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다니는 학교에서
6,25에 대한 글짓기 그림그리기 숙제가 있었습니다.
원경이는 시를 짓고 충신이는 수필?을 썼습니다.
두녀석 공히 괴발개발 쓰는 글씨라
그런 글씨에 무슨 작품이 나오랴 하는 선입견으로 그저 슬쩍 훑어보고 말았었습니다.
원경이의 시에는...
꺅! 살려주세요~...라는 구절이 좀 인상 깊었을 뿐이죠^^
시에 들어가기엔 참 독창적이지 않습니까? "꺅!"...ㅎㅎ
...
그저께
원경이는 가방에서 우수상이란 제목을 가진 상장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그날 마침 충신이가 방에 들어가 공부하는 척하면서 컴퓨터를 하다가 걸려 한참을 두둘겨 패고...우울해 있던 차라 그냥 시쿤둥하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툭 던지고 말았습니다.
최우수는 아니지만 "꺅!~"에도 불구하고 우수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은 참 놀라운 일인데 말입니다.
...
어제는
죄를 짓고 두둘겨 맞고 난 다음날이라 풀이 팍 죽어 학교에 갔던 충신이가 목소리에 낭랑한 기운을 가득담고 돌아왔습니다.
그녀석의 손에도 우수상이라는 제목의 상장이 들려져 있었고
'내가 집에 올 때 이 상장 안구겨지게 손에 들고 다니니까...
아이들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왜 네가 그런 것을 받냐 했어요' 하며 신나게 떠들어 대었습니다.
흠...저도 흠짓 놀라서 어 네가? 그랬으니까...학교에서 왕따에 게기기 대장인 이녀석이 우수상을 받으리라고는 아이들이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었을 겝니다.
게다가 녀석이야 '안구겨지게'라고 하지만 한손에 나풀나풀 흔들리는 상장을 들고 다니는 전봇대처럼 큰 이 녀석의 심정 또한 아마 비슷하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나 봐라~ 상장받았다~'요런 자기 자신에 대한 놀람과 자랑스러움...^^
...
그래서 잠시 가족간의 이 상장에 대한 대담이 있게 되었습니다.
아빠:도대체 우수상은 몇명이나 받는 거니? 다 받는 거 아니니?
원경:최우수상이 세명이구요 우수상이 세명이예요.
충신:저의 반에는요 최우수가 두명이구요 우수도 두명뿐이예요.
엄마:제가 충신이 글을봤는데요 제법 논리가 정연해서 어디서 보고 베꼈나 했다니까요.
아빠:얌마 너 혹시 책보고 베낀 거 아니냐?
충신:아니예요, 625에 대한 책이 어디있어요?
진실:예 아빠 그런 책은 없어요.
원경:상장 받았는데 통닭이라도 사주셔야 되는 거 아니예요?
아빠:(짐짓 화제를 돌리며) 너희들 쓴 글 좀 다시 보자.
충신:선생님이 안돌려 주셨어요. 상받은 것은 안돌려 주시나봐요.
진실:야, 나는 다독상은 받았지만 글짓기 상은 없었는데 니들 대단하다~ 둘이 한꺼번에 상을 받아오다니...
아빠:진실이 너도 만화 스토리를 노트마다 꽉 채워쓰는 것 보면 글재주가 없다 할 수 없지.
나실:저도 며칠 뒤에 있는 독후감 대회에 학교 대표중 하나로 뽑혔어요.
엄마:아이들이 모두 글쟁이가 되려나 봐요...호호
...
아이들이 한결같이 공부를 못해서, 그리고 몰래 만화나 그리고 컴퓨터나 하고, 틈만 있으면 잠자기에 급급하여 우울하던 제가 기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조상님들 뵐 면목이 이제야 조금 서는구나^^...
우리 광산 김씨가 양반 중 양반 아니더냐? ㅋㅋㅋ
글씨만 좀 잘 썼으면 최우수상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원경이 충신이 잘했고, 나실이 잘해라...
...
그래서 통닭을 사주었나구요?
아니요. 글씨쓰기 교본을 사주었지요^^ 다음엔 최우수상을 받으리라는 소망을 안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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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선생님들이 이놈들이 하두 잘하는 것이 없으니까...불쌍해서 격려 차원으로 우수상 상장을 사용하신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못내 버리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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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있어 글이나 그림을 그릴 때 주는 상은 학급에서 최우수상 한 사람과
답글
우수상 세 사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작은아이 학교는,
선생님에 따라서 다르게 주십니다.
잘 할 때마다 주시는 선생님, 골고루 분배해서 주시는 선생님...
5학년에 올라와서 작은아이는 양보하는 일이 많아서 애석해 합니다.
지난번에는 사랑의 편지쓰기를 했는데 3사람이 공동1등이었는데
또 양보를 하라고 하셨답니다.
작은아이가 이번에는 절대로 양보를 하지 못하겠다고해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겼답니다. 칭찬스티커 5장을 주기 때문이지요.
고학년이 되면서 글씨는 엉망이 되더군요.
말로는 잘 쓰라고 하지만 너무 간섭하면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대충 봐줍니다.
원경이랑 충신이 진실이 나실이 그리고 교신이까지 너무 대견하지 않으세요?
부모가 보는 기준은 다르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한다고 하는데 엄마는 늘 불만족해한다고 하지요.
학교 대표로라면 대단한걸요.
그나저나 글씨기 교본을 상품으로 사주신 것은 좀...
'광산김'이셨나요?
제가 바로 광산김인데요.
그래도 아이들이 있어서 사는 맛이 나는 건 사실이지요?
선물이고 희망이고...그렇죠? -
주방보조2005.06.08 15:08
하얀파도님^^
답글
글쓰기가 정말 엉망이예요. 큰 두녀석은 중학교 들어가면서 좋아졌는데..아래 두녀석 중 특히 충신이는 유치원수준입니다. 6학년이나 되었는데 말이죠.
흠 ... 쪼매 도와줘서 상받을 정도면...재능이 있는거죠...
김순옥님...
우리 아이들때문에 누군가가 양보했을수도 있겠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광산김씨세요? 새삼...반갑네요^^
나실이는 꽃들에게 희망을 하고 연어...를 가지고 오픈 북으로 하는 경연이라면서 책을 빌려다가 보고 또 보고하는 중입니다. 자기가 제일 떨어지는 대표랍니다.선생님이 왜 자기를 추천했나 모르겠다며...사실일겁니다. 그래도 자기 부족한 것 인정하는 자세가 기특해서 격려를 해주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