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 이야긴 안쓰세요? 저도 이번에 시험성적 나왔잖아요?
원경이가 오늘 오후에 저를 '남녀 차별 아녜요?'라는 눈초리로 보면서 따졌습니다.
그래 오늘 일 끝나면 시간봐서 써주마...약속을 했지요.
...
원경이와 시험 이야기를 하려면 시험 치기 2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출발해야 합니다.
시험을 본다는데...평소 공부를 했어야 시험을 잘 볼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일은 있었지요.
지난번 연구수업?한다며 꼭 오라고 매일 두어번씩 강조해서 제가 세뇌가 되고 말았지요. 만사 다 제치고 그 시간 4학년 4반 교실을 찾아갔더랬습니다. 그 때 수업 마치고 뻘쭉이 서 있는 제게 담임선생님이 '원경이 잘해요'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때 속으로 그랬죠. 그래 원경아 너는 내가 믿는다^^
...
그래도 시험치는 연습은 해야 할 터이니
학기말 시험 문제집을 사오라 하였습니다.
매일 한과씩 풀어라, 모르면 물어보고, 답맞추고 틀린 것은 다시 공부하고 알겠지?
그리고는 매일 다음과 같은 문잡이 이어졌습니다.
공부했니?
예
모르는 것은 없고?
예
그렇게 2주일이 흘러갔지요^^
시험치기 이틀전인가
그래도 진나충 이 윗 세녀석의 전력이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여 그 문제집을 가져와 보라 하였습니다. 그이름도 찬란한^^ 퍼지총정리^^ 허허~
...
시험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학이 52점, 국어가 85점, 사회가 77점, 과학이 70점...
...
저를 뺀 식구 모두 그 성적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도 잘한다 하였을 뿐 아니라
학교 다니는 네 녀석중에 그래도 이것저것 잘 챙기고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녀석은 이 녀석 한놈 뿐인데다가, 머리 좋은 엄마의 어렸을 때 외모을 그대로 따라 닮았고 일부 성격과 책읽기 좋아하는 것까지 따라 닮았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그 퍼지총정리를 어떻게 공부했느냐를 미리 보았었기 때문입니다.
첫날은 그럭저럭 풀었지만 둘째날부터는 국어만 풀고 끝난 것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래서
시험 보고 돌아온 날 '잘친 것같다'고 말하는 녀석의 귀여운 모습에도...피식 웃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
속이 텅 빈 퍼지 총정리를 보면서
'너 왜 이렇게 했어?'라고 묻는 제게
'귀찮아서요'라고 간단히 대답한 녀석의 똥배짱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당근...
성적이 나온 오늘 아침에
요즘 학기말 시험치고 있는 중인 진실과 나실에게 호통을 쳤지요.
"봐라, 이놈들아...원경이마져 너흳 꼭 닮아 가잖느냐~"
"맨날 공부 다했다. 다 안다. 큰소리 펑펑 치며 만화만 그려대고 놀다가 분수도 모르더니, 동생마져 그렇게 만들고 있는 중인거야 알어?"
"새집에 같이 있게 해 주었더니...천재소녀를 바보소녀로 바꿔놨어...크허허허"
한참 듣고 있던 나실이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건요, 아빠가 원경이를 너무 이뻐해서 그런 거예요, 믿을 걸 믿어야죠. 몇번 이야기 드렸잖아요, 원경이 너무 공부 안한다고, 아빠가 들은 체도 안하시더니..."
저는 쩜쩜쩜...이 되었죠^^
...
그래도...시험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오늘 아침 성적표에 사인을 받아갔던 원경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원경이에게 수학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하고
말했습니다.
그 퍼지총정리 수학문제들 좀 풀어봐라
원경이가 이방 저방 찾더니...마침내 보고를 하였습니다.
그거 버렸나 본데요.
그리고요 친구랑 약속있어서 나가야 하거든요.
허거걱...
...
흠...그래도 아직 4학년인데...요... 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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