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용인땅을 밟다! 2

주방보조 2005. 7. 31. 01:30

용인에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4년전에 3만원주고 산 제 고물 알톤자전거가 말썽을 피운 것입니다.

왼쪽 페달이 달려있는 크랭크?나사가 풀려버린 것입니다.

너트를 온 힘을 다하여 손톱으로(손톱이 아직도 얼얼합니다^^) 꼭 조여주어야 했지요.

2킬로쯤 달리면 다시 흔들거리고 멈춰서 다시 조여주고...

 

그래도 2시 40분에 용인을 출발했으므로

중간에 물놀이 장에서 발 맛사지를 하고 여유있게 놀면서도

잠실 선착장 앞 벤취에 5시 50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자전거 나사를 조여주려고 멈춰서서

충신이에게 가방 속의 물을 좀 꺼내 달라 요청하였지요.

 

그 순간 모든 행복은 끝이나고...우리 넷 모두는 넋이 빠져 버렸습니다.

 

충신이 왈...

"가방이 어디갔지. 분명히 막 벗어 놓은 것같은데..."..허거걱...

 

...

 

가방 속에는

어머니가 선물로 메국에서 보내주신 캐논카메라와 우리집 보물 2호인 코닥 디카가 들어 있고

제 열한개의 열쇠가 달려 있는 열쇠꾸러미가 들어있었습니다.(본가, 새집 열쇠 각 두개씩 총 네개, 자동차 키, 자전거 키 6개)...수건한장 당뇨약 반창고 그리고 물병 하나와 함께...

 

...

 

정말 기분 좋게 15분 후면 시원한 냉면을 먹을 수 있는데...

 

저는 나실이의 자전거를 타고 지금껏 달려온 길을 거꾸로 젖먹은 힘을 다해서 달렸습니다.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곳을 시작으로  마지막으로 충신이가 가방을 메고 있던 것을 확인한 다리밑 벤취까지 8킬로정도를 근육이 찢어지도록^^ 달렸습니다.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ㅠㅠ

 

겨우 3,40분 사이에...누군가 가방을 집어간 것입니다.

 

걱정이 되었는지, 나실이 누나에게 혼이 났는지, 돌아오는 길에 허리를 꾸부정히 하고 제쪽으로 달려오는 충신이를 만났습니다. 그것도 나실이와 원경이 넘어져 물벼락을 썼던 곳에서...

 

갑자기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앞으론 이런 실수 하지 말도록 좋은 교훈 삼고' '혹 분실신고하면 찾을 수도 있을 것이고' '지갑을 안가져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냉면먹을 돈은 내 주머니에 있으니...'

 

...

 

세녀석 공히 너무 놀라고 기운이 빠져 보여...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냉면 먹으러 가자~~~배가 터지게~~~

 

근육이 놀라서 도저히 금방 출발할 수가 없어 한참을 아이들 기다리는 곳에서 쉬며 근육을 주물러 대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처음 약속했던 우리동네 사리를 무료로 얼마든지 준다는 냉면집에 도착한 것이 8시20분이었습니다.

 

...

 

예...

 

성남을 관통하고 용인땅 진입에 성공하고...가방을 잃어버리고...그리고 냉면을 배터지게 먹고

 

그리고...마눌님에게 약간의 훈계를 듣고^^

 

어제 글을 썼었지요...용인의 대지아파트 앞에서 '증거'로 찍어둔 사진을 올리지 못한 채...^^

 

...

 

하루가 꼬박 지난 지금도 다리근육이 욱신거리며 기분좋은 생기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충신이요?

 

잘있죠^^ㅎㅎ

 

 

 

 

 

  • 청랑2005.07.31 06:25 신고

    저런저런
    충신이 코가 석자는 빠졌겠네요.....
    그런 경험들을 여러 번 해야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책임들을 챙겨나가는 습관이 생겨나가는 것이겠지요..... 냉면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겄네요.... 아자~ 힘들네시고....

    답글
    • 주방보조2005.07.31 23:40

      흐흐...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두발당수 한번 날릴만한 일이었는데...갑자기 스스로 생각해도 참 잘했다 싶게...너무걱정하지마라...그 말이 먼저 나왔다니^^
      냉면은 정말 배가 터지게 먹었습니다. 곱배기 한그릇에 사리 하나 추가...그래도 가격은 4천원...게다가 목마르다고 따근한 육수도 다섯컵 이상마시고...그래서 다음날 혈당약을 반개 추가 했지요만...

  • 강봉조2005.07.31 07:56 신고

    가방주어간 사람이 찾아주고 싶어도 연락처를 못찾아서 어쩌지도 못하고 보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운이 좋아서 잃어버린 물건 사람들이 다시 찾아주던가 돌아가면 그 자리에 대부분 있었는데... 요즘도 건망증이 심해서 지갑을 어디다 뒀는지 늘 헤매고 찾는 답니다. 이런... 충신이가 가슴이 답답하겠네요.

