동 언덕배기의 커다란 세개의 탑?을 등지고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김치통 위에 덤으로 엮어 놓은 냉동 현미 가래떡이 제 엉덩이를 차갑게 밀어 고통스럽게 하였습니다.
무조건 빨리 가는 것이 남는 것임을 절감하며 잠실대교를 넘을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3. 부자의 귀환
잠실대교를 건너고 바로 앞에 군부대가 있는데 군인아이들이 중형 짚차에 실려가는 모습을 보고 바로 아래 지난 여름 마눌에게 팔베개를 해주었던 나무아래, 최근 새로 만든 벤취에 아들과 둘이 앉아 멀리 세개의 탑을 바라보며...국물을 더이상 흘리지 않은 일에 대하여 즐거워 하였습니다. 그리고 김치원정대, 세개의탑, 부자의 귀환 운운하며 낄낄거리며 ... 충신이 네가 아라곤해라 나는 샤우론 손가락 짜른 아라곤 조상?(이름을 잊었음^^)을 할테니... 
우리 아파트의 입구를 지나 주차장 뒤로 돌아 자전거를 몰아가다가, 언듯 자전거의 빵빵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자전거를 세우고는 충신이에게 물었습니다. 누구 자전거에 빵빵이가 고장났지?
그 순간 제 자전거가 균형을 잃으면서 충신이에게로 덮쳤고 둘이 함께 느티나무 아래 나란히 겹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김치 국물은 흐르고^^...서로 엉켜서
아니 이런 대박이 터지다니..집에 다와서...아파요...알았어...이것 먼저 가지고 가...운운...

4.종국
그래도 김치국물이 다 빠져 나간 것은 아니라서 작은 통 네개에 나눠 담으니 다시 맨 위는 국물로 차분해졌습니다.
그리고 곧...
큰 플라스틱 바가지에 물을 담아서 아들과 저는 느티나무 아래...흥건히 흐른 김치국물 자국을 다 �어 내렸습니다.  
그냥 두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아들의 주장에 대하여...
우리가 만약 그 느티나무 곁을 지날 때마다 쉰 김치국물 냄새가 난다면...우리의 양심이 얼마나 괴롭겠느냐...타이르면서요^^

원경이가 묵은 김치 몇조각을 참치와 볶아서...반찬으로 내놓았습니다.
이구동성...맛있다...하였지요.^^

 

 

 

 

 

  • 이쁜맘2005.12.02 06:18 신고


    김치제왕?...
    그림으로 마구 그려집니다. 너무나 정겹고~ 아직은 내손아귀에있는 독수리 5형제들...
    자유한거같으면서도 그나름데로 질서를 잡아가는...ㅋㅋ
    원경이가 요리사라구요?
    와우~
    여기서는 내가 최고어른?이다 보니 아무래도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럴때 우리 작은넘 잔소리를 하지요.
    웬만하면 빨래좀 하시죠?
    웬만하면 설겆이 하시죠?
    웬만하면 반찬좀 하시죠?
    그 웬만하다는게 참 사람 기분을 묘하게 합니다.
    웬만하다는거 도저히 참을수 없을 상황에서 하는거 아닌가요? 그정도는 아니구만~ㅋㅋㅋ
    보고싶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02 07:24

      힘쓰는 일을 충신이가 곧잘 합니다.
      제 덩치와 별 다를 것이 없을 정도가 되었거든요.
      그래도 역시 남자라서...청소나 설겆이등은 몇번 엄하게 나무라야 겨우 하는 편입니다.
      딸들이라고 즐겁게 설겆이를 하는 녀석은 없지만요^^
      작은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웬만하면 네가 해라...^^

      평안하시기를...

