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겨루어 택도 없다!

주방보조 2005. 8. 13. 14:08

좀 다용도이긴 하지만
딸 셋을 분가시킨 새집의 주인이
팔려고 내놓았던 집이 팔리지 않으므로
자신들이 들어와 살아야겠다 결정하고  집을 비워달라하였습니다.

집 주인은 시간을 넉넉히 주겠다 하면서도
겨우 두어주 동안 몇번에 걸쳐 독촉을 하였습니다.

비수기인데다가
지금 얻어살고 있는 21평은 하나도 나온 것이 없고
24평도 딱 세개만 나와있었습니다.

두채는 가격은 적당한데
우리 지금 사는 본가와 같은 동이라 길가의 시끄러움을 감수해야 했고
다른 한채는  새집 옆동이라 비교적 조용하기는 한데
가격이 천만원쯤 높았습니다.
...
주인의 재촉도 있었지만우리들도 누가 우리의 느긋함 때문에 피해보는 것이 몹시 싫은 일이므로평소와는 다르게 이리저리 서둘러 결정을 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나와 있는 것 중 선택을 해야 했는데 부부간에 선택의 기준이 사뭇 달랐지요.   
아내는 조용한 것을 첫째로 꼽았고
저는 가까운 것을 첫째로 꼽았습니다.

아내의 주장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비롯하여 시끄러운 것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었고
저는 거실과 안방은 시끄럽지만 문간방은 조용하니 거기서 공부하면 되고
돈 천만원이 우리에겐 적지않은 돈이며...가까우니 아이들 관리도 편하고 좋다였습니다.

마눌말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떨어진다?는
왕언니님의 말이 기억나지 않을 리 없지마는
일단 제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우겨 버티었습니다.

며칠동안 약간의 긴장감이 집안 전체를 짖눌렀고...
결국 말투나 표정도 따뜻한 것과는 거리가 생겼지요^^
 
그러나
저는 흙으로 만들어 졌고
아내는 뻐로 만들어 졌으니
제가 이길 도리가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졌소...당신 뜻대로 하시구랴...항복을 선언하니
아내는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슬쩍 제 눈치를 살피더니 부동산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부동산 여사장님 왈 겨우 사정하여 300만원을 깎았다더군요.
그 가격으로 어제 계약을 하였습니다.

...

이 와중에 아이들의 처신이 재미있었습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조용한 것이 좋구요 천만원이면 너무 비싸네요...

이런 것을 양시론이라고 하지요?

아마
아이들의 시각엔 저와 제 아내의 힘의 균형이 꽤 팽팽한가 봅니다.^^

 

...

 

아내와 겨루어 남편이란 ... '택도 없다는 것'을 아들들은 빨리 깨닫고 딸들은 늦게 깨닫기를...^^

 

 

 

 

 

  • 멍석바위2005.08.13 14:32 신고

    ㅎㅎㅎ
    마지막 말씀이 아주 중요하군요
    겨루어 이길 재간이 없다구요?
    그래도 마지막 결정을 하셨잖아요
    그 결정권이 중요한 것이지요

    복된 주일 준비하는 오후이길 빕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08.13 15:07

      목사님도 복된 주일 맞으시길^^

      지는 자가 복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눌이 오늘은 제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서...한강 잠실대교 근처 나무그늘에서 놀다왔다는 거 아닙니까?^^

  • malmiama2005.08.13 17:04 신고

    방학이니까 그렇지 개학하면 조용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아이들이 공부해야 할 시간엔.
    싼 게 좋은 것이라는 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품고 실천하며 살려는 제게는 충격..이군요.^^

    답글
  • palmer2005.08.13 18:33 신고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과
    뻐로 만들어 진 사람과의 대결이었군요. 푸힛~, 원필님 답습니다.
    우리는 가을에 시끄러운 동으로 이사가는데...-,- 지가 물렁뼈라서..

