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자율학습 보고서...

주방보조 2005. 4. 16. 02:40

지지난주 토요일에 아이들 모두가 첫 주5일 수업을 하여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선 그날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보고서를 써 내라 하였나 봅니다.
초등 4학년인 원경이나
고1인 진실이는 어떻게 보고서를써냈는지 안냈는지 말이 없었는데

초등 6학년인 충신이는
보고서를 어떻게 써내는지 고민에 휩싸여 버렸습니다.
놀긴 잘 놀았는데...뭐 그냥 논 것이지 보고서를 써내기 위해 논 것이 아니니까요.

...

아부지~ 서울시청 광장이라도 가야하는 거 아닌가요? 박물관도 괜찮겠고...
야 이눔아 그냥 그날 잘 놀았다고 쓰면되지...한강공원에서 잘놀았음...쩜쩜쩜
그래도 다른 애들은 빽빽하게 보고서를 써온단 말예요.
허~이눔아 너도 빽빽하게 쓰면 되잖어. 우리식구 이름만 나열해도 두줄은 너끈히 되고... 
에이 그래도 그냥 놀았다고 어떻게 써요
그래? 그럼 다음날 한양대가서 구경하고 김밥 먹고 음료수 마시고 한 것 쓰면 되잖어...
에~ 그래도
너 주글래!!!
예~~알았어요

그래서 나온 보고서가 다음과 같습니다.

[토요 자유등교일 보고서]

"나는 외삼촌과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물따라 한강따라 살곶이 다리에 있는 한양대를 견학했다.
외삼촌은 한양대 공대 출신.
한양공대는 거의 폐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일요일이니 당연하죠^^...옮겨적는이 주)
고1인 큰 누나는 한양대 나오면 갈 곳을 찜해뒀다.
한양대 뒤쪽에는 무덤으로 보이는 비목,석이 3개 있었다.
공원에서는 혼열아가 많고 교환학생도 잇엇다.
살곶이 다리에 대하연 컴퓨터 금지로 인하여 조사하지 못했다."

한놈은 이렇게 처리되었고...

...

중3인 나실이는
자율학습보고서를 쓰지 못한 친구 때문에
자기도 남산도서관에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면서
제 주머니를 탁탁 털어 4200원을 강탈하여
어제 토요일 금쪽같은 시간인 오후에 친구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

학교라는 곳은 참 희안합니다.

주 5일제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맞벌이 부부 부모를 둔 학생운운하며 핑계가 궁색한데

한달 한번 시행하면서..아이들에게 보고서를 내라 강요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업시간을 앞으로 당겨 그 주간에 해야할 교과는 다 하면서 ... 쉬는 토요일을 보고서 쓰는 날처럼 만들어 버렸잖아요.

...

그냥 그날은 정말 학생 자율에 맡겨두면 좋겠습니다.

정 맞벌이 부부 부모를 둔 자녀들이 걱정되면 ...그 대안을 찾는 일에나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구 말입니다.

이렇게 한달 한번 쉬는 토요일마다 뭔가 보고서 쓰기 위한 이벤트를 마련해야 한다면

차라리 그냥 학교 가서 공부해라...그러고 싶어진다는 말씀입니다.

...

선생님들도 그날 에 대한 '아이들의 보고서'를 읽고 분석하고

써야할  '보고서'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실 것이 뻔하구요.

...

정말 ...자율...이  이루어지는 교육이 되기를...바랍니다.

 

 

 

 

  • Daniel2005.04.16 10:36 신고

    그렇네요...
    차라리 학교 보냇 뻐리는게 났지...^^

    부자간의 대화가 압권입니다.
    특히...

    너 주글래!!!
    예~~~알았어요

    ^^

    답글
  • 주방보조2005.04.16 23:10

    우리나라 학교는 너무 경직되어 있어서
    고리타분한 갱지냄새가 풀풀납니다.

    자유와 책임...대신 눈치와 책임...인 듯...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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