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이가 얼굴이 달덩이같은 여자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자기보다 더 달덩이 같은 얼굴을 한 동생을 데리고 우리집 구석구석을 두루 천천히 살피고 원경이와 함께 놀러 나갔습니다.
...
원경이가 그 아이를 제게 소개하면서 한말이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빠, 아빠가 만들어 주신 부침은 얘하고 나하고 둘만 먹었어요."
허걱!!!!!!!!!!!!!!!!!!!!!!
어제 원경이가 오늘 학교에서 쫑파티를 하는데
선생님이 먹을 것을 모두 지정해 주셨고
자기는 부침을 해오라고 하셨다고 전해 주었습니다.
제가
한때 다음에서 닉네임을 '요리왕'으로 하고 재미있게 지낸적이 있었거니와
부침정도야^^하면서
부침가루에 부추와 감자등을 잘 썰어 섞고
올리브유로 잘 부쳐서 7장을 적당히 잘라 36개로 만들어 간장까지 싸서 잘 보냈건만
달덩이와 원경이 둘만 한 개씩 먹고
남은 인간34명이 손도 대지 않았다니 이런 낭패스러운 일이 ...
마눌은 피식 웃으며 안됐다는 듯이
"그러니까 저처럼 오징어를 비롯한 여러가지를 잘 가미해서 먹음직하게 만들어야죠~~~"거들고
저는 어제의 변명을 다시 했지요. 여름이라 해물등을 섞으면 좀 위험하다 생각했다고...
...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너같은 경우는 없었느냐고...
그랬더니 원경이 왈
"이 친구는 고구마로 마탕을 해왔는데 역시 자기와 달덩이 둘만 먹었고 선생님이 자기가 무척 좋아하는 것이라며 다 싸가셨다"고...
그리고 아이들은 피자니 통닭이니 센드위치니 하는 것만 먹었다고...
...
충신이에게 원경이 가방에서 두조각 빠진 부침을 모두 가져와 우리 식구끼리 맛있게 냠냠 먹으면서
더이상 닉을 요리왕이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이라 생각하고 ...
두 가지를 더 생각했습니다.
혹
원경이와 달덩이같은 이 친구 둘이 학급에서 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과
사정이 있으셨겠지만 각각 준비해오라 하시고는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먹게 하지 않으신 선생님이 좀 섭섭하다는...
...
도로 가져온 부침을 먹으면서...
그래도 그것을 먹어준 원경이와 달덩이 친구에게 ... 둘이라도 서로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눈길을 보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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