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가 오늘부터 7시 반까지 등교를 해야한다고 하였습니다.
학기말 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선생님이 그러시려니 생각하고..고맙게 생각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에
딸은 '벌로 일찍 가야되는 거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벌로 아침 일찍 학교와서 공부하게 하신 선생님의 마음이야 아름답기 그지 없지만
딸에게 들은 그 교실에서 벌어진 일은 제 마음을 착찹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
한 여자아이가
발을 의자 위에 올려 놓고 쪼그려 앉아 딴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던 모 과목 선생님의 눈에 그것이 영 마땅치 않아보이는 것은 당연했을 것입니다.
두번정도 똑바로 앉으라는 지적 후에
여전히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그 아이를 앞으로 불러내어 수업을 받게 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앞에 나와서도 제대로 수업을 받지 않았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은 아이와 마주보게 되자 그 아이에게 자꾸 말을 걸었습니다.
그때문에 수업을 계속할 수 없었던 선생님은
그 아이를 밖으로 나가 있도록 명령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밖으로 나가면서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잘있어'라고 했고 어떤 아이가 그 말을 받아 '잘가'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폭소가 터졌고 아이들은 모두 깔깔대며 책상을 치며 발을 구르며 난리를 쳤습니다.
평소에도 좀 성격이 예민하신 선생님은 정말 화가 나셨으나...아이들을 애써 진정시켰습니다.
그러자
밖으로 나가려던 그 아이가 갑자기 선생님에게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왜 밖으로 나가야 하느냐?
수업료 내고 수업받는 것인데 선생님이 뭔데 수업을 못받게 하느냐?
절대로 못나가겠다.
아이에게 몇마디 대답을 하다가 아이가 계속 대들자
선생님은 더 이상 수업을 할 수 없다며 나가시며 한마디 하셨습니다.
"앞으로 너희반에서 수업하지 않겠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을 크게 꾸짖고
이일로 인한 벌로 매일 7시반까지 학교에 나오라고 말씀하셨답니다.
...
시험공부 한시간 더 시키시려는 의도를 가진 벌에 대해 담임선생님의 지혜로움에 찬탄을 금할 수 없는 바이지만
그러나
공부를 넘어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 있어야할 정말 중요한 그 무엇이 사라진 학교 현실을 제 자식 교실 이야기로 듣고 나니 아침 일찍 학교로 떠나는 아이의 등이 참 가엾게 느껴졌습니다.
자애로운 권위...
그리고
존경심...
-
원필님.
답글
학교 교실 안의 풍경..아마도 전해 들으신 것 보다
더 험악할겁니다..
한달에 한번 모이는 친구 모임이 있어요
학교가 다 다르지만 교사 6명입니다..
만날때 마다 학교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을 하는데요..
가슴 치며 울어야 할 일들이 모일때마다 있어요...
그러나 아주 가끔 살아 있는 눈동자들
또 배후에서 기도하는 끈들..
그래서 세상은 버티어 가고 있는듯 해요...
그리고 교육현실의 부적합, 구조적 모순..아이들만 선생들만 탓할 일은 아닌데
답답한 가슴에 그게 제일 편하죠..아 새끼들, 선생새끼들..
하고 말입니다............휴..그래서 생각을 말자 입니다.. -
교육에 대한 현주소...라는 말을 흔하게 접하게 됩니다.
답글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분명한 것은 시대가 많이 변했고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손익을 따지자면 옛날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우리 세대이기 때문일까요?
위엄이 없는 선생님, 존경심이 사라진 아이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 교육이라는 생각이랍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 아이들에게 어떤 바람직한 교육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문제이기도 하구요.
'자애로운 권위' 참 좋은 말씀입니다.
많이 더우시지요?
제가 요즘 좀 바쁜척 하네요.
그래도 즐겁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하세요.
진실이에게도 화이팅을 보냅니다. -
주방보조2005.06.24 17:10
너굴님
답글
의무적인 것은 소홀하기 쉽고 값싼 것은 무시하기 쉬운 때문 아닐까요? 학교가 그렇지요. 결국 학교공부만 하는 아이들은 나쁜 환경에서만 공부하게되는 것이지요...쩝
세현님은 열받으면 라면끓여드신다구요? 곧 우람님되시는 거 아녜요? 그럼 안되는디^^ 라면대신 ...참기름 고추장 듬뿍 낳고...애채쪼거리 크게 썰어넣고 하얀 쌀밥에 퍽퍽 비벼 드시면 더 빨리 효과가 날텐데요^^ 우리나라 교육은 치열한 경쟁이 만들어내는 부작용으로 가득해요. 좁은 땅덩어리에 함께 나눌 것도 나눌 정신도 부족한 상태이니까요.
