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우울증... 2002년 06월 02일
메국에서 둘째 조카녀석이 11년만에 돌아왔습니다.
마중 나가지도 못하고
친구집이 의정부라는 데 거기 도착해서야 그녀석에게 온 전화받고...미안해서 우울합니다.
메국에서 미리 나와 있던 세째녀석은 친구들 만난다며 여의도에서 놀고 있는 고로 언니를 마중 나가지도 자기거처로 데려가지도 않고 내일 오후에나 만나기로 하였다니...속이 상해서 우울합니다.
...
제 아이 다섯을 키우기 전에...
누님의 세 아이를 키웠더랬었습니다.
큰녀석은 지금 서른이고 둘째는 스물여덟 세째는 스물여섯입니다.
모두 메국으로 조기유학을 보냈었고(가정형편때문에 그랬죠...할머니도 거기 계셨고)
큰녀석은 대학원을 마치고 거기서 먹고 사는 것이 더 낫다면서 돌아와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며 머뭇거리고 있고
둘째는 대학을 나오고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다가 영주권 신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한국에서 살겠다며 어제 나왔고
세째는 고등학교 나와서 방황하다가 작년 겨울에 돌아와 여의도에 있는 사설 영어강습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참 예쁘고 똑똑하고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이제는 다 컷다고
이 삼촌이 해주는 이야기에 꼬박 꼬박 토를 달고
자기들이 알아서 할테니 내버려 둬 달라는군요(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요...)
이거 우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세 녀석을 제 팔에 모두 팔베게하고
그자리에서 만들어 낸 만화같은 이야기들을 얼마나 많이 들려 주었으며
덧셈뺄셈과 구구단을 가르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발바닥을 때려 댔었는지
포경수술^^하러 갈 때도 보호자로 같이 가서 얼러주었고
치질치료^^ 받으러 갈 때도 보호자로 데리고 가서 얼마나 용기를 주었었는지
함께 용돈을 모아 캔디 캔디를 한권씩 사서 모으던 일도
복권을 공동구매해서 1억(80년대)당첨되면 얼마는 어디 쓰고 얼마는 누구주고를 즐겁게 떠벌이던 일들도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나 봅니다.
...
삼촌생각은 자기들 생각과 다르니...그만 두자는 겁니다. 이야기하는 것을 말이죠
그러니 이녀석들과 잠간이라도 통화를 하여 심각한 이야기의 솜털이라도 건들면...
우울하게 되는 겁니다.
...
아까는 날씨마저 구질구질해서
투두둑 떨어지는 비까지 잠시 맞아야 했으니...
우울증이 극치에 도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그러고 보면...
조카녀석들이 다 컸다고 자주 자립을 천명하는 것이 ... 이 순한 삼촌을 우울하게 함에 부족함이 없는데
자식새끼들이 그러면 홱 돌지나 않을까요?^^
아니라구요?
자식새끼들 키우다 보면 ... 나이가 더 들어 ... 다 포용할 수 있게 된다구요?
...
그럼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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