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불량소녀되다!

주방보조 2005. 4. 16. 02:44

2005.3.17
<반성문>
아버지 죄송합니다.
오늘 숙제를 못해서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저는 4학년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준비물을 잘 챙기지 않고 그날 숙제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도 숙제를 그날 하지 않고 준비물을 잘 챙기지 않는다면 아버지께 사랑의 매 일곱대를 맞고 선생님께도 사랑의 매 일곱대 맞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약속을 꼭 지키겠습니다.

2005.4.7
<반성문>
선생님 부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빨간 스티커 5개 칭찬스티커 1개이기 때문입니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화이트보드에 이름이 적히지 않겠습니다. 한번이라도 이름이 적힌다면 사랑의 매 5대를 곱으로 맞겠습니다.
그리고 시험점수에서도 점수깍아주십시오.
왜냐하면 저는 준비물도 잘 안챙기고 책도 안가져오고 숙제도 잘하지 않는
불량소녀 이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죄인은 벌받아 마땅합니다.
죄송합니다.

...

우리집에서 가장 성실하고 착실한 녀석은 단연 네째인 원경이입니다.
학교준비물은 저녁에 알아서 미리 다 챙기고
학교 다녀오면 알아서 스스로 피아노도 치고 숙제도하고 준비물도 사놓기 바쁜 아이가 바로 이녀석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적어도 그랬습니다.
올해도 당연히 위의 세녀석들의 개기는 모습에만 온통 신경을 곶추세우고
항상 "바른 생활소녀"라고 놀려대던 이녀석에게는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7에 [부모님의 말씀]이라는 아래 빈 공간을 가진 반성문을 보여주는데...깜짝 놀랄 밖에요.

그리고
알림장을 앞으로 더 뒤져보자 3.17에도 비슷한 반성문이 있었고
한눈에 봐도 가짜로 보이는 녀석이 작성한  [부모님 말씀]이 흐리게 흘려쓴 글씨체로 적혀 있었습니다.

...

과연! 불량소녀!^^

스스로 자신을 잘 진단했다 생각하고...

[부모님 말씀]에
죄송하다고, 앞으로는 신경 많이 써서 준비물이며 숙제며 집에서 부터 살펴보겠다고 하고 싸인을 해서 보냈습니다.

...

그날부터 원경이의 별명은 '바른 생활 소녀'에서 졸지에 '불량소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예쁜 불량소녀는
그동안 동생에 비해서 개긴다고 혼나기만 한,
그래서 이번 일로 신이 나 죽겠는 언니들과 오빠에게
불량소녀란 놀림을 받았고...
몇번이나 방구석으로 들어가 흐느껴 울어야만 했습니다.^^

지난 주일 예배 드리러 가기전에 ... 제가 가족 모두에게 '불량소녀 해제'를 선언하기 전까지...

...

물어보았죠.

너 요즘 왜 언니들하고 오빠를 닮아가니?
제가 이중인격자라 그런가 보아요~
허거거!!!걱!!!!~사춘기!!!!!!!!!!!!!!!!!!!!

 

 

 

 

 

  • Daniel2005.04.16 10:56 신고

    눈물많고 이쁜 원경이!!!

    한 뱃속에서 나왔어도
    제각기 다르죠?

    제 딸아이는 중2인데 이제서 사춘기...

    답글
  • 주방보조2005.04.16 22:47

    사춘기도 여러번이란 것을 감만하면
    원경이 사춘기는 초기사춘기...이고 따님은 본격적 사춘기? 아닐까요...

    답글
  • 따숨이2005.04.17 21:57 신고

    하하하. 사춘기, 저희딸도 중3 사춘기를 비교적 잘 넘기고 있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5.04.18 02:11

    ^^
    저희 아이들은 ...제가 좀 둔해서 어찌 넘기고 있는지 사실 잘 파악도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냥...주여 도우소서...지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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