    답글
    • 주방보조2005.07.31 23:43

      금요일 밤엔 전화를 안받고 토요일 오전에 전화받은 부서에선 그들이 쉬는 날이니 월요일에 전화해보라 하더군요^^ 강남경찰서 민원실...내일 전화해보고 종결지어야지요. 충신이 왈 디카 다시 사실 때 제 용돈 보태세요...ㅎㅎ 겨우 남은 만3천원 다 드리겠다고...그래라 그랬지요^^

  • 김순옥2005.07.31 12:30 신고

    사진을 기대하고 왔더니 그만 암울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위축되었었을 충신이를 생각하니 애처로움이 앞섭니다.
    작은아이랑 미국의 조카 롯데월들 데리고 가던 날 현장학습겸해서 동전 500원짜리와
    100원짜리 세 개를 두 아이들 손에 쥐어 주며 마을버스300 지하철500원을 내라고 했습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지하철 표를 사는데 작은놈이 100원짜리 동전 한 개를 내 놓았답니다.
    마을버스에서 500원과 100원 2개를 넣은게지요.

    신분증이 없어서 가방을 찾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귀한 물건들이 들어 있어서 많이 안타까우셨을테구요.

    하지만 아이가 아파서 아파트를 팔고도 더 많은 돈이 들어갔던 저희도 있고
    왕언니님의 3천만원 사건도 그렇구요.
    그런 것들에 비하면 좀 나은가요?
    잃어버리는 순간 허전함이야 말로 할 수 없지만 그런 계기로 한층 성숙되어진다면
    더 값진 기억이 될 것입니다.
    그나저나 역사의 순간 ,사진을 기다리던 저희들로 섭섭합니다.
    아이들도 아빠의 대범함에 속으로 많이 놀라고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답글
    • 주방보조2005.07.31 23:48

      ㅎㅎ...좀 낫고말고요^^
      그렇잖아도 분실물센타에 전화하면 된다는 녀석에게 '찾으면 다행이고 못찾아도 교훈을 삼으라'고...
      나실이가 곁에서 그러더군요. 아빠는 참 대단하시다고...순식간에 결정을 내리고 홀로 달려가고 못찾았음에도 긍정적이신 것이...크흐흐..잃어버린 것들보다 더 귀한 것을 얻은 것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혹 나실이녀석의 고도로 게산된 위로였는지 모르지만^^

  • malmiama2005.07.31 18:53 신고

    통상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데...오늘은 소망이 크네요.
    사진 없어도 동영상이 차르르~~ 합니다.
    욱신거림 속의 생기를 보여 주셨습니다. ^^

    답글
    • 주방보조2005.07.31 23:52

      사진을 올려 두었어야
      아 원필이란 양반은 아직 녕감이 되려면 멀고 멀었구나 하고
      진짜 녕감님들이 낙담을 좀 하는 것인데 말이죠^^

      이제는 다 풀렸네요.
      아까 교회에서 돌아오면서 ... 충신아 우리 다시 한번 찾으러 가볼까?했더니 민망한 표정으로 그러세요하며 자전거 쪽으로 가더군요. 낄낄웃어주었습니다. 농담이야 임마..하고...

  • 원이2005.07.31 23:01 신고

    에고...
    물건 잃어버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던 저로서는
    혼쭐 뺐을 충신이 생각에 마음이 다 아픕니다. ㅠ.ㅠ
    제가 이제는 물건 안 잃어 버리는 전문가(?)가 됐는데요...
    그거 아무리 반성해 봐야 소용 없고,
    두어가지 원칙을 세워 그것이 습관화 될 때까지 옆에서 도와주세요.
    예를 들면,
    (1) 자리를 뜰 때, 앉았던 자리 둘러 보기...
    (2) 챙길 보따리의 수를 최소화 하기...
    (3) 물건 놓는 자리 정할 때, 나름대로 원칙을 세우기...
    (ex. 작은 물건과 큰 물건을 함께 놓지 않는다. 돈을 어디든 왼쪽에... 등등)
    ㅎㅎㅎ 풍성한 경험 없이는 해줄 수 없는 충고.-_-;;
    (4) 아, 가장 중요한 것!!
    못 찾을 물건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빨리 포기하고 깨끗이 잊도록 한다.ㅠ.ㅠ
    덧붙여, 그 물건이 너무나 필요한 사람 손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답글
    • 주방보조2005.08.01 00:00

      우리집은 o형과 a형이 확연히 구분됩니다.
      저를 따라 o형이 된 진실과 충신은 실수가 많고 순하고 좀 게기는 편이고
      마물 따라 a형이 된 나실과 원경은 실수가 적고 좀 덜 순하고 성실한 편이지요.
      교신이는 아직 혈액검사를 안해봐서 모르지만 아마 a형일거 같구요.

      사실은 그러니까 충신이 모습은 제 모습인지 모르겠습ㄴ다.
      저자신이 저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지 못했으니까...요.

      일단 가장 중요한 4번째는 비교적 근접해 있구요 ...
      1,2,3은 천성적으로 꼼꼼하지 못해서 힘들 것같다는 예감이...밀려옵니다^^ 충신이나 저나...

