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20
진짜 행복한 사나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누구냐구요?
제 맏아들입니다.^^
...
어제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맏아들이 예의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통지표를 들고 씩씩하게 걸어들어와서...아버지 보세요하며 내밀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이 왜 이렇게 오바되있는거여...속으로 생각하면서...파란색으로 인쇄되어 있는 선생님의 평가를 읽어보았습니다.
항상 형편없이 혼이나 나고 왕따나 당하고 일년에 어쩌다 한번정도나 100점짜리...점수를 가지고 책상위에 신주단지 모시듯 너덜거릴 때까지...보아라...하며 올려놓는 놈이라
매년 매학기마다...선생님들의 평가는 인색하기 그지 없었거든요.
2학년...준비성과 치밀함이 부족하여 일의 마무리가 잘 안되나 사고가 유연하여 아이디어가 많으며 예절바름. 과제물을 소홀히 하며 학습장 정리가 잘 안됨.
3학년...심성은 곱고 바르나 고집이 세고 정리정돈을 안하여 짝을 괴롭히고 싫어하게 함. 다른 사람 중심적인 사고로 주변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 필요함
...
4학년 1학기 종합의견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글쓰기를 싫어하고...(어이구머니...)
>준비가 소홀하며...(얼씨구 똑같구나 똑같아...)
>학습에 대한 의욕이 부족하나...(그럼그렇지...네놈이...)
그런데... 다음에 이어지는 선생님의 의견이 참 괜찮았습니다.
>이해가 빠르고 상식이 풍부하여 향상이 기대됩니다...(짜잔^^...)
>시원한 목소리로 노래를 잘부르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줄넘기를 잘하며 공을 잘 다룹니다.(쿵야^^...)
야 제법인데...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이놈이 좀 더 눌러달라는 듯 고개를 뻣뻣이 세웠다는 거 아닙니까? ^^
...
오늘... 그 통지표를 교회까지 가지고 가서 사촌누나에게 쓰윽 내밀며 으쓱거리는 녀석의 오만한^^행복을 힐끗 보았습니다.
"향상이 기대된다"는 단한마디가
어제와 오늘까지
녀석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녀석이 행복하니 저도 덩달아...기분이 몹시 좋았습니다. 잘하는 녀석들의 통지표에 비하면 참으로 가관인 내용이겠지만요...
...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음에서부터도 나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욥의 행복도
그의 나중에 받은 두배의 축복보다...그 기원을 "하나님께 인정받음"을 앎에 두어야 할 듯 하지 않습니까?
우리 맏아들...갑자기 행복한 사나이가 된...녀석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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