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원경이와 성적...

주방보조 2005. 7. 2. 20:10


오빠에 대해서는 쓰면서

왜 제 이야긴 안쓰세요? 저도 이번에 시험성적 나왔잖아요?

 

원경이가 오늘 오후에 저를 '남녀 차별 아녜요?'라는 눈초리로 보면서 따졌습니다.

 

그래 오늘 일 끝나면 시간봐서 써주마...약속을 했지요.

 

...

 

원경이와 시험 이야기를 하려면 시험 치기 2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출발해야 합니다.

 

시험을 본다는데...평소 공부를 했어야 시험을 잘 볼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일은 있었지요.

지난번 연구수업?한다며 꼭 오라고 매일 두어번씩 강조해서 제가 세뇌가 되고 말았지요. 만사 다 제치고 그 시간 4학년 4반 교실을 찾아갔더랬습니다. 그 때 수업 마치고 뻘쭉이 서 있는 제게 담임선생님이 '원경이 잘해요'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때 속으로 그랬죠. 그래 원경아 너는 내가 믿는다^^

 

...

 

그래도 시험치는 연습은 해야 할 터이니

학기말 시험 문제집을 사오라 하였습니다.

 

매일 한과씩 풀어라, 모르면 물어보고, 답맞추고 틀린 것은 다시 공부하고 알겠지?

 

그리고는 매일 다음과 같은 문잡이 이어졌습니다.

 

공부했니?

모르는 것은 없고?

 

그렇게 2주일이 흘러갔지요^^

 

시험치기 이틀전인가

그래도 진나충 이 윗 세녀석의 전력이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여 그 문제집을 가져와 보라 하였습니다. 그이름도 찬란한^^ 퍼지총정리^^ 허허~

 

...

 

시험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학이 52점, 국어가 85점, 사회가 77점, 과학이 70점...

 

...

 

저를 뺀 식구 모두 그 성적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도 잘한다 하였을 뿐 아니라

학교 다니는 네 녀석중에 그래도 이것저것 잘 챙기고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녀석은 이 녀석 한놈 뿐인데다가, 머리 좋은 엄마의 어렸을 때 외모을 그대로 따라 닮았고 일부 성격과 책읽기 좋아하는 것까지 따라 닮았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그 퍼지총정리를 어떻게 공부했느냐를 미리 보았었기 때문입니다.

첫날은 그럭저럭 풀었지만 둘째날부터는 국어만 풀고 끝난 것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래서

시험 보고 돌아온 날 '잘친 것같다'고 말하는 녀석의 귀여운 모습에도...피식 웃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

 

속이 텅 빈 퍼지 총정리를 보면서

'너 왜 이렇게 했어?'라고 묻는 제게

'귀찮아서요'라고 간단히 대답한 녀석의 똥배짱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당근...

성적이 나온 오늘 아침에

요즘 학기말 시험치고 있는 중인 진실과 나실에게 호통을 쳤지요.

 

"봐라, 이놈들아...원경이마져 너흳 꼭 닮아 가잖느냐~"

"맨날 공부 다했다. 다 안다. 큰소리 펑펑 치며 만화만 그려대고 놀다가 분수도 모르더니, 동생마져 그렇게 만들고 있는 중인거야 알어?"

"새집에 같이 있게 해 주었더니...천재소녀를 바보소녀로 바꿔놨어...크허허허"

 

한참 듣고 있던 나실이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건요, 아빠가 원경이를 너무 이뻐해서 그런 거예요, 믿을 걸 믿어야죠. 몇번 이야기 드렸잖아요, 원경이 너무 공부 안한다고, 아빠가 들은 체도 안하시더니..."

 

저는 쩜쩜쩜...이 되었죠^^

 

...

 

그래도...시험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오늘 아침 성적표에 사인을 받아갔던 원경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원경이에게 수학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하고

말했습니다.

 

그 퍼지총정리 수학문제들 좀 풀어봐라

 

원경이가 이방 저방 찾더니...마침내 보고를 하였습니다.

 

그거 버렸나 본데요.

그리고요 친구랑 약속있어서 나가야 하거든요.

 

허거걱...

 

...

 

흠...그래도 아직 4학년인데...요... 뭐...ㅎㅎ

 

 

 

 

  • 들풀2005.07.02 20:47 신고

    하하하..
    나는 또 쩜쩜쩜이 무슨 뜻일까 했더니
    저럴때 쓰는 거군요..쩜쩜쩜..

    원경이도 너무 귀여워요..

    사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살아가는데 별 도움도 안 되는데
    전자계산기 있는데...ㅠㅠ

    답글
  • 주방보조2005.07.02 23:19

    문제집이나 다시 한권 사줘야지요^^
    이번 시험은 망쳤어도...담엔 잘할 거예요.
    문제는 그동안 원경이가 공부잘할까봐^^ 기죽어 지내던 충신이가 방방 뜨고 있다는 거죠...ㅎㅎ

    답글
  • Pia2005.07.03 00:38 신고

    퍼지 총정리는 뭡니까?

    어쨌든 독수리 오남매 때문에 항상 아름답게 바쁘시겠습니다. ^^

    답글
  • 김원필2005.07.03 01:10 신고

    원경이가 직접 사온 문제집이지요^^ 퍼지총정리

    저는 바쁜 거 별로 없어요, 학원 안보내니까...친구 없는 빈시간 가끔 놀아줄 대상이 되어서 바쁜 거 빼고^^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2005.07.14 16:14 신고

    저는 글을 읽으며 아이들 이야기를 엿볼때마다 어쩌면 이리도 아이들의 모습이 다양할까하여
    놀란답니다. ^^
    하루종일 아이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저도
    그 아이 하나만으로도 온갖것이 다 신기한데
    참으로 행복하시겠습니다.
    독수리 오형제를 자녀로 두셨으니 말이지요. ^^
    건강하세요~

    답글
  • 주방보조2005.07.14 19:49

    예..속에 비밀창고를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열어재끼는 것같아요^^다행히 다섯을 키우다보니 숙달이 되어 좀 익숙해지는 것같구요. 놀라는 감각...이 좀 무뎌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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