      ...

      8월 10일에 메국으로 가신다구요...가시기 전에 잊어버리는 것 없도록...잘 챙기세염^^

  • 왕언니2005.07.31 23:40 신고

    아이구 제가 원필님이 자세히 올려놓은 탄천정보로 걸어서 탄천 정복하기를 할렸더니 ...
    이런 비보?가... 대지마을? 거기가 아마 죽전일겁니다. 저는 용인쪽에서 시작하려니 아마 그 어디즘에서 출발해야 할텐데...너무 더워서 좀 선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편이 맛이 간 할망구라고 비난하므로...ㅎㅎㅎ 자전거로 그렇게 힘이 들면 걸어서는 몇부로 나눠야 하겠네요.
    전 시작하면 아침 일직 출발하려는데...탄천길엔 러쉬아워가 없잖아요. 아니 참 이른 시간이 러쉬아워겠네요. 배낭에 얼음물 몇개,김밥,면장갑[땀닦이용] 목에 두르는 타올,썬캡. 카메라..그리고 또 뭐가 필요할가요?

    요즘엔 애나 어른이나 다들 건망증이 심해져서 ...분실물센타가 갈수록 넘친다지요.
    그래도 모르니 신고 해보시지요. 카메라는 없어졌겠지만 열쇠는 찾을수도 있을지모르니까요.
    그래도 애를 잃어버린거 아니니 얼마나 다행입니까?[제가 염장 지르나요?]
    충신이가 더욱더 모범생이 될것 같습니다.. 잘 하셨겠지만 잘 다독여주세요. 얼마나 가슴이 내려 앉았을까? 저도 애들 대여섯살 되던때 인천에 놀러갔다 딸이 버스속에 배낭을 끌러놓고 내리는 바람에 카메라[찍은 필름포함]잃은 경험 있습니다. 애들 안 잃어버린게 다행이라 위로했었지요. 원이님의 원칙이 모범 답안 같습니다. 우리 모두 외웁시다!

    답글
    • 주방보조2005.08.01 00:22

      그렇찮아도
      돌아가는 길에 곱게 나이드신 두분이 캐리어카를 끌고 손잡고 걸어가시는 걸 보고
      혹 왕언니님 부부가 아닐까 두번을 돌아보았다니까요^^
      그리곤 금강산 가신다 했지...생각이나서 픽 웃었구요^^

      음...
      자전거를 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짐도 많이 실을 수 있고 편하고 빠르고 기타등등...
      혹 타실 줄 모르면 배우시구요. 그러면 탄천뿐이겠습니까?

      ...

      그리고 썬크림 꼭 바르세요.

  • Pia2005.08.01 00:20 신고

    세상에....많이 힘드셨겠어요. 특히나, 물건을 잃어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마눌님의 훈계를 들으실 각오를 하시면서 발걸음을 옮기실 때...그 처절하고 조마조마한 심정이란....에그~~

    그래도, 냉면을 배 터지게 드셨다 하니, 조금은 든든한 배짱이 생기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내일 꼭 찾으실 수 있도록 바랍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08.01 00:26

      ㅋㅋ....에그~~하실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꼭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찾으면 충신이 기가 좀 살겠지요?
      약간 기죽어 있을 때가 녀석이 덜 게기고 ... 저는 다루기 쉬워 좋은데 말이죠^^

  • 멍석바위2005.08.01 01:07 신고

    마음이 영 그랬겠습니다
    가방 보관하고 계신 분이 연락을 해 왔으면 좋겠네요

    가방에 든 것들이 아무리 중요하고 귀한 거라 해도
    아이 만큼은 아니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 아직 그 자리에 있으니 기뻐하세요...^^*

    답글
    • 주방보조2005.08.01 10:16

      물론입니다.
      가방 일어버린 것보다는 용인땅을 밟은 뿌듯함이 확실히 더 부각되고 있는 중입니다. 카메라는 더 좋은 것으로 사면되고^^요...

      ...

      ^^

  • 들풀2005.08.01 09:06 신고

    가방 아직 안 돌아 왔나요?
    내가 속 상해 미치겠네...

    답글
    • 주방보조2005.08.01 10:22

      미치지 마세염^^
      괜찮아요.
      조금 전에 강남경찰서에 전화했더니
      금요일 이후엔 습득물이 전혀 없다고...그렇지만 신고하신 거 들어오면 곧 연락드리겠다고
      무지 친절한 음성으로 말씀해 주셨답니다.

  • 베짱이2005.08.01 09:34 신고

    오늘이면 해결이 나겠지여.
    가방이 돌아와 충신이의 왕성한 기가 살아나길.....

    답글
    • 주방보조2005.08.01 10:24

      충신이는요 약간 기가 죽어있아야 공부도 쬐끔 한답니다.
      무슨 엔진이 달렸는지
      기살아 있을 땐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하고...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으니까요.

      오늘은 아침에 곱게 수학책 가지고 공부하러 방에 들어갔다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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