    답글
    • 주방보조2005.08.14 19:49

      오늘도 지나가면서 아래에서 올려 살펴봤는데(5층이거든요) 위치가 아주 썩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좋아라하고 웃는 아내의 미소에...정말 잘했다...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더라니까요^^

  • 김순옥2005.08.13 19:58 신고

    합리적인 아이들의 처신이 돋보이는군요.
    이왕에 아이들을 위해서 독립을 시키셨으니 아이들에게 더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하면 더 나을 것 같구요.
    울 집은 왜 흙으로 만든 사람이 늘 우선이 될까?...생각해 보았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08.14 19:51

      교회를 다니시지 않는 분들은
      그걸 잘 모르시잖아요.
      남자는 흙, 여자는 뼈!...

      뭐 그래서 그걸 깨우쳐 주기 위해서라도 남편들을 빨리 전도해야 한다는~~^^

  • 소리2005.08.14 06:35 신고

    원필님^^
    부인께 양보해 주시는 그 마음이 정말 너무 좋습니다.^^
    근데, 남편들이 정말 아내를 향하여 '겨루어 이길 재간이 없다'라고 생각하시나요?^^ 하하하..
    아내가 무서워서 공처가라기 보다는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존중하는 그런 뜻의 공처가시지요?
    글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정말 좋습니다..^^*
    복된 주일 맞으시길 기도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08.14 19:57

      흐...아닙니다.
      몇년전만해도..사랑해서 져주는 단계였는데...ㅋㅋ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 들풀2005.08.14 08:33 신고

    흐미..
    그럼 나도 빡센사람이네요
    뼈다귀로 지어 졌으니...

    까불기만 해봐라..흙더이들...

    답글
    • malmiama2005.08.14 18:27 신고

      그 뼈 있잖아요... 흙으로 만든 겁니다.
      빵이 밀가루보고 까불지 말라...하면 옷끼잖아요.^^

    • 주방보조2005.08.14 20:02

      ?^^
      당연해 보이는뎅^^
      안욱기는데요~~
      원자재가 비싼가요? 반제품보다?

      아... 갑자기 페미가 된 듯한 ...경처가 주제에^^

  • coolwise2005.08.15 13:30 신고

    음.. 조용한게 중요하지요..
    어쩌자고 큰 길가에 아파트들을 짓는지..(고속도로변이라든지 자동차전용도로변까지)
    저는 요즘 이런 건축가들의 담대함(?)에 혀를 찹니다.

    소음과 매연속의 삶이란.. 알게 모르게
    정신적 육체적 폐해를 가져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문제들이 몸 안으로 축적되지요.

    뼈의 주장이 현명하였으니 다행입니다. 하하하..

    답글
    • 주방보조2005.08.15 17:28

      그래도 마눌은 제가 시골 가서 삽시다 했더니...단호히 거절한 적이 있었더랬습니다.
      거기가 더 조용할텐데도 말이죠.

      10년쯤 뒤엔 강원도 어느 작은 고을에 살고 싶은데...^^마눌이 져줄지 모르겠습니다^^

  • coolwise2005.08.16 11:02 신고

    하하하.. 시골 가자는 거 좋아하는 여자는 없답니다.
    시골가면 고생은 여자가 일방적으로 더한다네요..

    소위 도시생활로부터 '귀농'했다는 분들 많이 만나뵈었는데..
    마눌의 반대를 넘지 않은 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혼을 불사하고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그러고 나면 뒤에 이혼을 하든지.. 마지못해 따라오든지..
    그런 채로 따로 살든지.. 열에 아홉은 이중 하나더라구요.. 하하하..

    10년 뒤 싸움이 볼만하겠는걸요.. 겨루어 택도 없는 싸움.. 좀 달라질런지.. 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5.08.16 12:18

      넓은 마당에 입식부엌 그리고 현대적인^^ 화장실과 욕조...탄탄한 방충망...등 뿐 아니라

      거기에 이혼을 불사한 결단까지 필요하겠군요...

      그래도 10년 뒤엔 강산도 변한다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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