  • 김순옥2005.12.02 07:53 신고

    남자아이가 커서 즐거운 건 힘 좀 쓰는 것이더군요.
    한얼이가 체중으로는 비실비실과이지만 그래도 남자라서 부려먹을만 하답니다.
    이제는 엄마 없는 사이 설거지도 곧잘 하고
    엄마가 자고 있으면 밥 차려 먹는 것도 스스로 하고
    힘든 일을 맡길만도 하거든요.
    충신이를 보면 한빛이랑 대비가 되어 무척 부럽습니다.
    어제도 한빛이 키를 가지고 아이 아빠랑 설전을 했답니다.
    키 크게 한다는 한의원에 데리고 가라고 여러번 했는데
    제가 그래도 크고 있으니 되지 않느냐구요. 그리고 어쨌든 지난번에 한약도 먹였구요.
    여기저기서 김치를 주는고로 저희집 김치 냉장고에는 늘 김치가 남아돌고
    누군가 대신 줄 사람들을 찾아 다시 나누어도 줍니다.
    엊그제도 친구가 와서 3년 묵은 김치랑 새로 버무린 김치를 주었었는데...
    외갓집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표현한 한얼이 말이 맞지요?
    이번에도 가래떡을 왕창 만들어서 집집마다 보따리 보따리 나눠 줬답니다.
    다섯아이들 매끼 밥을 먹는다면 김치도 만만치 않겠지요?
    요즘 아이들 김치 먹기 싫어한다는데 다섯아이들 건강하고 씩씩한 게
    밥과 김치의 힘이 아닐까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02 08:17

      우리 동네 어떤 녀석은
      라면하나도 자기손으로 끓여먹지 않더군요.
      엄마가 뭐든 다 해줘야 한다는 생각...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구요.
      너 임마 그러면 장가가서 힘들어...그랬더니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당연한 것이 자기 아버지는 전혀 힘든 것같지 않으니까^^...
      한얼이는 확실히 '알아서 하는 맨^^'이군요. 공부도 일상도...
      남자아이들은 고3까지 크는 것같습니다.
      저도 어릴 때는 충신이처럼 큰 키였는데 고1이 되니 보통키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직 어린데 너무 초급해 하실 필요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잘먹고 있으면 잘 크겠지요...혹 공부하느라 에너지를 모두 뇌에서 소진 중인 것은 아닐까요?^^
      올해는 유난히 김치를 담그는 집이 많은 것같습니다. 덕분에 저희 냉장고도...꽉 찼습니다.

  • malmiama2005.12.02 09:01 신고

    1~4...기승전결이군요. 제목만 좀 바꾸면 원고료 받을 만한 오늘 글입니다.^^
    우씨~!하며 찡그렸던 느티나무 표정이 펴진 그림이 그려집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02 15:50

      ㅋㅋ...
      재목 안바꾸는 대신 원고료 포기할래요^^
      평생 딱 한번 원고료 받아본적 있어요. 경향신문에 독자글 하나 올렸더니 만원인가 주더군요^^
      처음엔 나무가 은행나무인지 알았는데...충신이가 느티나무였다고 수정해 주었답니다.
      기승전결 하니까...고등학교 국어시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 들풀2005.12.02 10:09 신고

    허걱..오늘 여기서 이 이야기 들으려고 그랬나
    어제 김장배추 30포기 사다가 오늘 절일겁니다
    토요일 식구모두 담글려구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02 15:54

      30포기면 해서
      조폭님이 땅파고 묻는 장독에 담아 드시나요?
      고생 좀 하시겠네요^^

      바닷가라 젓갈이 풍성하게 들어가겠군요. 들풀님네 김치엔...

  • 아침이슬2005.12.02 10:54 신고

    전 작년에 김장을 하지도 않았는데 아직도 김장김치 먹고 있습니다.
    친정에서 한통 가져와선 다 먹을때쯤 시누이 집에서 한통,
    또 다른집에서..,또 다른집에서...
    그러다보니 아직도 냉장고엔 묵은 김치가 몇조각 남았네요.
    올해도 그런 행운이...ㅋㅋ
    (넘 속보이남요? 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5.12.02 15:59

      저는 김치를 사먹은지가 꽤되었습니다.
      인터파크에 포기김치 검색해서 2만원안팍으로 된 가격대의 김치를 사먹죠.
      우리가 직접 담는 것보다 맛도 그런대로 괜찮고...
      겨울초입엔 얻어먹는 김치도 꽤 되지요.
      봄에도 쉰김치 적잖이 얻어 찌게끓이고...

      김치만 있으면 뭐든지 되잖아요.

      우리...많이 많이 얻어서 맛있게 먹자구요~^^

  • 소리2005.12.02 18:33 신고

    오... 김치 원정을 읽으면서 제가 힘이 다 들었습니다. 국물이 흐른다는 대목에서
    저 혼자 엇! 하고 넘어졌다는 부분에서, 아이고라... 우짜쓰까이 하믄서 말입니다. ㅋㅋㅋ
    무사히 귀환하셔서 증말 다행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저희집도 이제 김치가 떨어졌는데.... 제가 함 담아봐야 하는데, 영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시도하긴 해야 하는데요... 아... 갈길이 멀구만요. 쩝...

