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금순이처럼...

주방보조 2005. 6. 20. 17:15

요즘 8시 좀 넘어 하는 엠비시의 [굳세어라 금순이]를 모두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케이비에스의 [불멸의 이순신]에 이어 넘버 투인 드라마이지요.

이야기가 금순이 엄마에게 금순이가 콩팥을 떼어주어야 하는 장면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진실이는 야자때문에 없고
나실이도 시험 며칠 남지 않았는데 공부하라는 명령과 더불어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저와 충신이 원경이 그리고 교신이만 함께 보았습니다. 마늘은 약속이 있어 늦고...

장박사가 금순이에게 무릎을 꿇고 비는 장면이 나오자
원경이가 왜 저렇게 금순이에게만 매달려요? 다른 사람들도 많을텐데...라고 물었습니다.
꼬박꼬박 빠지지 않고 본 것이 아닌데다가 초등학교 4학년이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웠나 보다 싶어...설명을 해 주었지요.

"콩팥이나 간같은 것은 조직이 서로 맞아야 하는데, 가족만큼 조직이 잘 맞는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그러니까  아빠가 간이 않좋잖아? 만약 아빠 간이 거의 다 망가지면 아빠의 망가진 간을 떼어내고  음..그러니까 원경이 간을 2/3쯤 뚝떼어 아빠 간이 되게 하는 거야. 원경이 간은 1/3만 있어도 점점 자라서 원상복구되고 아빠 간도 점점 자라서 원상복구되거든. 그런데 다른 사람 간으로는 안되는 거야"

그리고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만약 아빠에게 필요하다면 ...너 네 간 떼어 줄 수 있어?

우리집 바른 생활 소녀인 원경이 얼굴은 조금 긴장된 빛을 띄었습니다.
그리곤 잔잔하게 말했습니다.

음...네...떼어드려야지요.

속으로 그런 일이 있느니 차라리 내가 죽고 말지...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쁜 세째딸을 보고 고맙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

저 건너편에 게기고^^ 앉아있는 맏아들 충신이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야 원경이는 아빠한테 간을 뚝 떼어 준다는데
너는 아빠한테 콩팥 하나 떼어 줄 수 있냐?

아들놈이 저를 힐끗보면서(게기던 일은 계속하면서) 대답하였습니다.

아빠
있잖아요, 인공장기가 많이 개발되었다던데요?

그러니까 아빠는인공장기나 달고 살아라 뭐 그런거냐?

아니요 그게 아니라요...
제꺼는 아빠 드리구요, 저는 인공장기 달고 살면되죠 뭐...

어 그래?^^ 이 자식이 아빠를 은근히 감동먹게 하였습니다.

...

교신이는 무슨 소린가 멀뚱하게 있다가...몇번 물어보니
아플 것같다는 둥 ...내것은 너무 작다는둥...곤란한 표정으로 떠들더니
내가 의사가 되면 다 알아서 해줄께...라고 결론을 내렸지요.ㅋㅋ

...

부모가 자식에게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말이야 참 고맙지만 말입니다.

 

 

 

 

 

 

  • Daniel2005.06.20 19:06 신고

    아침에 약혼이야기...글만 살짝보고서
    이제야 한가하게 왔더니 벌써 새글이 올랐네요...

    약혼이야기...
    두분 사진도 압권이지만 주례슨상님 말씀이 히틉니다.
    말랑 말랑....ㅎㅎ
    그래서 지금 말랑말랑하게 사시는거지요?

    금순이 처럼...
    원필님은 효녀, 효자를 두셨습니다.
    특히 교신이...너무 기특하네요...^^

    암튼... 행복이 넘치는 가정 같습니다.

    그리고 저... 이 쩜쩜쩜은 원필님에게서 전염된것입니다요 ...

    답글
  • 원덕2005.06.20 19:37 신고

    김선생님 묵상은 띠옹띠옹 날카롭고
    김선생님 글은 간질간질 재밌습니다.
    울 남편 배도 말랑말랑 하구요.^^

    답글
  • Pia2005.06.20 20:37 신고

    애들이 다 착하네요.... 똑똑하기도 하고...^^
    교신이는 벌써부터 의사가 되겠다는 심지를 저렇게 표현을 하고....ㅎㅎㅎ

    부모가 자식에게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이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주는 부담은 부담으로 생각지 않습니다.
    부담을 주는 부모가 계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요. *^^*
    그러니, 팍팍....부담 주시라고 제가 말씀드리면....저는 충신이랑 교신이랑...
    원경이에게....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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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olwise2005.06.20 22:43 신고

    하하.. 마음에도 없는 말을..
    아이들을 시험하신 거군요.. 시험에 들게 말라고 하셨거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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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풀2005.06.21 07:23 신고

    부모가 자식에게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울 시엄니 들으시면 이러시겠다.
    이때까정 내가 새빠지게 키워 줬는데 무신 소리고 시방?
    에라이 호로자슥..

    그러나 우리가 부모세대가 되면 아마도 자식에게
    기댄다는 말은 아주 드문말이 될겁니다......그죠?

    그때 우리끼리 모여 삽시다...교신이고 머고 다 보내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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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lmiama2005.06.21 08:02 신고

    생전에 떼어줄 일 안 생기면 죽은 후엔 장기기증 하자~!
    아내와 일치한 생각,결심입니다.

    어릴 때..시중에 '금순'이란 이름이 회자되는 게 싫었어요.
    가장 싫어하는 노래가 '굳세어라 금순아!'였는데
    왜 '금순'이란 이름이 그리 많은지...불만이었지요.
    울 엄니..이름이거든요.^^

    답글
  • 주방보조2005.06.21 12:59

    저는
    부모님에 대하여, 어려서 참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았습니다.
    집안이 어려운 사람들이 다 그랬겠지만....어찌하면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집안의 기둥이라는 것을 이룰 수 있을까...그런 생각말입니다.
    중3때는...고교입시가 있던 시절이라...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던 저는 ... 기대에 못미친다는 생각에 타임머신을 타고 나이든 시대로 넘어가거나...항상 병약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거나...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였었지요.

    우리 아이들은 적어도 그런 부담은 주지 않고 키웠습니다.
    집안의 기둥~이란 말대신...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이란 말로 윽박지르며^^살지요.

    어려서 말이야 무어라고 못하겟습니까? 아직은 선한마음이 더 많으니 좋음 말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커서 결혼하고 나서도 같은 마음이길 기대하는 것은 ... 욕심이겠지요^^

    그러니 어릴 때 실컷 말로만으로라도 효도를 받고 살면 족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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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잎싹2005.06.21 14:52 신고

    저도 가끔 아래층에 아들아이 오면 밥차려 주려 갔다가 보는데, 영 마음이 좋지 않은 장면이더군요.

    아이들에 대답이 참 아름답네요.
    점점 자라면서 우리는 자신들만의 이기심이 먼저 나오겠지만,
    아직도 순수한 마음으로 답해줄 아이들에 마음은 아름다운거지요.

    답글
  • 주방보조2005.06.21 18:45

    예...^^
    이렇게 착하게 계속 자라서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아니할지라도...계속 착하게 살라고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겠지만...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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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요조2005.06.24 22:42 신고

    ㅋㅋㅋ...예쁜 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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