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막내 길들이기

주방보조 2005. 7. 20. 07:05

교신이가 하두 밥을 잘 먹지를 않아

녀석의 말대로 크림스프를 끓여 대령했습니다.

국물만 멀건 것이 좀 그래서 밥을 한 숫가락 넣어서 잘 끓였지요.

 

스프를 받아든 이녀석이 대뜸 따집니다.

이게 뭐야?

밥을 좀 넣었다

에이 난 이딴거 싫어

괜찮아 맛있어 밥이 스프하고 얼마나 잘 어울린다고

안먹어

정말?

그래 안먹어

그럼 너랑 말 안한다

알았어요

 

이것이 오전 11시의 일이었는데

계속 둘이서 서로 말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었습입니다.

 

막내놈의 싸가지를 이번 기회에 잡아버리겠다는 저-아버지와

타고난 대로 살겠다는 요-막내놈의 싸움...

 

제가 이길 것을 기대합니다만...녀석의 막강 보디가드 엄마가 있으므로...장담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

저녁 9시쯤 새집에 있던 식구들이 들어오면서
오며 가며 소식을 전해 들은 나실이와 엄마가 강력하게 녀석에게 아빠에게 가서 사과하라고 하였나 봅니다.

녀석이 실실 웃으며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아빠'

맞짱구를 쳐 줄까하다가...얼굴을 냉정하게 하고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두번 더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뭐가 죄송한 것인지...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하게 말하라'고....

민망하고 무안해진 녀석이 방으로 기어들어 가더니 통곡+발광^^을 하였습니다.

한 20분쯤 놔 주었다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흐느끼고 있는 녀석을 '나오라'고 불러  항복을 확실하게 받아냈습니다.

"앞으로는 아빠나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을 잘 먹겠습니다"..라고^^

...

그래서 그날 저녁 '토마토'를 갈아넣은 북어국을 맛있게 잘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 김순옥2005.07.20 08:44 신고

    토마토를 갈아 넣은 북어국도 있군요.
    저희집 아이들도 입이 짧은 편이랍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섞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들은 좋다는 것들 섞어서 하게 되는데 그냥 담백한 것을 더 좋아하더군요.
    저희 작은아이는 천연 그대로의 채소나 과일을 좋아한답니다.
    방울토마토, 오이 등...
    교신이의 든든한 빽그라운드는 역시 엄마였군요.
    막내라서 엄마에게는 더 애틋하기도 하고 역시 막내는 그 특유의 막내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07.20 11:29

      한 웰빙하시는 장모님이 며칠전 전화를 거셔서...토마토로 못만드는 것이 없다고 일장 교훈을 하셨거든요.
      마침 냉장고에 들어앉아 약간 말라서 돌아다니는 천덕꾸러기 방울토마토가 열댓개 있길래
      살짝 데쳐서 채에 벅벅 문질러 껍질따위만 남기고
      펄펄 끓는 북어국에 쏟아부었지요.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막내에게는 손바닥 한대 때리는 것도 조심스헙습니다. 마눌대문이라기보다는 ...언제나 어려보이는 저의 의식이 문제겠지요.

      담에 또 투정부리면 다섯대쯤 꼭 때려줘야지..벼르고 있습니다만..

  • shlee2005.07.20 13:32 신고

    막내들의 특징이 입이 짧은 것인지.....
    우리 민석이도 못먹는 것이 너무 너무 많아요.
    점심으로 콩국수 만들었는데
    오만상을 찡그리며~안먹겠다고~
    토할라고해서
    함께 밥먹는 사람까지 속이 느글 느글
    그러니까 살이 안찌는 것인지~~~^^
    어떻게든 먹게 하려는 부모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마토갈아 넣은 북어국
    무슨 맛일까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07.20 17:13

      콩국수는 우리집 식구중 충신이와 저만 잘먹습니다...
      예전에 대학교1학년때 처음 여름성경학교 교사가 되어서 ...뭐랬더라...교사위로회이라 했나...하여튼 바이올린을 전공하시던 예민한 집사님 댁에서 콩국수를 처음먹어보았지요. 처음엔 체면으로 먹었고 요즘은 맛있어서 먹습니다. 저도 막내라^^ 음식을 좀 가렸었거든요^^

      민석이도 언젠간 체면때문에 먹게 될날이 있을지 모르지요^^ 안토하고..

      ...

      토마토 넣은 북어국은 ... 맛 좋습니다^^
      토마토를 몰래 넣어보세요...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국이 참 진하네..그라겠죠.

  • 청랑2005.07.23 06:31 신고

    토마토 북어국이라....
    군침이 당기네요....

    답글
    • 주방보조2005.07.23 07:35

      예...의외로 맛이 괜찮습니다.^^토마토는 기름에 약간 튀겨주면 영양가가 더 많아진다 하더군요. 영화도 있었지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였나...?? 토마토 부쳐서 파는 가게가 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