들풀님...
들풀님도 선생님 하셨더랬어요?
어쨋거나 선생님들 참 힘드시겠다...그런 생각을 합니다. 못된 제자들 패지도 못하고..여기저기 욕먹고...오래되어 쌓였지요 교육계의 모순들...
해결방법으로요...모든 부모가 자식을 많이 낳아서 우리집처럼 사교육비 지출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거 어때요?
김순옥님...
가정교육...저는 아직 실험중입니다만...구조적 모순들을 가차없이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생각합니다.
그런데...우리들에겐 변화된 세태에 어떻게 가정교육을 시킬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모델이 없는 것같습니다.
유명한 가정교육의 사례들은 ... 모두 사람들이 가장 욕심내는 것을 이룬 가정들 뿐이니까요.
...
모두들...우리나라 교육을 위해서 특별히 기도합시다^^ -
김원필2005.06.25 07:43 신고
일상님...
답글
부부가 한마음이 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상님처럼 의로운 일에 마음을 많이 쓰는 것을 보고 배우는 아가가 ... 전신적으로 나약하게 자라지는 않겠지요. 너무 거정하지 마세요^^
잎싹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인홀드 니버인가요? 그의 책 제목이 도덕적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였던 것같은데^^ 교사집단, 학생집단, 학부모집단들은 잘못되어 갈 수 있어도...개인적으로야 어찌 모두 다 그렇겠습니까? 도덕적인 무수한 개인들이 있겠지요. 관건은 그들이 정의로운 용기를 선택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겠지요. 저는 성경의 교훈들이 작용하는 것이 그런 부분이 크다 생각합니다. 교회가 이 시대에는 하나의 집단으로 분류되어버렸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청랑목사님...
정신적인 공황상태?에서 잘살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인 것같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기독교가 그 공황상태를 전혀 메꿔주지 못했구요.
김교신선생의 성서조선 첫 일성이 ... 조선에 성서를!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 성경만이 그 시대의 이 백성의 빈 곳을 메꿔줄 수 있으리라 하는 믿음때문이었을 것인데요...
오히려 ...기독교가 한몫 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도...기도에 매진해야겠지요. 소망을 놓아버릴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저도, 살롬^^을 보냅니다. -
하얀파도2005.06.27 14:53 신고
글을 읽으며.....
답글
정리가 되지 않아 잠시 접어 두었던 일을 끄집어 내어 봅니다...
아들 학교에서....
고3학생이 선생님을 쳤다는 소문이 있다더군요.
기가 막혀서....
등에 땀이 주욱 흐르는 걸 느꼈습니다.
이유는
선생님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했다고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다는 겁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그아이와 생각이 같았다는것이 화가 났습니다.
고3이면
수능이 얼마 안남아서...
필요한 과목을 공부해서 한점이라도 높이는데 목적이 있으니
아이의 말이 맞다는겁니다....
수능이 대체 뭐란말입니까?
아이들을 망치하는 교육.....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일인것 같습니다...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용서가 되는 그런 현실......
피해 갈수는 없는 걸까요??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고 갑니다..... -
그 학생도 문제가 있지만 그 선생님도 차~암 소심하시네요. 그런 일로 수업 못하겠다고 하시고 잘 타일르거나 그것이 안 통하면 무관심으로 냉소적으로 대해도 될텐데... 전 아직 철이 없어서 학생들처럼 그 선생님의 권위가 좀.... 삐딱하게 대한 학생은 분명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대할 때 '내가 선생인데 감히 네가 ~~'이런 정신이 학생들을 삐딱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저도 학교다닐 때 모범생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 반 학생들 심정이 이해가는 것 있죠.
답글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나 수업에 대한 관심도는 권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으로 되기 위해 늘 고심하면 저절로 얻게 되는 것이라고봐요. 어떤 똑똑한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땐 쉬운 것도 어렵게 빙빙 돌려서 설명하는 그 시간이 견디기 힘들 수 있거든요. 그 나이에 인간적으로 성숙했다면 인내하는 시간으로 그 선생님을 이해하겠지만 요즘 세상이 그런가요. 선생도 그런 선생만나기 어려운데 그런 학생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죠.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한 10년이 지나서 갑자기 문득 우리 담임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사립학교라 왠만한 선생님들 그대로 자리지키시고 계시더라구요.)복도에서 지나치면서 만난 한 선생한분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생들 앞에 왕처럼 군림하는 그 태도 여전하더라구요. 그 반 학생들은 어쩜 정말 스승다운 선생님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요? 소심하게 삐지는 그런 선생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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