    답글
  • 쌍그아부이2005.12.02 18:53 신고

    웃고 갑니다...밝게...(씨 없는 뇽감이 씨 있는 뇽감에게^^)

    답글
    • 주방보조2005.12.02 20:49

      씨는 아들인데요?
      씨가 둘이나 있으시면서 왜그러세요?

      빨랑 손녀보시길~...안녕감은 포기하시고^^호호홋^^

  • 하얀파도2005.12.02 19:12 신고

    침 넘어 가는 소리 들리시나요?
    김치와 참치..........ㅎㅎ 입가득 침이 고이네요...
    ㅋㅋㅋ........파도 집도 힘쓰는 일은 아들이 한답니다....ㅎㅎㅎ
    연약한 개미허리 엄마 허리 부러진대나?어쩐대나?하면서요..
    행복한 모습 그려 보면서 웃고 갑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12.02 20:59

      음...그러니까
      아들둔 엄마들은 대부분 날씬 하시군요^^
      아들들이 엄마를 좀 힘들게 하니깐...엄마들이 날씬하게 사시는 건가요?
      엉터리 이론이라구요? ㅋㅋㅋ

      우리 네째 원경이는 이것저것 요리???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애미를 닮아서^^

  • 왕언니2005.12.03 23:28 신고

    순천농협김치가 맛있답니다. 상가지 받았대요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라고 ..
    이왕 사드실려면 순천김치도 한번 사드시지요. 주소요? 안 베껴놔서요.
    검색해보세요. 애기 봐주려면 애엄마 올때가지 봐주라구요? 죄송죄송....^^

    답글
    • 주방보조2005.12.04 00:02

      예...꼭한 번 사 먹겠습니다.^^
      순천농협김치...2개월은 족히 지나야 주문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막내가 좀 크고 나면 스크랩해놓은대로 왕언니님식 김치도 담가먹어야지요.

      고맙습니다.^^

  • 이요조2005.12.05 12:38 신고

    ㅎㅎ 즐겁게 사시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05 12:54

      마눌이
      식기세적기 사달라...오븐 사겠다...뭐 그런 거 가지고 티격거리지만 않으면
      대체로 즐겁습니다^^ㅎㅎ

  • 멍석바위2005.12.05 15:00 신고

    정말
    김치원정을 다녀오셨군요
    작은 행동 하나가
    아이들 평생에 좋은 본보기가 되는 거지요

    충신이 바빠 힘 내세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05 18:04

      고맙습니다.
      좋은 본보기...라고 아해했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착하게 크는 중입니다만...

  • shlee2005.12.06 11:47 신고

    이날이 언제였나요?
    눈내리고 기온이 떨어지기 전날이었겠지~
    그래야 제 맘도 편안해 집니다.
    자전거 타고 아빠와 김치를 날랐던 인물은
    전 세상에 하나 뿐일겁니다.
    언제나 다섯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로 주시는
    멋진 아빠
    부럽네요.

    답글
    • 주방보조2005.12.06 17:36

      지난주였으니까...비온 뒤 잠시 날이 좋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럴까요? ㅋㅋ
      아직은 착하니까...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머리가 덜 깨었으니까 말을 듣는 것이겠지요.
      다른 아빠들처럼 아이들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게 못해주니까...그냥 추억꺼리만 잔뜩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 원이2007.12.28 20:16 신고

    나도 김치 해놓았으니 와서 가져가라는 전화 한통 받아봤으면....
    꼭 가져와서가 맛이 아니라....


    칫,
    2005년 글이군요?
    그래도....ㅠ.ㅠ

    답글
    • 주방보조2007.12.29 00:07

      방학을 한 원경이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함께 보다가
      예전에 쓴 김치의 제왕 3부가 '김치의 귀환'이었나 궁금해 살펴보았더랬습니다. 그랬더니
      '부자의 귀환'이더군요^^ 그리고 글자 하나가 틀려 고쳐놓았더니...
      새글 쓴 것처럼 올라갔나봅니다.

      그래도...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더 복되 것 아시지요?
      전 별로 복이 없으요...
      보면 원이님은 복이 많은 것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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